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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53화 (53/300)

[53화] 광산

몬스터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상처를 줄 수 있는 건 헌터가 가진 마나뿐이었다.

그런 마나와 궁합이 가장 좋은 게 던전 금속이었다.

던전 금속은 기묘하리만큼 신기한 존재였다.

지구의 어떤 금속보다 강도가 약했고, 기존의 산업 어디에도 쓸모가 없는 물질이었다.

하지만 던전 금속이 헌터의 마나와 만나면 지구상의 어떤 금속보다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던전 금속은 세 종류였다.

미스릴, 오리하르콘, 아다만타이드 이 세 가지였다.

같은 양으로 따졌을 때, 아다만타이드가 마나의 전도율이 가장 높은 던전 금속이었다.

던전 금속은 지구의 어떤 금속보다 마나 친화력이 높았다.

몬스터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 최고의 무기였지만, 아쉽게도 한 가지 약점이 존재했다.

던전 금속은 영구히 쓸 수 없다는 점이다.

헌터의 마나를 받아들일수록 마나의 수용량이 떨어졌다.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불이 들어오지 않는 형광등처럼 던전 금속의 이능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러다 보니 수요보다 늘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가격은 계속해서 올랐다.

여기에 생산직 헌터가 등장했다.

대부분의 헌터들은 자금의 압박에 지구의 금속과 던전 금속을 섞은 무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제조에 관련된 스킬을 가진 생산직 헌터 즉, 대장장이들이 지구의 금속과 던전의 금속을 섞어 무기와 방어구를 제작했다.

대장장이의 제련 기술에 따라 무기의 효율을 높이고, 던전 금속의 수명을 늘릴 수 있었다.

일부 헌터들은 100% 던전 금속으로 된 무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헌터들 중 상위 5%의 수입이 있으면 가능했다.

일부 헌터들은 장비 욕심 때문에 큰 빚을 지는 경우도 많았다.

세상에 헌터가 존재하는 이상, 던전 금속이 매장된 광산은 노다지와 다름없었다.

그러다 보니 광산의 생성은 마음속에 가득 찬 짜증과 울컥 치미는 화를 한순간에 날려 버리고, 기분을 구름 위로 올려 버리기에 충분한 소식이었다.

양아치가 행패를 부린 지 일주일이 지났다.

경일은 농사를 짓는 짬짬이 던전 고유 식물과 광산을 찾아다녔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식물 찾기 스킬이 발동하지 않는 거로 봐서는 지금의 스킬 레벨로는 찾을 수 없는 듯했다.

계속 노력하다 보면 스킬이 오를 것이고, 그럼 오래지 않아 던전 고유 식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던전 고유 식물과 달리 광산은 큰 걱정이었다.

처음 생길 때는 무척 기뻤지만, 막상 찾으러 나서 보니 눈앞이 깜깜했다.

이 넓은 던전에 광산이 어디 있을지는 짐작도 되지 않았다.

“이걸 어디서 찾지? 이대로 포기하자니 너무 아깝고. 던전이 무작정 던져 준 것은 아닐 거야. 분명 광산을 찾을 실마리가 존재할건데… 이건 뭐, 실마리조차 무엇인지 짐작이 안 되니.”

경일은 다시 한번 힘을 내어 광산을 찾아다녔다.

“이건 뭐,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도 아니고.”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던전을 나와야 했다.

그는 분식점에 출근한 뒤 곧바로 재료를 준비했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음식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숙달되었다.

타타타타탁!

도마를 때리는 리듬감 있는 칼 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매대의 떡볶이와 어묵탕을 만들고, 튀김 솥의 기름을 붓고 적당한 온도로 유지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나고 손님을 받는 일만 남았다.

첫 손님은 바로 얼마 전 행패를 부렸던 주폭이었다.

“제기랄.”

경일의 얼굴이 일순간에 찌푸려지고,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주폭은 아침부터 술을 한잔 마신 듯 눈이 풀려 있었고, 볼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알콜 중독자인 듯 그의 코는 빨갛다 못해 검붉은 빛을 띤 몇 가닥 핏줄이 도드라져 보였다.

“야 이 개새끼야!”

주폭은 혀가 꼬여 부자연스러운 발음으로 대뜸 욕부터 내뱉었다.

입 냄새와 술 냄새가 섞인 역겨운 냄새가 청소가 끝난 깨끗한 분식점을 침입했다.

“네가 신고했지? 씨발, 백날 신고해 봐라. 기꺼해야 난 벌금형이야. 그까짓 벌금 안 내면 그만이야. 잡혀 가면 공짜 밥 먹고 나는 좋지. 또 신고해 봐라, 씨발놈아. 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싸가지 없이. 개호로 새끼 같으니라고. 내가 너를 가만히 둘 거 같아? 카악~ 퉷! 거지같은 새끼가 어른을 몰라보고 말이야. 어디서 지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려봐! 내가 네놈의 나이 때는 어른들 보면 눈도 못 마주쳤어. 알아들었어? 못 배워 먹은 새끼야? 저런 걸 낳고도 네 어미는 미역국을 처먹었겠지? 염병할 미역국.”

주폭은 매대 앞에 서서 주절주절 잘도 떠들었다.

경일은 곧바로 신고했다.

경찰이 오는 동안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미친개에게 물렸는데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몽둥이로 마음껏 후려 패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더 짜증이 났다.

장사하는 내내 속이 풀리지 않았다.

다음 날 장사를 하는 경일의 얼굴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굳은 얼굴을 더욱 굳게 만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양아치 3인방이었다.

“씨발, 이놈의 떡볶이는 역시 더럽게 맛없네. 이따위 것을 돈 받고 팔다니 양심도 없는 새끼. 우웩~ 우웩~”

금발 머리가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깊숙이 넣고는 억지로 구토하는 시늉을 했다.

“개 씨발, 차라리 똥 덩어리가 이거보다 더 맛있겠다.”

“씨발, 너 어제 설사하고 변기 물 안 내렸지? 우웩~ 개새끼야. 넌 설사를 한 무더기 싸 놓고 그대로 가면 어쩌자는 거야. 한 번만 더 그러면 너한테 설사를 먹여 버린다.”

코에 피어싱 한 남자가 머리의 반만 염색한 남자를 보고 으르렁거렸다.

이들의 대화를 들은 손님들이 핼쑥해진 얼굴로 먹던 숟가락을 테이블에 놓았다.

경일이 재료를 쓸던 칼을 든 채 매대로 갔다.

“어쭈, 찌르려고?”

금발이 경일을 보고 깐죽거렸다.

“찔러! 이 새끼야. 여기 CCTV도 있으니 딱 좋네. 자신 있으면 찔러 봐!”

옆에 있던 머리의 반만 염색한 놈이 웃통을 벗고 배를 내밀었다.

두 놈이 배를 앞으로 내밀며 매대를 밀었다.

튀김 속의 기름이 출렁거렸다.

경일은 손에 쥔 칼자루의 힘이 들어갔다.

손안의 단단한 칼자루가 찌그러졌다.

“꺼져. 너희에게 안 파니까 꺼지라고.”

“어쭈, 좆만 한 분식점 사장 새끼가 손님을 가리는 거야? 웃기는 놈이네. 근데 어쩌지? 난 계속 먹어야겠거든.”

금발이 경일을 향해 500원짜리 동전을 던졌다.

동전은 경일의 이마를 때리고 바닥을 떼구루루 굴렀다.

“푸하하하하하하!”

양아치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크게 웃어 재꼈다.

경일은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했다.

얼마 뒤에 온 경찰은 양아치들을 해산시켰다.

오늘은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은 터라 경찰서에 가지도 않았다.

CCTV에 된통 당한 양아치들은 교묘한 수법으로 경일의 신경을 긁었다.

그 뒤로 주폭과 양아치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타나 행패를 부렸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가끔 비슷한 나이 때의 손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했다.

이들은 사람들의 혐오스러운 시선이고, 법이고, 경찰이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날도 분식점 문을 열자마자 주폭이 들이닥쳤다.

주폭은 진흙이 묻은 신발로 깨끗이 청소해 놓은 바닥을 밟았다.

그러고는 자신이 묻힌 진흙을 다시 밟아 질질 끌었다.

깨끗했던 바닥이 진흙으로 도포되어 갔다.

경일은 자신의 정체성이 더럽혀지는 기분이 들었다.

“썅, 청소 좀 해. 식당이 이리 더러워서 되겠어?”

오히려 자신이 더럽혀 놓은 바닥을 보고 큰소리쳤다.

“좆같은 새끼가 말이야. 어른이 얘기하는데 도끼눈을 치켜뜨고 말이야. 야 이 호로새끼야! 넌 애미 애비도 없냐? 개 같은 새끼.”

주폭은 입에서 썩은 냄새를 풍기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을 뱉어 냈다.

“이 새끼야, 술 가져와. 술 가지고 오라고. 썅, 손님이 술을 달라는데 주인 새끼가 뭐 하냐고.”

경일이 움직이지 않자 주폭은 화를 내며 테이블 위에 둔 양념 통을 그에게 던졌다.

그 순간 경일이 빠르게 양념통을 낚아챘다.

일반인이 하기엔 불가능한 묘기였다.

하지만 양념통의 뚜껑이 열리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곱게 빻은 고춧가루가 공기 중에 휘날리며 경일의 깨끗한 옷과 바닥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졌다.

주폭은 경찰서에 한 번 갔다 온 이후로는 주로 말로만 행패를 부렸다.

아무리 두려울 게 없어도 경찰서에 끌려가 한동안 자유를 억압당하는 건 싫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술이 많이 취해서인지 아니면 그동안 경일이 참는 모습을 보고 만만해져서인지, 주폭은 말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행동을 가했다.

경일의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게 살심이 생겼다.

“씨발, 이 새끼 봐라. 감히 막아? 어디 또 한 번 막아 봐라.”

주폭은 자신이 던진 양념 통이 막히자 약이 올랐다.

방금 경일의 행동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겨우 2m도 되지 않은 거리에 힘껏 던진 양념통을 잡아 냈다.

하지만 술에 취해 정신이 없던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주폭은 테이블 위에 다른 양념 통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경일이 재빨리 다가와 주폭의 손목을 잡았다.

경일은 참지 않았다.

아침이라 분식점 안에는 둘뿐이었고, 마침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개새끼야,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냐? 어디 한 번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줄까?”

경일이 주폭을 향해 기세를 드러냈다.

처음으로 사람에게 헌터의 기세를 발산한 것이다.

주폭이 발로 딛고 있던 현실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이곳은 늘 행패를 부리던 공간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바늘 수백 수천 개가 날아와 순식간의 자신의 몸을 둘러쌌다.

약간만 움직여도 바늘이 따끔하게 몸을 찔러 왔다.

더욱 무서운 건 바늘 하나하나에 의지가 느껴졌고, 언제든지 자신의 몸을 뚫고 들어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시체처럼 창백해진 얼굴로 고양이 앞의 쥐처럼 벌벌 떨었다.

잘게 떨기만 할 뿐 약간의 움직임도 보이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올 거 같았다.

헌터의 살기를 정면에서 받자 정신에 엄청난 충격이 왔다.

“너 여기서 똥오줌이라도 지리면 죽을 줄 알아라.”

주폭이 경일의 살벌한 목소리에 풀리던 괄약근에 힘을 바짝 주고 버텼다.

이미 지렸는지 팬티가 젖은 것이 느껴졌다.

술이 아무리 주폭의 정신 줄을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냈어도 이건 견딜 수 있는 압박이 아니었다.

경일의 기세가 주폭의 정신 줄을 잡고 강제로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주폭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맺히고, 흐리멍덩했던 눈에 정신이 돌아왔다.

손을 빼려고 아무리 힘을 줘 봐도 경일의 손은 태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주폭이 아무리 막 나간다고 해도 이 시대의 진정한 주인인 헌터에게 개길 수는 없었다.

경일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헌터가 자신처럼 집도, 절도 없는 부랑자 한 명 정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아… 아니, 그, 그게 아니고 저, 저도 시키는 대로 할, 할 뿐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살, 살려 주세요.”

주폭은 잔뜩 겁을 먹고는 울음을 터뜨릴 거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경일의 얼굴에 한겨울 새벽의 추위 같은 차가움이 걸렸다.

주폭은 영혼이 시린 한기로 옥죄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누가 시켰지?”

경일의 고저 없는 목소리에 살기가 실렸다.

주폭은 경일의 목소리가 귀에서 들리지 않았다.

마치 뇌를 열고 직접 말하는 것처럼 한 자 한 자 그의 뇌에 직접 박혔다.

“다정 분식의 김만복이 술값을 쥐여 주길래 시키는 대로 한 거밖에 없습니다.”

주폭의 얼굴이 창백하게 물들어 갔다.

그 순간이었다.

[상대가 완전히 굴복했습니다. 광산으로 이동을 원하십니까? (Y / N)]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였다.

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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