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화]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
콰앙!
포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남과 동시에 몽둥이 주변으로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사이클롭스는 자신의 공격이 만족스러운지 천천히 몽둥이를 회수했다.
몽둥이에 맞은 땅은 싱크홀이 생긴 것처럼 움푹 파여 있었고, 그 주위로 여러 갈래의 균열이 생겼다.
“제기랄! 이런 거랑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급하게 몸을 날려 피한 경일이 사이클롭스의 몽둥이에 가격당한 땅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쿠어어어어어어어어!”
사이클롭스가 죽은 줄 알았던 경일이 멀쩡한 모습으로 있자 화가 난 듯 소리를 질러 댔다.
“크흑!.”
사이클롭스 포효 한 번에 이길호는 귀를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헌터인 자신도 이렇게 괴로운데, 일반인들이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람들은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고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바닥을 뒹굴면서 괴로워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최대한 사람들을 대비시켜야 했다.
경일이 걱정되긴 했지만, 일단 사람들의 대피가 먼저였다.
그는 쓰러진 사람을 양어깨에 한 명씩 들쳐 매곤 날듯이 뛰었다.
쿠웅! 쿠웅!
사이클롭스가 경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나 육중한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땅의 진동이 그대로 전달됐다.
경일은 놈의 기세에 순간 뇌가 진탕되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 들었다.
사이클롭스는 벌레 죽이듯 자신을 가볍게 짓밟아 죽일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으드득!
사이클롭스 내뿜는 기세에 지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밀려드는 엄청난 압박감에 입가에서 얇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이런 괴물이 스탄다비아에 얼마나 존재하고 있을까.
이놈이 그곳에서 가장 강한 몬스터이기를 바래 보지만 부질없는 희망일 터였다.
자신을 피하지 않고 단단히 서 있는 경일의 모습에 흥미가 일었는지 사이클롭스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둘의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경일은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사이클롭스는 고개를 양쪽으로 갸웃거렸다.
이렇게 작은 벌레가 자신에게 대드는 모습이 신기한 것이다.
드디어 놈이 걸음을 멈추고 서서 경일을 노려봤다.
언제까지 자신의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호기심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자신에게 반항하는 벌레의 모습에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순간, 사이클롭스의 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피어올라 주위를 잠식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아름다운 들꽃이 순식간에 생명력을 잃고 찌들었다.
살기는 빛조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주위의 빛을 앗아 갔다.
공간에서 허락된 유일한 법칙은 오직 하나, 죽음뿐이었다.
천연색의 세상에서 경일과 사이클롭스가 서 있는 공간만이 흑백으로 바뀌어 갔다.
하늘이 거대한 쇳덩이로 변해서 자신을 찍어 누르는 듯한 압박이었다.
온몸이 이대로 짜부라질 거 같았다.
놈이 내뿜는 살기는 경일이 가진 색을 가져가려 했다.
이름 없는 들꽃처럼 생명력을 가져가려 했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고 또 버텼다.
그 결과, 색은 전혀 옅어지지 않았다.
경일의 반항에 사이클롭스의 얼굴이 짜증으로 점차 물들어 갔다.
감히 벌레 못한 것이 자신에게 저항하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흥! 흥! 흥!
흥분한 듯 내뿜는 콧김에 경일의 머리카락이 날리고 몸이 휘청거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경일은 사이클롭스를 정면으로 노려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명백한 비웃음이자 도발이었다.
“크아악~!”
경일의 비웃음에 사이클롭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짜증이 가득한 소리를 질렀다.
외눈의 양쪽 끝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그리고 들어 올린 거대한 발.
밟아 으깨 버리겠다는 명백한 적의를 가진 거대한 발이 경일을 향해 내리꽂혔다.
쿠웅!
지진이 난 듯 순간 땅이 울리고 건물이 흔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이클롭스의 화들짝 놀란 행동.
치솟았던 눈꼬리가 처지며 화가 난 얼굴이 울 듯한 표정으로 바뀌는 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크아아아아!”
녀석은 내리꽂은 발을 급하게 떼며 비명을 지르며 뒤로 주저앉았다.
엉덩방아를 찧은 사이클롭스가 급하게 발을 들어 올려 발바닥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기다란 창이 하나 박혀 있었다.
창은 사이클롭스의 발바닥을 뚫고 발등을 뚫고 나와 있었다.
꽤나 아팠는지 목 핏대가 솟아 있었다.
창을 뽑으려 두툼한 손가락으로 잡아 보려 하지만, 피에 젖은 창은 놈의 몸에 비해 가늘고 미끄러워 잘 뽑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 때마다 창이 움직이며 찌릿한 고통을 선사했다.
그 모습을 본 경일이 씨익 미소를 그렸다.
경일을 벌레보다 못한 존재라고 생각한 사이클롭스는 굳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더 강한 공포를 주려는 의도였는지, 아주 천천히 발을 들어 올리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하며 웃었다.
그건 오히려 경일에게 기회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머릿속으로 세운 계획을 실행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경일은 타이밍을 계산하며 사이클롭스의 거대한 발이 놈의 시선을 가린 순간, 장창을 꺼냈다.
샤벨 타이거와 싸울 때, 자포리자와 기사단이 거리를 벌려 공격하기 위해 썼던 미스릴 창이었다.
창끝을 단단한 바닥에 대고 창을 수직으로 세웠다.
그러고는 창대에 봇물 터지듯 마나를 밀어 넣자 오러가 파란빛을 뿜어냈다.
창끝을 뚫고 나온 오러가 창날의 형태를 갖추었고, 곧 떨어진 놈의 발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경일은 타이밍을 맞춰 재빨리 몸을 날려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사이클롭스가 아픔을 느끼고 발을 도로 들어 보지만, 이미 장창은 사이클롭스의 발바닥을 뚫고 들어가 발등까지 뚫고 나온 뒤였다.
작은 벌레라고 방심하다 제대로 한 방 먹은 것이다.
“내가 발에 못 박아 주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거든. 헌터가 되기 전에도 이런 식으로 발에 못을 박아 준 인간이 있었지. 푸하하하!”
경일은 자신이 각성하기 전 몬스터 처리 공장에서 일했을 때를 떠올렸다.
지인을 취직시키기 위해 자신을 괴롭히던 사장 아들의 발에 이런 방법으로 대못을 박아 넣었지 않은가.
경일은 자신이 한 일이 만족스러운지 가슴을 펴고 만족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사이클롭스의 성질을 제대로 돋우었다.
발을 잡고 장창을 빼던 사이클롭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앉은 채로 경일을 향해 몽둥이를 집어 던진 것이다.
위이잉!
거대한 몽둥이가 360도로 회전하며 공기를 가르는 섬찟한 소리를 냈다.
“이런!”
경일의 웃음기를 순식간에 걷어 갈 만큼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다급하게 땅을 박차며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진 경일은 몸둥이가 일으키는 바람에 조금씩 밀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까딱 잘못했으면 몸이 갈기갈기 찢길 뻔했다.
몽둥이는 그대로 경일을 지나쳐 애꿎은 건물만 때렸다.
꽈꽝꽝꽝꽝꽝!
얼마나 힘이 좋은지 처음 부딪친 건물을 그대로 부수고 지나가 다음 건물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려 다섯 개의 건물을 박살을 내고 나서야 몽둥이가 멈추어 섰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이 자신이 있는 방이 반으로 갈라진 모습을 넋이 빠진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다치진 않았지만, 만약 몽둥이에 쓸렸으면 시체도 온전히 남기지 못했으리라.
“크앙앙앙앙.”
얼굴이 하얗게 뜰만큼 당황한 경일을 보고 사이클롭스가 즐거운 듯 웃었다.
그리고 마침내 뽑은 장창을 경일을 향해 던졌다.
챙!
장창은 경일이 서 있는 바로 옆 땅과 부딪치며 불꽃이 만들어 냈다.
사이클롭스는 천천히 일어서 경일 쪽으로 걸어왔다.
경일은 다급하게 움직여 사이클롭스와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녀석은 그를 공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는지 경일을 무시하고 반파된 건물 속으로 걸어갔다.
자신의 몽둥이를 주우러 가는 길인 것이다.
경일은 사이클롭스가 무기를 줍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전 사이클롭스가 던진 몽둥이의 가공할 위력에 겁을 먹은 것이었다.
사이클롭스는 경일의 의외의 일격에 당하긴 했지만, 자신을 위협할 존재로 생각하지는 않는지 여전히 무방비한 모습이었다.
자기 등이 훤히 드러나 있는데도 경일이 공격하지 못할 것을 아는 것처럼 여유롭게 건물을 헤치고 들어가 몽둥이를 찾았다.
그러다 건물 안에 있던 주민과 눈을 마주쳤다.
“이런! 피해요!”
정신을 차린 경일이 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갔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주민은 사이클롭스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입도 벙긋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을 뿐이었다.
사이클롭스가 천천히 손을 뻗어 주민의 머리를 엄지와 검지로 잡아 올렸다.
“아아아아악!”
머리가 터질 듯한 고통에 주민은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그런 모습을 즐기려는 듯 사이클롭스는 아주 천천히 주민을 들어 올렸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 온몸의 무게가 목에 쏠리자 주민은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무게를 줄이려 놈의 손가락을 잡아 보려 하지만, 너무 두꺼운 탓에 손에서 미끄러져 내렸다.
컥컥컥컥!
주민은 당장이라도 숨넘어갈 듯한 고통이 가득한 신음만 내뱉을 뿐이었다.
사이클롭스의 거대한 눈과 주민의 눈이 일직선으로 마주친 순간, 놈의 거대한 입이 열렸다.
뜨겁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에 주민은 패닉에 빠져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
“안 돼!”
경일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툭!
머리를 옥죄는 압력이 사라짐과 동시에 주민은 그대로 사이클롭스의 입안으로 빨려 들었다.
그리고 으적하는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미친 새끼가!”
인간을 먹고 난 뒤 퍼지는 사이클롭스의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자, 경일은 눈이 뒤집혔다.
놈을 향해 달려드는 경일의 손에는 어느새 거대한 검이 들려져 있었다.
길이만 4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검은, 샤벨 타이거와의 싸움에서 얻은 교훈으로 만들어졌다.
샤벨 타이거와 싸울 때, 검의 길이가 짧아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샤벨 타이거와 같이 거대한 몬스터를 만날 것을 대비해 만들어 둔 것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게가 느껴지는 검이지만, 경일은 이제 무기의 무게에 휘둘릴 경지는 지났다.
“으아아아아!”
경일이 분노가 담긴 고함을 지르며 땅을 박차며 날듯이 달려 나갔다.
사이클롭스는 방금 먹은 게 양에 차지 않았는지 입을 쩝쩝거리며 또 다른 인간이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경일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는 손바닥으로 내려치려다 움찔거렸다.
조금 전, 발로 밟다가 장창에 찔린 게 생각난 것이다.
사이클롭스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반파된 건물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먹이를 먹는다고 잠시 잊은 몽둥이를 가지러 가는 것이다.
사이클롭스가 몽둥이로 갈라진 건물을 밟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순간, 발밑이 꺼지자 놈이 휘청였다.
사이클롭스의 중심이 무너진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으나, 놈과 함께 무너지는 건물의 잔해 때문에 경일 역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제길.”
사이클롭스는 그런 경일을 두고 휘청이며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몽둥이를 집어 돌아섰다.
그 순간, 사이클롭스가 앞으로 날았다.
두꺼운 허벅지의 근육이 팽팽히 당겨지자, 놈의 육중한 몸이 믿을 수 없게도 새털처럼 가볍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놈과 경일은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었으나, 날듯이 앞으로 뛰어 거리를 좁히고 긴 팔과 4미터가 넘는 뭉둥이가 합쳐져 순식간에 거리를 없애 버렸다.
그러고는 하늘을 향해 번쩍 치켜든 몽둥이를 인정사정없이 경일을 향해 내려쳤다.
“허업!”
웽!
사이클롭스의 몽둥이가 엄청난 파공성을 일으키고, 눈 깜짝할 사이에 경일을 향해 다가왔다.
경일은 그 즉시 몸을 날렸다.
근육질의 큰 덩치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원심력이 가득한 거대한 몽둥이를 피하려면 더욱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다.
꽈앙!
우르르르르!
몽둥이에 맞은 땅이 고통에 찬 비명을 울부짖었다.
내 장롱에 게이트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