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의 조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97) (197/232)

197화

신성력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전에 응당 가져야 할 의문은 ‘감히 누가 신성력을 악용해 흉계를 꾸미려고 드느냐’는 것이겠지만, 안토니오는 그 과정을 과감히 건너뛰었다.

‘신전 말고 더 있겠나.’

말로는 샤를리즈의 이야기를 추측이라고 치부했지만, 사실은 귀에 담은 순간부터 의심됐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제 몫이 아닌 것을 강탈한 인간이 그것을 잃을까 봐 절절매고 과민반응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순리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토니오는 비소를 지은 채 돌아섰다.

“교황, 오셨습니까.”

* * *

서글픈 기억만 잔뜩 남긴 궁술 대회가 끝난 다음 날.

내가 얻은 것은 근육통과 미세한 상사병, 그리고 닐레 백작가의 새로운 기사라는 나단에 대한 정보였다.

[일주일 전, 닐레 백작이 궁술 실력을 중점으로 발탁했다고 합니다.]

[사전에 궁술 대회에 대한 정보를 백작에게 흘린 사람이 있었어?]

[백작이 다이아몬드를 처분한다며 여러 군데 흥정을 시도한 정황은 포착되었습니다.]

“교황 나름의 소소한 복수였나.”

우연이 아니라 닐레를 콕 겨냥한 모양새였다.

‘사샤가 닐레 백작의 자식 때문에 호수에 빠졌지. 그곳에서 신수를 만나서 결과적으로 우리한테 도움이 되었기는 해.’

그럼 닐레 백작을 족쳐야지 왜 죄 없는 생판 남한테 그런단 말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는 데칸드 백작저 방향을 한번 쳐다봤다.

‘다음에 사샤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반짝거리던 아인스의 두 눈동자가 내 양심을 마구 강타했다.

“그래……. 어차피 성물이었다고 해도 기능은 이걸로 끝일 가능성이 높으니 당장 찾아갈 이유는 없겠지.”

스스로를 달래고는 고개를 조금 더 옮겼다. 그 끝에 있는 건 황성이다.

지금쯤 황제는 교황을 한껏 의심하는 상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터였다.

“그 나무와 흑마법이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본인이 했던 말, 잊지 마세요.”

너무 큰 바람 같기는 하다…….

멍청해서 들쑤시기 좋은데, 너무 멍청한 것 같아서 영 쓸모가 없다.

힘없이 어깨를 축 내리며 궁술 대회 날 아침에 엿본 미래를 복기했다.

“흑마법을 감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녀는 제게서 성물 한 가지를 얻어 갔지요.”

“성물을요?”

“예.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성물이랍니다.”

안토니오의 안색이 일변했다.

“그 말이라 함은…….”

라우드는 엷게 미소 지었다.

그것을 목격한 안토니오가 이를 부득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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