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희연이 어떤 생각을 하든지 간에 기어이 작품이라 불릴 만한 것을 만들어낸 킹스메이커는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눈을 빛냈다.
“오리 님. 세트 효과도 봐주세요.”
“?”
“손대고 세트 효과라고 말하면 돼요.”
희연은 킹스메이커가 시키는 대로 했다. 손끝에 닿는 장비의 감촉이 소름 돋을 정도로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유구한 긍휼의 사제복 세트 효과 – <신성 찬가 설화의 노래>
조건 : 유구한 긍휼의 사제복 (상의, 하의, 장갑) 착용
특수 스텟 신성 + 50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대미지 +18%
몬스터 공격 시 대미지 +10%
크리티컬 확률 +6%
특수 스킬 <신성 찬가의 노래>]
[신성 찬가의 노래(패시브) : HP, MP 회복률/회복량이 12% 상승합니다.]
“…….”
할 말을 잃은 희연에게 킹스메이커는 근래 가장 활기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역시 장비의 꽃은 세트 효과죠!”
“아까는 강화라고 했으면서….”
“꽃 한 송이 보다는 양손의 꽃이 좋고 두 송이보다는 꽃다발이 좋은 거니까요.”
“…?”
킹스메이커와 대화할수록 희연은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사실 그녀는 장비 효과 중 절반은 이해 못 한 상태였다. 이름부터 거창한 유구한 긍휼의 사제복 세트가 얼마나 귀한 건지 확신도 없었다.
그러나 가벼운 호의로 선뜻 받을 만한 물건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모르는 희연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희연의 표정이 영 좋지 않음을 눈치챈 킹스메이커는 그녀가 왜 그런 반응인지 눈치챘기에 선수를 쳤다.
“오리 님, 오리 님. 잘 봐봐요. 이 장비는 겨우 렙 30대용 장비예요.”
“앞에 다른 숫자가 쓰여 있는데요….”
“시스템이 멋대로 장비 기준을 높게 잡지 뭐예요. 그래서 내가 원래대로 돌려놨죠. 가끔 이런 오류가 나는 게 바로 장비의 세계!”
“…….”
희연의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들었을 때나 나오는 표정이 떠올랐다. 킹스메이커는 그 모습에 짧게 웃음을 흘리다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렇게 해요 오리 님. 정 오리 님이 이 선물을 받는 게 부담스러우면 거래인 걸로 해요.”
“거래요?”
“전에 오리 님이 나한테 준 책. 그 책값 기억하고 있죠?”
“네에….”
“경매장에 들어가서 80렙 세트 장비 시세값 확인하고 그 책값보다 아래면 무조건 받는 거로 해요, 우리.”
“아….”
“아마 책값 보다 훨씬 떨어질 거예요. 난 최소 세트 장비에 액세서리, 무기까지 다 맞춰 줄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못 믿겠으면 어서 확인해 봐요 오리 님.”
킹스메이커의 재촉에도 희연은 눈만 깜빡였다. 경매장 확인하는 법을 몰라서였다. 멀뚱히 서 있는 희연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킹스메이커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경매장 이용 방법에 대하여 알려 주었다. 정답이었다.
“거기 창에 레벨 누르고, 장비에는 따로 직업 설정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조건 부분에 마력 넣어야 해요. 색 지정에 흰색, 금색, 검은색 넣고…. 네, 됐어요. 한번 천천히 봐봐요.”
희연은 눈앞에 나타난 경매장 창을 차분히 훑어보았다. 레벨 80대용 힐러 세트 장비가 금액순으로 그녀의 앞에 쭉 나열되었다. 금액 역순을 통해 가장 비싼 세트 아이템의 가격을 확인한 희연의 표정은 묘해졌다.
“생각보다 안 비싸네….”
물론 희연이 살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전 킹스메이커가 알려 준 책의 예상 가격을 떠올리면 절로 코웃음 쳐지게 만드는 금액인 것도 사실이었다.
경매장의 다른 아이템들을 확인할수록 점점 얼굴이 펴지는 희연을 지켜보던 뉴비 없지는 웃는 얼굴을 유지하며 옆에 서 있던 킹스메이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전혀 모르겠는데.”
가증스럽기 그지없는 그 모습에 뉴비 없지의 입가는 파르르 떨렸다.
세트라 할지라도 렙 80용 힐러 장비가 비싸봤자 얼마나 비쌀까. 그 뜻은 렙 80용 장비에 굳이 비싼 값을 할 짓을 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을 뜻했다.
희연은 경매장에 올라온 가격만 봤지만 그녀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다른 사안이었다. 강화 횟수, 세트 효과, 옵션의 개수, 하다못해 등급을 말이다.
킹스메이커가 만든 장비에 붙은 효과들을 보려면 최소 렙 200은 넘은 장비 쪽에서 확인해야 했다. 희연이 백날 찾아봤자 유구한 긍휼 셋과 비슷한 것은 렙 80용 장비에선 찾을 수 없었다.
경매장에 없는 아이템은 보통 감히 값을 못 매기는 물건을 뜻하는 것을 알기엔 희연의 머리는 게임에 덜 물들었다. 덕분에 킹스메이커는 즐거운 소매 넣기를 할 수 있었다.
떨어지지 않는 비난의 눈초리에 킹스메이커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오리 님이 내 선물을 받아주지 않는걸.”
“…….”
“그리고 액세서리까지 다 챙겨주고 난 뒤 오리 님이 장비 교체해야 할 때가 온다면 레벨 120쯤이니까 상관없어. 난 앞만 본다.”
“이… 무서운 아이….”
렙 120에는 본격적인 PVP 콘텐츠를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우승할 때마다 받게 되는 포인트로 사게 되는 것은 뻔했다. 장비다. 희연은 또다시 경매장에서 장비를 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킹스메이커는 자신의 행동을 끝까지 안 걸릴 자신이 있었고, 이미 계획도 있었다.
“…….”
“왜요? 걸릴 것 같아요?”
“아뇨….”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에 킹스메이커는 물었고, 닉은 답했다. 본의 아니게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모두 듣게 된 닉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에 한번 비슷한 짓을 당해봤던 그는 킹스메이커의 수작질에 대하여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희연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은 이왕지사 그녀가 좋은 장비를 쓰는 게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또한 레벨 200이 될 때까지 킹스메이커의 수작질을 몰랐었던 것을 떠올리니 조금 속이 쓰렸다. 고스란히 제 전철을 밟게 될 희연에게 짧은 애도를 표하며 닉은 이 일을 모르는 척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희연이 거절해봤자 유구한 긍휼 세트는 킹스메이커의 인벤토리에 영원히 봉인된다.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희연은 그건 그것대로 괴로워했을 것이므로 그녀가 장비를 받는 것이 가장 해피엔딩에 근접했다.
그들이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는 사이 렙 120 힐러 세트 장비의 시세까지 확인한 희연은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킹스메이커에게 말했다.
“음…, 그러면 감사히 받을게요. 고맙습니다.”
“와아! 장비는 마음에 드나요?”
“네!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장비까지만 하고 다른 건….”
“신발은 아나토에게 맡길 거라 일부러 안 만들었어요! 액세서리는 예전에 내가 쓰던 거 줄게요! 이 정도는 괜찮죠?”
“킹 님이 쓰던 거요?”
희연의 질문에 킹스메이커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렙 30 때 쓰던 거요! 하도 쓸데가 없어서 길드 성에 대충 던져놨었는데 지금 바로 가지고 올게요!”
무어라 더 말할 틈도 없이 킹스메이커는 냉큼 길드 귀환 스킬을 사용해 그들의 앞에서 사라졌다. 희연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눈만 깜박였고 뉴비 없지와 닉은 서로를 힐끗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길드 성으로 간 킹스메이커가 액세서리를 가지고 오긴 할 것이다. 경매장에서 사 오든, 직접 만들든 해서 힐러용으로 말이다.
뭐가 됐든 간에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뉴비 없지는 소중한 뉴비를 속인다는 약간의 죄책감과 좋은 장비를 입힌다는 기쁨이 뒤섞인 마음으로 희연에게 말했다.
“킹이 오려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장비 먼저 착용해 볼래요 오리 님?”
“아, 네!”
희연은 뉴비 없지의 말에 테이블 위에 놓인 유구한 긍휼 세트 위로 손을 올렸다. 장비를 교체하겠냐는 물음에 예, 를 답하자 밋밋했던 그녀의 장비가 뒤바뀌었다.
[스킬 <신성의 제작>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
헬르벨의 도움으로 얻었으나 신성 스텟 부족으로 사용할 수 없었던 스킬 <신성의 제작>의 해금됐다. 이유는 장비의 꽃이라는 세트 효과 덕이었다.
뉴비 없지는 장비를 자세히 보라는 의미로 커다란 거울을 꺼내주었다. 얼떨결에 거울 앞에 서게 된 희연은 차분히 자신이 입은 장비를 훑어보았다.
검은 장갑은 중지에 낀 금색 반지로 고정되는 핑거 루프 형이었다. 기장은 팔꿈치 정도까지로 제법 길었는데, 수단의 옷 소매가 폭이 넓어 팔을 크게 움직일 때면 장갑의 끄트머리가 살짝씩 보이곤 했다.
목을 보호하되 답답함은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는지 수단의 앞섬은 단추나 따로 끈이 있지 않았다. 대신 그 안에 민소매 옷을 받쳐 입고 팔을 덮지 않는 짧은 케이프 모제타가 금색 천을 덧댄 상태로 장식을 대신했다. 화려한 금색의 문양을 넣은 짙은 검은색 스톨은 어깨에서 금 단추로 고정되어 있었다.
희연의 장비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하의였다. 보통 수단은 로브형으로 되어 있는데 킹스메이커가 만든 장비의 경우 그 밑단이 네 폭으로 나뉘어 있었다. 달리기 편하면 좋겠다는 희연의 바람에 따라 검은 바지와 함께 달리는 것에 방해되는 로브형 수단에 변화를 준 것이다.
허리에 리본형으로 묶인 파시아를 기준으로 상체는 화려하긴 해도 실제 수단의 형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밑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거울 앞에 서서 빙그르르 돌아본 희연은 묵직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옷자락이 가볍게 나풀거리는 것을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우와….”
장비를 갈아 끼우느라 테이블 위에 앉아 있게 된 두 악령도 짝짝 박수를 쳐주었다. 악령이는 요정의 옷감이 예뻐서였고 병사 악령은 악령이를 따라 하느라 친 박수였다.
옷 이곳저곳을 잡아당겨 보기도 하고 걸어 다녀 보기도 하던 희연이 멈춘 것은 거칠게 커튼을 걷으며 킹스메이커가 다시 등장했을 때였다.
“액세서리-! 갖고 왔어요! 오리 님 장비 입었네요? 예쁘다, 예쁘다! 잘 어울려요!”
“…괜찮으세요?”
“네? 물론이죠. 그냥 좀, 빨리 뛰어왔더니 조금 힘들어서 그래요!”
평온한 얼굴과 달리 킹스메이커의 숨소리는 거칠었다. 그녀는 커튼을 붙잡고 충분히 숨을 고른 뒤에야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일단 귀걸이랑 반지 몇 개 갖고 와 봤어요. 목걸이는 따로 봐둔 게 있어서 제외했고, 아. 팔찌를 안 갖고 왔네….”
팔찌라는 말에 희연은 냉큼 끼어들어 말했다.
“저 팔찌 있어요! 전에 닉 님이 주셨거든요.”
“길마님이요?”
킹스메이커는 어딘가 대견한 자식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닉을 돌아보았다. 그에 닉의 얼굴에는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그 팔찌….”
“?”
“아니에요,”
말을 흐리는 닉의 모습에 희연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이상 그에게 신경 쓰지는 못했다. 킹스메이커가 이거 보라며 귀걸이 여러 개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왼쪽에 이건 공속이랑 마력 스텟을 높여주고 오른쪽은 공격력 증가랑 HP 증가 효과가 있어요.”
“어떤 게 더 좋아요?”
“둘 다 나쁘지 않아서…, 오리 님이 더 마음에 드는 쪽을 고르면 될 것 같아요.”
공격 속도와 마력 스텟을 높여주는 귀걸이는 황금색 보석을 중심으로 자그마한 다이아몬드가 베일처럼 늘어진 화려한 디자인이었다.
어찌나 화려했는지 공격력 증가와 HP 증가 효과를 가진 쪽의 귀걸이 역시 밋밋하다 못할 디자인임에도 그것이 소박하게 보일 정도였다.
잠시 그 둘을 비교하며 고민하던 희연은 덜 화려한 쪽을 선택했다. 불투명한 연한 노란빛 보석으로 작은 꽃 모양을 만들고, 그 꽃과 이어진 체인이 귓바퀴에 거는 나뭇잎 줄기 모양의 이어커프와 이어지는 디자인이었다.
킹스메이커는 희연이 선택에 대해 질문했다.
“왜 그쪽으로 고른 거예요?”
“별 이유는 아니고…, 저건 너무 화려하고 치렁치렁해서요. 머리카락이나 옷에 걸릴 것 같았거든요.”
이리저리 굴러다니기 일수인 모험 RPG에서 그녀는 저토록 화려한 물건을 달고 다닐 자신이 없었다. 킹스메이커는 희연의 대답에 고개를 저었다.
“액세서리에 투명화 기능 있어요.”
킹스메이커는 예시를 보여주듯 자신의 귓불을 두 번 두들겼다. 그러자 앞서 희연이 화려하다고 생각한 귀걸이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물건이 등장했다. 킹스메이커는 목걸이를 귀에 달고 다니는 건가 하는 생각이 희연의 머릿속에 절로 들 정도였다.
“게임이라서 아무리 화려한 걸 차고 다녀도 무게가 없고 옷에 걸리는 일도 없어요. 투명화 기능도 있으니까 순수하게 능력치만 볼 거면 디자인은 고려 안 해도 돼요.”
킹스메이커는 다시 귀걸이를 투명화로 바꾸었고, 희연 역시도 그런 그녀를 따라 하듯 옷 소매 안에 숨겨져 있던 팔찌를 두들겨 보았다. 투명해진 팔찌는 킹스메이커의 말처럼 아무 무게감도,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하네요….”
“그쵸? 그래서,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엔 어느 쪽을 선택할 거예요?”
“저는 그래도 이쪽으로 할래요. 마력 스텟은 장비로 충분하니까 HP 쪽을 챙기고 싶어요.”
희연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던지 킹스메이커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반지를 골라볼까요?”
“저 반지도 있는데….”
“…….”
“힐두르가 준 반지…, 되게 좋은 거요….”
“오리 님, 너무 매정해졌어. 아무것도 모르고 다 받을 때가 좋았는데.”
“전 그런 적이 없는데…?”
킹스메이커는 거짓 울음을 흘렸지만 희연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람 손가락이 열 손가락인 이상 킹스메이커가 쥐여주는 반지 역시도 하나일 리가 없었다.
“반지가 없어도 될 정도로 좋은 장비를 받았으니까, 반지는 정말로 괜찮아요.”
“장비의 꽃은 액세서리….”
“안 돼요.”
두 번이나 반복된 레퍼토리다. 희연은 단호하게 선을 긋고 이어커프 귀걸이의 정보를 확인했다.
[<거룩한 빛의 조각 귀걸이 (민담)> +3
Lv. 28
과거에 존재했던 거룩한 빛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장신구이다. 희미하게 과거의 영광이 느껴진다.
힘(0), 민첩(5), 마력(30) 추가로 HP 50, MP를 200을 올려 준다. 공격 시 공격력이 +14% 추가된다.
특수스킬 : 빛바랜 영광]
[<빛바랜 영광(액티브)> : 일시적으로 특수 스텟 신성을 10 높여준다.]
“?”
생각했던 것보단 평범하네?
앞서 본 것들이 워낙에 위협적으로 대단했다 보니 귀걸이의 다소 평범한 설명문에 희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총합 강화 +44 유구한 긍휼 세트에서야 간신히 만족한 킹스메이커가 +3 귀걸이를 내놓았다? 수상쩍었다. 의심의 눈초리가 절로 킹스메이커 쪽으로 향했다.
수상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킹스메이커는 분명 자신이 예전에 쓰던 물건이라고 했다. 마법사가 신성 스텟 올려주는 액세서리를 썼다는 소리였다.
물론 희연은 애초에 그녀가 자신이 예전에 쓰던 물건을 가지고 온다고 했을 때부터 반쯤은 믿지 않았으므로 그 점은 문제 되는 사항이 아니었다.
다만, 킹스메이커가 거짓말까지 하며 가져온 귀걸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조금도 짐작 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희연의 시선은 킹스메이커를 지나 닉 쪽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그가 목에 걸고 있는 보석으로. 미르그 교단의 성물이라는 그 언뜻 보면 검은색으로 보이는 짙은 보라색 보석으로 말이다.
“…….”
금색 보석, 그리고 백금. 금색과 흰색이다. 금색은…. 거기까지 생각하던 희연은 머릿속에 떠오른 가설을 애써 털어냈다.
에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