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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07)화 (107/251)

107화

토끼와 여우, 부엉이와 박쥐. 늑대와 삵, 곰. 모두 산에 살 법한 동물들이었다. 희연은 과연 보스는 어떤 동물의 모습일까 궁금해하며 구멍 밖을 내다보았다.

“…?”

“저게 뭐람….”

“식물… 은 아닌 것 같네요.”

“돌.”

“다들 조용히 해요. 우리 목소리 듣고 저쪽이 알아차려 봤자 좋을 것 없으니까.”

모짜렐라의 타박에 모두가 조용해진 틈을 타 희연은 다시 던전의 보스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건 암녹색 커다란 돌이었다. 색도 그렇고 이끼가 낀 것도 그렇고, 메마른 이 동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외양이었다.

홀로 외따로 떨어진 것 같은 돌은 흔히 말하는 골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위 하나를 대충 갈아 만든 것 같은 조금 단순하고 밋밋한 생김새였지만 말이다.

머리로 추정되는 부위에는 작은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그 색과 모양새가 마폭탄을 떠올리게 했다. 비단 희연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는지 휘핑크림 유자차가 슬그머니 의견을 내놓았다.

“저거 머리에 마폭탄 같은데 맞추면 터져서 보스가 죽지 않을까요?”

머리에 폭탄을 달고 다니는 보스는 존재 자체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술렁이게 했다. 꼭 누르지 말라는 덕지덕지 붙은 빨간 버튼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한 번만 맞춰 볼까요?”

굳이 내려가지 않아도 이 거리에서 가만 서 있는 보스의 머리 위 폭탄을 맞출 사람은 많았다. 궁수도 있고 거너도 있었다. 비록 힐러이나 스킬 덕분에 조건부 명사수인 희연도 있었다.

어느새 팀의 실질적 리더 역을 맡게 된 모짜렐라 역시 영롱히 빛나는 마폭탄을 보며 마음이 이끌렸는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저 돌로 된 몸으로 이 높이까지는 못 올라올 테니까….”

모두의 동의 끝에 료한이 총을 들었다. 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료한의 총을 바라보던 희연 앞에 의외의 메시지가 나타난 것은 그가 막 방아쇠 위로 손을 올렸을 때였다.

[<죽은 자의 이야기>]

“?”

그녀의 업적은 마치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라는 듯 다시 반짝이며 나타났다. 희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글자를 따라 움직였다. 업적 설명의 마지막 글귀가 눈에 띄었다.

운이 나쁘면 악귀가 달라붙을 수도 있습니다.

설마….

희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뒤를 향했다. 저 멀리, 그들이 지나쳐온 틈새 너머로 새까만 어둠이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그건 깜깜한 어둠 같은 것이 아니었다.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꿈틀거리는 그것을 단순하게 어둠이라 표현할 수는 없었다.

동굴의 악령의 눈이 마주친 순간 희연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보스를 훔쳐보던 작은 구멍 밖으로 내쫓겼다. 어깨가 꿰뚫린 채.

보스 방은 원래부터 준비된 횃불 덕에 환했다. 점점이 흩어지는 희연의 피도 그녀의 어깨를 꿰뚫은 시꺼먼 연기 줄기도 모두가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필이면 그녀의 직업은 신관이라 하얀 옷을 입었기에 번져 나가는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커다랗게 뜨이는 일행의 눈을 본 뒤에야 희연은 자신이 공격당했다는 사실도, 무방비한 상태로 떨어질 거라는 사실도 인지했다.

“아….”

짧은 감탄사 같은 말이 입에서 튀어 나옴과 동시에 그녀의 어깨를 꿰뚫었던 연기 줄기가 거칠게 뽑혀 나갔다. 그녀를 꿰뚫은 작살이 사라지자마자 희연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어지럽게 휘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희연은 단내를 느꼈다.

비성인 모드에서 피는 달달한 초콜릿 냄새를 풍긴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아주 진한 단내에 희연은 자신의 상처가 심하다는 것을 알았다. 관통상의 무서운 점은 그 피해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추락하기 시작한 희연이 볼 수 있는 건 쭉쭉 내려가기 시작한 자신의 HP 게이지였다. 그녀는 총을 들고 있었지만 스스로를 치료할 수는 없었다.

고통이 없고 피는 초콜릿 냄새라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건 아니었지만 놀란 건 사실이었다. 이 상황에서 멀쩡하게 자신의 머리에 총을 들이밀 정도로 희연의 신경 줄이 두꺼운 건 아니었다.

자신의 머리 위에서 벌어진 소란에 골렘이 고개를 들었다. 떨어지는 희연을 잡기 위해 뻗는 손이 위협적이었다. 희연은 과연 저 골렘의 손에 떨어지는 것과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중 무엇이 더 위험한 걸까 짧은 생각을 하다 정신을 차렸다.

“으, 아아아악-!”

예상 못 한 공격에 사라져 버린 현실감이 골렘을 눈앞에 두자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뒤늦은 희연의 비명에 넋을 놓았던 파티원들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희연은 떨어지는 자신의 뒤에서부터 쏟아져 내리는 화살과 총알을 보며 그게 더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그녀의 상태는 저 공격 중 하나만 맞아도 위험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관통상으로 인해 출혈은 지속되고 있었고, 어느새 그녀의 HP는 20%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비켜 나간 공격이 골렘을 강타했지만 큰 효과는 볼 수 없었다.

떨어져서 죽거나. 그 전에 피가 다 닳아 죽거나. 아니면 골렘의 손에 죽거나. 베드 엔딩 밖에 없는 상황에 희연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결국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느 쪽의 베드 엔딩이든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나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를 불렸다.

“눈 떠요!”

웅웅거리는 공기 소리에도 선명히 들리는 목소리에 희연은 슬며시 눈을 떴다.

“<치유의 손길>!”

[치유의 손길! 모든 HP가 회복됩니다. 일정 시간 동안 상태 이상 내성, 능력치, 마법 내성이 증가합니다.

‘찬미 받아 마땅한 이들에게’]

“…!”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가느스름하게 뜨였던 눈이 동그래졌다. 추락하는 그녀의 앞으로 하얀 날개를 활짝 핀 새하얀 천사의 형상이 나타난 것이다.

꽃잎처럼 날아든 깃털이 희연을 스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얀 천사는 그녀를 꼭 끌어안은 뒤 빛이 되어 사라졌다. 연이어 그녀의 머리 위로 작은 빛무리가 쏟아져 내리더니 여섯 장의 날개를 두른 등불이 머리 위로 떠 올랐다.

<촛불의 숨결>에 이은 <등불의 천사> 이펙트였다. 현재 이 장소에서 희연에게 이런 스킬을 연달아 써줄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사라진 천사를 대신해 그녀의 시야를 붉은빛에 가까운 마름모꼴의 보석이 채웠다. 희연은 애써 총을 잡은 손을 앞으로 내밀며 생각했다.

마폭탄이 터지면, 그 공격은 물리로 쳐줄까 마법으로 쳐줄까. 그녀는 부디 후자로 쳐주길 바랐다. 기껏 받은 스킬의 부가 효과는 마법 내성 증가였다.

저 멀리서부터 떨어지던 희연의 몸에는 당연하지만 가속도가 붙었다.

애써 힘을 준 것이 무색하게도 총을 잡은 손은 제대로 펴지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총을 쏠 수 있을 정도로 담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그녀의 옷자락에선 초콜릿의 단내가 머리 아플 정도로 났다. 그 단내를 맡으며 희연은 묘하게 취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냥꾼의 직감>, <탄환 변경>.”

동시에 눈앞에 나타났던 천사의 잔재가 머릿속에 선명했다. 이토록 비현실적일 수가 없었다. 꿈꾸는 기분에 두려움이 희석되었다. 모짜렐라가 여태껏 사용하지 않고 아껴두었던 스킬을 희연에게 부여한 이유였다.

추락한다는 어쩔 수 없는 공포 속에서도 희연은 묘하게 기분이 고조됨을 느끼며 방아쇠를 당겼다. 스킬은 사용하지 않았다. 세상에 모든 공기가 그녀를 밀어내는 것 같은 지금 이 순간에 명사수가 되는 방법은 명확했다.

초록색 띠가 둘러진 검은 눈은 정확히 마름모꼴 보석을 향했고, 이리저리 휘날리며 맥을 못 차리던 팔이 단단해지며 어느 한 곳을 겨냥했다. 무기 위로 하얀 날개가 팔락거렸다.

탕-!

딱 한 발이면 충분했다. 총구에 떠오른 마법진을 스친 총알이 붉은 보석 위로 박혔다. 금이 가기 시작한 보석 사이로 눈 부신 빛이 새어 나왔다.

희연은 눈이 아려와 인상을 찡그렸다.

“아… 망했나?”

땃쥐 미에게 던져 버렸던 마폭탄을 떠올리던 희연이 눈을 감으려고 하던 그때였다.

“<으아아악>!”

“?”

희연의 앞으로 둥근 방패가 부메랑처럼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마폭탄은 완전히 깨지며 폭발했다. 마폭탄은 보스의 머리를 날리고 희연 역시 날리려 했으나 그녀의 앞으로 날아든 방패가 그 충격을 완화시켰다.

“윽…!”

비록 폭발의 기류까지 완전히 막지는 못해 휩쓸린 희연이 벽에 부딪혀 밑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직접적인 폭탄의 위력으로부턴 벗어날 수는 있었다.

또한 연달아 떨어지는 치료 스킬, 아직 사라지지 않은 머리 위 등불이 지속적으로 주는 회복 덕분에 희연의 HP는 0까지 찍었다가 착실하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죽음의 문턱을 한번 찍고 돌아오는 데 성공한 희연은 조금 멍한 얼굴로 앉아 눈앞에서 벌어지는 폭발을 지켜보았다. 료한과 사랑은 달콤이 커다란 잔해를 향해 공격을 퍼부어준 덕에 희연의 위로는 자잘한 잔해들만 떨어졌다.

마침내, 마폭탄의 폭발이 끝나고 골렘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뒤에야 희연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바짝 얼어 있던 몸에서 힘을 풀었다.

[<녹음의 하급 골렘>을 처치하였습니다.]

[<이름 없는 자들의 설움>을 성공적으로 공략하였습니다.]

[기여도를 측정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끝났다….”

이제 진짜 나갈 수 있다…!

희연은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내려올 파티원들을 마중하러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 그녀가 문뜩 걸음을 멈춘 것은 골렘의 잔해 속에서 삐죽 튀어나온 칼날 조각을 발견했을 때였다.

“…….”

희연은 손을 들어 축축하게 젖은 어깨를 더듬었다.

동굴의 악령이 그녀를 공격했다. 악령이란 존재 자체가 몬스터이고, 위험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악의적인 공격을 맞닥뜨리니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꿈에서 깨 현실로 끌려 나왔다, 같은 류의 느낌은 아니었다. 악령이 위험하다는 것은 수차례 받은 경고 덕에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상처는 이미 다 나았고, 공격받을 당시에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와 별개로 어쩔 수 없는 묘한 배신감이 들었다.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안고 희연은 골렘 쪽으로 움직였다. 칼날 조각을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마폭탄이 터질 때부터 내려오기 시작한 파티원들이 그런 희연을 따라 속도를 낸 덕에 그들은 다 함께 모여 부러진 칼날 조각을 맞춰 볼 수 있었다.

“아까 그 악령은….”

“그쪽 공격하고 사라졌어요. 언제 나올지 모르니까 빨리 칼 맞춰 보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에….”

희연은 보관하고 있던 칼날 조각을 내밀었다. 모짜렐라 역시 이제 막 습득한 칼날 조각을 들었다. 두 개의 조각이 부러진 자리를 서로 메꾸고 하나가 된 순간, 이변은 그때 일어났다.

[조건 (1) : 스톤 베어의 방에서 제물 바치기

조건 (3) : 죽은 자의 이야기 업적 달성

조건 (2) : 남겨진 자의 방의 모든 횃불 제거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재미없는 아나토>, <이름 없는 자들의 설움>의 숨겨진 비화를 보시겠습니까?]

“어? 비화가 두 개…?”

아나토는 편지가 향했어야 할 사람의 이름이었다. 후자의 것이 누구의 비화일지는 뻔했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희연에게로 향했다. 희연은 자신에게로 모이는 시선에 잠시 당황해하다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확인… 할까요?”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돼요.”

“네? 아뇨… 전 사실 궁금한데….”

주변에 있는 악령이고 유령이고 죄다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다 보니 그녀는 동굴 악령의 이야기가 내심 궁금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인해 큰일을 겪었던 희연을 위해 나름 배려했던 일행은 그녀의 말에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그럼 바로 확인하죠.”

“사실 저도 궁금했어요.”

“…이런 건 다양한 관점의 해석도 중요하니까요.”

“동의.”

모두가 동의하자 비화는 곧바로 재생되었다. 시작은 아나토의 이야기였다.

[<재미없는 아나토>

: 아나토는,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마을 에빌론에서 태어나 가죽 무두질하는 아버지와 산딸기 같은 것을 파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그녀는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적당히 부모님 일을 돕다, 적당히 일감을 찾고, 적당한 사람들과 만나며 살았다.

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잔잔한 아나토의 삶을 에빌론의 사람들은 곧잘 재미없는 삶이라고 말했다. 아나토는 무던한 아이였고, 무던한 사람이었다.

작고 따스했던 에빌론은 눈물과 피비린내 나는 장소로 뒤바뀌었을 때, 재미없던 아나토의 삶은 더더욱 재미없는 것이 되어 빛바랬다.

그녀의 아버지는 병사들에게 입힐 가죽 갑옷 때문에 밤낮없이 무두질하다 눈을 감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텅 빈 배를 채워 줄 열매를 찾아 산을 헤매다 사람을 피해 도망 다니던 몬스터 떼에게 잡아먹혔다.

아나토의 삶은 회색이었다. 단조로웠고 재미없었다. 전쟁은 그런 거였다. 작은 마을 사람 아나토의 삶 따윈 순식간에 메마른 흙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아나토는 전쟁이 싫었고, 고통에 신음하는 왕의 군사들이 싫었고, 매일 집에 가고 싶다며 우는 앳된 티 나는 병사들이 싫었다. 그녀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물 많던 어느 병사 하나를 가장 싫어했다.

어디 평화로운 곳에 박혀 꽃이나 돌봐야 할 것 같은 유약함을 품고 검을 든 병사. 매일 울다가도 낮이 되면 웃는 낯으로 돌아다니던 병사.

아나토는 재미없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웃고 싶지 않았다. 웃는 병사가 싫었다. 병사는 아나토를 싫어하지 않았다. 둘은 맞지 않았다. 어느 순간 병사도 점차 웃지 않게 되었다. 아나토의 삶은 더더욱 재미없어졌다. 그럼에도 둘은 또 함께 서 있었다.

병사는 유약한 꽃을 좋아했다. 아나토는 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병사는 눈물이 많았다. 아나토는 웃음이 없었다. 병사는 돌아갈 고향이 없었고, 아나토의 고향 에빌론은 하루하루 없어지고 있었다.

어느 날, 병사는 울먹이며 말했다. 이곳마저 무너지면 나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요. 병사에게 에빌론은 전쟁터이자, 고향이자, 잊고 싶은 곳이며 정든 장소였다. 피에 절은 몸으로 돌아오게 되는 집이었다.

아나토에게 에빌론은 재미없는 곳이었다. 그녀에게 에빌론은 떠나고 싶고, 버리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그녀는 단 한 번도 꾹꾹 눌러 싼 짐가방을 집 밖으로 가지고 나온 적이 없었다.

재미없는 아나토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심정으로 병사에게 말했다. 내게 와요. 돌아갈 장소가 없다면, 내게로 와요. 전쟁터에서도 꽃은 피니,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들고 내게로 와요. 내가 화분이 되어 줄게요.

병사는 웃었고 아나토는 울었다. 어쩌면 유일하게 두 사람이 솔직해진 순간이었다. 재미없는 아나토의 삶이 유일하게 다채롭게 빛나던 순간이었다.

사실, 아나토는 병사가 꽃을 못 찾고 돌아와도 좋았다. 정말로.

전쟁이 끝났다. 병사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나토의 삶은 더더욱 재미없어졌다.]

[<재미없는 아나토>의 비화를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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