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화연가 (28)화 (28/126)

‘차라리 사약 길을 가라고 해!’

누가 봐도 고통의 가시밭길이 될 것 같은 여정이라 벌써 속이 쓰렸다. 씹어뱉는 단우결의 말에 필사적으로 거부의 의사를 밝히려는 그때.

“소녀도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

잊고 있던 존재인 연조가 새침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누가 봐도 나와 단우결이 같이 간다니까 자기도 같이 따라가겠다는 심보였다.

“제갈 공녀는 분명 바다는 머리가 소금기에 젖어 헝클어진다고 싫어하셨던 기억이 있는데.”

해완이 빈정거리며 눈치를 주는데도 연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억이 잘못된 거 아닙니까? 아직 연소하신데, 벌써 이리 헷갈리시니 심히 염려됩니다.”

“염려 감사드립니다. 하긴. 변덕이 하도 심하셔서 그때그때 달라지는 걸 깜빡했네요.”

이번엔 연조와 해완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었다. 평화롭던 다과회가 전쟁터로 변해 버린 참극에 두통이 저절로 밀려왔다.

“한 명 정도 더 붙어도 상관없다면 저도 함께 가도 될까요?”

해완이 금친왕을 보며 허락의 의사를 구하자 주이환이 짧게 끄덕였다.

‘밖에 나오기 싫어하는 독고 세가 집순이가 굳이 저 사약 길에 동참한다고?’

정말 오늘 이해가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해완을 미쳤냐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너무나 기대된다는 얼굴로 방긋방긋 미소를 지었다.

“…독고 공자, 아무래도 그 댁 누님께서 내일도 많이 이상하실 예정이니 그대도 함께 오는 게 어때요?”

이왕 이렇게 된 것 다 데리고 나가는 걸로 보는 게 깨끗할 것 같았다. 나는 한쪽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독고영을 끌어들였다. 좀 재수 없긴 하지만 한 명이라도 정신이 그나마도 온전히 박힌 사람을 데려가야 하니까.

“아뇨. 저는 볼일이 있어서요. 저 대신 누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내일 배웅은 나가지요.”

영은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며 쌀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평소에도 싸가지를 밥 말아 먹은 제멋대로 연하남이기에 나를 거절한 것 자체는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용무가 있다는 영이, 왠지 원녕 대군 쪽을 슬쩍 본 것 같았다.

‘약간 찜찜한데.’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접었다. 내일부터 펼쳐질 사약 길을 생각하면 남 걱정할 때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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