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화연가 (105)화 (105/126)

“하!”

가슴 속에 찬 재를 토해 내듯 밭은 숨을 뱉었다. 마음이 아리다 못해 저릿저릿했다. 눈앞이 흐려졌다고 자각했을 땐 이미 볼에 수많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 때문이야.”

다 내 탓이라고. 단 다섯 글자만이 고장 난 머릿속에서 윙윙거렸다. 거짓 연정을 밝혀냈을 때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휘청거리던 연조의 모습이 생생했다. 눈을 감아도 창백했던 그녀의 안색이 잊히지 않아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심신을 굳게 하세요. 전하의 탓이 아닙니다.”

해완은 내가 이렇게까지 슬퍼할지 몰랐는지 당황한 듯 얼른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러나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었다. 해완의 손길을 제지하며 절규하듯 소리쳤다.

“아니, 내 탓이야. 연조에게 다 말해 버렸어. 대군이 처음부터 걔를 속인 거라고, 네 연모는 처음부터 다 가짜였다고!”

‘밝혀서는 안 됐는데.’

때늦은 통탄이 온몸을 휩쓸었다. 그때는 진실을 알려 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있었다. 또한 모든 걸 말해 주는 게 연조를 위한 길이라고 감히 장담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모든 게 내 오판이며 또한 오만이었다. 은애가 연조 삶의 전부임을 알았건만, 그 연정이 거짓임을 알았을 때 생을 저버릴 거라고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눈물이 폭포처럼 넘쳐흘렀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해완 역시 잠깐 굳어 있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살포시 나를 끌어안아 줬다. 그녀의 품에서 아이처럼 안긴 채 엉엉 울음을 토해 냈다.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죄가 가슴속에서 휘몰아쳤다.

‘미안해, 연조야.’

끝까지 나를 싫어할 거라 얼굴을 찡그리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그때의 나는 우리에게 아직 살날이 참 많아서, 서로 투덕거리는 미래가 당연할 거라 자신했었는데.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투명하게 흐른 눈물이 조금씩 내려앉은 노을빛을 받아 다홍색으로 번졌다. 많은 사람의 피가 흐른 날인만큼 여느 때보다 하늘이 붉게 가라앉았지만, 도리어 눈을 찌르는 적색이 왠지 연조가 좋아하던 새빨간 모란꽃 같아서. 아름답게 물드는 노을빛을 지켜보지 못하고 이내 눈을 감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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