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희연은 처음 들어보는 스킬이었다. 그녀의 유일한 회복 스킬인 <등불의 빛>과 이름이 비슷했지만 머리 위로 떠오르는 이펙트는 비교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훨씬 화려했다.
여섯 장의 날개에 둘러싸인 등불이 모두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등불의 천사>! 일정 시간 동안 HP가 회복됩니다.
‘그리하여 영원한 빛이 저들에게 빛나길’]
등불에서 떨어진 빛무리는 그들의 HP를 일부 회복시켰다. 회복량은 미미한 편이었다.
그에 희연이 의문을 느끼던 순간, 자리에서 일어난 땃쥐 미가 허리를 비틀며 넓은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서 펼쳐진 검푸른 기류는 매섭게 타오르는 불처럼 몸집을 키우더니 동굴 안에 있던 모두를 공격했다.
공격에 휩쓸려 날아가던 희연은 동굴의 벽에 부딪힌 뒤에야 땅으로 떨어졌다. 얼얼한 등을 문지르며 그녀는 총을 들고 파티원들을 찾아 눈을 굴렸다.
이상함을 느낀 건 파티 내 모짜렐라와 함께 최약체인 그녀가 레벨 208 검사의 공격을 맞고도 살아남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다. 루로의 꼬리짓에 한번 맞고 쓰러졌던 것을 기억하는 희연은 서둘러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간당간당한 붉은 게이지가 미약하지만 지속적으로 차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다른 사람들의 상태도 확인했다. 땃쥐 미를 제외한 모든 파티원의 HP 게이지 바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땃쥐 미의 공격 직전 모짜렐라가 사용한 스킬의 힘이란 걸 깨달은 희연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힐 넣어요!”
지금은 처음 보는 것 하나하나에 감탄하는 것이 아닌 치료에 손을 보탤 때였다.
희연은 자신의 머리에 총을 가져다 대고 외쳤다. 무기 특성상 한 명은 맞춰야 했고 가장 맞추기 쉬운 것은 역시 그녀 자신이었다.
“<등불의 빛>!”
“<등불의 빛>! 빨리! 저쪽으로 다 들어가!”
모짜렐라의 외침에 따라 모두가 유일한 출구이자 그들이 이 방에 들어올 때 거쳤던 입구를 향해 내달렸다. 그런 그들의 뒤를 땃쥐 미가 뒤쫓았다.
세 자릿수 레벨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듯 그가 발을 하나하나 내디딜 때마다 땅은 움푹 패였다. 그 행위만으로도 그들에겐 충분히 위압적이었다.
쾅! 쾅! 쾅!
바로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일행은 죽을힘을 다해 내달렸다. 가장 뒤처지는 것은 희연과 달리 오로지 마력에 모든 스텟을 투자한 모짜렐라였다.
희연은 열심히 달리는 와중에 인벤토리를 불러왔다. 도주를 도와줄 만한 물건이 없나 찾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유용하게 써먹었던 악의의 응집은 대상에게 맞춰야 하는 투척형 포션이라 지금은 도움이 안 됐다.
캐릭터를 막 생성했을 당시 그곳을 서성이던 이들에게 꽤나 많은 물건을 받긴 했지만 그중 희연이 제대로 용도를 아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간 날 때 물건 정리 좀 할걸 그랬다며 그녀는 깊은 후회를 했다.
“…!”
그러던 와중 희연은 유일하게 그 용도와 이름을 아는 것을 찾아냈다. 붉거나 보랏빛을 띠는 마름모꼴의 보석. 마폭탄. 그 이름 그대로 폭탄의 역할을 하는 아이템.
희연은 서둘러 그중 가장 진한 보랏빛을 띤 마폭탄을 끄집어냈다. 요요한 보라색의 보석은 어두운 동굴 안에서도 위험스럽게 빛났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써야 하지…?
문제는 희연은 단 한 번도 마폭탄을 이용한 테러를 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다행히도 그녀의 바로 뒤에서 달리고 있던 모짜렐라는 그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희연의 손에서 빛나는 보석을 발견하자마자 외쳤다.
“던져! 뒤로 던져요!”
그의 말을 듣자마자 희연은 망설임 없이 폭탄을 던졌다. 땃쥐 미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폭탄이 터진다면 그녀 역시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겐 악령이가 있었다.
“악령아!”
그녀는 악령이가 달빛 요람에서 그녀가 던진 돌멩이에 힘을 더해 자미엘의 어그로를 끌어버렸던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 악령이는 희연이 자신을 부른 의미를 잘 알아들었다.
작은 인형이 손을 내밀자 날아가던 마폭탄 위로 흐릿하고 검은 기류가 휘감겼다. 그건 땃쥐 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게 뭐…!”
땃쥐 미가 자신에게 생긴 변환에 잠시 멈칫하는 그 순간, 악령이의 힘에 의해 마폭탄과 땃쥐 미는 한데 묶여 돌이 되어버린 스톤 베어 위로 날아가 잔해 속으로 패대기쳐졌다.
그 충격 탓인지 보랏빛 마폭탄에 금이 가며 강렬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마지막에 있던 희연과 모짜렐라가 막 입구를 지나쳤을 때였다.
모짜렐라는 손을 들어 입구의 천장을 가리켰다.
“부숴! 갖고 있는 스킬 다 꺼내서라도 부숴요!”
“<탄환 변경>, <르 볼렛>!”
“<붐 애로우>!”
료한과 사랑은 달콤의 공격에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희연도 서둘러 그에 합세했다.
“<탄환 변경>, <회개하세요>!”
비록 윈딜인 둘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업적이 있었다. <보금자리 파괴범>. 스톤 베어의 보금자리였던 네 번째 방의 입구를 부수는데 탁월한 업적이었다.
쿠르릉-!
무너지는 돌무더기 너머 땃쥐 미는 여전히 악령이의 힘에 묶여 터지기 일보 직전인 마폭탄과 함께 하고 있었다. 희연과 눈이 마주친 그는 마치 어서 도망가 보라는 듯 웃었다.
쾅-!!
금이 간 마폭탄이 완전히 깨지며 마치 이 동굴 전체를 무너뜨리기라도 할 것 같은 위력을 냈다. 무자비하게 흔들리는 땅 위에서 케이아일과 친구들 파티원들은 일제히 몸을 낮추며 폭발의 위력을 견뎌냈다.
힘 스텟 부족으로 인해 이리저리 튀어 오르던 희연과 모짜렐라는 그들 중 가장 힘이 좋은 휘핑크림 유자차에게 짓누르듯 붙잡혀 있었다.
마침내 흔들리던 땅이 안정되고, 머리 위로 떨어진 돌무더기를 치워낸 그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번째 방의 입구는 무너졌다. 이런 위력의 폭발에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땃쥐 미가 죽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파티였고 땃쥐 미는 파티장이었다. 그의 죽음을 알려주는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삐약, 뺙, 진짜…. 이게 뭔 난리야. 저 새끼 대체 정체가 뭔데….”
모짜렐라가 머리를 쓸며 중얼거렸다. 욕설 섞인 그의 말에는 지금 이 상황에 지쳤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물음에 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남들과는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건 희연이었다. 땃쥐 미가 유독 희연에게 집중했던 것을 기억하는 모짜렐라는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쪽은 뭐 아는 거 없어요? 아까 보니까 뭔 목걸이를 내놔라 그런 대화 하는 것 같던데.”
그의 질문에 머뭇거리던 희연은 느릿느릿 답했다.
“저도 잘 몰라요.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고, 목걸이는….”
희연은 한숨을 깊이 내쉬며 눈을 꾹 감았다 떴다. 그런 그녀가 걱정된다는 듯 악령이가 희연의 다리에 찰싹 붙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휘핑크림 유자차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진짜 인형이 움직이네….”
졸렬한 나뭇잎을 동심에 미친 사람 취급한 장본인으로서 악령이가 정말로 살아 움직이자 신경 쓰였던 듯했다. 그녀의 말에 희연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친 휘핑크림 유자차는 머쓱해 하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그쪽이 저 살려줘서 저도 돕기는 했는데… 음… 우리 망한 거겠죠?”
“…….”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일단 벌어놓은 시간 동안 재정비에 들어갔다. 채워지지 않은 HP, MP를 물약으로 해결하고 파티 탈퇴를 하지 않으면서 이곳을 나갈 방법을 찾았다.
“죽으면 나갈 수는 있는데….”
케이아일과 졸렬한 나뭇잎 덕에 증명된 방식이지만 페널티를 생각하면 섣불리 택할 방법은 아니었다. 유자차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동굴 탈출 로프 같은 거 있었으면 이런 걱정 없는데. 그쵸?”
“그건 게임사가 아예 다른데요.”
“그니까요.”
희연은 유자차와 모짜렐라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눈치 보며 고개를 숙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땃쥐 미의 목적은 명확하게 희연이었고 그녀로 인해 이들이 피해를 봤다.
다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이 파티가 망한 원인에 그녀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 생각이 들수록 희연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혹시 길드 채팅 되는 사람은 없나요?”
료한의 질문에 모두 고개를 저었다. 희연도 뒤늦게 시도해 봤지만, 그녀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갈수록 초조해지는 마음에 희연은 맞잡은 손을 꼼지락거렸고 그런 그녀의 반응에 악령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미 움직이는 인형이라는 걸 들켰지만 킹스메이커의 조언이 있었던 만큼 악령이는 입을 꾹 다문 상태였다. 작은 인형이 할 수 있는 건 꼼질거리며 희연의 손안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는 것 정도였다.
그런 둘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료한이었다. 유자차와 모짜렐라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느라 바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랑은 달콤은 무너진 입구만 멀뚱멀뚱 보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두워진 희연의 얼굴을 보며 입을 뗐다.
“괜찮으세요?”
“네?”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요.”
“아….”
희연은 뒤늦게 자신이 너무 티 냈다는 생각을 하며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런 희연의 반응에 료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어두운 곳에 오랫동안 있으면 누구나 우울감에 젖곤 하죠. 그럴 때 인형을 껴안으면 심신 안정에 좋아요.”
“…?”
료한의 말은 그의 성격이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지만 그 방향이 조금 이상했다. 희연은 핀트가 어긋난 그의 말이 혼란스러워 눈만 깜박였다.
결국 희연은 고해하는 심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저기, 료한 님은 화 안 내세요? 저 때문에 이상한 유저가 파티에 붙은 것 같은 상황인데….”
그러나 료한은 단호했다. 본인의 생각에 확신 있는 사람 특유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아뇨. 애초에 오리 님께서 파티 합류하기 전부터 땃쥐 미 님은 저희 파티였어요. 정확히 말하면 애당초 땃쥐 미 님은 레벨이 낮은 파티 사이에 숨어들어 몰살할 계획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오리 님을 보게 되었다가 맞는 거겠죠.”
그의 말에 희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땃쥐 미의 정체가 워낙에 충격적이었기에 잊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 러네요?”
“가능성 있는 쪽을 생각해야지 누구 하나를 희생양 삼는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희생양 쪽으로 모는 생각은 자제해 주세요. 다른 분들도 저와 생각이 같은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쩔 수 없이 누굴 탓하고 싶어지는 일반론적 생각에 빠질 테니까요. 누굴 탓하면 뭐든 간에 쉬워지는 법이죠.”
“어, 네에…. 죄송합니다…?”
“저한테 죄송할 일은 아니고요. 쓸데없는 분쟁만 일으키는 생각이 아닌 나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 방도를 떠오르는 것이 삶에 더 나은 방식이라는 것만 명심해주세요.”
희연은 조금 알쏭달쏭한 기분이 되었다. 영 우울하기만 하던 조금 전보다는 나았다. 그녀는 슬쩍슬쩍 눈치 보던 악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때마침 대화가 끝난 것인지 모짜렐라와 휘핑크림 유자차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로 걸어왔다. 그들 뒤에는 내내 말이 없던 사랑은 달콤도 함께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모짜렐라였다.
“일단, 상황 정리부터 하죠. 우린 배신당했어요. 땃쥐 미 그 새끼랑 바닐라는 높은 확률로 한 패였고 일부러 케이아일에게 파티 탈퇴 금지 설정을 하게 한 뒤 우리를 여기 고립시켰죠.”
“…….”
“땃쥐 미는 머더러 유저고, 그 뺙 같은 칭호 유지를 위해선 지속적으로 유저를 죽이든 NPC를 죽이든 간에 해야 하죠. 쉬운 건 전자일 거고. 우린 그놈한테 칭호 유지시켜 줄 퀘스트 몹 같은 거였겠죠.”
모짜렐라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흘러 희연에게로 고정되었다.
“그쪽은 그 과정에서 추가로 뭐가 있던 것 같은데, 거기까진 솔직히 제가 관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 넘어가고. 중요한 건 하나예요. 어떻게 저 새끼 손에서 안 죽고 벗어나냐.”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휘핑크림 유자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넘겨받았다.
“우리가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세 가지예요. 죽거나, 던전을 완벽하게 공략하거나. 일단 첫 번째는 보류고 두 번째는 불가능하죠. 그리고 마지막 방법은….”
“이스터 에그, 혹은 히든 루트.”
모짜렐라가 말을 맺는 것과 동시에 무너진 입구 너머에서 무언가 쿵쿵거리는 울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땃쥐 미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입구를 경계심 담긴 눈으로 보며 조금씩 물러났다.
“이 게임 개발자들이 이스터 에그나 히든 루트에 환장하는 인간들이에요. 사소하게는 자기 이름이 나오는 이스터 에그부터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공략이 가능한 히든 루트까지 다양하죠.”
희연도 어느 정도는 아는 사실이었기에 빠르게 이해했다. 윌로우의 농장에서 요정과 목동이라는 숨겨진 루트를 찾았고. 파드의 싱싱농장에서도 그 히든 루트라는 것을 경험해 봤다.
“땅 파서 나오는 경우도 있고 벽 깨면 나오기도 하고. 아니면 복잡한 특정 조건을 맞춰야만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다는데, 확실한 건 하나죠.”
“?”
“괜히 이 던전을 미로형으로 만든 게 아닐 거라는 거.”
모짜렐라의 시선은 어느새 입구 옆 샛길로 향해 있었다. 땃쥐 미를 뒤에 달고 위험천만한 외길을 건널 수는 없다. 되돌아가 봤자 땃쥐 미 역시 아는 길이다.
그들에게 남은 방법은 그도, 그들도 전혀 모르는 제3의 길로 빠지는 것뿐이었다.
“우리 길마가 그랬거든요. 이 게임에서 그냥 만든 것 따윈 없다고. 일자로 정해진 길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구조의 던전에 굳이 샛길이나 미로를 만들었다? 뻔하지.”
그는 참극과도 같았던 상황 속에서도 잊지 않고 빼돌려 챙긴 퀘스트 아이템을 꺼내며 말했다.
“무조건 이것들이랑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가 이 안에 있단 뜻이죠. 문제는 그 길을 어떻게 찾냐는 거… 왜 그래요?”
모짜렐라의 말에 그에게 집중하던 다른 사람들 역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시선 끝에 있는 건 희연이었다. 그녀는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조금 전 모짜렐라가 가리켰던 샛길의 방향을 보고 있었다.
“그게, 목소리가….”
“목소리?”
희연은 조금 머뭇거리더니 모짜렐라 쪽으로 가까이 이동했다. 그럴수록 그녀에게만 들리던 목소리가 점차 선명해졌다.
아…, 토…. 나…. 집에…. 나는…. 내, 이름….
“이건 또 왜 이래.”
모짜렐라는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이 들고 있는 물건을 쳐다보았다. 희연이 가까이 다가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부러진 칼날 조각이 흐릿하게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발견한 희연은 지체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바닐라의 행적으로 인해 반사적으로 움찔했던 모짜렐라는 잠시 머뭇거리다 희연에게 부러진 칼날 조각을 넘겼다.
[<죽은 자의 이야기>]
[업적 효과 :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당신은 그들의 한과 바람을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운이 나쁘면 악귀가 달라붙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