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비세스 메이커 (130)화 (130/251)

130화

***

무너진 성벽을 수리하고 수습하는 역할을 맡은 것은 자유 도시 에빌론의 거주민들이었다. 다른 문들에 비해 확연히 그 피해가 큰 북문을 보며 에빌론의 주민들은 입을 떡 벌렸다.

그중에는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낯을 바꾼 적 없던 레이도 있었다. 비록 유배자이기는 하나 나라에서 파견된 공무원인 그는 이번 현장 복구의 총책임자 비스름한 것이었다.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희연은 오랜만에 레이를 만날 수 있었다.

레이는 반쯤 허물어진 성벽을 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는데, 얼마 안 있어 정신을 차리고는 예의 깃발을 높게 들어 올렸다.

[긴급 퀘스트 모집! 자유 도시 에빌론의 <레이>가 불시착한 이방인 여러분의 도움을 구합니다.]

도시 복구 퀘스트는 지겨운 반복 노동이라는 점에서 인기 있는 퀘스트는 아니었지만 그 보상은 제법 쏠쏠했기에 레이에게서 퀘스트를 받아 가는 이들이 적지만은 않았다.

희연은 그 광경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던 중 주위를 살피던 레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가까이 오라 손짓했다.

의심 한번 안 하고 순순히 앞으로 걸어온 희연에게 레이는 말했다.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자 하니 이 성벽을 부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하셨다고요?”

희연은 빠르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우리의 도시를 지키다가 생긴 사소한 실수를 책망할 수야 없지요. 그저 다음부터는 조금 조심해 주시기를 바랄 뿐이랍니다.”

“네에….”

이게 다 <보금자리 파괴범> 때문이다. 희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사각지대를 찾아 슬금슬금 몸을 움직였다. 닉을 끌어당겨 앞에 내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노력이 워낙에 가상했던지라 결국 레이도 속으로 혀를 끌끌 차고는 고개를 돌려 다른 유저들에게 집중했다. 힘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성벽의 잔해를 치우는 속도가 빨랐다.

레이의 퀘스트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몬스터 웨이브를 위해 모였던 만큼 보상 확인 이후 빠르게 흩어졌다. 이름은 말할 수가 없어 길드 역시도 간단한 인사 이후 자리를 뜬 지 오래였다.

그런 길드원들과는 달리 정작 그들의 길드 마스터인 이름 없는 그분은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가 레이의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애당초 힐러와 마법사 같은 물몸 직업들에게 순수 힘을 요구하는 퀘스트는 맞지 않았다.

이름 없는 그분은 누군가를 찾듯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희연은 그 대상이 그녀 자신임을 눈치챘다. 너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띄는 닉을 앞세우고 숨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다. 워낙에 자주 보니 익숙해진 것이지 가까운 이들을 제외한 남들이 보기엔 닉만큼 눈에 띄는 사람도 드물었다.

이름 없는 그분 역시도 금세 닉을 발견하곤 그들을 향해 뛰어왔다.

“뉴비님, 뉴비님!”

다시 모자를 푹 눌러쓴 것이 무색하게도 달려오는 과정에서 그의 모자는 다시 벗겨졌다. 그사이 풀어헤친 긴 머리카락이 사방팔방으로 흩날렸다.

“뉴비님! 다행이다 아직 안 갔구나…!”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빗어 넘기며 이름 없는 그분이 빠르게 손을 놀렸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 거래를 요청했습니다.]

[거부합니다]

“뉴비님-!”

“선물 주지 마세요!”

희연의 외침에 이름 없는 그분은 섭섭하다는 듯 눈썹을 팔자로 늘어트렸다.

“킹스메이커가 주는 건 다 받았으면서….”

“다 받았으니까 이젠 안 받겠다고 하는 거죠. 솔직히… 아무 이유 없이 고가의 선물 받는 거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뉴비님은 뉴비잖아요. 그러면 그냥 받아도 돼요!”

도돌이표나 다름없는 대화였다. 희연은 잘못된 점부터 짚어주기로 했다.

“저 이제 뉴비 아니에요.”

고로 더 이상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름 없는 그분의 의견에 반박하는 말이었지만 정작 그 반박당한 이에게는 소용없는 말이기도 했다.

“…아하, 그러시구나…?”

어조가 상당히 미묘했던지라 희연의 표정은 절로 부루퉁해졌다.

희연의 입장에서 뉴비란, 레벨도 없고 직업도 없고 상태 창도 볼 줄 몰랐던 시절을 뜻했다. 그녀는 이제 힘이 100이고 마력도 2000이 넘는 어엿한 힐러 유저였다.

이름 없는 그분은 당당히 자신이 뉴비가 아님을 주장하는 희연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입장을 비롯하여 대부분 유저의 눈으로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이제 간신히 2차 전직이라 불리는 30레벨 조금 넘은 희연은 여전히 꼬꼬마 뉴비였다.

그는 스스로가 뉴비가 아니라 굳게 믿는 뉴비 힐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확실한 선을 제시했다.

“만렙 찍고 오시면 생각해 볼게요.”

“만렙이 몇인데요?”

“300이요.”

“300….”

레벨 33을 찍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려 본 희연은 곧이어 입을 꾹 다물었다. 어쩔 수 없었다. 뉴비뉴비 하며 부르는 것을 당분간 감수해야 할 듯했다.

레벨을 걸고넘어지다니. 희연은 이름 없는 그분이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짜증이 섞인 희연의 표정에 이름 없는 그분은 혼자 웃다가 인벤토리에서 꺼낸 보따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희연은 애써 무시하고자 했지만,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고 몸을 굽히는 성인 남자를 앞에 두고 외면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입을 뗐다.

“이게 뭔데요?”

물어보는 말투가 조금 퉁명스러웠지만 이름 없는 그분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제가 드리는 이번 웨이브 보상이에요 뉴비님!”

“웨이브 보상을 왜….”

“게임사가 제대로 안 챙기니까 저라도 챙겨야죠!”

“그렇구나….”

옛날에도 들어봤던 핑계였다. 방긋방긋 웃는 이름 없는 그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대충 장단 맞춰 웃어 준 희연은 냉큼 뒤로 발을 빼며 답했다.

“안 받을 거예요.”

“뉴비님!”

“안 받아요.”

[스킬 <소매 넣기>에 당했습니다.]

[스킬 <소매 넣기>에 당했습니다.]

[스킬 <소매 넣기>에 당했습니다.]

“아.”

“그러면 저는 이만-! 다음 선물을 기대해 주세요 뉴비님!”

이름 없는 그분은 희연이 어떻게 손써볼 틈도 없이 잽싸게 사라졌다. 망토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오른 것이다. 희연은 허망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다 인벤토리에 새로 자리를 잡은 것들을 끄집어냈다.

누가 킹스메이커와 같은 직종 아니랄까 봐 그의 선물은 책이었다. 마법사들은 원래 남에게 독서를 시키는 걸 좋아하는 걸까? 희연이 특정 직업에 대한 편견이 생기려고 할 때, 닉이 책의 정체에 대하여 알려주었다.

“스킬북이에요.”

“…찬양 글 쓰게 만들던 그거요?”

“아뇨, 이건 그런 종류의 스킬북은 아니에요.”

희연은 안도하며 손에 들린 책의 제목을 확인했다.

“람쥐썬더…?”

“공격 스킬이네요.”

그걸 물어본 건 아니었다. 희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다른 책들의 제목도 확인했다. 앞서 본 책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제목이었다.

“…….”

희연은 책을 고스란히 다시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나중에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비록 성벽을 부수고, 이름 없는 그분에게 보상으로 스킬북을 받는 대신 뉴비 칭호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지만, 희연은 이번 몬스터 웨이브로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일단 레벨이 40이 되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상태 이상 악마와의 내기가 발동할 가능성이 높은 레벨 50까지 이제 겨우 10 남았다는 점에서 말이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는 하지만 그런 악마를 상대로 레벨 50인 상태로 덤비라는 건 너무했다.

희연은 이제 곧 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의 마음이 반, 과연 내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반이었다.

자미엘이 양심이 있다면 직접적인 싸움으로 내기를 진행하지 않을 테지만 애초에 그 악마에게서 양심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것 역시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양심이 있었다면 죄 없는 헬르벨도 애당초 걸고넘어지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표정이 굳은 희연의 모습을 무엇이라 해석한 것인지 닉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화났어요?”

“네? 저요?”

화들짝 놀란 희연은 손을 들어 제 뺨을 문질러 보았다. 희연의 팔에 매달려 있던 악령이가 그 행동을 따라 했다. 올라간 눈꼬리 때문에 종종 무표정하게 있으면 화났냐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들을 때마다 희연은 당황하곤 했다.

“화난 건 아니고… 그냥 좀 걱정돼서요.”

“어떤 게 걱정되는데요?”

“악마와의 내기요…. 오늘 웨이브 덕에 레벨이 한 번에 40까지 올랐거든요. 이 속도면 금세 레벨 50이 될 것 같은데, 솔직히 이 상태로 자미엘이랑 내기를 해도 되는 걸까 싶어서요.”

장비, 무기, 스킬. 모든 게 준비되었지만 정작 그것들을 사용할 희연은 준비되지 않았다. 경험도 부족했고 그렇다고 해서 타고난 싸움꾼도 아니었다.

손끝을 꼼지락거리는 희연을 보며 닉은 잔잔히 말했다.

“잘 될 거예요.”

“네….”

잘 될 거라는 믿음만으로는 부족했다. 잘 돼야 한다. 내기에서 지면 바로 자미엘의 귀속 아이템이 된다.

그녀에게는 책임져야 할 여우 같은 악령 하나와 토끼 같은 악령 하나, 거기에 유니콘도 하나 있었다.

귀속 아이템 엔딩, 그것만큼은 막자 다짐하던 희연은 문득 그녀에게로 걸어오는 레이를 발견하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성벽을 부순 것에 대한 책망 외에도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레이?”

“실례합니다 이방인님.”

붉은 머리 공무원은 정중하게 인사한 뒤 특유의 신뢰감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희연은 갑자기 그가 왜 사람들을 지휘하던 것도 제쳐두고 그녀에게로 왔냐 하는 생각에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집중했다.

설마 성벽 부순 것에 대한 수리비를 뒤늦게 청구하러 온 건가 하는 걱정도 있었다. 희연은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 있나요?”

“성벽 수리비를 청구하러 온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들켜버린 속내에 희연은 조금 멋쩍은 얼굴을 했다. 그런 희연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레이는 말을 이었다.

“우연찮게도, 마치 이방인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들어온 민원 때문입니다. 당신께서 가장 알맞은 적임자인 듯하여 뜻을 물어보러 온 것이랍니다.”

“민원이요?”

혼란스러워하는 희연의 모습에 닉이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설명을 해주었다.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 줄 기관이 있는 마을이나 도시에서 발생하는 이벤트예요. 민원을 수리한 곳을 기준으로 근방의 위치에서 가장 적임자에 가까운 유저를 찾아내 퀘스트를 줘요.”

“아하…, 근데 만약에 그 적임자가 퀘스트를 거부하면요?”

“그다음 적임자에게 기회가 넘어가요.”

“아….”

희연은 이해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는 희연과 닉의 짧은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들고 있던 깃발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어떤 퀘스트예요?”

“일단, 민원에 관하여 설명하기 이전에 들으셔야 할 설명이 있답니다. 이 나라, 더 나아가 이 대륙의 법으로 이방인 여러분께서 잘 모르는 지식이죠.”

무슨 퀘스트이기에 법이 거론되는 걸까. 희연은 레이가 적임자를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든지 간에 레이는 착실하게 본인의 역할을 수행했다.

“대륙법에 의거하여 열다섯 살을 넘기지 않은 아이들은 모두 나라의 보호를 받습니다. 이는 산맥에 둘러싸였든, 바다에 둘러싸였든. 눈과 모래에 뒤덮인 곳이라 할지라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으로 이 대륙에 나라의 이름으로 자리한 모든 곳에 해당하는 사안입니다.”

“…….”

“이에 따라 열다섯 미만의 아이들은 언제든 나라의 공공기관에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면 저한테 맡기려는 퀘스트가 그 아이의 민원이라는 거네요?”

“네. 맞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민원을 넣은 분께서는 이미 열다섯의 나이를 한참 넘겼죠. 다만, 의뢰의 내용이 법에 해당하였기에 민원 접수가 이루어졌답니다.”

레이의 설명을 들으며 희연은 고민했다. 일단 그녀가 가장 적절한 적임자라고 한 이상 퀘스트가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혼자서도 해볼 만한 퀘스트라는 거 아닐까?

퀘스트를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하는 희연의 모습을 보며 레이가 툭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고민은 더 길어졌을 것이다.

“부디 이방인님께서 헨젤 남매를 도와주셨으면 좋겠군요.”

“…누구요?”

“이런! 제가 의뢰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던가요? 헨젤입니다. 과거 에빌론에 종종 나무를 팔러왔던 나무꾼의 아들이자 현재는 어엿한 수도 딜라일의 상인으로 활동하는 청년이죠.”

“혹시, 동생 이름이 그레텔이에요?”

“헨젤의 동생 이름을 알고 계시는군요?”

헨젤과 그레텔, 과자의 집. 희연의 눈이 빛났다. 그녀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하듯 고민을 멈추고 바로 입을 뗐다.

“그 퀘스트 제가 할게요!”

“당신의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이방인님!”

[그레텔의 악몽 : 에빌론 서문의 길을 따라 산 하나를 건너면 도착하게 되는 스위니티 숲에는 언제나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 냄새를 쫓다 보면 아주 커다란 과자의 집에 도달하게 되는데,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를 그 집 앞에는 언제나 울고 있는 헨젤이 있다. 헨젤은 왜 과자의 집 앞에서 홀로 울고 있는 걸까?

‘악몽이 끝나지 않아’]

[퀘스트 조건 : 과자의 집에 입성해 그레텔의 악몽 끝내기

(과자의 집 입장 조건 - 특수 스텟 신성 보유자 / 레벨 40 이상)]

[보상 : 작은 단서

(실패 시 그레텔의 악몽은 현실이 됩니다.)]

“작은 단서…?”

보상 목록을 보는 순간 희연은 왜 이 퀘스트의 가장 적절한 적임자가 자신인지 알 수 있었다. 특수 스텟 신성 보유자, 레벨 40 이상이라는 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작은 단서. 이전 요정과 목동 퀘스트를 완료하고 요정 왕에게 보상으로 받은 것들 중 하나로 악령이와 관련된 이야기, 즉 뱀에 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또한 요정과 목동 퀘스트는 그 자체로도 뱀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니 헨젤과 그레텔 또한 뱀과 관련된 퀘스트일 확률이 높았다.

직업을 얻고 첫 퀘스트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희연은 꾸준히 뱀 집단과 얽혀 있었다. 땃쥐 미라는 암살자가 찾아올 정도였다. 그녀의 게임의 발자취 대부분이 뱀 집단과 관련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희연은 다시 차분히 퀘스트 창의 설명을 훑으며 레이가 한 말을 머릿속에 되새겼다. 어쩌면 이 퀘스트를 통해 악령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열다섯을 넘기지 못한 아이들. 헨젤은 열다섯을 넘긴 지 한참 되었다고 했으나 민원의 내용이 승인되었다고 하니 그레텔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아이들을 잡아가는 뱀. 아이들. 악령이….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이러할까. 희연은 묘한 기시감을 놓치지 않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악령아. 너희 중에… 열다섯 살을 넘긴 아이가 있어?”

“아니. 없어. 우리는 모두 열다섯 생일을 맞은 적이 없어.”

수많은 영혼이 뒤섞인 존재의 답은 부정이었다. 뱀이 잡아가는 아이들은 모두 열다섯 아래, 대륙법으로 보호받는 아이들이다.

“…….”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외양을 커스터마이징 하는 과정에서 유저는 나이 또한 설정할 수 있었다. 가장 어리게 설정할 수 있는 나이는 15세였다. 이 게임은 15세 미만 이용 금지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