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그 뒤로도 닉은 착실하게 MP 배터리 역할을 수행했다. 희연은 힐러가 아닌 닉이 어떻게 시기적절하게 도움을 주나 싶었지만, 그 비밀은 사실 간단한 원리였다.
테이머인 닉은 자신의 소환수인 플리의 상태 창을 볼 수 있었고 플리나 희연이나 HP, MP는 비슷했기에 플리를 보며 적당히 필요한 때를 계산한 것이다.
또한 그 외에도 닉은 킹스메이커의 빈자리를 착실하게 채웠는데, 리라는 아끼는 것이었는지 딸기 몬스터를 해치울 때 한 번을 제외하곤 바이올린 활대로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킹스메이커가 한 것처럼 희연에게 몬스터가 너무 몰린다 싶을 때만 말이다.
한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별 위협이나 문제없이 그들은 착실하게 몬스터를 제거하며 농장 입구를 향해 내달렸다.
족쇄가 묶인 킹스메이커는 시스템의 배려인지 자동으로 날아 그들과 함께 이동되었다.
“ᛞᚨᛋ ᚾᛞ ᛞᚱ ᚾᚨᚺᛏ ᚹᚾᚾ ᛞᚱ ᛋᚺᚨᛏᛏᚾ ᚠᚫᛚᛚᛏ….”
“…….”
저주인가?
희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킹스메이커가 있는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동하면서 알 수 없는 말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기 파드 보인다!”
뉴비 없지의 외침을 들은 것인지 농장의 입구 앞에서 서성이고 있던 파드가 그들 쪽을 돌아보았다. 파드는 손을 들어 반기다 뒤에 쫓아오는 몬스터 군락을 보곤 굳어버렸다.
“너, 너희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죄송!”
삐앵!
가장 먼저 뉴비 없지와 플리가 농장 입구를 통과했다. 뒤이어 흑토마토 위에 타고 있던 희연과 닉이, 그리고 시스템의 배려로 하늘을 날아 이동하던 킹스메이커가 통과했다.
그들이 모두 농장에서 탈출에 성공하자 하늘에 떠 있던 타이머에 남았던 8분 남짓한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삐삐삑-!
[<21세기 킹스메이커>가 파티에서 탈퇴했습니다.]
[<파드의 싱싱농장> 정산에서 <21세기 킹스메이커>는 제외됩니다.]
타이머의 알림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킹스메이커를 묶고 있던 족쇄가 사라졌다.
“어, 파티…?”
희연이 킹스메이커의 파티 탈퇴에 관해 물으려던 참이었다. 자유의 몸이 된 킹스메이커는 들고 있던 낫을 농장 안으로 던지며 주문을 완성했다.
“ᚹᛁᚱᛞ ᚨᛚᛚ ᛚᛒᚾ ᚺᛁᚱ ᚱᛒᚱᚾᚾᚾ ᚢᚾᛞ ᛒᛋᛏᚱᚨᚠᚾ!”
농장 밖으로 나온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일부뿐이었다. 설령 여전히 농장 안에 있었다고 해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몬스터 군락 위에 밤하늘 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울렁이는 그림자는 자아를 가진 것 같기도 하고 하늘 위에서 넘실거리는 파도 같기도 했다. 그것은 곧이어 땅으로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희연은 그 그림자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림자가 가시고 드러난 모습에 킹스메이커에게 있어 묶인 상태로 아무것도 못 하던 시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짜증 나게 하고 있어….”
“…….”
이전에도 희연은 이와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달빛 요람에서 자미엘과 싸울 때, 킹스메이커가 만들었던 거대한 구체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었다.
그때만큼의 위력은 아니었으나 그때와 달리 가까이에서 봤다는 점에서 도리어 더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많던 몬스터들이 재조차 남지 않고 사라졌다.
놀라운 것은 매끈하게 다져진 땅은 멀쩡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주변에 피해를 안 주고 몬스터만 몰살시키는 기술이란 뜻이다.
분명 아직도 그녀의 머리 위에는 온갖 디버프 표시가 빛나고 있었는데도 그 반짝임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 광경을 보며 놀라 굳어버린 건 비단 희연만은 아니었다. 파드도 파드의 말랑소도 흑토마토마저 놀라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 그토록 기원하던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름의 스트레스 풀이를 마친 킹스메이커는 화가 풀린 상태였지만 파드는 가련하게 덜덜 떨며 그녀를 보았다.
“내, 내가 너무 몸이 고단한 일을 부탁했나 봐….”
“알면 보상 확실하게 줘야 할 거야.”
“하지만 너는 보상을 못 받는데….”
“누가 내가 받는데?”
킹스메이커는 자연스럽게 희연을 파드의 앞으로 떠밀었다. 파드는 희연을 보며 안심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크흠! 너희 이방인에게 보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친구와의 오랜만에 맞은 만남의 시간을 기다려 줄 여유는 있겠지?”
희연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파드는 여유를 되찾고 흑토마토를 돌아보았다.
몬스터 웨이브 속 탈출 직전 킹스메이커가 넝쿨을 끊으며 상하기 시작한다고 했던 말이 사실인지 탐스러웠던 흑토마토는 어느새 몸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흑토마토 또한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아는지 조금 시무룩한 미소를 지으며 파드를 보았다.
“오랜만이야, 친구. 비록 그 창고에 갇혀 있었지만 나는 매일 즐겁게 춤을 추며 시간을 보냈어. 너는 어떻게 지냈어?”
파드 역시 어딘가 슬퍼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흑토마토를 보았다.
“농장에서 쫓겨난 내가 할 일이 뭐가 있겠어. 매일 말랑소와 함께 농산물 거리나 돌아다녔지.”
“그렇구나. 우리 모두 나름 행복하게 잘 지낸 거네 그러면.”
파드는 흑토마토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면 뭐 해. 너는 이렇게 상해가고 있는데. 네가 이런 모습이면 난 너를 맛있게 요리해 줄 좋은 집에 널 보내줄 수가 없단 말이야.”
희연은 파드의 말에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찔거렸지만 애써 입을 다물었다. 농작물과 농부의 대화에 끼어들기엔 스스로가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았다.
“괜찮아, 파드. 난 이미 충분히 행복한걸!”
“하지만 너희는…!”
흑토마토가 손을 들어 파드의 양손을 꼭 쥐었다.
“나는 비록 네 줄기 강의 끝에 있을 동산의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고, 규칙 한번 따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파드. 내가 춤만 추고 살아도 그게 행복하고 즐겁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
“다른 농작물 친구들은 모두 내가 이상하고 틀렸다고 했지만 난 행복했는걸. 물론 지금도 행복해!”
흑토마토는 파드를 이끌고 말랑소 주위를 몇 번이고 빙글빙글 돌았다. 그럴수록 흑토마토의 모습은 점점 더 쭈글쭈글해져 갔다.
“나는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춤을 출 거야. 다들 내 선택이 틀렸다고 해도 말이야!”
“…….”
“내 부모, 형제, 친구인 파드. 다시 태어날 나를 또 기다려 주길 바라. 그때도 같이 춤을 추자!”
그것이 흑토마토의 마지막 말이었다.
[<파드의 싱싱농장> 퀘스트 성공!]
[레벨 업! x2]
[<파드의 싱싱농장>의 히든 루트를 최초로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에 추가 보너스가 들어갑니다.]
[<모두가 틀렸다고 하는 정답> 업적 달성!]
[업적 효과 : 대중의 앞에서 연설 시 모두가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며 설령 궤변에 불과하다 해도 설득력이 있다 생각합니다.
(주의 : 단, 누군가 당신의 연설을 뒤엎는 의견 제시 시 토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설득은 무효가 됩니다.)]
[<파드>에게서 보상을 받으세요.]
파드는 사라진 흑토마토의 흔적을 더듬으며 잠시 훌쩍였지만 금세 기운을 차리고는 희연 일행을 돌아보았다.
“그런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방인 친구들. 우리의 이별은 아주 잠시일 뿐 우리는 몇 번이고 다시 만날 테니 말이야. 네 개의 강줄기가 모두 말라 버리는 그 순간까지도 말이야.”
“너 농장 찾을 생각이 없었구나.”
“…….”
킹스메이커의 말에 파드는 고개를 돌렸다. 그는 변명하듯 말했다.
“농장을 되찾으면 내 친구들은 평범한 농작물로 돌아가게 될 거야. 나는 농장 일을 안 해도 먹고살 만한걸. 아직은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들이 더 소중하단다.”
“그리고 새 파티가 와서 여기를 공략한다고 하면 다시 친구를 만날 수 있고?”
“…….”
“쯧, 여기도네.”
여기도?
희연은 킹스메이커의 말이 무슨 뜻일까 가늠해 보았지만 걸리는 점이 없었다. 반복 퀘스트의 의미를 알기엔 희연에겐 아직까지 이 게임은 조금 위험하지만 평화로운 게임이었다.
파드는 킹스메이커의 말이 불만이라는 듯 고개를 휙 돌리고는 짚더미 쪽으로 걸어갔다. 보상을 챙겨주기 위함이었다.
잠시 파드를 기다리며 희연은 조심스레 킹스메이커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네 개의 강줄기가 뭐예요?”
농작물들에 이어 파드까지 그 이야기를 하니 내심 신경이 쓰였던 참이었다. 여기도, 라는 건 물어봤자 대답해 주지 않을 듯해 대신 물어보는 것이기도 했다. 정 궁금해지면 백희준에게 물으면 되는 일이었다.
“여기 세상의 스틱스 강 같은 거예요. 생명의 시작점이라고 해서 농부들이 약속할 때 많이들 쓰는 관용어죠.”
“아하….”
두 사람이 짧은 대화를 하는 사이 원하던 것을 찾았는지 파드가 작은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희연에게 그 상자를 내밀었다. 희연은 상자를 받으면서 자신에게만 주는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희연의 모습에 뉴비 없지가 서둘러 설명을 해주었다.
“이런 던전에선 원래 기여도를 정산하거든요. 만약 누구 하나만 유난히 기여도가 높다 싶으면 그 한 명한테만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에요.”
“제가 그렇게 기여도가 높아요?”
“그럼요! 기여도 창을 보면 확인할 수 있어요. 여기 누적 피해량도 그렇고, 오리 님은 힐러라 준 회복량도 들어가고, 그리고 이건 DPS인데….”
뉴비 없지의 설명을 희연은 중간부터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충 자신이 이번 파티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는 건 알아들었다.
내심 실수했던 것이 내내 신경 쓰였던 희연에겐 기쁠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거기 이방인 친구들. 이야기 끝났으면 이만 나가도록 하자. 어서 너희가 가주어야 내 농장에 도전할 새로운 이방인들을 만날 거 아니야.”
말랑소 위로 올라탄 파드가 그들을 재촉했다. 희연은 상자를 잘 챙긴 뒤 서둘러 그 뒤를 쫓아갔다.
처음 파드의 싱싱농장에 왔을 때처럼 그들은 말랑소를 붙잡고 파드가 만들어낸 문을 통과했다. 다른 점은 말랑소가 이번에는 킹스메이커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분명 무서워서 일 거예요.”
“…….”
뉴비 없지가 희연에게 귓속말했고 그녀는 침묵으로 동의했다.
***
길드 성으로 돌아온 희연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지금까지 모아놓고 확인하지 않은 물건들을 확인하는 거였다.
윌로우가 주었던 랜덤 열매, 요정 왕 부부에게 받은 주머니 그리고 파드가 준 상자였다. 흔들어보던 상자를 내려놓으며 희연은 물었다.
“랜덤 열매에선 보통 뭐가 나와요?”
“모든 작물이 다 나와요. 그중에 가끔 진짜 좋은 게 나오는데 가장 비싼 작물은 이런 성을 몇 채는 살 수 있을 정도예요.”
“와….”
“나올 확률은 0.0000054%.”
“…….”
확률 진짜 창렬해….
희연의 얼굴에 떠올랐던 흥미가 빠르게 식는 걸 본 킹스메이커는 작게 소리 내 웃었다.
“그래도 여기 이 주머니는 좋은 게 나올 확률이 높아요. 윌로우의 열매가 10개 연속 일반 뽑기라면 얘는 5성 확정 10개 연속 에픽 뽑기 같은 거니까요.”
“?”
“0.0000054% 확률이 이 주머니에선 0.0054%쯤 된다는 뜻이에요.”
“좋은… 거죠?”
킹스메이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희연의 입장에선 그게 그거였다. 순식간에 두 개의 물건에서 흥미를 잃은 희연은 파드에게 받은 상자부터 열기로 했다.
“후우…,”
상자를 앞에 두고 심호흡하는 희연을 보며 킹스메이커는 그녀가 가챠 뽑기를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것으로 이해한 게 아닌가 짧은 고민을 했다.
다행히도 상자에선 평범한 물건들만 나왔다. 알 수 없는 씨앗 묶음이 들어간 주머니와 양모 한 필, 반짝이는 하얀 실 묶음이었다.
희연은 상자에서 나온 물건보단 열자마자 사라진 상자가 더 신기했다. 반면 킹스메이커는 반짝이는 하얀 실 묶음에 관심을 보였다.
실은 얇고 튼튼했는데, 조금 풀어내자 하얀색이 아닌 반투명한 색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이파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아침 이슬 같은 물건이었다.
양모를 만지작거리는 악령이를 그 위에 올려주고 희연도 실을 살펴보았다.
[<새벽이슬의 실> : 네 개의 강줄기에서 흐른 물방울이 잎에 맺히며 생긴 이슬로 만들어진 실이다. 만약 이 실로 옷을 짓는다면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이게 보너스 보상인 거죠?”
“그런 것 같은데요. 나중에 오리 님 옷 지을 때 쓰면 딱이겠네요!”
희연은 킹스메이커의 말에 대충 웃으며 남은 물건들도 차례로 풀었다. 랜덤 열매에선 희망을 볼 수 없다 판단한 희연은 요정의 주머니를 풀었고 그렇게 해서 나온 물건에 결국 인상을 찡그렸다.
“또 씨앗….”
“아이고.”
킹스메이커는 감탄인지 탄식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음… 잘 키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
“편법이긴 한데 길마님이 키우는 하얀 나무 있죠? 그거 옆에 씨앗 심으면 좋은 거 나올 확률이 높아져요.”
희연은 그 말에 솔깃해졌지만 당장 나무가 있는 곳에 달려가기 전에 짚을 건 짚고 넘어갔다.
“그냥 나무 아니었어요?”
“평범한 나무는 아니죠, 아무래도.”
“?”
“말해주고 싶지만 이건 길마님 퀘스트라서요. 나중에 알게 될 거예요.”
남의 퀘스트에 대해서 캐물을 생각은 없었기에 희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씨앗이며 열매를 바리바리 싸 들고 닉을 찾아 온실 안쪽으로 달려가는 것은 관두지 않았다.
“닉 님!”
“?”
예의 하얀 나무에 물을 주고 있던 닉은 자신을 찾아온 희연이 의아한지 고개를 기울였다. 아직 풀지 않고 땋은 머리가 그런 그의 행동을 따라 살랑거렸다.
희연은 열매와 씨앗을 내밀며 물어보았다.
“혹시 나무 옆에 심어도 되나요?”
“열매도 심게요? 확률상 나무로 자라는 건 몇 개 안 돼요.”
“괜찮아요. 나무로 자랄 확률이 열매에서 좋은 거 나올 확률보다는 높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죠….”
닉 역시도 랜덤 열매에 당해봤었는지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모종삽을 꺼내더니 하나는 희연에게 넘겨주고 하나는 본인이 들어 나무 옆에 조금조금씩 땅을 파기 시작했다.
희연은 그를 따라 땅을 파며 물었다.
“심으면 언제쯤 싹이 자랄까요?”
“다 자라 열매를 맺으면 알려줄게요. 신경 쓰다 보면 더 느리게 자라는 것 같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지금도 그렇고 던전에서도요.”
만약 그때 닉이 적절하게 서포트해 주지 않았다면 우왕좌왕하다 끝났을 것이다. 킹스메이커와 뉴비 없지가 주도적으로 희연과 노는 거라고 한다면 닉은 얼떨결에 폭풍에 휩쓸린 것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싫은 티 내지 않고 은근히 도와주는 것이 희연은 고마웠다. 닉은 퍽 부드러워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희연에게 물었다.
“게임 재밌어요?”
희연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