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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240화 (240/300)

[240화] 연대를 신청합니다

싹이 보이는 재목을 찾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런 길드의 눈에 띈 것이 강상우였다.

지금 가지고 있는 실력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었고, 가장 중요한 성장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런 그를 스카우트하려 했는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평판이었다.

강상우에 관한 소문이 너무 안 좋았고, 특히 던전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던전에서 벌어진 사건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해성 길드는 많은 고민 끝에 그의 실력과 자질을 더 높이 봤고, 그를 스카우트하기로 결정했다.

그에게 해성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이 쏟아졌다.

최고 등급의 무기와 갑옷의 지원은 물론 각종 포션을 무제한으로 지원하다시피 했다.

그 결과, 해성 길드의 간판 헌터로 그의 이름을 전국에 알렸고, 그는 수많은 혜택을 받았다.

돈, 명예 뭐 하나 부족한 게 없게 해 주었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더니.”

강상우는 날이 갈수록 거만해졌다.

그는 자신에게 투자한 것을 오히려 약점으로 잡고 더 교만 방자해졌다.

해성 길드 입장에서는 그에게 투자한 돈이 있어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보통은 길드에서 요청한 던전 공략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너무 쉽게 수락하기에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이런 음모를 꾸미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강상우의 검에 찔린 복부가 욱신거렸다.

“쓰레기 같은 놈. 잘 죽었어.”

그래도 그가 죽는 모습을 봤으니 마음속 응어리는 많이 풀려 있었다.

우해수의 생각은 당연히 경일에게로 이어졌다.

그녀의 복수를 해 준 이가 경일이었으니.

“그 사장님은 도대체 정체가 뭐지? 처음부터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건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잖아.”

우해수는 처음 경일과 미스릴과 커미네스를 거래할 때부터 경일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무리라고 생각한 수량을 혹시나 하고 말해 봤을 뿐인데 곧바로 수락한 것도 모자라 한 시간 만에 가져왔을 때는 경일에게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기함했다.

솔직히 이 많은 던전 부산물을 어디서 가져오는지 너무나 궁금했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우해수는 참았다.

이건 아무리 궁금해도 물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음식점으로 얘기하면 비법 레시피를 물어보는 것과도 같았다.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운 거래였고,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이번 무등급 거대 던전 참여도 웬만하면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해성 길드가 주체적으로 던전 폐쇄해야 하는 상황인데다가 게이트가 열리는 시간이 너무도 촉박해 어쩔 수 없이 부탁한 것이었다.

결국 이 부탁이 그녀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되었지만.

비범한 사람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헌터로서도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전국구 헌터인 강상수를 그렇게 쉽게 제압하는 모습에 전율을 느꼈을 정도였으니.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건, 그가 준 힐링 포션의 효과였다.

해성 그룹의 후계자이자, 해성 길드의 부길장인 만큼, 그녀가 사용하는 포션은 모두 최고급품이었다.

자신도 헌터이니 많은 던전을 들어갔고, 다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힐링 포션을 사용한 경험이 많았지만, 이토록 뛰어난 효능의 힐링 포션은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당한 상처는 분명 살기 힘들 정도였어. 아니, 힘들 정도가 아니라 당연히 죽었을 정도로 큰 상처였어.”

이건 이미 삼도천을 건넌 자신을 멱살 잡고 이승으로 강제로 당겨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워낙 크게 다친 상처라 아직 간헐적으로 고통이 일었지만, 그녀는 경일에 관한 생각으로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우해수는 의료진의 전폭적인 보살핌을 아래 보름 뒤 퇴원을 할 수 있었다.

퇴원한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우성범의 소재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이번에 자신의 목숨을 노린 만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 죽었다 깨어난 만큼 마지막 남은 가족의 정을 버렸다.

우해수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 낳아 온 자식이었다.

배다른 자식인 만큼 우성범은 어릴 때부터 그녀를 무시하고 괴롭혔다.

특히 그룹의 후계자가 우해수가 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발광했다.

우해수를 제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으며 회사에서 중상모략은 기본이었고, 납치, 교통사고 등 우성범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

그녀가 헌터가 아니었으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을 정도였다.

우해수는 우성범의 방해를 딛고 확실히 해성 그룹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했다.

그녀도 사람인지라 우성범에게 복수할 생각이 없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반이긴 하지만 같은 피가 흐르는 남매라는 사실이 그녀를 말렸다.

우성범과 똑같은 인간이 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고.

하지만 이번 일은 도가 지나쳤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또 한 번 용서한다면 우성범은 다음에는 더 지독한 방법을 쓸 게 뻔했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였다.

하지만 그의 행방이 묘연했다.

마지막 목적지인 그의 별장에서 말 그대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혹시 납치된 것이 아닌지 CCTV를 철저히 분석했지만, 워낙 외진 곳에 있는 별장이라 개미 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다.

방 안이 흐트러져 있는 것 빼고는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다.

별장 관리인도 같은 건물에 있었지만, 수상한 낌새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분명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우성범이 증발한 듯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금도 찾고 있지만, 그의 행적은 아무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우해수는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니.

그냥 이대로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성범의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그녀가 찾아간 곳은 경일의 분식점이었다.

“어, 어서 오세요.”

경일은 어색한 태도로 우해수를 맞이했다.

우해수가 여기까지 찾아올지 몰랐는지 그의 행동에는 당황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더 빨리 오고 싶었는데 급한 일이 있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네. 일단 자리를 옮기시죠. 보다시피 여기는 대화하기가 좀 그래서.”

경일의 말대로 분식점은 대화하기 힘들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매대에는 동네 아이들이 음식을 먹고 있었고, 매대 옆에는 네로와 노는 동네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경일은 그녀를 데리고 얼마 전 생긴 커피숍으로 향했다.

동네에 인구가 늘어난 것을 보고 동네 사람이 차린 곳이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 김 사장, 어서 와. 오늘은 손님이랑 같이 오셨네?”

“네.”

경일은 네 개밖에 없는 테이블의 가장 안쪽으로 우해수를 안내했다.

“먼저,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해수는 의자에 앉기 전 경일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닙니다. 일단 앉으세요.”

경일은 쑥스럽게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자리에 앉은 우해수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사장님이 보통 분이 아니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을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다른 헌터들과 비교도 불가능할 정도의 인벤토리를 가지신 건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경일이 부끄러워하며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우해수는 경일의 순진해 보이는 미소에 풀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까지 그저 신용 있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강상우와 싸울 때의 단호한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 매치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해맑게 웃고 있지만, 경일이 적에게는 얼마나 단호한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혹시?’

갑자기 머릿속에 우성범의 실종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그런 대단한 실력을 알았듯이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놀라운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경일을 보고 있자니 궁금증이 커졌지만, 우해수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것도 상대에게 실례되는 미련한 짓이었고, 굳이 우성범의 행방이 궁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일이 그 일과 관계가 있을 거라는 예감에 마음이 더 편해져 왔다.

만약 경일이 우성범에게 복수를 했다면, 자신보다 철저하게 했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사장님께 제의를 드릴 게 있습니다. 사장님께 정식으로 연대를 신청 드립니다. 해성 길드는 사장님과 동등한 관계로 앞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해성 길드는 사장님의 힘과 던전 부산물이 필요합니다. 사장님이 강한 건 알고 있지만, 세보 길드와 같은 귀찮은 일에는 대형 길드의 힘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방향으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음~”

경일의 뜻밖의 제안에 생각이 많아졌다.

우해수에 대한 감정은 나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 준 행동은 자신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거래 상대를 충분히 존중했고, 일 처리도 깔끔했다.

이번 던전행에서 보여 준 행동으로 보아도 충분히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암던의 주인과 싸워야 하는데, 해성 길드는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암던의 주인은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을 것이었다.

경일도 이번에 해성 길드와 거래하면서 스탄다비아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지 않았는가.

그는 웃으며 우해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해수도 경일이 내민 손을 맞잡으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

.

.

어느 날부터 산동네에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동네에서 가장 바쁜 곳은 분식점이었지만, 손윤찬의 포션 연구소가 들어오면서 그 공식이 깨졌다.

“아빠!”

손주아의 목소리에 가시가 잔뜩 돋아 있었다.

“어~ 우리 이쁜 딸 왔어?”

“아빠, 지금 몇 시인지 알아요? 오늘은 분명 집에 가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아이고, 미안하다. 연구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

화가 난 손주아에 비해 손윤찬은 별거 아닌 투로 대답했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기름기로 엉겨 붙어 있었고, 입고 있는 실험실 가운은 온갖 때가 묻어 얼룩덜룩했다.

그러고 보니 냄새도 나는 거 같았다.

“아니, 전화는 왜 안 받아요? 오죽했으면 엄마가 나한테 전화가 와서 하소연하시겠어요. 아빠, 아무리 연구가 좋다고 하지만 이런 식이면 곤란해요. 사장님께 말씀드려야겠어요.”

“아니, 그건 좀…….”

손주아가 아무리 화를 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손윤찬이 경일이 나오자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자꾸 이런 식이면 저도 사장님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주아야, 좀 봐죠. 사장님이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던전 고유 식물을 가져다줘서 그래. 연금술사로서 흥분을 안 할 수가 없잖아. 그러니 너라도 집에 자주 들려서 엄마 말동무도 좀 해 주고 그래.”

“아빠, 이러기에요? 그럼 저도 가만…….”

손윤찬의 고집스러운 대답에 어조가 높아지려는 순간, 연구소에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어? 안녕하세요.”

“주아 씨, 반갑습니다.”

“자주 좀 오세요. 주아 씨가 오니 칙칙했던 연구소가 확 밝아지네요.”

“아~ 네, 안녕하세요.”

손주아가 얼른 표정을 바꾸고 연금술사들에게 인사했다.

손윤찬의 하나뿐인 딸이기도 했고, 워낙 이쁘다 보니 손주아는 연금술사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이들은 모두 손윤찬이 뽑은 연구술사들이었다.

경일의 지원으로 손윤찬은 자신과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연금술사들을 뽑았고, 포션 연구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연금술사들로 북적거렸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포션 연구소는 어느새 연금술사들의 꿈의 직장이 되어 갔다.

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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