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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24화 (24/300)

[24화] 인기 폭발 튀김

적당하게 튀겨진 튀김을 꺼내 입으로 후후 불어 가며 깨물었다.

바삭 하는 소리와 함께 고구마가 혀에 닿았다.

식용유의 고소한 맛과 고구마의 달콤한 맛이 만나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었다.

지구의 고구마보다 훨씬 깊고 고급스러운 단맛에 경일은 순간 정신을 뺏길 뻔했다.

‘우와… 이거 너무 맛있는데?’

순식간에 고구마튀김 하나를 다 먹어 버렸다.

단순한 고구마튀김에 가슴이 터질 듯한 만족감을 느꼈다.

떡볶이 때와 달리 이번 튀김은 자신의 노력이 많이 들어 있어서 오는 감정이었다.

[던전 고구마를 먹었습니다. 피부가 좋아집니다.]

경일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하하하하하!”

고구마튀김의 성공에 크게 한 번 웃었다.

그의 환한 웃음소리에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보고는 했다.

이번에는 고추튀김이었다.

던전에서 자라는 고추 중에 큰 것으로만 골라 가져왔다.

고추를 반으로 갈라 속을 넣어 튀길 준비를 끝냈다.

‘던전 고추튀김은 어떤 맛이 날까?’

튀김은 요리 과정부터 맛있었다.

식용유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고, 시원하게 튀겨지는 소리는 귀를 자극했다.

알맞게 익은 고추튀김을 한입 베어 물자 입속에서 축제가 일어났다.

대파, 당근, 당면, 돼지고기가 섞인 속 재료와 고추가 만나 입안에서 다채로운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 다채로운 맛을 끌고 가는 던전 고추의 풍미는 가히 일품이었다.

야채튀김도 나쁘지 않았다.

던전 고구마는 확실히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고, 여러 가지 야채와 어우러졌다.

떡볶이와 어묵탕과 다르게 튀김은 레시피를 공부하며 꾸준히 노력한 상태에서 던전 재료와 만나자 맛이 폭발해 버렸다.

‘이렇게 맛있어도 될까 몰라. 끝장나게 맛있네.’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걱정될 지경이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튀김 판매를 시작했다.

메뉴에 튀김이 추가되었다.

튀김 역시 떡볶이처럼 하나에 50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매대 하단에도 튀김 개시라고 A4 용지에 한 자씩 적어 붙이고 손님을 기다렸다.

기름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손님이 오면 빠르게 튀겨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첫 손님은 역시 발 빠른 이미순이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드디어 튀김을 완성하신 건가요? 시식할 때도 맛있었는데, 완성작은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돼요! 어휴, 오늘은 지각이라 얼른 가서 미용실 문을 열어야 하는데, 궁금해서 지나칠 수가 없잖아요~ 언니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할 텐데, 맛있는 거 먹고 살찐 나를 먹는 게 언니로서도 좋을 거예요. 그렇죠, 사장님?”

“하하,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경일이 곤란한 듯 볼을 살짝 긁으며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눈을 반짝이며 묻는데 면전에 대고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하나씩 주세요.”

경일은 이미순의 주문을 받고 혼합해 놓은 튀김 가루에 얼음물과 약간의 식용유를 넣고 튀김 반죽을 만들었다.

재빨리 재료에 튀김 반죽을 묻혀 기름 솥에 넣었다.

그러자 기름 솥에서 고소한 냄새가 확 퍼져 나왔다.

“사장님, 무슨 마법을 쓴 거예요? 저번에 맡았던 튀김 냄새랑 완전 차원이 다른데요? 튀김을 만드는 속도도 훨씬 빨라졌고. 아침을 먹고 왔는데 냄새만으로도 배가 고파지다니… 빨리 튀겨져라, 빨리 튀겨져라. 이 언니가 맛있게 먹어 줄 테니!”

이미순은 기름 솥에서 익어 가는 튀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경일은 다 익은 튀김을 재빨리 건져 기름을 한 번 털어 내고는 이미순의 앞 접시에 놓았다.

“와, 와, 와!”

이미순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고구마튀김부터 한입 깨물었다.

바삭.

하는 소리와 함께 이미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장님, 튀김에다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죠? 저번에 먹었던 튀김이랑은 아예 차원이 다르잖아요!”

그녀가 튀김을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와, 고추튀김 대박이다. 입안에서 난리가 나는구나. 매우면서도 안 매운 이 느낌은 뭐지?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데.”

매운맛에 그녀의 볼이 살짝 달아올랐다.

동그랗게 커지기 시작한 이미순의 눈동자에 감동이 묻어났다.

“시식할 때도 맛있긴 했지만, 지금은 아예 넘사벽인데요? 야채튀김도 맛있긴 한데, 특히 고구마튀김이랑 고추튀김은 제 입에 딱 입니당! 튀김이란 게 빤하다면 빤한 요리인데, 정말 맛있어요오! 바삭한 건 저번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자연스러우면서도 깊은 단맛과 떡볶이에서 느껴지는 고추의 특이한 풍미가 입안에서 폭발을 해요오! 떡볶이보다 고추튀김에서 느껴지는 풍미가 한 백배 더 진한데,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에욧?”

이미순이 신이 났는지 팔을 마구 흔들면서 말했다.

감탄이 섞인 그녀 특유의 목소리에 경일은 어깨가 으쓱했다.

“이번에 좋은 재료를 찾았거든요. 그래서 맛이 업그레이드가 좀 됐어요.”

“사장님, 이건 좀이 아닌데요? 완전히 수준이 달라요. 어릴 때 아버지가 데리고 가 준 일식집 튀김보다 훨씬 맛있어요. 그 튀김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줄 알았는데…….”

이미순이 약간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 너무 튀김이 맛있으니까 아버지와의 추억까지 떠오르잖아요.”

늘 밝게 웃던 이미순이 눈가에 눈물을 한 번 찍고서는 다시 환하게 웃었다.

“하여간, 이건 예술이예요! 사장님, 오늘 튀김 5인분 포장요! 친구들에게 꼭 맛보여 주고 싶어요. 아, 일단 언니에게 먼저 줘야지. 지금 1인분만 포장해 주시고… 아니다, 나도 조금 더 먹어야 하니까 2인분 포장해 주세요. 저녁에 5인분 포장 잊지 마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경일은 좀 더 바삭하게 만들기 위해 튀김 가루에 얼음물을 넣고 대충 저어 덜 섞인 느낌의 튀김 반죽을 만들었다.

재료에 빠르게 반죽을 입혀 기름 위를 한 번 휘젓듯이 돌리고는 넣었다.

“사장님, 너무 멋있어요~ 이제는 튀기는 것도 숙련된 장인같아욧.”

“하하하, 아니에요.”

경일은 부끄러워 볼이 살짝 화끈거렸다.

‘좋구나. 이런 게 사는 거지. 사람들과 어울려 정다운 대화도 하고. 내 노력을 누군가가 알아주니 정말 기분이 좋은데?’

이미순이 튀김 2인분을 포장해 돌아가는 길에 그녀의 머리 위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 고구마를 먹었습니다. 피부가 좋아집니다.]

[던전 고추를 먹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미용실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이 평소보다 더 가벼워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분식점의 다음 온 손님은 동네 아이들이었다.

“어, 튀김 오늘부터 파는가 봐.”

아이의 목소리에 실망감이 서렸다.

어제까지 연습한 튀김은 모두 공짜로 주었다.

이 사실에 제일 신나는 건 역시 동네 아이들이었다.

어느새 소문이 났고, 한동안 아이들의 방문이 계속 이어졌다.

“이젠 튀김 못 먹는 거야?”

“야, 아저씨도 먹고살아야지. 그동안 공짜로 먹었으면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해야지.”

아이들 중 그나마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나무랐다.

“하하하하하!”

경일은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아저씨, 여기 500원요.”

아이 하나가 동전을 내밀자 나머지 아이들도 500원짜리 동전을 내밀었다.

“아, 뭘 먹지?”

아이들은 메뉴가 많아지니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떡볶이도 먹고 싶고, 튀김도 먹고 싶은데.”

“나는 어묵도 먹고 싶어.”

“어묵은 국물이 공짜잖아. 그러니 떡볶이랑 튀김 중에 골라.”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말하는 아이가 귀여웠다.

그 모습을 보고 경일이 말했다.

“치킨도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 있고, 짜장면하고 짬뽕도 짬짜면이 있잖아. 아저씨 가게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500원짜리 떡볶이랑 튀김 세트가 있어.”

“와, 진짜요? 그럼 나는 떡볶이랑 튀김 세트 주세요!”

“나도요, 나도.”

아이들이 하나같이 같은 소리를 외쳤다.

경일은 떡볶이와 튀김을 하나씩 앞 접시에 담아 주었다.

어묵 국물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와, 맛있다. 아저씨, 튀김이 저번에 먹던 거랑 다른 거예요?”

“저번 거랑은 조금 다르지.”

“어쩐지 저번 것은 떡볶이보다 맛이 없었는데, 이번 것은 떡볶이보다 더 맛있어요!”

아이들은 솔직했다.

경일의 튀김 맛이 더 좋아진 이유는 아이들의 공이 컸다.

아이들은 튀김을 먹을 때마다 솔직한 시식 평을 남겨 주었고, 레시피를 조금씩 수정하며 더 맛있는 튀김을 만들 수 있었다.

“사장님, 튀김 하신다고 동네에 소문이 나서 오늘 아들과 함께 외식 나왔습니다.”

이길호가 아들 수한이의 손을 잡고 왔다.

“어서 오세요. 안에 편하신 곳에 앉으세요.”

“네, 사장님.”

“아빠, 호중이가 그러는데, 예전에 먹은 거랑은 아예 맛이 다르데.”

“그래? 얼마나 맛있어졌는지 알려면 아빠도 한 번 먹어 보는 건데. 아빠 대신 수한이가 먹고 이야기해 주면 되겠다.”

“아빠, 내가 먹고 제대로 이야기해 줄게!”

수한이의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아이는 아빠의 손을 끌면서 분식점 안으로 들어와 먼저 의자에 앉았다.

“아저씨, 튀김 주세요. 튀김!”

손을 번쩍 들고 수한이 소리치듯 주문했다.

“이 녀석아 식당에서는 조용히 해야지.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돼.”

이길호가 엄한 얼굴로 말했다.

“에이, 아빠, 저도 알아요. 근데 가게 안에는 다른 손님이 한 명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아들의 똑 부러지는 대답에 이길호의 말문이 막혔다.

“수한이가 처음 볼 때부터 똑똑한 걸 알았지만, 갈수록 비범해지네요.”

아이들이 먹은 앞 접시를 얼른 치우고 온 경일이 이길호에게 다가가며 말을 건넸다.

“하하하, 요즘 저도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이런 아들이 와 주다니. 제가 살아가는 낙입니다.”

웃으며 말하는 이길호의 얼굴이 평소보다 밝아 보였다.

“좋은 일이 있었나 보네요.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 게.”

“네. 이번에 D급 던전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와이프 병에 좋은 던전 식물을 하나 채집했습니다. 곧바로 달여서 먹였는데, 효과를 좀 봤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D급 던전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하죠. 하지만 저 같은 놈이 살려면 모험이라도 해야지 않겠습니까. 요즘 F급 던전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빈손으로 나올 때도 많아서요. E급 던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위험한 거 D급 던전에 한 번 도전해 봤죠. 하하하!”

이길호는 아들이 앞에 있어 별거 아닌 듯 가볍게 얘기했다.

경일은 웃으며 말하는 이길호가 안타까웠다.

던전 핵이 깨진 곳이라 해도 몬스터가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공략대가 던전의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이 아닌 이상, 몬스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던전 핵을 깨면 몬스터가 약해지긴 해도 몬스터는 몬스터였다.

대부분의 스캐빈저는 F급 던전에서 활동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때문이었다.

던전에서 자원을 채집 중에 몬스터를 만나도 약해진 몬스터에게 당할 일은 거의 없었다.

스캐빈저라고 불리지만 그들도 각성한 헌터였다.

굳이 싸우지 않고 도망가도 되고, 일부 스캐빈저들은 몬스터와 싸워 이긴 사람들도 있었다.

사건 사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만 주의하면 충분히 리스크를 짊어지고 활동할 만했다.

문제는 수입이었다.

그래서 일부 스캐빈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E급 던전에 진출했다.

몬스터를 피하고자 공략대의 흔적을 따라가며 던전 자원을 채취했다.

이미 공략대가 몬스터를 쓸고 지나간 길이라 몬스터를 만날 확률이 낮았다.

하지만 공략대가 몬스터뿐만 아니라 자원도 쓸고 지나간 길이라 이곳도 허탕을 치는 경우도 많았다.

가끔 수입을 위해 모험을 하는 스캐빈저들도 있었다.

공략대가 가지 않은 곳에서 자원을 채취하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수입이 좋은 대신 그만큼 위험했다.

대부분 민첩에 특화된 스캐빈저들이 모험을 선택했다.

D급 던전은 또 달랐다.

던전의 핵이 깨져 몬스터가 약해졌어도 스캐빈저가 몬스터와 만나는 순간 죽을 확률이 높았다.

아니, 거의 죽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곳은 웬만한 배짱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했다.

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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