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주이환은 자신의 말이 가로막혀 무척 언짢았는지 보기 드물게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원녕은 전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가벼운 목소리로 금친왕을 향해 말을 이었다.
“바닷길이 닫혀 가고 있어 구경꾼도 얼마 없는데, 시합이나 하나 하시지요.”
그의 말대로 조금씩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바다 안쪽으로 깊숙이 난 길이 조금씩 짧아지면서 길을 걷던 구경꾼들도 서둘러 돌아오고 있었다.
‘이 와중에 무슨 시합을 하자는 거지?’
어리둥절한 얼굴로 단우결을 바라보자 주이환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저와 대군 둘의 시합 말입니까.”
“예. 바닷물이 완전히 차기 전에 누가 더 멀리 말을 타고 바닷길을 갈 수 있는지 내기하는 건 어떻습니까?”
설마 농담이겠지, 하는 표정으로 대군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그는 지극히 호기롭고도 진지했다.
“이기는 사람에게는요?”
당연히 거절할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금친왕은 시큰둥하게 물었다.
“고전적인 걸로 하시죠. 적정한 선에서 소원 들어주기 같은.”
어쩐지 조금 위험해 보이는 단우결의 표정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절대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해요.”
“바닷물이 차는 건 한순간입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환궁하시지요.”
어느새 곁에 다가온 연조와 해완도 한마디씩 하며 그들의 내기를 막았다.
“분별없는 행동입니다. 만에 하나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나 역시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고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이환은 단우결의 얼굴을 한 번 말없이 쳐다봤다. 나를 대할 때와는 다른 무감정하고 건조한 표정이었다. 잠시의 침묵을 깨고 금친왕이 입을 열었다.
“소원에 사람은 걸지 맙시다.”
주이환은 나를 쳐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신이 걸리면 나도 어디까지 나갈지 모르겠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