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연가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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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연가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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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여인이 입신양명할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여인은 관직 자리에 오를 수 없는데 어찌 입신양명할 수 있어요?”
“…아오 씨.”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것투성이였다. 미간을 팍 찌푸리고 있자니 그사이 머리 손질이 끝났는지 호안이 손을 뗐다. 이윽고 내 표정이 계속 흐린 걸 눈치채고는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혼인만큼은 단념하셔요. 만약 진짜 군부인이나 가주빈 간택령이 떨어지면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막말로 여인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혼인으로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이 최대 행복 아닐까요? 소인은 가끔 공녀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호안은 마치 ‘너 정도면 복에 찬 것이니 입 다물고 정략혼 선택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골라 시집이나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나 자신이 오늘만은 꽤 피곤하게 느껴졌다. 자조 섞인 웃음을 머금고는 선선히 대답했다.
“선택지를 골라잡아 혼인하기 위해 태어난 건지, 그렇게 한 혼인으로 빈틈없이 완벽하게 행복할 수 있을지. 이 두 가지에 대해 의심하는 것뿐이야.”
“너무 어려워요.”
호안은 울상을 지었지만 정작 나는 별것 아니라는 듯 시원하게 말했다.
“어려운 것 없어. 정답은 둘 다 ‘아니요’거든.”
하지만 피곤하다고 아닌 걸 하며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