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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28)화 (128/251)

128화

희연이 이게 뭐냐고 생각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찬양 글을 쓰는 동안 닉과 이름 없는 그분을 필두로 사람들은 사냥을 시작했다.

“안 죽여도 돼요. 시간만 끌어도 되니까 스낼리개스터가 투명화 못 하게만 해주세요. 원딜들이 스낼리개스터 견제하는 동안 근딜들은 내려가서 다른 잡몹들 좀 처리해 주시고요. 신호하면 다시 성벽으로 올라오는 거 잊지 말고요.”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사이 이름 없는 그분이 말한 조건에 맞는 이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좀 능력 있다 싶은 힐러의 경우 레벨이 조금 낮다고 해도 위헬브 혹은 수도 딜라일 쪽으로 가서였다.

그들은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쭈뼛거리다가 독독 스킬 습득을 위해 글을 끼적이던 희연의 옆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모이라고 해서 모였지만 아직은 할 게 없어서였다.

마법사보다 연약하고 공격력도 낮은 힐러는 필요할 때가 아니라면 얌전히 안전한 곳에 있는 게 도와주는 거였다. 괜히 앞으로 나섰다가 죽기라도 하면 모두의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그들이 찾은 할 일은 계획의 일부로 보이는 희연의 독독 스킬 습득을 돕는 거였다.

“진짜 진짜, 이거 같은 단어 다섯 번만 넣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 쓰다 말았는데….”

“아, 그거. 진짜 진짜 다섯 번 하고 중간에 최고로, 정말 이런 말 쓰면 다시 진짜 진짜 쓸 수 있던데요?”

희연은 도움을 받으며 간신히 독독 스킬을 습득하는 것을 성공했다. 이름 없는 그분은 정확히 희연이 스킬을 습득하자마자 다시 나타났다.

“잠깐 확인 좀 할게요. 뉴비님 빼고 다들 디스펠 스킬 갖고 있는 거죠? 공속트리 탄 사람은 뉴비님 포함 셋이고, 기본 버프 외에 다른 버프 가진 사람도 셋이고요?”

확인을 끝낸 이름 없는 그분은 계획에 관하여 알려주었다. 그의 계획을 들은 희연의 입이 벌어졌다. 이름 없는 그분이 계획의 핵심에 그녀를 집어넣어서였다.

“저 말고 그냥 안전하게 다른 사람이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안 돼요. 지팡이는 기본 스킬 모션이 타깃 설정인데 범위 판정이 그렇게 넓지 않아요. 총이 그나마 사정거리가 가장 넓지만, 이제 와서 저분들한테 총 들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인원 배치가 뉴비님이에요.”

“그래도….”

“뉴비님이 무기에 공속 인챈트를 안 했으면 저도 다른 방법을 찾긴 했을 텐데, 상급으로 8셋 맞췄다고 하니까 이건 무조건 된다 싶거든요. 이렇게 딱딱 준비되어 있는데 어떻게 못 본 척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요.”

어느새 닉 또한 그들 무리 쪽으로 왔다. 계획의 또 다른 핵심이었기 때문이었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돼요. 자 힐러님들. 모두 파티에 가입해 주세요.”

이름 없는 그분은 방해되는 긴 머리칼을 깔끔하게 하나로 묶어 내리며 성벽 아래를 보았다. 희연도 그 뒤를 따라 밑을 내려다보았다.

스낼리개스터 무리가 일부분만 투명해진 상태로 사방을 향해 꼬리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들의 몸 위로 떨어지는 마법은 시전 속도가 짧은 것에 비례해 공격력이 미미했다.

희연은 긴장감에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제가… 못 맞추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못 맞추면 좀 어때요. 그래봤자 망하는 거죠 뭐! 그리고 욕먹는 사람도 저니까 뉴비님은 아무 걱정 할 필요 없어요!”

“…….”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입을 벌렸던 희연은 대책 없는 해맑은 말에 결국 입을 다물었다. 이름 없는 그분이 희연을 보며 생글생글 웃는 사이 지호 또한 합류했다.

지호는 어깨에 매달려 고개를 까딱이는 부엉이를 쓰다듬으며 이름 없는 그분에게 말했다.

“마담 말로는 황무지 쪽에서 뭔 일이 있었다나 봐. 그것 때문에 스낼리개스터 포함 황무지 쪽 몬스터가 단체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던데.”

“그러면 수도 쪽에도 황무지 몬스터가 갔어?”

“어. 이번에 몬스터 웨이브 일어난 지역은 전부 황무지 몬스터 나타났다고 하더라. 수도 쪽에서 부를 수 있는 애들 죄다 수도에 억류 안 시켰으면 수도가 털릴 뻔했어.”

“와… 진짜 망할 뻔했네. 에빌론이 문제가 아니었잖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희연은 고개를 기울였다. 마치, 이번 몬스터 웨이브가 사실 루로의 울음 때문이 아닌 거라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 황무지 지역에서 있었다는 일이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킨 걸까?

루로가 울었던 순간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날 확률에 대한 경고를 받았었기에 희연은 내내 이 일의 원인이 그들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진짜 원인일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희연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고 싶었지만 그러한 여유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검은 망토를 두른 길드원 하나가 이름 없는 그분을 찾은 것이다.

“길마님! 길마님! 큰일 났어요!”

“왜왜! 뭔데!”

“또비가 잡혀갔어요! 저 위로!”

모두의 시선이 그의 손끝을 따라 하늘 위로 움직였다. 검은 망토를 펄럭이는 마법사 하나가 손을 휘적이고 있었다.

“또비가 하늘을 나는 스킬을 갖고 있었나…?”

“있겠냐? 포션 물고 있는데도 HP 쭉쭉 빨리는 얼굴 하는 거 보니 스낼리개스터한테 물렸네.”

태평한 모습들이 도와주거나 할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름 없는 그분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쟤는 어쩌다가 잡혔어?”

“MP 없다고 잠깐 마법 쉬는 사이에 잡혀갔어요…. 또비 죽겠죠?”

“죽지요, 당연히. 그러게 물몸이면 알아서 몸 사려야 한다니까.”

이름 없는 그분은 곤란하다는 듯 하늘을 바라보다 희연을 포함한 힐러 무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또비한테 힐 스킬 좀 걸어주실 분 있을까요?”

“파티 상태가 아니면 일일이 지정해서 스킬을 써야 하는데 저렇게 멀리, 그것도 움직이는 상태면 MP 낭비만 할 것 같아서 저는 조금….”

“아, 저도 좀. 스킬 맞출 자신 없어요.”

“저는 사정거리가 안 맞을 것 같아요.”

일곱 명 전원에게 거절당한 그는 희연을 돌아보았다. 축 늘어진 눈썹 탓에 조금 불쌍해 보이는 얼굴을 하면서 말이다.

“뉴비님은요? 총은 사정거리가 길긴 한데….”

“저는….”

희연은 눈을 굴려 또비를 보았다. 그녀는 명사수였다. 공격 스킬을 사용할 때면 아니었지만 그 외 치료나 버프 스킬을 사용할 때는 백발백중의 확률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선뜻 자신이 하겠다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레벨의 차이 때문이었다. 조금 전 뉴비 없지가 따뜻한 미소를 지은 이유를 대충 깨달은 희연은 자신의 회복 능력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거사를 앞둔 지금은 함부로 쓰기에 부담 가는 방법이라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답이 없는 희연의 모습에 이름 없는 그분은 조용히 손을 마주 잡고 제 길드원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무척이나 빠르게 포기하는 그 모습에 희연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차라리 떨어트리는 거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요?”

“솔직히 제가 치료해 봤자 효과가 별로일 거예요. 대신 스낼리개스터는 맞춰서 떨어트리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되나…?”

“뉴비님이 된다잖아! 조용히 해 지호야!”

이름 없는 그분이 지호에게 응징을 당하는 사이 희연은 오른손에 든 총을 들어 올렸다. 일단 될 것 같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녀 역시 확신은 없었다.

“아….”

희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조준할 곳을 찾지 못한 총을 든 손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투명화한 스낼리개스터를 눈에 담지 못했기에 시스템이 인식 판정을 내리지 않았고 그에 따라 낭만의 프라이쉬츠 역시 발동하지 않은 것이다.

어딘가 어설픈 그 모습에 지호는 희연에게 말했다.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하지 마세요. 괜히 MP 낭비하면서까지 살려야 하는 건 아니에요.”

“너 그 말 또비가 들었으면 울었을 거야.”

또비가 자신의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었지만, 희연은 착실하게 스킬을 사용했다. 눈 위로 초록색의 띠가 둘러졌다.

약점 간파 스킬을 사용하고 다시 또비 쪽을 바라본 희연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무것도 없는 투명한 하늘 위로 붉은 점 몇 개가 나타났다. 혹시나 하고 써본 것인데 정답이었다.

“<탄환 변경>.”

[탄환이 변경됩니다. 일반 탄환 >> (마법)화염 탄환]

어설프게 들어 올린 팔이 곧게 뻗었다. 총 위로 작은 불씨와 함께 붉은 마법진이 떠올랐다. 화염을 제외하곤 마법 탄환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효과였다.

탕!

화염 탄환은 비단 마법진뿐만 아니라 방아쇠를 당길 때도 총구에서 생각보다 커다란 불꽃을 터트렸다. 희연은 깜짝 놀라 발을 주춤했지만 다행히 총은 흔들리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다시 하늘로 움직였다.

“어… 맞춘 거죠?”

“명중이야. 허공에서 불 터졌잖아. 이건 그냥….”

언제나 저 할 말을 거침없이 하던 지호가 처음으로 말하는 것을 머뭇거렸다. 슬프게도 희연은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청산가리도 저런 표정을 짓고 그녀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딕톤을 공격하고 미스가 떴을 때다.

“그래도 이번엔 미스 아니었겠죠?”

“…그럴 거예요.”

긍정적인 희연의 말에 당시 함께 있으며 공격 미스 사건을 옆에서 봤던 닉이 호응해 주었다. 위로에 가까웠지만 희연은 그냥 호응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공격해봤자 의미가 없고, 애써 스낼리개스터를 무찌르는 게 아닌 붙잡힌 또비만 빼낼 방법. 희연은 다시 스킬 목록을 훑어보았다.

“안 되면 그냥 하지 마요. MP 낭비라니까.”

“한 번만 더요. 이번에는 확실하게 또비 님을 떨어지게 해볼게요!”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힐러 무리 중 한 명이 조용히 의문을 제시했다.

“그런데 저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마법사는 낙하 대미지로 죽지 않나…?”

안타깝게도 희연의 귀에는 닿지 못했다. 희연은 다시 총을 들어 올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탄환이 변경됩니다. (마법)화염 탄환 >> 예광탄]

불티를 흘리던 마법진이 환하게 빛나는 황금색 마법진으로 변했다.

탕-!

예광탄은 빛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마치 유성 하나가 거꾸로 하늘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원래의 예광탄의 밝기가 탄도 확인을 위한 용도로 쓰이는 정도라고 한다면 합법 도박이 만들어준 예광탄은 말 그대로 빛의 총알이었다.

스낼리개스터를 맞춘 예광탄은 끝에 가서는 총알이 완전히 깨지며 눈부신 빛을 내뿜었는데 그 밝기가 어찌나 밝았는지 멀뚱멀뚱 서서 위를 바라보던 이들 모두가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을 정도였다.

희연은 스낼리개스터의 수많은 약점 중 눈과 가장 가까운 쪽으로 총을 쐈다. 당연하게도 하나 있는 눈을 직격으로 테러당한 스낼리개스터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투명화가 풀리며 스낼리개스터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빛의 잔상에 비틀거리던 괴조가 머리를 뒤흔들더니 추락하기 시작했다.

“떨어진다!”

“이, 이쪽으로 오는데?”

“피해!”

성벽 위에 서서 구경하던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의 예상대로 스낼리개스터는 성벽 위로 추락했다. 굉음을 내며 떨어진 괴조의 몸에 성벽은 반쯤 허물어졌지만, 그 정도의 충격에도 스낼리개스터는 죽지 않았다.

돌무더기 아래에서 바르작거리는 스낼리개스터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름 없는 그분은 희연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떨어트렸어요!”

“아…. 공격!”

엉거주춤 무기를 들고 있던 이들이 모두 달려들어 스낼리개스터를 잡는 것을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용케 낙하 대미지로 죽지 않은 또비 역시도 구출할 수 있었다. 희연도 총 두 자루를 들고 열심히 대미지를 주었다.

내내 스낼리개스터로부터 또비를 구출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지호 또한 결국 희연의 업적을 인정했다.

“이딴 방법으로 스낼리개스터를 잡았다는 게 제일 어이없어 나는.”

“지호야, 쉿! 말을 예쁘게 하자!”

어찌 됐든 간에 다 함께 스낼리개스터를 처치한 덕에 분위기는 조금 과열된 감이 있긴 해도 확연히 좋아졌다. 그 분위기의 중심에 서 있는 건 희연이었는데 그녀 역시도 정말로 이런 방법이 통할 줄은 몰랐기에 눈을 빛내며 신이 나 있었다.

“닉 님! 닉 님! 저 제대로 맞췄어요!”

“잘했어요.”

“네!”

들떠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희연을 보며 웃던 이름 없는 그분은 성벽이 무너지는 소리에 놀라 굳었던 다른 스낼리개스터 무리가 다시 찢어지는 울음소리를 내뱉는 것을 보며 입을 뗐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계획을 실천해 볼까요?”

***

진득한 액체가 덕지덕지 묻어 있던 낫이 휘둘러질 때마다 수많은 몬스터의 목이 한 번에 잘려나갔다. 뺨에 묻어난 흔적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낸 킹스메이커는 툭, 고개를 기울이며 사방을 훑어보았다.

부유하고 발전한 문명의 도시 같던 시드론의 수도 딜라일의 꼴이 영 말이 아니었다. 걸어 다닐 때면 꽃향기와 책 냄새가 물씬 풍기던 지식의 나라라는 위명에 어울리지 않았다.

골목골목 마치 장식처럼 내걸린 몬스터의 사체에서 풍기는 악취, 반파된 문명의 흔적, 바람을 타고 울리는 사람들의 울음소리 같은 것들.

걷는 길에 방해되는 몬스터의 머리를 대충 걷어차던 그녀는 대강 주변이 정리되었다는 판단을 내리며 다시 왕궁으로 돌아가자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해 고민했다.

우연일까?

레벨 200은 넘어야 갈 수 있는 황무지의 몬스터들이 딜라일에 떼로 나타났다. 가벼운 마음으로 딜라일에 왔던 킹스메이커는 처음 몬스터 군락 무리를 보았을 때 드디어 메르헨 호라이즌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AI가 맛이 간 줄 알았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웨이브가 지속된다는 건 오류는 아니라는 건데….”

누가 황무지에서 뭘 잘못 건드린 걸까?

나라의 중심인 수도 딜라일에는 국가의 상징인 독수리를 수놓은 휘장이 이곳저곳에 걸려 있었다. 빛바랜 영광과 긍지의 독수리 휘장은 언제나 깨끗한 모습으로 바람에 펄럭였다.

그러나 지금은 피와 온갖 체액으로 얼룩덜룩해져 독수리의 형체를 간신히 알아볼 정도였다. 그것들을 훑어보며 킹스메이커는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주변에 느껴지는 인기척은 없었다. 옹기종기 모여 합동하여 도시를 보호하는 에빌론과 달리 딜라일로 모여든 이들은 모두 개인으로 움직였다.

유저임에도 그 명성과 능력으로 나라의 부름을 받은 이들이었다. 함께 다닌다고 해서 남의 말을 들을 리도 없었고 도리어 손발도 안 맞는데 괜히 같이 다니다가 싸움 나면 몬스터보다 더한 피해를 줄 위협 요소들이었다.

킹스메이커 역시 개인주의라고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인지라 처음 수도에 오자마자 혼자 다닐 것을 권유받았다. 뉴비 없지의 경우 나라가 아닌 대신전의 부름을 받은 터라 그쪽의 NPC들과 함께 다니는 중이었다.

기어이 혼자서 거리의 몬스터를 모조리 도살 내는 것에 성공한 그녀는 매우 여유로운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

그러던 와중 킹스메이커는 골목길로 들어서는 새까맣고 긴 무언가를 발견했다. 놓친 몬스터가 있었던가, 생각하며 그녀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쾅-!

일단 손부터 뻗어 꼬리를 잡아채고 벽에 던져 버린 뒤에야 킹스메이커는 몬스터의 정체가 새까만 뱀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뱀이네?”

또 뱀이다. 킹스메이커는 반사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몇 번 더 뱀의 꼬리를 잡고 벽에 휘둘러 뱀을 죽인 그녀는 전리품으로 떨어진 배지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어느 결사단의 수상한 배지> : 이름 모를 어느 결사단의 배지다. 그들의 정체는, 목적은 무엇일까?]

잠시간 손안에 들어온 아이템은 바라보던 킹스메이커는 얼마 안 있어 눈을 휘며 웃었다.

“메인 퀘스트구나?”

드디어 찾았다. 즐거움이 듬뿍 담긴 목소리가 고요한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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