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화대귀족 가문의 가주라면 무릇 경외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며, 그렇게 보는 것들은 대체로 같은 인간들이다.
“수고했다.”
그러나 일라이저 바이에르는 학습이 필요 없는 위계질서가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독수리가 메마른 손에 머리를 비비고는 허공으로 비상했다.
“와아.”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는 자식을 보며 피식 웃은 일라이저가 곱게 접힌 종이를 펼쳤다.
무심하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어머니. 즐거운 내용이 적혀 있어요?”
루카스가 배시시 웃었다.
모친을 상대로는 연약한 내부를 가릴 가시를 두르지 않는 아이가 수줍게 말했다.
“웃고 계셔서요.”
“비슷한 내용이긴 하구나.”
몹시도 확정적인 어조 때문인가. 어쩐지 퍽 가벼운 기분이 되어 편지를 재차 읽고 있던 때였다.
“그럼…… 앞으로도 그런 내용이 적힌 쪽지만 왔으면 좋겠어요. 요즈음 무리하시는 것 같아서요. 밤새 집무실 불이 켜져 있기도 하고요.”
일라이저가 묘한 얼굴로 어린 자식을 내려다보았다.
모친의 침묵에 루카스가 뒤늦게나마 입을 허겁지겁 연 순간.
“걱정을 듣는 건 처음인데, 나쁘지 않은 기분이로군.”
픽 웃은 일라이저는 공녀를 닮은 화려한 필체가 수놓아진 종이를 불에 가까이 붙였다.
“그, 그러면! 앞으로도 많이 해 드릴게요!”
“…….”
‘그’ 일이 있기 전이라면 아이를 책망했을 것이다. 그 말은 상대에게 계속 안 좋은 일이 일어나라는 뜻과 같다고, 그러니 숙고해서 말하라고 말이다.
‘채근했겠지.’
험난한 세상에서 커다란 가문을 이끌어야 하는 어린 자식이 어서 완벽해지기를 바랐다.
아이는 영원히 아이가 아닌데 말이다.
‘일곱 살 아이가 서른일곱처럼 대처하기를 바란 건, 얼마나 우둔한 바람이었던가.’
시간은 기다려 주는 법이 없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만을 기다리며 호시탐탐 가문을 노리는 승냥이 떼가 절로 꼬리를 말 기세를 루카스가 한시바삐 갖기를 원했다.
‘그래, 기다려 주지 않는데.’
시간의 흐름에 멍청히 몸을 맡겨서는 안 될 테지만,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사는 법을 배웠다.
신전과 대적하는 게 두렵지 않은 것도, 황위 찬탈에 협조하는 일도. 모두 그 일이 있기 전이라도 똑같이 선택했을 것들이다.
달라진 건 오직 루카스가 바이에르의 냉엄한 가주가 되기까지의 과정뿐이다.
그건, 모든 게 달라진 것과 같았다.
교황 교체에는 불필요한 과정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