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화연가 (2)화 (2/126)

그날 한밤중의 숲속은 무척 스산했다. 모든 가신과 귀족이 함께 참여한 수렵 대회에서 발목을 접질린 것이 문제였다. 숲속 한가운데 준비된 천막에서 모두 잠을 청하고 있을 때, 나는 홀로 빠져나와 달빛이 가장 밝은 곳을 찾았다.

다행히 큰 바위가 있어 발목을 주무르고 있을 무렵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내 앞에 우뚝 섰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깜짝 놀라 화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검은 인영이 더 빨랐다.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발목을 손으로 잡았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자 평우찬은 가만히 있으라는 듯 어깨를 살짝 내려 앉혔다.

“쉬이. 잘못 움직이면 더 아프다.”

그의 손길은 무척 조심스러워서, 오히려 그 안에 갇힌 내 발목이 이상하게 보였다. 궁에는 임금이 칼을 쥘 땐 피바람이 분다는 말이 돌았다. 지금은 어떤 바람이 그를 감싸고 있을까.

“아픔은 좋은 도피처지.”

이 사실은 세상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듯, 그의 표정은 씁쓸함이 넘쳤다. 반대로 손길은 더없이 부드러웠기에 가슴 부근이 간질간질했다.

“몸도 마음도 괴롭겠지만 둘이라면 진창도 견딜 만하지 않겠느냐.”

발목을 다 주무른 남자가 드디어 내 발을 지면 위에 올려 뒀다.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내 얼굴을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엔 달빛처럼 희미한 웃음이 머물러 있었다.

평우찬의 얼굴은 단단한 턱 선 위에 쌓인 탑이었다. 조카인 단우결과는 달리 예리한 눈매와 쭉 뻗은 눈썹이 찬 인상을 더욱 냉랭하게 했다. 도톰한 입술이 여인처럼 예쁘다고 생각할 때쯤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 홀로 아프지 마라. 함께 어울려 미치기라도 하게.”

냉담했던 눈동자가 일순 울 것처럼 따뜻하게 물들었다. 어쩌면 남자는 지옥이라도 좋으니 함께 살자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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