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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75화 (75/300)

[75화] 광산 운영

처음 보는 아이가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해 주자 경일이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아이가 참 대견스러웠다.

“아저씨, 여기 처음 오죠. 와~ 여기 새로운 사람이 오는 게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요즘은 아무도 안 오거든요. 아저씨는 무슨 일로 왔어요? 수녀님 만나러 왔어요?”

수아가 자신의 옆에 붙어 재잘재잘 떠드는 목소리가 퍼져 나갈수록 주위의 공기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해맑게 떠드는 모습에 수녀님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졌다.

“어, 그래.”

“잠시만요. 수녀님, 수녀님. 손님 왔어요.”

수아는 짧은 다리로 참 열심히도 달려갔다.

이해인 수녀를 만나 인사를 건네고 싸 온 음식을 내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육원 식당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떡볶이와 어묵을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해 주는 모습에 경일은 매일 이곳에 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수아가 떡볶이를 한입 베어 먹을 때마다 놀라워하는 얼굴이 지금도 똑똑히 생각이 났다.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이 동그랗게 변하고, 순간 호흡을 멈춘 듯 떡볶이를 가만히 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수아는 던전병이 걸리기 전까지 늘 경일을 가장 먼저 맞아 주었다.

“아저씨.”

아직 보육원까지 거리가 한참 남았는데, 저 멀리서부터 수아가 경일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수아가 보육원 입구에 서서 열심히 작은 팔을 흔들어 댔다.

거리가 어두워 아이의 작은 몸의 형태만 보였지만, 경일은 수아의 환한 얼굴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다.

“어, 수아야!”

수아의 밝은 에너지에 밀려 처음에는 어른인 경일이 쭈뼛거리기도 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려 준다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었다.

수아의 웃음 한 방이면 그날의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 버리고 새로운 힘이 솟았다.

고아인 자신에게 피붙이가 한 명 생긴 기분이었다.

그랬던 수아가 어느 날부터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다.

던전병이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가장 고통스러운 증상이 나타나는 던전병에 걸렸다는 말에 눈물이 났다.

던전병을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던전병이 걸린 사람을 본 건 수아가 처음이었다.

경일은 죽을 먹이면서 매우 조심이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이 피부에 닿지 않게 최대한 가까이 대어 수아의 체온을 느꼈다.

“아저씨, 배불러요.”

“그래, 아저씨가 죽 많이 가져다 놨으니까, 배고프면 수녀님께 말해서 먹어. 알았지?”

“네.”

“그럼 아저씨 이만 갈 테니 한숨 푹 자.”

“네, 안녕히 가세요.”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느껴질 텐데도 수아는 경일을 보며 웃음을 지어 주었다.

저 웃음이 매일 조금씩 희미해질 때마다 마음이 불안해져 왔다.

수아의 웃음을 볼 수 있어 행복이 넘쳤던 보육원 방문이었는데…….

지금은 울지 않으려, 아무렇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다.

던전으로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은 매우 빨라졌다.

하루라도 빨리 수아를 낫게 할 던전 고유 식물을 찾아야 했다.

던전의 일상이 더욱 바빠졌다.

할 일이 늘어나자 경일은 잠을 줄였다.

헌터 레벨이 올라가면서 신체가 강해지자 체력적으로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신이 지쳐 가는 걸 막지는 못했다.

잠은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의 휴식이기도 했다.

경일은 무리해서 던전의 깊은 곳에 와 있었다.

그는 지금 깊은 산속을 걷는 중이었다.

수풀이 우거진 곳을 낫 하나에 의지한 채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삭! 삭!

경일이 낫을 휘두를 때마다 길을 막던 잔가지들과 풀들이 잘려 나갔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네. 식물 찾기 스킬을 아무리 실행해도 던전 고유 식물이 어디에 있는지 느낌조차 없잖아. 스킬 레벨이 올라가야 찾을 수 있으려나. 처음 이 스킬이 생기고 무척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반쪽짜리 스킬이었어. 그나저나 이렇게 헤맸으면 하나 정도는 눈에 띌 만도 하잖아. 분명히 있는 걸 알고 있는데, 못 찾으니 마음이 더 갑갑하네.”

경일은 평소에 지구의 식물들을 공부하면서 던전 고유 식물도 틈틈이 공부했다.

하지만 책의 그림만 보고 실제로 찾기는 쉽지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초보자가 사진으로 본 식물을 실제로 찾는 건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던전 고유 식물은 뛰어난 효능과 다르게 워낙 흔하게 생겨서 찾는 것이 더 힘들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일 때까지 부지런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던전 고유 식물을 찾는데,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광부 차경호, 이상규, 심진원이 광산의 생산 활동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광산 운영에 지장이 생깁니다.]

이들은 경일이 광산에 넣은 양아치 3인방이었다.

양아치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메시지로 알려 왔다.

“이것들이. 안 되겠네. 반성하라고 넣어 놨더니 문제를 일으켜? 잘 걸렸다.”

경일은 안 그래도 짜증이 가득 찼는데, 양아치들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소식에 머리끝까지 화가 뻗쳤다.

그는 곧바로 스킬 광산 관리를 실행했다.

[광산에서의 일을 확인하시겠습니까? (Y / S)]

Yes라고 생각한 순간, 광산에 관한 정보가 모두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잠시 두통이 왔으나, 스탄다비아의 동조 때 한 번 겪은 터라 처음보다 쉽게 넘어갔다.

고성능 CPU가 데이터를 읽어 들이듯 순식간에 경일의 뇌 속에 모든 정보가 들어왔다.

광산의 현황.

지금까지의 생산량.

그리고 광부들이 했던 모든 말과 행동까지.

처음 경일의 머릿속에 보인 인물은 주폭이었다.

그는 광산의 1호 주민이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움막에 있던 주폭은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긴 어디지? 그 새끼는 또 어디로 사라진 거고. 내가 왜 숲속에 있는 거지?”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의 눈에 지옥의 입구 같은 동굴이 보였다.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이 동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는 동굴이 광산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현실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 리 없잖아.”

그는 몇 년 만인지 모를 정신을 차렸다.

너무 놀라서인지 몸속의 술기운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늘 흐리멍덩하던 눈에 빛이 돌아왔다.

술기운이 머물던 자리에 공포가 대신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두려움에 떨었다.

술이 깼다고 하나,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꿩처럼 머리를 다리 사이에 숨기고 떨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앞에 흐릿한 세 개의 형체가 생겨났다.

형체가 점점 진해지더니 온전한 형태의 사람이 나타났다.

양아치 3인방이었다.

가장 먼저 금발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흰자위에 핏줄이 서 있었다.

“씨발, 이게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도대체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그놈의 정체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설마 악마 새끼야? 내가 지금 악마에게 잡혀 온 거야?”

금발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가 느끼는 감정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다를 바 없었다.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난 분명 조금 전까지 아지트에 있었어. 그런데 어떻게 내가 숲에 있을 수 있는 거지? 이 새끼가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 나와! 개새끼야, 나오라고! 모두 네가 꾸민 걸 잘 알고 있어. 왜 죄도 없는 내가 여기에 있는 거야?”

금발이 미친 듯이 주위를 뛰어다니며 발광하고 있을 때, 머리를 반만 염색한 남자의 눈앞에 희미한 형태가 떠올랐다.

“경호야. 경호야, 저것 봐. 이상한 게 있어.”

머리를 반만 염색한 남자의 목소리에 금발이 발광을 멈추고 앞을 봤다.

형태가 점점 찐해지더니 한 남자가 나타났다.

김만복이었다.

“어, 저 새끼는. 우리한테 그 동네 분식 사장 놈을 괴롭히라고 시킨 새끼잖아.”

금발이 곧바로 달려가 김만복이 멱살을 잡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 네가 괴롭히라고 한 새끼 정체가 뭐야?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나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금발이 김만복의 멱살을 흔들며 소리쳤다.

“컥컥컥컥!”

김만복은 숨이 막히자 금발의 손을 강하게 내려쳐 벗어났다.

“이 새끼야, 뭐 하는 짓이야? 사람을 죽일 셈이야?”

금발이 손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화가 나 김만복의 배를 걷어차 버렸다.

“컥!”

명치를 제대로 맞은 김만복이 바닥에 넘어졌다.

밀려드는 고통에 몸을 말며 입에서 침을 흘렸다.

“이 새끼가 어디서 큰소리야. 죽고 싶어?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마침 잘됐네.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 당신이 우리에게 그놈을 괴롭히라고 시키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이런 일을 겪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

금발이 명치를 맞은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김만복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책임지라고!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 거냐고, 이 새끼야! 나를 엿 먹이려고 그놈을 괴롭히라고 시킨 거지!”

금발은 분이 풀릴 때까지 김만복을 걷어찼다.

“이 어린놈의 새끼가 뭐라는 거야? 아파, 아프다고. 그만해, 이 새끼야.”

김만복은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며 금발의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 냈다.

“헉헉헉헉!”

경일에게 맞아 몸 상태가 좋지 않던 금발은 금방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그들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들은 광부입니다.

광산에서 캔 금속 100g은 한 끼 식사와 교환됩니다.]

공통의 내용을 담은 메시지가 떠오른 이후 각자에게 개인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김호근은 2년간 광산에 광부로 투입됩니다.]

[차경호은 2년간 광산에 광부로 투입됩니다.]

[이상규은 2년간 광산에 광부로 투입됩니다.]

[심진원은 2년간 광산에 광부로 투입됩니다.]

[김만복은 2년간 광산에 광부로 투입됩니다.]

메시지를 본 그들은 하나같이 얼이 빠졌다.

고통에 신음을 흘리던 김만복까지 한순간 멍해졌다.

그제야 그들은 동굴이라 생각했던 곳이 광산이란 것을 알았다.

그들의 발밑에 다섯 개의 곡괭이가 있었다.

분명 이곳에 와서 본 적이 없던 곡괭이가 어느새 그들의 발 앞에 있었다.

어서 빨리 일하라는 듯이 곡괭이의 날에서 빛이 났다.

그들은 얼이 빠졌다.

정신이 돌아온 금발이 소리 질렀다.

“씨발, 지금 나보고 일을 하라고? 그것도 광산에서 일하라는 거야? 미친 거 아냐? 내가 왜 광석을 캐야 하는데? 난 못해. 못한다고. 배 째라고 해.”

금발은 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 버렸다.

그를 따라 머리를 반만 염색한 남자와 코에 피어싱 한 남자까지 같이 드러누웠다.

주폭도 그에 동조한다는 듯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숲의 해는 금방 사라졌다.

어둠이 밀려오고, 온도는 빠르게 내려갔다.

불을 피워 보려고 해도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광산으로 텔레포트 된 그들은 입고 있는 옷 이외의 것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주위가 추워지자 금발이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이 미친놈아! 우리를 얼어 죽일 셈이야? 최소한의 것은 줘야 하잖아. 라이터라도 달라고, 개새끼야! 담배랑 라이터는 내 거잖아. 내 돈으로 산 내 거라고. 강도 새끼도 아니고 왜 남의 것을 가지고 가냐고.”

금발이 악에 받쳐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도시에 살던 이들이 어두운 숲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어둠은 진해졌고, 눈앞의 사람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다.

불을 피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실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추위와 어둠을 버티며 숲의 혹독한 밤을 보냈다.

악몽 같은 긴 밤이 지나고 해가 떠올랐다.

이들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

특히 알코올 금단 증상에 시달리고 있던 주폭은 거의 정신이 나가 있었다.

어둠이 주는 공포와 추위에 한숨의 잠도 자지 못했다.

금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일어나.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 여기가 어딘지 몰라도 여기서 벗어나야 해. 일단 주위를 둘러보자.”

금발에 말에 그의 동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봐, 어딜 가려는 거지? 나도 데리고 가 줘.”

김만복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들을 따라가려 했다.

금발에게 맞은 그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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