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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224화 (224/300)

[224화] 던전 참여

“그럼 우리가 들인 비용까지 그들에게 부과하는 겁니다. 이미 준비가 끝난 우리의 병력을 빼고 그들의 군대를 넣어 주는 거니, 그들로서는 두 배의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그럼 예상보다 큰 비용에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솔직히 베르아스 왕국의 3대 종교가 똘똘 뭉쳐 일을 진행하는데, 여기에 쉽게 반기를 들기는 힘들 겁니다.”

켈레우스의 논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번지르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보면 힘으로 누르자는 이야기였다.

이데카른과 쉐울은 그의 마지막 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화가 나 있던 이들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스며들었다.

“그럼 병력의 규모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 거 같습니까?”

쉐울에 말에 켈레우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스탄다비아의 규모로 봐서는 5만 명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이 정도면 왕국도 모른 척하겠지요.”

“그럼 병력도 비용도 모두 N분의 1로 하고, 스탄다비아에서 나오는 이득도 모두 공유하는 것으로 하지요. 동의하십니까?”

쉐울이 이데카른과 켈레우스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이로써 스탄다비아를 노리는 또 하나의 적이 태동을 시작했다.

* * *

한창 분식점이 바쁠 시간이지만, 경일은 다른 곳에 있었다.

우해수가 급하게 만남을 요청해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여긴가?”

경일이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초밥집이었다.

“어서 오세요.”

깔끔한 옷을 입은 직원이 경일을 향해 인사했다.

“우해수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네, 이쪽으로.”

직원의 안내로 경일은 구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우해수가 경일을 보고 일어나며 인사를 건넸다.

“네. 오래간만입니다.”

경일은 짧게 대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식사 안 하셨죠?”

“네.”

“그럼, 먼저 식사부터 하시지요.”

우해수가 주문하자 직원은 조용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벼운 안부 이야기가 오가며 식사가 끝이 났다.

“오늘 식사 어떠셨나요?”

“맛있네요.”

“다행이네요. …오늘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 의아하셨을 겁니다.”

“…….”

경일의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사실 부탁이 있어 급히 만나자고 한 겁니다.”

경일은 혹시나 우성범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성범의 일이 아직 그녀의 귀에 들어가진 않은 모양이군. 하긴, 우성범이 자신이 불리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떠들고 다니진 않겠지.’

사실 우해수가 알아도 별 상관은 없었다.

조금 귀찮아질 수도 있겠지만, 뭐, 그 정도가 다였다.

스탄다비아도 안정적인 국면에 들어갔고, 한참 홀로서기가 진행 중이었다.

옛날만큼 물자가 급한 것도 아니라서 이제는 새로운 거래처를 찾으면 그만이었다.

만약 가족 일이라고 싸움을 걸어오면 경일은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울 생각이었다.

물론, 우성범의 행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우해수가 그의 편을 들어줄 확률은 희박해 보였지만.

“본의 아니게 사장님의 능력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쪽이 일부러 뒷조사를 한 것이 아니니 오해는 말아 주십시오.”

경일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는 것을 보고 우해수가 급하게 변명했다.

“사장님이 요구하신 물품을 배달하는 기사가 허허벌판에 내린 물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해서 가다가 다시 돌아간 모양입니다. 그때 사장님인 인벤토리 스킬을 쓰는 것을 보고 우리에게 보고했습니다.”

“…….”

경일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호기심을 충분히 끌 만한 일이었고, 어찌 보면 자신의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니 굳이 우해수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던전 폐쇄 때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5일 뒤 우리 길드가 책임지고 있는 구역에 무등급 거대 던전이 열릴 예정입니다.”

무표정했던 경일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무등급 거대 던전은 몬스터 등급을 특정할 수 없는 던전을 말했다.

거대라는 말이 붙은 만큼, 기존의 던전보다 몇십 배, 아니 몇백 배 큰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 던전이 나타난 건 몇 번 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던전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 던전이 남긴 임팩트는 컸다.

무등급 거대 던전에서는 여러 등급의 몬스터가 등장했고, 새로운 몬스터도 발견됐다.

구역마다 바뀌는 자연환경으로 어떤 형태의 어려움이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던전을 폐쇄하기 위해 지금가지 많은 헌터들이 희생되었기에, 이곳에 들어가는 걸 극도로 꺼렸다.

하지만 이렇게 큰 던전에서 일어나는 던전 브레이크는 악몽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반드시 던전을 폐쇄해야 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곳이라 헌터들을 모집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나마 헌터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건, 구역마다 자연환경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여러 던전 부산물이 한꺼번에 발견됐다.

더군다나 그중에는 발견하기 힘든 귀한 자원인 경우가 많았다.

다른 던전에서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던전 금속 중 가장 뛰어나다는 아다만타이드가 이곳에서 발견된 적도 있었다.

그런 만큼 이곳에서는 인벤토리 스킬을 가진 헌터가 무엇보다 필요했다.

하지만 인벤토리 스킬을 가진 헌터의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들이 가진 인벤토리는 크지 않았다.

일반적인 던전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모두 담기에도 모자랐다.

그런 만큼 이런 거대 던전에서는 몇 명의 인벤토리 스킬을 가진 헌터가 필요할지 짐작조차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무조건 많이 데리고 가는 게 유리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그런 위험한 곳에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한 돈벌이가 되는 만큼, 굳이 이렇게 위험한 던전에 들어가려 하는 인벤토리 스킬을 가진 헌터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그 기사분의 말에 의하면 기존의 인벤토리 스킬보다 몇 배나 큰 공간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던전 폐쇄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던전 부산물을 얼마만큼 가지고 나올 수 있느냐인 만큼, 사장님의 도움이 간절합니다. 사장님의 안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장님이 가장 중요한 역할인 만큼, 최우선으로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의 인벤토리에 담긴 물건의 10분의 1을 수고비로 드리겠습니다.”

우해수가 경일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이것이 얼마나 무리한 부탁인 줄 잘 알았다.

이미 누구보다 부자인 경일이 이런 위험한 일에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사정이 너무 급해 어쩔 수가 없었다.

헌터 개인이 들고 들어가야 하는 짐도 많은데, 던전 부산물까지 들고 다니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언제 어디서 위험한 순간이 다가올지 모르는데, 커다란 짐을 진 채로 싸우는 것은 목숨을 내던지는 것과도 같았다.

더군다나 얼마나 많은 헌터가 희생될지 모르는데 아무런 수확도 없이 던전을 나올 수는 없었다.

최소한 희생된 헌터들을 보상해 줄 만큼의 이익이라도 챙겨야 했다.

“음…….”

의외의 이야기에 경일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자신들의 수익 중 10분의 1이나 준다는 것은 그만큼 성의를 표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뭐, 돈이야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이것도 분명 내가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겠지.’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몬스터를 막는 일은 분명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좋습니다. 참석하죠. 날짜와 장소는 문자로 넣어 주십시오.”

“네?”

우해수는 경일이 너무 쉽게 허락하는 모습에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러다 다급히 정신을 차리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시일이 너무 촉박해 인벤토리를 가진 헌터를 몇 명 구하지 못했는데, 사장님의 참여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사장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

“네. 이만 일어나죠.”

경일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말하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해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의아함이 들었으나, 워낙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아 곧 다른 일로 생각이 옮겨 갔다.

경일이 그녀와 헤어지고 향한 곳은 헌터 협회였다.

던전에 들어가기로 한 이상, 헌터증을 발급받기 위해서였다.

나이가 많은 경일이 헌터 자격 시험을 보러 온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22살 이하로 거의 모든 헌터가 각성하니, 경일이 신기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경일은 시선을 무시하고 가장 낮은 등급의 F급 헌터 시험에 응시했다.

헌터 등급에 따라 세금 감면, 길드 창설 등 여러 혜택이 있지만, 굳이 실력을 드러내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각성이 늦으셨나 봐요?”

시험관이 궁금한지 경일에게 물었다.

“아뇨. 각성은 어릴 때 했는데, 굳이 헌터 활동을 하고 싶지 않아서 헌터증을 발급받지 않았거든요.”

“아, 네!”

경일의 대답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사라졌다.

어린 나이에 각성하다 보니 헌터 생활이 두려운 이들은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이가 들고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겨 다시 시작하는 것이 드물긴 했지만, 아예 없는 경우는 아니었다.

시험은 간단했다.

어느 정도의 무게를 들고 어느 정도의 민첩성을 보여 주는 것으로 끝이 났다.

“어디 갔다 와?”

분식점으로 돌아오자 네로가 가장 먼저 경일을 맞아 주었다.

“거래하는 곳에서 부탁할 게 있다고 만나고 왔습니다.”

“무슨 부탁?”

“무등급 거대 던전 공략을 도와 달라고 해서요. 스탄다비아에 보낼 물품을 옮기는 걸 보고, 제가 인벤토리 스킬이 있다는 걸 알았나 봐요. 같이 들어가 던전 부산물을 옮겨 달라고 하네요.”

“그래?”

네로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지 손주아가 가져다준 오징어를 맛있게 뜯었다.

손주아는 네로가 던전의 수호신이라는 것을 안 뒤부터 고양이 밥이 아닌, 맛있는 음식을 따로 챙겨 주었다.

네로도 그런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풀렸는지 요즘은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기존의 던전과 다른 무등급 거대 던전은 어떤 겁니까?”

“음, 그건 가끔 차원의 힘이 약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대량으로 몬스터를 보낼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면 돼.”

“아~ 그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그게 무슨 말이야?”

“자연현상에 가까우니, 무등급 거대 던전이 생길 일은 별로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어.”

“그게 무슨 뜻인가요?”

모호하게 말하는 네로의 말에 경일이 되물었다.

“지금은 아주 가끔 생겨나는 거지만, 지구와 연결되는 게이트가 커지면 한꺼번에 더 많은 몬스터를 보낼 수 있을 거야. 그럼 이런 던전도 계속해서 생겨나는 거지.”

“결국에는 빨리 힘을 길러 스탄다비아에 존재하는 그들을 없애고, 지구와 연되는 게이트가 있는 던전을 폐쇄하는 길밖에 없는 거군요.”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단지 지금 실행할 능력이 안 될 뿐이지.

경일은 착잡한 마음을 뒤로한 채 매대에서 음식을 조리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아이들과 노는 것이 최고였다.

우해수와 약속한 날은 금방 다가왔다.

경일은 특별한 준비 없이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어 게이트 앞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듣기로는 들어가는 헌터의 수도 100명이나 되는 만큼, 헌터 협회에서도 현장을 통제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경일은 그들과 떨어져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우해수, 한 명뿐이었고, 굳이 자신까지 소란스러움에 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성 길드 헌터들이 도착했다.

경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해수에게 다가갔다.

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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