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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42)화 (142/251)

142화

쾅-!

마치 희연이 문을 열려고 하는 걸 아는 것처럼 문 너머로 무언가 부딪히는 큰 소리가 울렸다. 들썩거리는 문에서 나무 파편이 툭툭 떨어졌다.

희연의 출입을 거부하듯, 혹은 경고하듯 문은 계속 큰 소리를 내며 위협했다. 문고리가 있을 법한 자리로 날아오른 넬이 물끄러미 희연을 보았다. 들어갈 거냐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들어갈 거야.”

넬은 그 결심에 응하듯 더 환한 빛을 뿜어냈다. 텅 비었던 자리에 문고리가 들어맞을 것 같은 구멍이 생겼다. 희연은 그 구멍에 손을 넣고 힘주어 문을 열었다.

“오리 님 숙여요!”

“!”

헨젤과 그레텔의 방에 입장하자마자 희연을 부른 것은 뉴비 없지의 목소리였다.

희연은 지체할 것도 없이 일단 바짝 몸을 웅크렸다. 뭔가가 머리 위로 날아갔다. 그것이 뭔지 확인할 틈도 없이 그녀는 낚아채였다. 당연하게도 그 범인은 뉴비 없지였다.

“없지 님!”

“오리 님 어디 있었어요?”

“저 여기 집 밖에 있었어요!”

“그랬…, 구나!”

희연을 데리고 있으면서도 뉴비 없지는 상당히 날래게 움직였다. 새까만 갑옷을 입은 성기사는 날아오는 공격을 피해 벽을 박차며 몸을 뒤집듯 뛰어올랐다.

격하게 움직이느라 잠시 말이 끊긴 틈을 타 희연은 들고 있던 총을 뉴비 없지에게로 들이밀었다. 차례로 걸리는 버프 스킬에 숨을 고르며 그는 희연을 내려주었다.

그제야 희연은 그들을 공격한 대상을 마주 볼 수 있었다.

“…그레텔?”

“맞아요. 저쪽이 바로 그레텔입니다 오리 님.”

확답을 들었음에도 희연은 믿기지가 않아 멍하니 눈앞에 존재를 보았다.

그레텔은 죽었다. 악령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이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희연이 놀란 건 그레텔의 모습 때문이었다.

악령이와 넬 때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그레텔은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뉴비 없지와 이름 모를 아이가 입은 그 옷과 같았다. 그러나 헨젤과 그레텔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갈색 머리의 초록색 눈을 가진 여자아이는 이 방 안에 없었다.

알록달록한 사탕과 젤리가 잔뜩 엉킨 솜사탕 같은 분홍 머리, 잼 쿠키로 만들어진 눈. 관절은 사탕이고 몸은 밀가루로 빚어진 무언가였다. 그레텔은 과자 인형의 모습으로 그들 앞에 서 있었다.

뉴비 없지와 싸우는 와중에 상한 것인지 한쪽 팔은 없었으며 얼굴에 반절 역시도 잔뜩 금이 가 있었다.

악령이의 부두 인형과는 그 궤가 달랐다. 훨씬 더 불완전해 보였고 기괴했으며 말로는 표현 못 할 묘한 불쾌함을 선사했다.

그레텔이 움직일 때마다 관절의 역할을 하는 사탕이 굴러가며 끼릭거리는 소리를 냈다. 입 역할을 하는 것은 초콜릿으로 그려낸 선 하나뿐이었다. 대화는 불가했다.

악령은 원래부터가 몬스터로 분류되는 존재였다. 대화조차 불가하다면 그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탄환 변경>.”

희연의 총 위로 새빨간 불티가 흩날리는 순간 그레텔과의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레텔은 툭 치면 바스러질 것 같은 몸과는 달리 그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방 안의 벽과 천장을 밟으며 뛰어오는 모습이 정신없으면서도 날렵한 암살자처럼 보였다.

체력이 부족하고 방어력도 낮으며 마땅한 공격기도 없다시피 한 힐러인 희연에게 있어 최악의 상대라 해도 될 정도였다.

힐러의 특성상 희연은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공격 대상이었다. 그레텔은 자신의 팔을 날려 버린 뉴비 없지를 뒤로한 채 그녀에게로 달려들었다.

비어 있던 한쪽 손에 날카로운 칼이 들렸다. 검은 갑옷의 뉴비 없지는 그레텔에게 밀리지 않는 속도로 희연의 앞으로 달려와 공격을 막아냈다.

끼리릭- 끼리릭-

그레텔의 머리가 빙그르르 돌아간 순간 선으로만 그어져 있던 입이 벌어지며 보라색 액체가 쏟아져 내렸다. 공격을 막아내느라 바짝 붙어 있던 뉴비 없지는 그 공격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희연은 조금씩이지만 빠른 속도로 피가 닳는 뉴비 없지의 상태를 보며 서둘러 총을 들어 올렸다. 그의 머리 위로 떠 오른 표식은 중독을 의미했다.

“<회개하세요>, <등불의 천사>!”

불꽃을 품은 공격이 그레텔의 머리를 맞추었다. 눈앞에서 튀는 불티에 놀란 것인지 공격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그레텔은 날렵한 몸을 휘적이며 훌쩍 뒤로 물러났다.

희연이 유일한 디버프 해제 스킬인 <독독>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그 스킬이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디버프라도 해제시켜주는 대신 제물로 바쳐지는 HP가 랜덤이라는 건 무슨 변수를 불러올지 모르는 도박이었다.

실제로 이름 없는 그분은 마지막 1% 남기고 모든 HP가 제물로 바쳐졌다. 그때가 운이 좋았던 것이지 희연은 다 알면서도 도박을 할 정도로 강심장은 아니었다.

도트 대미지에는 도트 회복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현재로서 희연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마저도 총이 두 자루라 연속으로 스킬을 사용하는데 지체되는 시간이 없었기에 그레텔도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킹스메이커의 고집을 들어주기 잘했다 생각하며 희연은 다음 공격을 기다렸다.

의외였던 것은 뉴비 없지였다. 저돌적인 공격 방식을 선호할 것 같았던 그는 의외로 먼저 공격에 나서거나 하지 않고 희연의 주변을 맴돌았다.

희연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혹시 저 때문에 공격 못 하고 있는 거예요?”

연약한 힐러를 지켜야 한다는 탱커의 본분 때문에 발이 묶인 거냐는 물음에 뉴비 없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오리 님! 저쪽이 너무 빨라서 섣불리 못 움직이고 있는 거지 결코! 절대! 오리 님 때문이 아닙니다!”

“네에…. 그런데 진짜 속도 때문이에요? 아까 보니까 속도는 엇비슷한 것 같았는데….”

“그게, 전 일단 정석적으로 캐릭을 키웠거든요. 민첩보다는 힘을 찍어서…. 지금 상태에선 물론 민첩이 더 높아지지만 올 스텟 민첩 찍은 것 같은 보스몹만큼은 아니거든요.”

조금 전의 접점은 순전히 뉴비 없지가 희연에게 더 가까이 있었기에 막아낼 수 있었다는 설명은 덤이었다.

“민첩이 높은 만큼 방어력이 낮은 것 같기는 한데, 그것도 일단 맞춰야 효과가 있는 거니까요. 처음에는 퓨어 탱커 버전으로 얻어맞으면서 공격했는데 자꾸 그러니까 아예 가까이 안 오고 안 붙잡히려고 하더라고요.”

“아….”

“그래서 어떻게 좀 잡아보려고 지금 버전으로 싸우고 있었죠.”

확실히 그레텔의 속도는 아무것도 모르는 희연이 보기에도 보통의 것이 아니기는 했다. 게다가 중독 디버프 스킬까지 사용했다. 어쩌면 이 외에 다른 한 수를 숨겨두고 있을지도 몰랐다.

잠시 고민해 보던 희연은 스킬 창을 힐끔 바라본 뒤 입을 뗐다.

“…속도만 좀 줄이면 잡을 수 있는 거예요?”

“네? 어… 제대로 한 방 먹이면야 레벨 차 때문이라도 잡을 수 있겠죠? 상대는 방어력이 낮으니까요.”

“그러면 없지 님, 저 신경 쓰지 말고 그 한 방 제대로 날려요.”

“네…?”

“속도 제가 늦춰볼게요! <산골 꼬마 요정의 친구>!”

재가 되어 간신히 형상을 유지할지언정 어쨌든 이곳은 숲속이었다. 기척이 옅어진 희연은 잽싸게 움직여 뉴비 없지로부터 떨어졌다.

그레텔의 고개가 잠시 그녀에게로 움직이긴 했지만 희연이 뛰던 것을 멈추고 숨을 죽이자 다시 뉴비 없지에게로 향했다.

같은 파티 상태였기에 희연을 제대로 볼 수 있던 뉴비 없지가 그녀를 힐끔 바라보다 검은 창을 들어 올렸다. 둘 중 누굴 먼저 죽여야 할지 고민하느라 움직임을 멈췄던 것처럼 그레텔은 공격 대상이 하나로 줄자 곧바로 몸을 날렸다.

뉴비 없지가 그레텔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을 하며 잠시 거리를 벌린 그 순간 희연은 총을 들어 그레텔을 겨냥했다.

“<장미 화환의 비둘기>…!”

[스킬 <장미 화환의 비둘기>를 사용합니다. 일시적으로 상대의 의지, 체력, 속도를 저하시키며 알 수 없는 걱정과 애환에 젖게 만듭니다.

‘오늘 밤, 내가 죽는 꿈을 꿀 거야’]

그레텔의 발밑에서 장미 덩굴이 피어나더니 어디선가 날아온 하얀 비둘기 떼가 시야를 교란하며 날아올랐다. 꽤나 화려한 스킬 이펙트였다.

그레텔의 전체 체력 게이지 바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속도가 느려졌다. 그레텔의 달라진 상태를 확인한 뉴비 없지가 공격을 준비하듯 자세를 잡았다.

아직 MP는 충분했다. 처음으로 써보는 디버프 스킬이 제대로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희연은 <장미 화환의 비둘기>와 더불어 함께 얻게 된 스킬 역시도 연속으로 사용했다.

“<나무 위의 친구>!”

[스킬 <나무 위의 친구>를 사용합니다. 머리, 심장을 비롯한 약점에 무조건 공격이 적중하며 일시적으로 모든 불행의 대상으로 만듭니다.

‘오, 불쌍한 친구… 영 좋지 못한 곳을 맞았네그려’]

목소리가 너무 컸다. 그레텔이 희연을 돌아보았다. 동시에 그레텔의 발밑에서 비쩍 마른 작은 나무가 자라 열매를 맺더니 순식간에 으깨졌다. 검붉은 액체가 그레텔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액체를 뒤집어쓴 그레텔이 희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속도가 느려졌다고는 하나 그 효과를 볼 만한 대상은 뉴비 없지지 희연이 아니었다.

[<그대의 피는 성스러운 물과 같으니>! 공격력, 크리티컬 확률, 크리티컬 대미지가 상승합니다.]

[<순수한 바보>! 일시적으로 방어력을 대폭 낮추는 대신 공격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운명의 노래>! 운명을 집도하는 자에게 축복이 내려집니다.]

[<용맹의 기사>! 용맹스러운 기사의…]

스스로에게 버프 스킬을 사용하던 뉴비 없지가 도중 움직이려는 기색을 보이자마자 희연은 외쳤다.

“저 지키지 말고 공격해요!”

희연은 갖고 있는 온갖 공격 스킬을 그레텔에게 남발했다. 불꽃에 휘감긴 탄환은 그레텔이 검으로 쳐냈다. 그녀에게 있어 가장 익숙한 공격 스킬인 <회개하세요>는 모조리 피해냈다.

어느새 그레텔은 희연의 바로 앞에 도달했다. 희연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등이 벽에 닿았다.

궁지에 몰린 희연에게 그레텔의 칼이 닿기 직전 처음 보는 문구가 떠올랐다.

[대상 <그레텔>은 모든 불행의 주인입니다.]

쨍-!

그레텔의 칼에 갑작스럽게 금이 가더니 희연을 내리치기 직전 산산이 조각났다. 놀란 마음에 숨을 들이켜며 주저앉은 희연에게로 그레텔의 고개가 돌아가고 예의 입이 쩍 벌어지며 독극물이 쏟아져 내리려던 그때였다.

“<다이 시거>!”

뉴비 없지가 창을 던졌다. 새까만 연기에 휩싸인 창이 그레텔의 심장을 관통했다. 희연은 바로 코앞에서 멈춘 창의 끄트머리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온몸에 금이 간 과자 인형이 천천히 부스러지기 시작했다. 퉁- 소리를 내며 떨어진 창이 바닥을 굴러다녔지만 희연의 시선은 여전히 위로 향해 있었다.

“그레텔….”

과자 인형의 태를 벗어난 그레텔이 희연의 앞에 있었다. 그녀에게 더없이 익숙한 모습으로.

새까만 기체, 붉은 눈. 던전에서 만난 넬과 다른 점은 기체가 언뜻 열 살배기 아이의 모습을 흉내 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악령이는 완전한 악령이라 보기엔 애매했고, 넬은 공격 의사가 있었으나 실상 따지고 보면 악령이 보다도 약한 악령이었다.

그레텔은 진짜 악령이었다. 악령이처럼 애매하지도 넬처럼 약하지도 않은 진짜 악령.

마주 보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희연의 피는 빠른 속도로 닳았다. 가끔가다 킹스메이커가 스킬을 사용했을 때처럼 온몸이 짓눌려왔다.

이건 절대 못 이긴다. 희연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오리 님!”

희연의 상태를 눈치챈 뉴비 없지가 달려와 바닥을 굴러다니는 창을 들고 그레텔을 밀어낸 뒤에야 그녀는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었다.

“…그레텔.”

과자 인형의 몸을 뒤집어쓰고 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존재임에도, 이 정도로 강하면 의사소통 역시 가능할 것임에도 그레텔은 답하지 않았다. 공격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존재했다.

그레텔을 경계하는 뉴비 없지를 힐끔 바라본 희연은 천천히 말했다.

“여기서 나가면 헨젤을… 제대로 벌 받게 만들게.”

“…….”

“악몽은 끝났어 그레텔.”

“끝나지 않았어….”

“!”

말했어….

귀로 들린 소리였다. 악령이처럼 문자로 전달하는 것도 넬이 그랬던 것처럼 어설프게 머릿속으로 전달하는 것도 아닌 말로 내뱉은 소리였다.

그레텔은 제대로 자신의 의지를 전하고 있었다.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안 끝났어…!”

“…그레텔.”

“내 악몽은 끝나지 않았어…! 멋대로 끝났다고 하지 마!”

“오리 님 뒤로!”

희연을 뒤로 밀어낸 뉴비 없지가 어느새 방패로 변환시킨 성배를 들어 올렸다.

붉은 눈에서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그레텔에게 반응하는 것처럼 방 안에 집기가 이리저리 날아올랐다. 개중 낡고 오래되었거나 처음부터 약했던 것들은 바스러지며 부서졌다.

땅이 흔들리고 벽에 박혔던 못이 빠져 이리저리 튕겨 나갔다. 고정할 것을 잃은 벽이 무너져 내렸다. 방의 중심에 선 그레텔은 울분 서린 외침을 뱉었다.

“못 끝내! 이대로는 못 끝내! 절대 안 끝낼 거야…!”

[특수 지역 <악몽의 과자 집>을 성공적으로 공략하였습니다.]

[<그레텔의 악몽> 퀘스트 성공!]

[보상을 이미 수령하였습니다.]

그레텔의 과자 인형 몸이 그러했듯, 그레텔의 악몽 역시도 산산이 부서지며 무너져 내렸다. 희연과 뉴비 없지는 강제로 이동되었다. 실상 퀘스트를 성공했으니 강제는 아니었으나 예고 없는 이동을 두 사람은 그렇게 느꼈다.

환한 빛 끝에 두 사람은 땅을 구르는 것으로 바깥으로 빠져나왔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런 두 사람을 발견한 킹스메이커가 제법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본 순간, 희연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헨젤…!”

닉이 만든 장미 넝쿨에 구속되어있던 헨젤이 희연을 돌아봄과 동시에 그들 뒤에 있던 과자의 집 문이 열리며 새까만 것이 튀어나와 헨젤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레텔 안 돼!”

희연의 외침은 의미 없었다.

악령이 된 동생을 마주한 헨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원망 서린 붉은 눈물을 보면서도, 저를 죽이려 손을 내뻗는 것을 보면서도.

채 닿지 못하고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그 순간까지도. 눈앞에서 바스러진 검은 재가 뺨을 스친 뒤에야 헨젤은 입을 열었다.

“그레텔….”

헨젤은 목이 졸리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그런 그와 비슷한 표정을 희연도 짓고 있었다.

그레텔이 사라졌다. 그레텔을 붙잡기 위해 낫을 치켜들었던 킹스메이커가 손에서 힘을 풀었다. 스위니티 숲에 걸렸던 마법이 풀렸다. 과자의 숲이 사라지고 남은 건 불에 의해 새까맣게 타버린 숲의 흔적이었다.

과자의 집 역시도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은 건 움푹 패인 구덩이 속 새하얀 해골 인형들이었다. 그 위에 악령이가 앉아 있었다. 바짝 굳은 인형의 시선은 재가 되어 사라진 그레텔의 흔적에 가 있었다,

“…악령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드는 인형에 얼굴에 서린 건 절망감이었다. 처음으로 보게 된 악령의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었다.

희연은 천천히, 지금의 상황을 이해해 나갔다.

그레텔이 죽었다. 악령이 죽었다.

악령도 죽는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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