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114화 (114/300)

[114화] 사건의 종결

손필견은 복부의 상처를 한 손으로 눌르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머리를 보호했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경일의 몽둥이는 조금의 인정도 묻어 있지 않았다.

죽든 말든 그는 사정없이 손필견을 내려쳤다.

어느 정도까지는 묵묵히 맞으며 고통을 참아 내던 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아악!”

“조용히 해, 이 새끼야! 조금이라도 시끄럽게 하면 네 입에 몽둥이를 쑤셔 박을 줄 알아.”

경일도 만만치 않은 독종이었다.

손필견은 어느 정도 때렸으면 몽둥이질을 멈출 거라 생각했는데, 그의 몽둥이는 애초에 멈출 생각이 없는 듯 같은 리듬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타작했다.

“그, 그만 때려, 이 새끼야! 차라리 그냥 죽여!”

“이 새끼는 양심도 없네. 조금 전에 네가 나한테 한 말 생각 안 나냐? 뭐? 고문? 죽고 싶어 안달이 날 만큼 괴롭힌다고? 오히려 죽고 싶어서 기술을 전수할 방법을 생각해야 할 거라고? 너 같은 새끼는 편의점 문 닫을 때까지 맞아야 해. 아~ 요즘은 편의점도 문을 닫으니 그건 안 되고. 어쨌든 뼈가 가루가 될 때까지 맞아 보자!”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경일은 화가 난 얼굴로 인정사정없이 손필견을 때렸다.

“그, 그, 그만해… 사, 살려 줘…….”

몽둥이에 장사 없었다.

단단한 돌처럼 보이던 손필견도 결국에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빌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일은 악마 같은 얼굴을 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같은 리듬으로 손필견을 후려쳤다.

“아아악! 아악! 잘, 잘, 못했습니다! 살, 살려 주세요!”

손필견의 비명을 지르며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미스릴 몽둥이는 한 방 한 방이 너무도 아팠다.

마치 거대한 기둥에 몸을 강타당하는 아픔이 밀려들었다.

“제, 제발, 그…만.”

힘없는 그의 목소리와 달리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하여간 이것들은 보통 독종이 아니라니까.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를 생각 중인가 보지? 버티면 무슨 방법이 생길 거 같지? 마음대로 해. 버틸수록 너만 손해야. 네가 마지막이라 시간도 많은데 잘됐다. 네 덕에 내가 살아난 것도 있고 해서 곽마권보다는 덜 때리려고 했는데, 알아서 맞겠다는데 내가 사양할 필요는 없지.”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미스릴 몽둥이는 기계처럼 손필견의 몸을 때렸다.

견디기 힘든 고통에 결국 그의 마음은 급격하게 꺾여 갔고, 결국 바지의 앞섶이 축축해졌다.

[상대가 완전히 굴복했습니다. 광산으로 이동을 원하십니까? (Y / N)]

“씨발, 맷집이 좋은 놈이라 그런지 더럽게 질기네. 손에 물집이 다 생겼어. 너는 평생 나만 생각하면 이가 갈릴 거야. 네 친구도 있을 테니 둘이서 한 번 잘해 봐. 아 참, 중요한 걸 안 물었네. 내가 던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또 알고 있지?”

“나…나만 알고 있었어.”

손필견은 힘없이 대답했다.

경일은 미련 없이 그를 광산으로 보내 버렸다.

손필견이 사라지자 적막감이 감도는 거실은 엉망이었다.

대부분의 물건이 박살 나 있었고, 벽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흔적을 안 남기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방법이 없겠는걸.”

경일은 핏자국만 깨끗이 지웠다.

싸운 흔적은 어쩔 수 없으니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날이 밝아 오기 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분식점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동네가 떠들썩했다.

거의 40명 정도의 헌터가 서로 싸우다가 죽었으니 소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로의 시체는 빠르게 치워졌다.

의외로 소란은 금방 가라앉았다.

싸움에 대한 것도 뉴스에 잠깐 나오고 끝이었다.

경찰에서도 특별히 조사를 나온 사람은 없었다.

헌터간의 싸움은 끝이 없이 일어났다.

힘을 가진 헌터들에게 법보다는 칼이 훨씬 가까웠다.

더군다나 신화 길드와 대복 길드가 원수지간이라는 것은 워낙 유명했다.

일반인의 피해가 없어 경찰은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

헌터에 관한 사건이라 헌터 협회에서 조사해야 하지만, 그들도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다.

헌터 협회는 헌터간의 분쟁에 일일이 끼어들 만큼의 여력이 없었다.

게이트를 탐색하고 던전을 처리하는 일만 해도 그들은 바빴다.

신화 길드는 길드장과 1팀장이, 대복 길드는 길드장이 사라졌다.

대복 길드장 집에서 격렬하게 싸운 흔적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알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두 길드의 길드장이 실종 상태라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신화 길드가 저를 괴롭힌 이유는 저도 궁금합니다. 산동네에서 기껏 분식점이나 하고 사는 저를 왜 그토록 악독하게 괴롭혔을까요? 사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이유를 알게 되면 저한테도 꼭 좀 알려 주십시오. 이유를 알아야 속이라도 시원하지 않겠습니까.”

경일한테도 조사관이 왔지만,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다.

조사관은 평소 원수사이이던 두 길드의 싸움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시켜 버렸다.

곽마권이 사라지자 식중독 검사 결과는 금방 나왔다.

음성으로 재료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식중독 신고 전화는 모두 허위로 밝혀졌으며, 담당 공무원은 가벼운 징계로 끝이 났다.

경일은 돈을 먹은 공무원을 광산으로 보내 버릴까 하다가 그건 너무 가혹한 거 같아서 이번에는 참기로 했다.

만약 또다시 자신과 얽히면 그때는 미련 없이 광산으로 보내 버릴 생각이었다.

* * *

스탄다비아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의 대부분은 알리사 영지민과 유민들 사이에서 발생했다.

모든 사람이 스탄다비아의 생활에 적응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 사람은 오히려 이주 전의 생활을 그리워했다.

과거 알리사 이주민들은 영주의 철저한 무관심과 수탈 속에서 생활했다.

영주의 무관심은 여러 범죄가 일어나는 토대가 됐다.

치안이 나빠지자 영지민들에게 또 다른 지옥이 펼쳐졌다.

이미 수입 대부분을 세금으로 바치고 있는 판국에 그들을 핍박하는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깡패들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기어이 뺏어 갔다.

그 중심에 있는 이가 루드웨어였다.

루드웨어는 몰락 귀족의 자손이었다.

준 남작의 아들로 그는 가진 지위에 비해 지나치게 선민의식을 가진 자였다.

준 남작은 귀족 신분을 나타내는 최소한의 이름으로, 사실상 명예직에 불과한 이름뿐인 작위였다.

하지만 루드웨어 자신은 평민 무지렁이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여겼다.

비록 가문이 몰락해 가진 것은 없었지만, 자신에게는 고귀한 귀족의 피가 흐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선택받은 귀족이며, 이런 쓰레기장에서 사는 건 자신을 단련시키는 하나의 시련이라고 생각했다.

루드웨어의 목표는 몰락한 가문을 일으키고 더 높은 귀족의 지위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빈털터리였다.

그런 그에게도 하나의 무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조상 대대로 내려온 하나의 검술이었다.

자신을 더러운 늪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줄 유일한 동아줄은 검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검술을 수련한 그는 어느새 마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자신이 강해지자 온갖 날파리들이 자연스럽게 꼬여 들었다.

나바론은 영지민들을 수탈의 대상으로만 봤고, 영주로서의 의무는 모두 손을 놓아 버리자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그는 자신에게 모여든 날파리들을 모아 하나의 길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길드의 수장이 되어 힘으로 마을 사람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온갖 행패를 부리고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 갔다.

루드웨어는 이렇게 모든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

나름 어릴 때 기본적인 공부를 한 그는 마을 사람들을 더 옥죄기 위해 돈이 급한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워낙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 큰일이 닥쳤을 때 돈을 빌릴 때가 없었다.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이자의 돈을 빌렸고, 루드웨어는 그들이 죽을 때까지 피를 빨았다.

이자를 못 내면 아내와 딸을 강간했고, 나중에는 어린아이들을 노예 상인에 팔았다.

온갖 방법으로 마을 사람들의 피를 빨아 온 그에게 영지전의 패배는 큰 충격이었다.

그는 즉시 모든 활동을 멈추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봤다.

새롭게 영주가 된 자포리자는 기존의 영주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다.

자포리자는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

돈도 되지 않는 가난뱅이들을 보살피고 그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었다.

병사들이 정기적으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치안에 신경을 쓰자, 루드웨어는 발톱을 숨기고 깊숙이 영지민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영지민들의 이주가 발표되고, 그도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뺏은 막대한 땅과 건물이 이곳에 있었지만,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을 뜯을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이었다.

스탄다비아로 이주한 그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지냈다.

기회를 기다리며 조용히 지내던 중 그의 부하 한 명이 마을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렸다.

차용증을 내밀며 농부의 딸을 데려다 당연하다는 듯이 강간했다.

그 부하는 현재 루드웨어의 옆에 없었다.

그는 스탄다비아에도 없었다.

강간한 다음 날, 치안대에 끌려가 곧바로 사형을 당했다.

기회만 누리던 루드웨어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여기서는 자신이 나설 일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스탄다비아는 하루가 지날수록 발전해 갔다.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도 발전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알리사에서 보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은 변해 있었다.

죽지 못해 살던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이 점점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보였다.

이전에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사람들이 이제는 그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얼굴을 들고 다녔다.

감히 고귀한 귀족의 피가 흐르는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세우다니, 루드웨어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가문의 검술을 꾸준히 연마했다고는 하지만, 이곳에 온 뒤로 자신의 실력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병사들이 몬스터를 향해 내지르는 창은 날카로웠으며, 자신 따위는 한 방에 심장을 꿰뚫을 것 같은 위력이 있었다.

부하들은 한 명 두 명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떠나갔다.

오늘도 패배감에 젖은 채 방에 틀어박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모아 둔 재산도 모두 떨어져 갔다.

이제부터는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는 죽어도 싫었다.

알리사에서 세상모르고 설치던 때를 그리워하던 그는 싸구려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툭툭!

누군가 자는 루드웨어를 발로 건드렸다.

“이 새끼, 안 일어나는데요?”

“가서 물 한 동이 떠 가지고 와.”

“네!”

정체 모를 남자의 명령을 들은 남자가 얼른 밖으로 나가 보기만 해도 차가워 보이는 물 한 동이를 떠서 방으로 들어왔다.

“이리 줘 봐.”

물통을 건네주는 남자의 눈에 살짝 짜증이 맺혔다.

물은 자신이 떠왔는데 재미는 다른 사람이 누리자 짜증이 인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얼른 표정을 지우고 물통을 건넸다.

쫙~

물통에서 물이 시원하게 쏟아져 내렸다.

얼어붙기 바로 직전의 차가운 물이 루드웨어의 얼굴에 쏟아져 내렸다.

“어푸어푸!”

뼈가 시리도록 차가운 물에 정신 번쩍 들었다.

그는 정신이 없는지 눈도 제대로 뜯지 못한 채 연신 입에 들어온 물을 뱉어 내며 물길을 피하려 고개를 흔들었다.

루드웨어가 잠에서 깨어났지만, 물줄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남자는 허우적거리는 루드웨어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깔깔깔 웃으며 계속해서 그의 얼굴에 커다란 물통이 빌 때까지 물을 부었다.

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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