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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55화 (55/300)

[55화] 내가 피해자라고!

“이 새끼가 이게 장난 같냐? 넌 죽었어!”

코에 피어싱 한 남자가 쇠파이프를 경일의 머리 높이에 맞춰 배팅하듯 강하게 휘둘렀다.

얼굴 바로 앞을 지나가며 쇠파이프가 일으킨 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살인에 대한 망설임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 새끼들 혹시? 그냥 본드나 빠는 질 나쁜 양아치들인 줄 알았는데.’

경일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너 하는 짓이 진짜 사람을 죽여 본 거 같다?”

“당연하지. 좆만 한 새끼야. 네놈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이제야 실감이 되지. 설마 여기가 죽을 자리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 오늘 죽었다고 생각해라. 그래야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할 거다. 킥킥킥!”

코에 피어싱 한 남자는 협박에 이어 즐겁게 웃어 댔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경일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자신이 생각한 벌이 아무래도 약해 보였다.

경일에게 겁을 주려고 허풍을 떤 것인지, 아니면 진짜 살인을 했는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입으로 인정했으니 그에 맞게 벌을 주면 되는 문제였다.

“너희는 내가 생각한 거보다 더 질이 안 좋네. 형이 적당히 벌을 주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당당하게 말하는 경일의 모습에 금발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 새끼 멀쩡한 놈인 줄 알았는데, 완전 또라이잖아. 상규야 그 새끼한테 전화 걸어. 이 정도 또라이 새낀 줄 알았으면 이 돈으로 안 되지. 마무리까지 해 주는데 최소 다섯 배는 더 받아야겠다.”

금발이 발끈하며 말했다.

코에 피어싱 한 남자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스탑, 스탑. 지금 김만복한테 전화하려는 거지. 그건 내가 곤란해.”

경일은 조용히 일을 끝낼 생각이었다.

괜히 이 상황이 김만복의 귀에 들어가 봐야 좋을 게 없었다.

혹시나 그가 잠적이라도 하면 자신만 골치 아팠다.

찾는 건 스킬이 있으니 문제가 없으나, 멀리 도망가 버리기라도 한다면 안 그래도 바쁜데 그건 곤란했다.

“어라! 네놈이 그걸 어떻게 알아?”

금발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다 아는 수가 있지.”

“네놈이 알든 말든 중요한 건 아니지. 상규야, 얼른 전화해.”

“내가 분명하지 말라고 했다.”

경일의 목소리가 살벌하다.

“미친 새끼가 어디서 전화를 하라 마라야.”

금발이 고개를 비스듬히 꺾으며 띠꺼운 표정으로 경일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런 금발의 말에 맞춰 코에 피어싱 한 남자가 살기를 피워 올렸다.

험악한 눈초리로 경일을 한번 노려보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너 핸드폰 도로 넣어라.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핸드폰 안 넣으면 너 제대로 피똥 싸게 될 거다.”

김만복의 번호를 찾는 코에 피어싱 한 남자에게 다시 한번 경고했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새끼가. 네가 하지 말라면 내가 안 할 거 같아? 졸라 멍청한 새끼네. 너 딱 기다려. 네 목숨 값을 새로 흥정해야 하니까. 멍청한 새끼 때문에 한동안 돈 걱정은 없겠네. 아주 감사해, 병신아.”

코에 피어싱 한 남자는 무대 위의 연극배우처럼 크게 인사를 하며 경일을 향해 중지를 세웠다.

김만복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퍽 하고 핸드폰이 터져 나갔다.

“아아아악!”

손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코에 피어싱 한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금발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눈꺼풀을 빠르게 깜빡였다.

핸드폰은 폭발한 듯 윗부분이 날아가고 없었다.

코에 피어싱 한 남자도 너무 놀라 손의 고통도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침을 꿀꺽 삼킨 그의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

그는 이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새끼가 지금 뭔가를 던진 거 같지 않았어?”

코에 피어싱 한 남자가 놀라며 말했다.

“맞아 저 새끼가 지금 뭔가를 던졌어. 아니, 분명 던졌어.”

금발의 몸에서 삐질삐질 땀이 나고, 숨소리가 떨렸다.

분명 던지는 자세를 보긴 했는데, 뭐가 핸드폰을 때렸는지는 너무 빨라서 보지를 못했다.

“설마? 저 새끼 설마?”

“말도 안 돼…….”

“아닐 거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양아치들은 하나같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머릿속은 같은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들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과 같았다.

제 발로 걸어가 그 앞에서 겁도 없이 온갖 재롱을 떤 것이다.

화난 사자가 입을 한껏 벌리고, 자신들을 물어뜯으려 하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이들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길 빌고 또 빌었다.

“이런, 왜 말을 못 해? 헌터라고, 왜 말을 못 해? 큭큭큭!”

경일이 양아치들이 끝까지 외면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내뱉었다.

금발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조금 전까지 전가의 보도 같던 잭나이프가 이제는 이쑤시개처럼 보였다.

자신들이 무기를 들고 있다고 해도, 숫자가 많다고 해도, 헌터는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조금 전에 경일이 던진 무언가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 않은가.

핸드폰을 부순 거처럼 간단하게 자신들을 부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시간을 낭비하는 걸 정말 싫어해. 할 일이 너무 많거든. 너희 때문에 내 피 같은 시간을 낭비했잖아. 오늘 안으로 이 일을 모두 해결할 생각이거든.”

경일이 겁을 줬지만,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은 게 아직 완전히 굴복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뭐, 사실 건강한 몸으로 보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광산에서의 고생은 고생이고, 맞을 건 맞아야지.

‘아직 뻣뻣한 거 같은데, 내가 아주 나긋나긋하게 만들어 주지.’

경일이 살짝 상체로 숙이다니 탄알처럼 튀어 나갔다.

금발은 경일이 움직였다고 인지한 순간, 잭나이프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다르게 잭나이프는 허무하게 허공을 베고 지나갈 뿐이었다.

“아아악!”

금발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경일은 거침없이 금발의 발목을 후려 찼다.

빠직!

소리와 함께 금발이 공중에서 반 바퀴 돌면서 어깨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머리를 반만 염색한 남자가 쇠파이프를 내리쳤다.

“윽.”

퍽!

소리와 함께 경일의 등에서 화끈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아프긴 했지만, 신체가 강화된 헌터인 만큼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씨발. 넌 뒤졌어.”

경일이 아픔을 참으며 머리를 반만 염색한 남자 쪽으로 몸을 돌렸다.

모든 힘을 실어 친 공격을 견디는 모습에 그는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

땡그랑!

힘없이 떨리는 손에서 미끄러진 쇠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하, 항복.”

머리를 반만 염색한 남자는 재빨리 꿇어앉으며 항복을 외쳤다.

“이런 개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등에서 느껴지는 아픔도 아주 짜증스러운데, 꿇어앉아 아이처럼 손을 드는 모습에 더 큰 짜증이 밀려들었다.

경일은 머리를 남자의 명치에 앞발을 박아 넣었다.

“컥!”

정확히 명치를 맞은 그는 벌어진 입에서 침을 흘리며,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금발과 머리를 반만 염색한 남자가 정신이 나가 버릴 듯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각자 아픈 부위를 감싸며 바닥을 떼구루루 굴렀다.

바닥에서 고통으로 뒹굴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 코에 피어싱 한 남자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손에서 힘없이 미끄러진 쇠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졌다.

[상대가 완전히 굴복했습니다. 광산으로 이동을 원하십니까? (Y / N)]

경일은 마음속으로 NO라고 말했다.

겨우 이 정도로는 그의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코에 피어싱 한 남자가 떨어뜨린 쇠파이프를 잡았다.

그 모습에 양아치들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파리하다 못해 풀빛으로 변했다.

퍼억!

첫 타격음은 코에 피어싱 한 남자의 몸에서 들렸다.

퍽퍽퍽퍽퍽퍽!

한 방에 나가떨어진 그를 향해 매타작이 시작됐다.

“이 새끼야, 다시 한번 씨불여 봐. 뭐, 항복? 이게 미쳤나? 항복만 하면 모든 게 끝이야?”

“항복 이야기는 진원이가 했어요. 내가 한 게 아니에요!”

“시끄러, 이 새끼야. 누가 하던 어차피 다 맞을 거야.”

잠깐 머쓱해진 경일은 구타를 이어 갔다.

“아아아악! 잘못했습니다, 살려 주세요!”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빌고 또 빌었지만, 자비란 없었다.

“닥쳐, 이 새끼야. 네놈에게 받은 고통을 딱 열 배로 해서 돌려주지.”

악귀의 형상으로 사정없이 내려치는 모습에 금발과 머리를 반만 염색한 남자는 겁에 질렸다.

다음이 자신들의 차례라는 건 세 살 먹은 아이도 알 수 있었다.

‘도망칠까?’

금발이 부러진 발목에서 오는 고통은 앞으로 벌어질 매타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거라 느껴졌다.

그가 슬금슬금 출입구 쪽으로 기어가려는 순간, 싸늘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박혔다.

“너, 거기서 1㎝만 더 움직이면 두 배로 맞을 줄 알아라.”

금발은 그대로 얼음 동상처럼 얼어붙었다.

닥쳐올 미래가 이렇게 두려울 수가 없었다.

처절한 구타의 시간이 열렸다.

버려진 건물에는 양아치들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지옥과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드디어 끝이 났다.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로 온몸이 아팠지만, 힘든 시간이 지나갔다는 사실에 그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뭐, 뭐야?”

놀란 양아치들의 비명과 함께 이들의 몸이 연해지더니 곧바로 사라졌다.

[광산에 새로운 광부가 들어왔습니다.]

경일은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김만복은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들었다.

처음의 시작은 멍청하고, 건방진 놈에게 작은 교훈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비장의 수가 경일에게 제대로 대치기를 당해 버렸다.

“염병할, 그놈은 멍청한 초보 장사꾼이 아니었어. 모든 건 내 방심을 끌어내기 위한 그놈의 간악한 흉계였어. 그때라도 그놈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려야 했는데.”

한 번 상한 자존심이 그의 눈을 가렸다.

동네 분식이 장사가 잘되는 모습에 꼬투리를 잡아 영업정지를 시키려 했는데, 실패하고 오히려 김 주임에게 큰돈을 뜯겼다.

“그때라도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가게를 정리해야 했어.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아니지!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난 그놈의 흉계에 빠진 것뿐이야. 난 피해자라고!”

맛으로 이겨 보려고 거의 이윤도 없이 음식을 판 덕에 몇 달 동안 수입이 없었다.

그 사이 통장의 돈은 점점 말라 갔다.

비장의 술수 또한 동네 사람들에게 들켜 다정 분식은 문을 닫고 말았다.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분식점을 팔지도 못했다.

지금도 월세는 꼬박꼬박 나가고 있었다.

동네 분식이 버티고 있는 이상,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확률은 없었다.

다른 동네에서라도 분식점을 열고 싶었지만, 너무 비쌌다.

분식점을 팔지 못해 돈이 묶여 있는 것도 있고, 몇 달 동안 입은 손해가 너무 컸다.

집을 팔아 모자란 돈을 보태 다른 곳에서 분식점을 열고 싶었지만, 아내가 결사반대했다.

절대 집은 팔 수 없다고 버텼다.

“망할 여편네! 자기가 언제부터 사모님 소리를 들었다고, 이 동네 아니면 안 된다니. 촌년 주제에 누구 덕에 잘 먹고 잘살았는데.”

다정 분식을 닫으면서 가정이 엉망이 되었다.

가장으로서의 권위는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졌다.

“아니, 들어 보니 모두 당신이 잘못한 거잖아. 당신이 잘못한 걸 가지고 왜 모든 식구가 힘들어야 해? 그리고 아무리 무식해도 그렇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에 아들이랑 아들 친구까지 동원해? 그 일로 내가 얼마나 곤란했는지 알아? 일일이 가서 사과하고 빌었어. 아무리 생각이 없다지만, 어떻게 그런 짓을 해. 들어 보니 그 집 음식이 그렇게 맛있다면서. 가서 싹싹 빌고 그 집 레시피를 배워 오면 이 집 팔아서 새로운 분식점 내는 거 찬성할게. 못 사는 동네에서나 통하던 실력 가지고 다른 곳에서 장사하면 성공할 거 같아? 하나 있는 집이나 지킬 생각을 해. 그리고 김 주임한테 뜯긴 돈이나 받아 와. 당신이 바보야? 왜 그런 놈한테 그렇게 큰돈을 뜯겨. 지금 당장 가서 받아 와. 필요도 없어진 놈에게 돈이나 뜯기고 말이야. 나가 죽어, 이 원수야!”

생활비라도 줄여 보려 했지만, 기존의 생활 방식이 있다면서 아내의 반발이 컸다.

아내와는 매일 다투었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무조건 아내 편만 들었다.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아들의 행실이 섭섭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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