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비세스 메이커 (134)화 (134/251)

134화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었다. 이 이상은 다른 단서를 모아야 보여주는 듯했다. 희연은 찝찝함을 감출 수 없다는 얼굴로 뉴비 없지를 돌아보았다.

그 역시도 무언가 고민된다는 듯 답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침내 그의 입이 열렸을 때, 희연은 그 또한 킹스메이커처럼 이 게임의 고인물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뉴비 없지는 희연이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하여 거론했다.

“이 퀘스트 말인데요. 그레텔의 악몽인 것치고 중심이 헨젤에게 잡혀있어요.”

“네?”

“봐봐요. 이 퀘스트를 수행하는 사람은 오리 님이잖아요. 전 곁다리인 셈이고. 그런데 퀘스트의 주인공은 그레텔인데 수행자인 오리 님은 헨젤 역을 맡았어요. 방금 뜬 지문에서도 그레텔이 아닌 헨젤 위주로 이야기했고요.”

“…….”

“여기 오기 전에 킹이 그랬죠? 헨젤이 수상하다고. 그 말… 어쩌면 사실일지도 몰라요, 오리 님.”

희연은 선량한 얼굴로 동생을 찾아달라 울던 청년을 떠올렸다. 헨젤이 정말로 문제인 거라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해 봐야 할 듯했다.

복잡한 표정을 짓는 희연을 보며 뉴비 없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었다.

“확실한 건 아니니까 너무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요! 지금은 나무하러 가는 게 더 중요하기도 하고.”

“…그렇죠?”

“네! 제가 나무로 네 식구 먹고사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드릴게요 오리 님! 저만 믿으세요!”

뉴비 없지는 자신이 한 말을 증명하기 위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희연은 이미 알고 있는 동화의 내용을 떠올리며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두 사람은 숲속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남매의 아버지를 만났다. 그의 얼굴에는 아주 큰 화상이 있었기에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날이 나간 도끼로 나무를 베는 남매의 아버지는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병든 몸으로 움직이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대로 나무를 베는 내내 찡그린 인상을 피지 않았다.

그러나 자식들을 볼 때는 달랐다.

“헨젤과 그레텔이구나. 어쩐 일로 이 아버지 일하는 곳까지 왔니. 또 어머니에게 혼이 났어?”

옷자락으로 땀을 닦아낸 얼굴에는 고통과 피로 대신 다정한 미소가 맴돌았고 목소리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희연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일단 가만히 있었다.

남매의 아버지는 말수 없는 희연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그녀 손에 들린 인형을 보고는 하하 웃음을 흘렸다.

“헨젤, 답지 않게 인형을 들고 왔구나. 그레텔은 오빠한테 인형을 뺏겨서 아버지에게 이르러 온 거니?”

“아….”

“이 귀여운 것들. 장난감 갖고 싸우지 말아라. 내 집에 가면 오늘이야말로 헨젤이 갖고 놀 병정 인형도 그레텔이 갖고 놀 목마도 꼭 만들어주마.”

미소짓는 남매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희연의 입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아버지. 저는 이제 장난감을 멀리할 나이인걸요. 그레텔의 목마만 만들어주셔도 돼요.]”

“하지만 헨젤. 무척이나 기대하지 않았니.”

“[그도 맞지만, 제가 기대했던 이유는 아버지가 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주신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저는 저 때문에 아버지가 아픈 몸으로 고생하는 건 싫어요. 아버지가 오래오래, 아주 오랫동안 건강히 제 곁에 있어 주시기를 바라는걸요.]”

“헨젤…, 이 착한 녀석. 벌써 철이 들었나. 하지만 네가 그러면 내 체면이 서지 않는단다. 부디 바라는 게 있다면 이 아비에게 알려다오.”

뭐지?

희연은 혼란스러움에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입을 더듬는 손끝에는 당혹스러움이 묻어나 있었다.

뉴비 없지도 희연만큼이나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희연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뜻으로 어깨만 으쓱였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입은 착실하게 움직였다.

“[저는 욕심쟁이가 아니에요. 이렇게 아버지가 제 곁에 있고 나날이 자라는 동생 그레텔과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무얼 더 바라겠어요. 비록 어머니는 엄격하시지만…, 저는 알아요. 어머니의 엄격함은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걸요! 어머니가 매일 밤 침대 맡에서 우리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가시는 것도 저는 알아요!]”

“헨젤….”

“[그러니까 우리 가족은 영원할 거예요 아버지. 그렇죠? 그러니 저는 행복해요. 아무리 크나큰 기근이 온다고 해도, 당장에 내일 먹을 빵 한 조각 없다 해도 우리는 가족이고, 서로를 사랑하니까요.]”

“…물론, 물론이란다 우리 아들…. 나도 가능하다면, 우리 가족이 영원히 함께하기를 바라고말고….”

희연은 대충 장단에 맞춰 입꼬리를 올리면서 머릿속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어린 헨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음식이 다 떨어지는 순간 부모에게서 버려지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안타깝게도 헨젤의 걱정은 사실이 될 예정이었다.

비단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은 입뿐만이 아니었다. 희연은 고개를 숙여 제 손을 보았다. 악령이를 끌어안은 팔에,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미세하나 떨리고 있기까지 했다.

지금의 헨젤이 몇 살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버려질까 걱정해야 하는 환경에 살았다는 점에서 희연은 충분히 안타까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속으로 얕은 한숨을 내쉬는 사이 그녀와는 달리 몸의 통제권이 자유로운 뉴비 없지가 손을 들어 올렸다.

“왜 그러니 그레텔. 아버지에게 할 말이 있니?”

“네 아버지! 저 그레텔! 이 건강한 몸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를 올바른 곳에 쓰고자 하오니 잠시 그 도끼를 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레텔, 아가. 오늘따라 조금 이상한 것 같구나.”

“그런 식으로 말하면 섬세한 그레텔은 상처를 받아요 아버지.”

“그… 러니?”

남매의 아버지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한 얼굴을 하며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뉴비 없지에게 넘겼다.

“아가, 도끼는 아주 무거운 거예요. 아주 잠깐만 들어보고 이 아비에게 돌려주거라.”

그러나 걱정 어린 말이 무색하게도 도끼를 든 뉴비 없지의 모습은 아주 우직한 것이 듬직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손을 들어 물러나라 한 뒤 힘차게 도끼질을 하기 시작했다.

희연은 사방으로 튀는 나무 파편을 피해 남매의 아버지와 함께 뒤로 더 물러났다. 쌓여가는 나무를 보며 희연은 나무로 네 식구가 생활하는 게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뉴비 없지의 도끼질은 전문성까지 느껴졌다. 단 몇 분 만에 사람 키보다 높게 나무가 쌓였다. 이걸 전부 내다 팔거나 필요한 것으로 교환한다고 하면 당분간 그들 가족이 굶주릴 일은 없을 것이다.

영원할 것 같던 뉴비 없지의 도끼질은 낡은 도끼가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이어졌다.

남매의 아버지는 망가진 도끼를 보고서도 화를 내거나 혼을 내지 않았다. 쌓인 나무만으로도 멀쩡한 도끼를 충분히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걸 다 어떻게 들고 가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는 남매의 아버지에게 있어 뉴비 없지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일 것이 틀림없었다.

뉴비 없지는 무슨 그런 걱정을 하냐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양팔 가득 나무를 실어 올렸다. 그야말로 인간 지게차였다. 남매의 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쩍 벌리며 희연에게 물었다.

“우리 그레텔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니 헨젤…. 이제 여덟 살 된 우리 아가가 저리 힘이 세고, 저리 도끼질을 잘하다니…!”

“그레텔이… 나무꾼의 재능이 있나 봐요.”

다행히도 남매의 아버지는 현재 상황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자 하지 않았다. 의문보다도 품 안 가득 안고 갈 수 있는 나무를 보며 흡족한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었다.

그레텔의 나이가 여덟 살이란 걸 알게 된 뜻깊은 외출이었다.

낡은 나무 집으로 돌아갔을 때, 그들 세 사람을 마중 나온 남매의 어머니는 과장을 보태 작은 숲을 이고 온 것 같은 뉴비 없지의 모습에 눈을 부릅떴다. 엉망이 된 부엌을 봤을 때보다도 놀란 얼굴이었다.

“여보, 이것 좀 보시오. 우리 딸 그레텔에게 이런 재능이 있었을 줄이야! 당장에 이 나무면 우리 가족 모두 당분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 내 내일 날이 밝자마자 마을로 가 필요한 것들을 교환하고 오리라.”

“…….”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군. 어서 들어가 저녁을 먹자꾸나 얘들아. 이 아비가 내일은 꼭 고기를 양껏 먹게 해주마!”

“저녁이요…. 네, 들어가죠.”

저녁이라는 말에 낯이 어두워진 얼굴을 보며 희연은 결국 원래 이야기대로 흘러갈 거라는 걸 느꼈다. 혹여나 뉴비 없지의 활약으로 이야기 전개가 바뀌지 않을까 싶었지만, 가정은 가정으로 끝났다.

그날 밤 그들은 초라한 저녁 식사를 했다. 버터를 넣은 감자는 향이 좋고 맛도 있었지만 배부른 한 끼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맛만 보아 더더욱 굶주림을 느끼게 했다 할 수 있었다.

뉴비 없지의 활약에 내내 표정이 밝았던 남매의 아버지마저 식사가 끝났을 때는 영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식탁의 어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밝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끌고자 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감자에 버터를 넣으니 아주 풍미가 좋구나. 헨젤 네가 만든 것이니? 우리 아들은 영리하기도 하지. 그레텔, 오빠에게 네 것을 양보하지 않아도 된단다. 우리 딸은 상냥하기도 하지.”

“…….”

“당신도 얼굴 좀 피시오. 비록 오늘의 저녁상이 조금 부족했을지 몰라도 내일을 비롯하여 당분간은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이오. 내일 저 나무만 다 내다 팔면….”

“다 먹었으면 너희 방으로 들어가거라. 난 네 아버지와 대화 좀 해야겠으니.”

남매의 어머니는 먹지 않고 내내 방치했던 그녀 몫의 감자를 희연에게 쥐여준 뒤 그들을 방으로 내쫓았다. 방문이 망가졌던 터라 희연과 뉴비 없지는 문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부부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요.”

“…뭐가 말이오.”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모두가 굶어 죽을 거예요.”

“그 무슨 소리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내일 가서 저 나무를 모두 내다 팔면은…!”

“언제까지 그런 꿈에 젖은 망상만 말한 건가요! 나무를 내다 팔아? 에빌론 그 마을 근처에는 숲이 없답니까? 마을에 나무꾼 하나가 없어? 집안에 나무를 해 올 건강한 사람이 없냐고요!”

“지금까지 그 나무로 우리 네 식구 풍족하진 않을지언정 살아왔잖소!”

“그거야 전쟁 중이었으니까! 성벽 세우기 바쁜 사람들이 나무해 올 시간이 있었겠어요? 전쟁이 끝난 이후로는 나무 패는 그런 시간 오래 걸리는 것 말고도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많았으니까 우리한테서 나무를 샀던 거죠!”

“…….”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누가 굳이 우리에게서 나무를 사겠어요? 누가 굳이 먹을 것을 나눠주겠어요? 우리는 이젠 그 마을 사람도 아닌데…. 차라리 그때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어….”

흐느끼는 소리가 문틈을 비집고 들려왔다. 희연은 접시 위에 놓인 다 식어 퍽퍽해진 감자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부부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끝내 행복한 망상을 내려놓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 먹을 것이 없어 아이들도 내다 파는 부모도 있다고 하지. 어쩌면 우리는 이미 최선을 다했고, 그 끝이 다가왔는지도 모르오. 나라고 몰랐을까. 애들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감당이 안 됐을 때부터 욕심을 부린 걸지도 몰라.”

“…….”

“애들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솔직히… 힘들어. 단순히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데 나는 그 먹이는 것부터가 힘들어….”

그 뒤로도 부부는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둘 중에 누가 먼저 이야기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죄책감 때문인지 확연히 목소리가 작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일 아침 일찍 아이들을 데리고 숲속 깊숙이 들어가요. 불을 피우고 아이들에게 빵 한 덩어리씩 나눠줍시다. 그리고 우리는 나무를 내다 팔러 마을로 내려가요. 운 좋으면 한 번쯤은 더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러면 아이들은….”

“아이들은 집으로 오는 길을 모르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겠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아이들에게서, 벗어나게 되는 거고요….”

“맹수들이 그 애들을 잡아먹으면 어쩌지?”

“이 바보 같은 사람! 이제 와서 나만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지 말아요! 맹수에 물려 죽을까 봐 걱정된다고? 굶어 죽는 것보단, 이상한 곳에 팔려 가는 것보단 나을 테지! 난 적어도 당신처럼 이상한 곳으로 애들을 보낼 생각은 안 했어!”

“화내지 말고 말하시오. 그러다 애들이 깨겠어….”

“당신이야말로 이미 결정이 났으면서 괜스레 우물쭈물하지 말아요! 계속 그럴 거면 차라리 다 같이 들어갈 관이나 짤 궁리를 하던가요!”

언성이 높아진 부부의 목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희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단순히 문이 망가져서가 아니었다. 이 나무 집은 너무 낡고 오래되어 방음이 일절 되지 않았다.

저들 부부가 아이들을 두고 다투었던 지난날이 얼마나 오래되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헨젤과 그레텔이 아주 오랫동안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리라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남매의 아버지는 당신이 굶어 죽을지언정 아이들에게 제 몫의 빵은 나눠줄 수 있었다. 아이들을 버릴 바에야 가족이 다 같이 굶어 죽는 게 낫다고 여겼다. 그러나 자신과 아내는 몰라도 아이들은 마을로 보내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루에도 수백 번 고민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들이 마을로 내려가기만 한다면 지금보다는 배곯지 않을 테니까. 이 숲속에는 먹을 것이 부족하고 또 부족했다.

그러나 그가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헨젤과 그레텔을 숲속에 버리는 것에 동의했고, 함께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헨젤은 영리했다. 헨젤은 아주 영리한 소년이었다. 어른도 없는 숲속에서 어린 그레텔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따위 없다는 걸 알았다. 다 같이 굶어 죽거나 부모 손에 이끌려 설령 이상한 곳에 팔려 가는 순간이 올지라도, 헨젤과 그레텔은 이 집에서 버텨야 했다.

문틈 새로 들리는 목소리에 눈물을 훔치며 헨젤은 창가로 갔다. 달빛에 은색으로 물든 자갈이 은화처럼 하얗게 빛났다.]

지문이 끝났을 때, 희연은 지문처럼 창가 앞에 서서 하얗게 빛나는 자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굳이 밖으로 나가 자갈을 줍거나 하지 않았다.

달빛에 의존해야 하는 자갈과 달리 그녀에게는 더욱 빛나는 돌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희연은 인벤토리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돌멩이를 끄집어냈다.

악령이가 익숙한 힘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달빛 요람의 숲에서 가져온 돌멩이로, 당시 저절로 빛나는 것이 예뻐 희연은 그것을 잔뜩 주웠었다.

이런 식으로 쓰이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헨젤. 이제 우린 죽어?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 밤인 거야?]”

“[조용히 해 그레텔. 걱정하지 말고 그저 편안히 잠이나 자렴. 신도, 부모님도 우리를 버릴지언정 나는 너를 버리지 않을 거란다. 너도 그렇지?]”

“[물론이야 헨젤. 하지만 나는 밤의 숲이 무서워. 사나운 들개와 늑대와 이름 모를 짐승이 우리를 잡아먹을 거야. 어쩌면 사악한 흑마법사가 나타나 우리를 저주받은 성으로 끌고 갈지도 몰라…!]”

“[그렇다면 적어도 다행이지. 그 흑마법사가 우리를 자기 재료로 써먹기 전까지는 먹을 거라도 후하게 줄 테니 말이야!]”

“[헨젤….]”

“[…만약 내가 너보다 먼저 죽는다면 그레텔. 부디 나를 사람들이 가장 자주 다니는 길목에 묻어주렴. 그리고 채 다 피지 못한 꽃 한 송이를 내 무덤 위에 올려 줘.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나의 죽음이 얼마나 앳되었는지 알 수 있도록.]”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헨젤!]”

“[조용히 해 그레텔. 어서 잠이나 자렴. 우리가 내일 잠드는 곳은 이 집, 이 방의 침대 위일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란다 그레텔.]”

창가에 기댄 희연은 팔짱을 끼며 침대를 보았다. 뉴비 없지가 굉장히 곤란한 표정을 지은 채 얌전히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두 손을 꼭 모은 그의 모습에선 어린 그레텔의 고충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반면, 헨젤은 조금 두루뭉술했다. 어쩌면 희연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건 그레텔인 뉴비 없지 뿐이라 그럴지도 몰랐다. 희연은 이름을 빌려 쓰게 된 헨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슬픔과 분노 그 중간의 어중간한 마음이 어느 쪽으로 추가 기울어질지 아직은 예상할 수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