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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6)화 (6/251)

6화

에흐테흐 숲의 유니콘은 일반적인 유니콘보다 더 보기 드문 종이었다. 욕하고 때리기는 했으나 이름 없는 그분 또한 유니콘을 탐냈던 이의 마음을 영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NPC들 사이에서도 유니콘은 전설처럼 드문드문 이야기 나오는 존재였다.

독 기운으로 인해 한 번 박살 났다 다시 살아난 생태계인 에흐테흐 숲의 유니콘이라면 그 귀함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비유하자면 그냥 유니콘은 공룡이고 에흐테흐 숲의 유니콘은 외계인인 수준이었다.

희연은 외계인을 길들여 제 편으로 만든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만약 실제도 존재한다면 발견할 유저는 딱 한 명뿐일 거라고 모두가 예상했는데… 그런데 설마 생초보 깜찍 생기발랄 뉴비님이 발견을 할 줄이야!

“으음….”

생각을 잇던 그는 곧이어 희연이 뉴비라는 점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보호자 없는 어린애가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들고 있는데 그것을 부러워하고 탐내지 않을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희연은 그 어린애였다.

차라리 어디 길드 소속이기라도 했다면 애초에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희연에게 물었다.

“그런데 뉴비님. 따로 길드에 소속된 건 아니죠?”

“네. 오늘 게임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렇군요!”

그것참 도와주고 싶어지게 만드는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름 없는 그분은 훈훈하게 웃었다.

“아직 길드가 없군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어쩌면! 나도! 뉴비를!

희연은 혼자 울고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히죽이느라 바쁜 남자를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다 에흐테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고고한 유니콘께서도 그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으로 투레질을 했다.

저 혼자 딴 세상으로 빠져들던 있던 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희연에게 웃으며 제 소개를 했다.

“맞다. 그러고 보니 제 소개도 못 했네요. 저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고요. 편한 대로 아무렇게나 불러도 상관없어요.”

“어… 뭐라고요?”

어떻게 줄여야 할지 알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남자는 그런 희연의 고민을 덜어주겠다는 듯 다양한 예시를 들었다.

“짭볼디나 볼디짭이라고도 불러요. 아니면 이름 없는 그분이라고도 하고 노네임이나 그냥 그분이라고도 하고.”

“아, 네….”

“그리고 이번 뉴비 정착 지원 담당자죠!”

그래서 다짜고짜 소매 넣기를 시도했던 건가. 그녀가 막 그의 기행을 이해는 되지 않지만 납득하려는 찰나 이름 없는 그분은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물론 뉴비님이 저를 귀찮아하고 떼놓고 싶고 멀리하고 싶은 존재로 여기며 썩 꺼져 버리라고 말한다면 필요한 물품들만 챙겨서 보내 드리지만….”

“…….”

“그게 아니라면 정착할 때까지만, 아니 전직을 하고 직업을 얻을 때까지만… 아니면 초보자 마을 놀로 갈 때까지만이라도 함께하면 안 될까요?”

초보자 마을 놀?

그의 말에 희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을은 안 보이고 울창한 숲만 보였다. 그 흔한 표지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뉴비와 함께 하기 위해 고인물들이 그것을 부숴 버린 지 오래였다. 표지판을 부술 때 가장 신난 이들 중 하나였던 이름 없는 그분은 두리번거리는 희연을 입 다물고 기다려 주었다.

마침내 희연이 표지판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를 돌아보았을 때 자신은 무해하다는 의미의 미소를 방긋 지어 주었다.

“…….”

뭘까 이 고인물은. 희연은 그리 생각하며 고민했다.

솔직히 말하면 좀 귀찮았다. 하지만 그가 준 머루 열매 덕분에 에흐테를 길들일 수 있었던 것임으로 무작정 거절하는 것도 좀 마음에 걸렸다.

방해한다는 것도 아니고 도와주겠다고 하는 건데 매정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또한 현재 그녀는 홀로 숲을 헤매며 마을을 찾을 자신도 없었다. 지금은 다른 고인물들에 의해 끌려가 찾을 수 없는 유니콘 납치범과도 같은 인종을 만났을 시 도망칠 자신도 없었다.

적어도 초보자 마을이라는 곳에 갈 때까진 그와 함께하는 이상 보호는 받을 수 있을 터였다.

결국 희연은 초보자 마을 놀까지만 동행하자 말했고, 그 점에서 가능성을 본 이름 없는 그분은 조금 더 졸라 기어이 희연에게 전직을 시켜주는 도시 에빌론에 도착할 때까지만 함께하겠다는 답을 받아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홀로 여유로운 게임 속 모험을 떠나며 귀여운 몬스터나 잡고 예쁜 풍경 보며 힐링이나 하려고 했던 건데.

이름 없는 그분께선 신나서 폴짝거렸고 근처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던 고인물들은 희연에게 이것저것 쥐여주더니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물론 희연은 거절했고, 또다시 소매 넣기라는 이상한 스킬에 당해야 했다. 텅텅 빈 인벤토리가 멋대로 채워지는 것을 보며 그녀는 절로 헛웃음이 났다.

“그 소매 넣기라는 스킬은 대체 뭐예요?”

도저히 모른 척할 수가 없는 너무나 인상 깊은 스킬이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리도 정답고 남에게 관심 많고 베푸는 것을 좋아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그녀의 질문에 이름 없는 그분은 생글거리는 얼굴로 그녀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어떤 유저가 뉴비한테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자꾸만 안 받아줘서 속상했고, 그래서 만들었다는 보급형 스킬이에요.”

“…네?”

메르헨 호라이즌은 그 높은 자유도에 걸맞게 유저가 새로운 스킬을 만드는 콘텐츠가 존재하기는 했다.

스킬 하나 만들려면 게임에서 만들려는 스킬에 맞는 이론 공부를 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래 존재하기는 했다.

근데 그 게임에서 더 이상 할 게 없어야 손대기 시작한다는 콘텐츠로 만든 게 소매 넣기 스킬이라고?

희연은 희한한 기분에 입을 다물었다. 혹시나 제 오빠도 그러고 다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오빠 또한 상당한 고인물이었다. 게임이 출시된 날부터 시작했으니 어떻게 봐도 고였다고 할 법한 호적 메이트였다.

혹시 모르니까 게임에선 절대 마주치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저 소릴 들으니 왠지 모르게 더 만나기 싫어졌다. 뉴비한테 질척거리는 백희준을 발견하고 아무렇지 않을 척할 자신이 희연에게는 없었다.

“맞다! 그러고 보니 뉴비님 닉네임도 못 물어봤네요. 혹시 알려주실 수 있나요?”

“…눈오리의 돌격이요.”

상대의 얼굴이 애매해졌다.

희연은 기분이 나빠졌다. 적어도 그보다는 정상적인 닉네임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쟤보다는 내 이름이 낫지 생각하며 두 사람은 카나리아 숲이 끝나는 지점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는 작은 마을로 들어섰다.

셋 중 가장 멋있는 이름을 가진 에흐테는 투레질을 했다.

그 모습을 마을 입구 앞에서 서성이던 NPC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좀 전의 일이 떠올랐다. 희연은 제 유니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름 없는 그분에게 물었다.

“길들인 동물은 계속 이렇게 내놓고 다녀야 하는 건가요?”

우리 애, 너무 귀티 나서 납치당할 것 같다는 우려가 목소리에 담겨 있었다.

“응? 아뇨, 아뇨. 따로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낼 수 있어요.”

그는 그리 말하며 제 인벤토리 안에 있던 작고 네모난 상자를 꺼내 희연에게 넘겨주었다.

[<즐거운 나의 집> : 길들인 동물이 지낼 수 있는 차원의 공간이다. 해당 동물에게 맞는 환경이 제공되며 현재 총 4마리의 동물을 키울 수 있다. (0/4)]

아이템을 달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희연이 조금 머뭇거리자 도리어 그가 더 재촉했다.

“어서 써보세요, 뉴비님. 뉴비님의 유니콘도 들어가서 쉬고 싶대요.”

물론 에흐테는 말을 할 줄 몰랐지만, 상자를 지긋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어서 그것을 사용해 내 몸을 편하게 만들라 재촉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결국, 희연은 들고 있던 아이템을 발동시켰다. 상자가 열리며 그 안에서 흘러나온 빛무리가 에흐테의 주변을 감쌌다.

자그마한 인형 크기로 변한 에흐테는 다시 상자 속으로 사라지는 빛무리를 따라 허공을 달리더니 상자 속으로 폴짝 뛰어들었다.

희연이 상자를 바라보자 상자의 윗부분이 투명하게 바뀌었다. 그 안을 들여다보니 회색 일색인 에흐테흐의 숲에서 뛰어노는 조그만 에흐테의 모습이 보였다.

희연은 신기함을 느끼며 상자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고맙습니다. 이거 되게 귀한 것 같은데….”

“에이~ 귀하긴요! 흔해요, 흔해! 누구나 한두 서너 개 들고 다니는 그런 흔한 물건이에요!”

물론 고인물 기준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더라도 희연은 내심 받기만 한 것이 미안했다.

대신 줄 만한 것 없을까 인벤토리를 살펴보았지만 모두 다른 고인물들에게서 받은 물건뿐이라 같은 고인물 유저에게 주기엔 애매했다.

잠시간 고민하던 희연은 유일하게 남이 준 것이 아닌 것을 꺼내 이름 없는 그분에게 내밀었다.

“이거 에흐테흐 숲에서 구한 건데….”

“세상에 뉴비님….”

희연이 내민 것은 에흐테흐의 숲의 들꽃이었다.

정확히는 독초. 비록 독초라 할지라도 흔하고 가치 없는 잡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물건이었다.

희연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주면서도 내심 뻘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감동했다.

뽀짝한 뉴비님의 선물은 그저 다 귀여울 뿐이었다. 그는 손에 쥔 들꽃을 소중하게 품었다.

그런 그의 반응에 희연은 더 뻘쭘해지고 마음의 거리가 더 멀어졌지만 말이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다.

***

마을 안으로 들어선 희연은 중세시대의 한적한 시골을 연상케 하는 마을 놀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며 생각했다.

여기선 또 무슨 일을 해야 할까 하는 조금은 기대 어린 고민이었다.

마을 놀은 인구수가 그리 많은 곳은 아니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수도 적었고 사람들은 돈보다는 물물교환이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사과와 밀가루가 담긴 작은 자루를 교환하는 모습을 보니 각자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나누거나 교환하는 듯싶었다. 그들은 외부인인 희연과 이름 없는 그분을 힐끔거렸다. 아닌 척하면서 두 사람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티가 났다.

슬쩍슬쩍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구경하던 한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그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호기심과 경계는 있되 악의는 없어 보였다.

그 경계심도 잠깐뿐이었다. 그들은 두 사람이 얌전히 마을 안을 서성이자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다시 웃음기를 머금고 자신들의 일을 이어 했다.

겉보기에 마을 사람들이 외부인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희연은 마을의 묘한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었다.

마을 안의 모두가 은근히 기대하는 기색으로 희연을 힐끔거렸다. 자신들의 일을 하면서도 시선 한 자락을 계속 그녀에게 머물렀다.

희연은 열심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제일 고민 있어 보이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방법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저 사람한테 말 거면 되는 거예요?”

희연의 물음에 마을 안으로 들어선 뒤에도 주접을 떨던 이름 없는 그분은 그 행위를 멈추고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 있는 인물을 보았다.

그곳에는 묘한 시름에 잠긴 것 같은 노인이 서 있었다. 누가 봐도 나 사연 있소, 어서 물어보시오 하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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