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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36)화 (136/251)

136화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요령 좋게 날아다니는 하얀 새가 어찌나 빠르던지, 몸이 어려지는 페널티까지 얻게 된 희연과 뉴비 없지는 결국 중간에 그 새를 놓치고 말았다.

뉴비 없지는 작아진 몸을 원망하며 발을 굴렀다. 다행인 점은 과자의 집이 그리 멀리 있지 않았는지 악령이가 단내를 맡고 반응했다는 점이었다.

“저기서 맛있는 냄새가 나!”

“너만 믿을게 악령아…!”

희연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먹보 악령은 무척이나 기뻐하며 냄새를 쫓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 뒤를 쫓으며 희연은 자연스럽게 뉴비 없지의 손을 잡았다.

거리낌 없는 행동에 놀란 뉴비 없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서둘러 입을 열었다.

“진짜로 어려진 게 아닌데요 오리 님…. 저 성인이에요.”

“아, 그래요?”

성인인 줄은 몰랐다. 희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악령이가 가는 방향의 앞을 내다보았다. 아직까진 과자의 집이 나타날 기미는 없었다.

손잡아주고 걷지 않아도 알아서 잘 걸을 수 있다는 의미로 얘기했던 뉴비 없지는 희연이 시간이 지나도 손을 놓을 생각이 없어 보여 조금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는 자신의 능력을 어필했다.

“비록 지금은 이런 꼬꼬마 같은 몸이 되었지만, 몸은 작아졌어도 스텟은 그대로…! 그 점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오리 님!”

“네에…. 아, 길 막혔다.”

희연은 뉴비 없지의 말에 대충 대답하며 나아가다 죽은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희연은 서둘러 그 앞으로 뛰어갔다. 제법 커다란 나무였던지라 악령이는 그 앞에서 이도 저도 못 하고 서 있는 상황이었다.

희연이 이걸 어떻게 넘어가야 하나 고민하던 때였다.

“오리 님, 오리 님! 옆으로 나오세요!”

드디어 자신이 나설 때가 왔음을 직감한 뉴비 없지가 소매를 걷으며 달려들 준비를 했다.

분명 여덟 살배기 아이의 모습인 것은 여전했지만 그 기세가 워낙에 믿음직스러웠던지라 희연은 잽싸게 인형을 끌어안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희연이 물러난 것을 확인한 뉴비 없지는 통통 뛰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 죽은 나무를 향해 돌진했다.

“몸통 박치기다!”

뉴비 없지는 그의 외침 그대로 몸을 나무에 들이박았다. 얇은 과자처럼 나무는 파삭파삭 부서졌다. 기어이 없던 길도 있게 만들어 버린 뉴비 없지는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희연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희연의 시선은 뉴비 없지에게 향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그의 뒤쪽, 어둑한 땅거미에 잡아먹힌 숲속에도 불구하고 홀로 환하게 빛나는 과자의 집에 향해 있었다.

뉴비 없지도 희연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았다가 그도 모르게 감탄을 뱉었다.

과자의 집은 그레텔의 악몽에 들어오기 전 보았던 그것과 똑 닮아 있었다. 화려하다기보단 담백했고 달콤하다기보단 푸짐해 보였다.

그러나 요정이 설탕 가루를 뿌려 준 것처럼 반짝이고 빛나는 과자의 집은 어두운 숲속을 헤맨 아이들을 꾀어내기에 충분했다.

저것이 마녀의 집이며, 아이들을 잡기 위한 덫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희연과 뉴비 없지가 눈을 떼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두 사람은 주춤거리다 과자의 집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과자의 집 주변에 피어난 사탕 꽃의 단내가 코끝을 간질였다.

설탕물에 뒤섞인 코코아 가루가 신발에 질척이게 묻어나 걷는 것이 조금 힘들었고, 걷다가 도중 멈추게 되면은 그 잠깐새에 단내 나는 액체가 굳어버려 발이 묶이는 일이 번번이 일어났다.

그러나 끝끝내 과자의 집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아주 조심히 그 집의 외관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지쳐 집을 뜯어먹기 바빴던 어린 남매가 아니었다.

숲속에 나타난 신비롭고 수상한 과자의 집에 홀리기보다는 그 수상함을 눈여겨보는 것이 가능한 성인들이었다.

“여기 누가 뜯어먹은 자국이 있는데요.”

“여기도요. 그리고 이거… 핏자국 맞죠?”

하얀 빵에 묻어난 빨간 액체에서는 딸기 잼 냄새가 아닌 초콜릿 냄새가 났다. 한바탕 제대로 피를 흘려 본 적이 있던 희연은 이 게임에선 비성인 모드를 할 시 피 냄새 대신 초콜릿 냄새를 맡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참을 과자의 집을 둘러본 이후 두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같았다. 먹기 싫다. 정말로 먹기 싫다.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는 먹어야 하지만 이걸 진짜 먹어야 할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퀘스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 상황에 희연은 나름의 절충안을 내놓았다.

마녀가 등장하는 것은 헨젤과 그레텔이 집을 먹었을 때, 즉 집이 망가질 때다. 그렇다면 굳이 입속에 넣지 않아도 집만 해체한다면 이야기 전개에는 크게 영향 가지 않을 것이다.

결단을 내린 희연은 과자 집의 창문을 조금씩 뜯어내기 시작했다. 뉴비 없지 역시도 희연을 도와 과자의 집을 분해하는 것에 한 손 보탰다.

쾅-! 쾅-! 쾅!

뉴비 없지가 묵직하게 주먹을 내리칠 때마다 과자의 집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며 금이 가고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떨어지는 잔해에 희연과 뉴비 없지가 뒤로 물러나며 이 정도 부쉈으면 됐을까 가늠할 때쯤, 과자의 집 안에서 귀청을 찢을 듯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쥐 소리가 나는구나! 내 집을 갉아먹는 게 누구냐!”

“사각사각은 아니었는데….”

희연이 마녀의 청각을 의심하는 사이 뉴비 없지가 입을 열었다.

“[바람, 바람이에요. 하늘에서 불어오는 아주 부드러운 바람 소리요!]”

희연은 그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눈빛으로 뉴비 없지를 보았다. 마녀에 이어 뉴비 없지까지 집을 부수는 소리를 작게 축소하는 것이 어이없어서였다.

그러나 억울함이 담긴 뉴비 없지의 얼굴을 보고 난 뒤에야 희연은 바람 타령이 그의 말이 아닌 그레텔이 한 말이며, 마녀가 소리를 축소한 것 역시도 이 당시의 일을 그대로 재현해서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거짓말하지 마라! 생쥐처럼 내 집을 갉아먹는 것이 누구인지 어디 얼굴이나 한번 보자!”

과자 집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목발에 몸을 의지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흰 머리가 뒤섞인 색 바랜 붉은 머리에 매부리코, 갈고리 같은 긴 손톱과 새까만 로브 차림이 전형적인 마녀 소리가 나오는 모습이었다. 정확히는 마귀할멈에 말이다.

마녀는 초점이 맞지 않는 붉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천천히 희연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 냄새를 맡는 것인지 코끝이 움찔거렸다.

“이런, 이런. 아주 어린 아이들이구나.”

괴팍하게 삐뚤어진 입매로 어색한 웃음을 흉내 낸 마녀는 더듬더듬 손을 뻗더니 희연의 팔을 콱 잡아챘다. 얼떨결에 마녀에게 끌려가면서도 희연은 저항할 수 없었다.

“얘들아, 누가 너희들을 이리로 데려온 거니? 아니, 아니야. 너희들은 버려진 아이구나. 숲을 아주 오랫동안 헤맸어, 그렇지? 신발에선 가죽 헤진 냄새가 나고 머리에선 흙냄새가 나. 온몸엔 숲 냄새가 뱄구나.”

“[당신은 누구죠? 이 집의 주인인가요?]”

“아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란다. 정처 없이 이 숲을 헤매는 너희가 중요하지.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꾸나. 꽁꽁 언 뺨을 따뜻하게 녹여주마.”

“[다, 당신의 집을 먹은 우리에게 벌을 줄 생각인 거죠? 무섭게 소리치는 당신의 목소리를 기억해요. 우리에게 화가 난 거잖아요!]”

뒤에서 머뭇거리던 뉴비 없지가 희연의 허리에 매달렸다.

“[헨젤을 놔주세요! 제가 먹었어요! 제가 이 집을 다 먹으려고 했어요! 헨젤은 아무 잘못도 없어요!]”

마녀는 억센 힘으로 희연을 잡아끌었지만, 어린아이 둘을 한 번에 끌고 다닐 여력은 없었다. 더군다나 스텟은 그대로 적용되었기에 뉴비 없지가 평범한 어린아이인 것도 아니었다.

사납게 인상을 구긴 마녀는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표정을 풀고는 아이를 꾀는 친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갈 곳 없는 아이들아, 나랑 같이 살자꾸나. 아무도 너희들을 헤치지 않게 해줄 테니 말이다.”

마녀의 유혹은 어설펐다. 그러나 부모에게 버려져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숲을 헤맨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달콤한 제안이었다.

“매일 아침 푹신한 흰 빵에 따뜻한 수프를 먹게 해주마. 점심에는 초콜릿이 가득 박힌 쿠키를 베어 물고 우유를 마시렴. 저녁에는 설탕 친 팬케이크에 사과 한 알을 모두 먹는 거야. 그러고도 배가 고프면 호두가 가득 든 타르트를 먹는 거지. 그렇게 배불리 먹고 나면 장작이 타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햇빛 냄새나는 침구 속에서 잠을 자렴.”

“[…정말로요? 진심으로 우리에게 하는 소리인가요? 일말의 거짓도 없이?]”

“그럼! 이런 대단한 과자의 집에서 사는 내가 너희 같은 코흘리개 어린애들을 속여서 무엇 하겠어!”

희연의 팔을 붙잡은 손에서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끼며 희연은 눈을 굴렸다.

[사실 헨젤은 숲속에서 만난 신비롭고 괴팍하며 무서운 노인의 이야기 대부분을 믿지 않았다. 부모님마저 먹을 것이 없어 그들 남매를 버렸다.

그러나 헨젤은 믿지 않으면서도 믿고 싶었다. 너무 굶어 머릿속까지 이상해지는 것 같았던 지난 며칠간의 생활을 헨젤은 기억했다.

언젠가부터 헨젤은 운 좋게 산딸기 같은 것을 찾으면 그레텔에게 양보하지 않았다. 상냥한 그레텔이 제 몫을 양보할 때면 그것을 꼭 받고 싶었다.

이대로라면 헨젤 역시도 산딸기 몇 알에 그레텔을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헨젤은 수상한 노인의 집에 그레텔의 손을 꼭 잡고 들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헨젤은 숲속에 버려지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것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존재하리라 믿지 않았다.]

“…결국엔 이렇게 됐네.”

희연은 탄식처럼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이 찼다. 온기 없는 회색 돌이 사방을 막고 있었고 유일하게 돌로 막히지 않은 벽은 창살로 막혀 있었다.

창살 너머에서 들리는 훌쩍이는 소리에 희연은 서둘러 그쪽으로 걸어갔다. 울음의 주인은 뉴비 없지였다.

“없지 님?”

“[헨젤. 마녀님이 네게 음식을 갖다주라고 했어. 널 살찌워서 잡아먹을 거래! 어쩌면 좋아? 정말 어떻게 해야 해 헨젤?]”

뉴비 없지는 그 뒤로도 엉엉 울며 창살 너머에 있는 희연에게 온갖 맛 좋은 음식을 넘겨주었다. 얼떨결에 그것을 먹으면서 희연은 착실하게 울기만 하는 뉴비 없지의 입에도 음식을 집어넣었다.

“[마녀가 나는 게 껍데기만 줘. 숲속을 헤맬 때도 이렇게까지 배가 고팠던 적은 없는 것 같아….]”

“혹시 악령이랑 넬은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 정말 너무 무서워 헨젤….]”

뉴비 없지가 손을 들어 가리킨 방향은 위였다. 설마 하는 생각에 희연의 얼굴은 빠르게 굳었다.

“설마 마녀가 악령이의 정체를 눈치챘어요?”

“[이대로 네가 잡아먹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곤란한 기색이 가득한 그의 얼굴에는 단순히 예, 아니오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초조한 마음에 창살을 붙잡은 희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쇠창살은 얇았다. 그 속이 비어 있었기에 그렇게 단단하지도 않았다. 뉴비 없지는 완전히 몸의 통제권을 빼앗긴 상태가 아니었다.

희연이 창살을 뜯어버리고 탈출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때, 저 멀리서부터 문이 열리는 소리와 질질 끄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녀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희연은 접시 위에 담긴 음식 속에서 얇은 뼈를 분리한 뒤 언제든 내밀 준비를 맞췄다.

예상대로 마녀는 희연의 앞에 멈추는 것과 동시에 큰소리로 외쳤다.

“헨젤! 네 손가락을 내밀어 봐라. 얼마나 살쪘는지 만져 보자!”

냄새로 사람을 구별해야 할 정도로 마녀는 눈이 아주 나빴다. 희연이 창살 밖으로 내민 뼈를 손가락이라 철석같이 믿고 만져보는 점에서 눈이 나쁘다는 판단은 정확했다.

그러나 동화처럼 뼈를 사람 손으로 착각하는 바보는 아니었다.

“네가 나를 놀리는구나, 이 못된 녀석!”

“아….”

희연의 손에서 뼈를 낚아챈 마녀는 신경질을 내며 그것을 집어 던졌다. 동화는 동화였다.

한참을 씩씩거리던 마녀는 벌을 줄 요량인지 이번에는 창살 밖으로 팔을 내밀 것을 요구했다. 입맛을 다시는 것이 깨물어 볼 요량인 듯싶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기다리긴 뭘 기다리라는 거냐!”

창살을 두들기며 재촉하는 마녀를 보며 희연은 서둘러 인벤토리에서 예의 빵 같지 않은 빵을 끄집어냈다. 두께가 대충 사람 팔과 비슷했다.

목에 두른 스카프를 풀어 빵에다가 감싸는 희연의 모습을 보며 뉴비 없지는 찔끔찔끔 눈물을 흘리면서도 헛웃음을 흘렸다. 다행히도 마녀는 스카프로 둘러싸인 쪽을 붙잡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희연은 설마, 싶었다. 그러나 마녀가 입을 쩍 벌리며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뾰족한 이빨을 빵 위로 쑤셔 넣는 순간, 왜 수많은 동화에서 마녀를 속이는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뼈다귀가 사람 손이 아니라는 건 금방 눈치채도 마녀라는 족속은 의외로 속이는 게 쉬운 존재였던 것이다.

“아아악-! 아악!”

마녀는 입을 붙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입가에는 피가 흥건했고 그 주위에는 부러진 이빨이 굴러다녔다.

희연은 이빨 자국이 진하게 남았지만,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검은 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정도면 빵이 아니라 무기로 써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헨젤-! 헨젤 네 녀석이 또 나를 놀렸구나! 다 필요 없다, 당장 널 잡아 먹어주마!”

마녀는 뉴비 없지의 팔을 붙잡아 밖으로 끌어내며 외쳤다.

“그레텔! 가서 물을 길어 와! 네 오빠를 오늘 먹어 치울 거다!”

“[안 돼요 마녀님! 제발 헨젤을 잡아먹지 마세요!]”

뉴비 없지가 반항 비슷한 것을 하긴 했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몸은 또다시 통제권을 잃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뉴비 없지, 그레텔을 내보낸 뒤로도 마녀는 분한 것을 참지 못하고 헨젤을 살찌우겠다며 보냈던 음식 그릇을 사방을 향해 집어 던졌다.

창살 안에 있느라 본의 아니게 마녀의 물리적 보복에선 벗어날 수 있었던 희연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마녀는 그레텔에게 물을 길어 오라고 했다. 적어도 헨젤을 오븐에 구워 먹겠다는 건 아니란 거다. 하지만 이 동화의 끝은 오븐 안에서 죽는 마녀였다.

희연이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놓친 게 있나 고민하던 찰나 그녀의 입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녀님. 저처럼 삐쩍 마른 아이를 정말로 먹으실 건가요? 후회할 거예요. 이 숲에는 더 이상 아이들이 오지 않을 거니까요. 절 살찌워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정말로 이렇게 놓치실 건가요?]”

“쫑알쫑알 말이 많구나 헨젤! 머리 굴릴 생각하지 말아라!”

“[…그레텔!]”

“뭐?”

“[그레텔이 있잖아요…. 저 말고 그레텔을 먼저 잡아먹으세요!]”

희연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을 의심했다. 그건 마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뭐라고 했지 헨젤?”

“[…그레텔을 잡아먹으세요…. 저 말고 그레텔을…, 그러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 적어도 지금은…, 제발 나중에…. 그레텔을 먼저….]”

[헨젤은 영리했다. 정말로.]

눈앞에 뜬 지문을 읽는 순간 희연은 왜 그레텔의 악몽이, 그레텔이 헨젤의 시점을 보여주는 것인지 알았다. 이 이야기는 그레텔의 시점으로는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레텔의 악몽의 실마리가 잡히는 기분에 희연은 점차 침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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