192화
보호자가 제국의 황제일 때의 심경을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아마 엄청 안심되지 않았을까.’
그 황제가 의문스럽게 급사했다.
그러니 능력 있는 수하를 여럿 둔 것도 모자라 본인도 대공이지만, 칼릭스는 만일의 가능성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라라는 유모를 다시 만나 즐겁게 살았습니다.”
나는 흰자로 힐끔 곁눈질했다.
사샤는 알쏭달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리반과 내가 쓰고, 칼릭스가 검수한 결과물이 난해했던 모양이다.
‘리반이 참여하는 비율을 대폭 줄였어야 했는데!’
내 동화책 경력에 비추어 볼 때 내가 쓴 부분은 이런 혹평을 받을 리가 없다.
단호하게 허공을 째려보고 있는데, 사샤가 중얼거렸다.
“유모를 보자마자 라라의 기억이 돌아오다니 신기해요.”
“…….”
[기각. 말이 안 됩니다.]
[왜 말이 안 돼? 동화와 현실은 다르다고!]
[현실이랑 비슷하게 해야 한다는 거 잊으셨습니까아아악!]
[……그래도 이런 감성이 있어야 동화란 말이야.]
[순 허구요?]
[동화책을 얕보지 마.]
[아무튼 기각입니다. 기각!]
현실에 타협할 걸 그랬다…….
울적하게 종이 끄트머리를 괜히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였다.
“그래도 엄청 재밌었어요.”
“정말?”
“네. 라라랑 제가 비슷해서 그런가 봐요.”
안 찔린다. 의도한 바이기 때문이다.
“저도 키워주신 분이 있으셨대요. 그래서 종종 생각해 보곤 해요.”
“…….”
“기억은 안 나지만, 그래도 좋은 분이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만날 수 있다면 만나…….”
“사샤. 고마워.”
영리하고 배려심 깊은 아이가 작게 웃었다.
* * *
“괜찮겠니?”
숙부가 물었다.
“네에.”
사샤는 차분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이윽고, 노크 소리가 울렸다.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여인은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의 두 눈에 넘실거리는 애틋한 감정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
그리고 그것은 이내 집채만 한 파도가 되어 아이를 덮쳤다.
* * *
그 시각.
나는 내 방에 있었다.
얼굴을 잔뜩 찡그린 건 내용 때문이다.
“뭐야.”
이 말이 나오는 것도 내용 때문이다!
“우씨.”
편지지를 마구 접어 동그랗게 만들며 나는 눈을 굴렸다.
에리히 로나터스는 나무의 정체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그리고 그 정보는 당연히 내가 준 것이었다.
‘로나터스는 재력도 괜찮으니 가주의 회복을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조사하다 우연히 알게 됐다고 짜 맞출 수 있으니까.’
에리히 놈을 사지로 밀어 넣는 데는 여전히 한 톨의 죄책감도 없다만, 이놈이 자꾸 사람 마음 싱숭생숭하게 한다.
막중한 임무를 주신 건 저희를 신용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