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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45)화 (145/251)

145화

만나게 해주겠다는 킹스메이커의 단호한 말 덕분에 희연의 얼굴은 절로 밝아졌다. 킹스메이커는 들고 있던 편지지를 희연의 앞에 내밀며 설명했다.

“시드론 왕실에서 마스커레이드 즉, 가면 무도회를 열 거예요. 명성 높은 개인, 혹은 길드 단위로 초대장을 보내는데 길드 단위로 초대장이 올 경우 길마, 부길마 포함으로 몇 명 더 갈 수 있어요.”

“그거 저번에 마담, 그분이 말했던 그거죠?”

헬르벨에 관한 정보를 얻을 당시 마담이 킹스메이커에게 대가로 요구했던 것이 마스커레이드에 자신을 데리고 가는 거였다. 희연이 그때 일을 기억할 거라 생각 못 했는지 킹스메이커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이어서 이야기했다.

“무도회는 밤늦게 열려서요. 그래서 미성년자인 염소는 일단 무조건 참가가 불가능하고, 길드 초대장으로 갈 수 있는 인원은 길마, 부길마 제외 셋이라 염소 자리에 마담을 끼워 준 거죠.”

“어, 그러면 저는 못 가는 거 아니에요? 인원이….”

청산가리, 마담. 남은 한 자리는 귀농의 것이라 한다면 남는 자리는 없었다.

킹스메이커도 원래는 희연을 마스커레이드에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다. 희연의 레벨로 고렙 가득한 연회장에 있다간 사람과 잘못 부딪혀 별님을 만나러 갔다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처럼 생긴 기회에 때마침 희연마저 원한다 하니 이 이상 미룰 이유도 없었고, 킹스메이커 또한 내심 희연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이렇게 제안하게 된 것이다.

킹스메이커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귀농 님 내일모레 야근이래요. 확정 났다고 아까 연락 왔어요.”

“아….”

직장인은 휴학생을 이기지 못했다. 희연은 속으로 귀농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저 갈래요! 저 가도 되는 거 맞죠?”

“그럼요! 주의 사항이 조금 있긴 한데, 이것만 잘 지키면 무사할 거예요.”

“네…?”

주의 사항을 지키지 못하면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것치곤 킹스메이커의 어조는 너무나 가벼웠다.

청산가리는 함께 무도회에 가게 된 희연을 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 희연은 괜스레 불길해져 불안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일단 무도회에 가게 되면 가능한 사람이랑 부딪히지 마세요, 오리 님. 기 싸움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부딪히지 말라는 뜻이에요.”

“저 부딪히면 죽어요?”

“글쎄요. 확신은 못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겠죠?”

“그렇죠….”

“귀족으로 보이는 NPC가 말을 건다? 그냥 무시하고 최대한 멀리 떨어져요. 걔들은 쓸데없는 꼬투리 잡아서 며칠 구금시킬지도 모르거든요.”

“아….”

“그리고 만약 무도회장 밖을 나가 성 복도를 걷는데 맨발로 걸어 다니는 애들이 말을 걸면 답하지 말고, 옷에 핏자국이 묻은 사람이 말 걸어도 모르는 척하고, 어딘가 낡은 인상의 사람이 말을 걸어도 못 들은 척하고….”

“…?”

킹스메이커의 설명을 들을수록 희연은 혼란스러워지기만 했다. 그런 희연의 반응에 청산가리가 말을 얹었다.

“몰랐어요? 원래 왕국이 제일 유령 많은데.”

“…….”

희연의 시선은 저절로 악령이와 넬 쪽으로 움직였다. 유령이 많다는 건 악령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안 그래도 그녀는 악령이 꼬이는 이상한 체질이었다.

거기에 흑마법사인 킹스메이커까지 함께한다? 악령들에게 모여라 친구들 하며 외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킹스메이커 또한 그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닌지라 희연에게 마지막 충고로 자신을 걸었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나랑 멀리 다닐 것. 나랑 있을 거면 단둘이 아닌 다른 사람들 더 껴서 있어야 해요. 없지를 추천할게요. 초코 님은 무효 판정이니까 조심하고요,”

“왜 무효 판정이에요…?”

“암살자라서요. 악령이도 초코 님은 별로 안 싫어하잖아요. 같은 원리에요.”

확실히, 악령이는 청산가리에게 그다지 큰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곤 했다. 지금도 그랬다. 청산가리의 머핀을 훔쳐 먹는 것에 있어 악령이는 겁 없이 행동했다.

“…….”

흑마법사와 암살자와 악령이 따르는 신관. 희연은 이 조합으로 유령이 많은 왕국 같은 곳에 가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왕국에서 다른 신관들을 불러 구마를 한다 해도 할 말이 없는 조합이었다.

***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 시드론의 마스커레이드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그사이 희연은 길드 성 밖의 마할라틴 숲으로 사냥을 나가 소소하게 레벨도 올렸다. 나름 고렙 유저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갈구한 방법이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효과는 미비했다. 그래봤자 레벨 42였기 때문이다.

길드 성 주위의 몬스터들은 경험치를 많이 줬지만 그만큼 강했기에 많이 잡지 못한 탓이 컸다. 40 레벨에 맞는 사냥터는 따로 있다는 말을 킹스메이커에게 뒤늦게 들었을 때, 희연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가깝다며 나간 자신의 행동을 깊이 반성했다.

“진짜 힘들었는데….”

투덜거리면서도 희연은 소소하게 얻은 스텟 포인트와 이전까지 쓰지 않았던 포인트를 모두 민첩에 투자했다. 조금이지만 몸놀림이 빨라진 것만으로도 지난 시간이 가치 있었다며 스스로를 세뇌했다.

고생한 것에 비해서는 심히 미비한 보상이라 할 법했지만 그래봤자 이미 지난 일이었다. 희연은 수도로 가는 지금에 집중하기로 했다.

희연은 수도를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포탈기를 통한 이동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해서 수도까지 걸어서 갈 만한 레벨도 되지 못했기에 그들은 날아서 이동하기로 말을 맞췄다. 다수를 이동시키는 것은 가장 적절한 능력을 가진 닉이 맡기로 했다.

닉과 함께 수고해 줄 루로의 경우 나름 파티의 참석자라며 닉이 꾸며 준 상태였다. 자잘한 보석이 박힌 섬세한 레이스 리본을 멘 루로만큼은 아니지만 악령이와 넬도 나름 리본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희연은 숙달된 기술력이 느껴지는 루로의 레이스 리본을 바라보다 악령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낡고 오래된 부두 인형의 머리 위에 유난히 새것 같은 하얀 리본이 팔랑거렸다.

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둘 모두 희연이 만들어 준 것들이었다. 정확히는 희연이 사용한 스킬 <구둣방 요정들의 밤>을 통해 나온 요정이 만들어주었다.

사실 그마저도 스킬 레벨과 숙련도가 낮다는 이유로 길게 자른 천에 ‘리본’하고 이름을 명명한 것이 전부였다.

사기당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희연은 착실하게 노동의 대가를 지불했다. 요정들이 대가로 받아 간 건, 그레텔의 악몽을 깨며 남은 누네띠네 몇 개와 달빛 요람의 숲에서 주워 온 돌, 그리고 희연이 만들어낸 정화석이었다.

돌멩이도 대가로 쳐주나 싶었지만 요정들은 기쁘게 받아 갔다. 나무토막이나 다름없던 요정들을 떠올리던 희연은 다리에 찰싹 달라붙는 감촉에 고개를 숙였다.

“마음에 들어?”

“좋아…!”

밋밋한 흰 리본뿐이었음에도 악령이는 크게 기뻐했다.

킹스메이커가 만들어 준 망토도 있고 몸도 작아 목에 리본을 묶은 넬도 내심 기분이 좋은 것인지 희연의 주변을 계속 날아다니며 맴돌았다.

그 모습을 보며 희연은 꼭 스킬 숙련도를 높이자 다짐했다.

“눈오리 님, 이거 받아요.”

“아, 네!”

두 악령을 챙기며 웃던 희연에게 청산가리가 가면 하나를 내밀었다.

무도회라는 주제에 맞춰 정장이나 드레스 같은 걸 입을 의무가 없는 유저였지만 가면은 써야 하는 것이 마스커레이드의 규칙이었다.

청산가리는 킹스메이커의 공방에서 보았던 차림 그대로 챙 넓은 모자에 금박 무늬가 새겨진 흰색에 가까운 상앗빛의 케이프 망토 차림새였다.

이전에도 보았던 차림새지만 워낙 스릴 넘치는 상황에서 봤던지라 기억나는 건 새 부리 가면과 모자밖에 없던 희연에게 청산가리의 그런 차림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청산가리의 모습은 굳이 따지자면 암살자라기보단 르센 신 쪽의 성직 관련 직업이 입을법한 차림새였다. 색 조합이 희연과 뉴비 없지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모자에 둘러진 긴 검은 베일을 넘겨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던 청산가리는 희연의 시선에 장난스레 웃으며 들고 있던 새 가면을 얼굴에 가까이하며 흔들었다.

자신을 놀리는 제스처에 희연은 조금 삐죽이는 표정을 짓다 손에 쥐고 있는 가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구 취향인지 화려하기 그지없는 가면이었다.

흰 바탕에 금박, 검은색과 흰색의 레이스, 깃털, 보석이 뒤섞인 가면은 하관이 드러나고 눈가 주변만 가리는 형식이었다. 얼굴 전부를 가리는 청산가리의 가면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였다.

닉의 가면 역시 희연의 것과 비슷한 형식이었는데, 깃털 같은 화려하고 살랑거리는 장식을 빼고 가면이 고양이 모양이라는 점과 백금으로 꽃 모양을 새겨넣었다는 것 정도가 달랐다.

닉은 귀엽고 예쁜 것들을 좋아한다고 한 킹스메이커의 말이 영 틀린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희연은 아직까지도 보이지 않는 다른 무도회 참가자들을 찾았다.

“킹 님이랑 없지 님은요?”

“둘이 같이 있을걸요? 킹은 준비할 게 많거든요.”

“?”

청산가리는 그 이상 설명해 줄 생각 없다는 듯 어깨만 으쓱였다. 가면의 고정용 검은 리본을 손가락에 배배 꼬던 희연은 고개를 들어 깜깜해진 유리 천장 너머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킹한테 가보게요?”

“네!”

“잘 갔다 와요.”

살래살래 손을 흔드는 청산가리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며 희연은 지하 공방을 찾아 움직였다. 이전에 희연이 이용했던 동상 길 외에도 길드 성에는 킹스메이커의 공방으로 갈 수 있는 비밀 길이 많았다.

그중 하나는 온실에 있는 나무의 구덩이로, 마스커레이드에 참가하는 것이 결정 난 며칠 전, 킹스메이커가 직접 귀띔해 주었던 통로였다. 희연은 망설임 없이 구덩이 속으로 뛰어내렸다.

“으앗…!”

어떻게 되어 있는 구조인 건지 희연은 공방의 복층에 놓여 있던 침대 위로 떨어졌다. 침대에서 튕겨 나가는 악령이를 잡아채며 천체가 그려진 천장을 훑어보던 희연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제야 이곳에 온 목적에 집중했다.

“오리 님?”

“오리 님!”

뉴비 없지가 땅을 박차고 올라 난간에 매달려 희연을 다시 불렀다.

“오리 님!”

의외로 뉴비 없지는 아무 장식 없는 밋밋한 검은 반 가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희연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뉴비 없지는 가면 위로 손을 올리며 자세를 취했다.

“괴도 같지 않아요? 멋지죠?”

“아, 음… 네, 뭐….”

“이것 봐! 오리 님도 멋지다고 하잖아!”

아래에서 어이없다는 투의 목소리가 화답했다.

“그래, 믿고 싶은 대로 믿어야지 어쩌겠어.”

킹스메이커의 목소리에 희연은 그제야 침대에서 일어나 난간에 몸을 기울였다. 굉장히 낯선 모습의 킹스메이커가 밑에 있었다.

“드레스?”

유저는 드레스 안 입어도 된다고 했는데?

희연은 의아해하면서도 낯선 모습의 상대를 관찰했다.

암녹색의 드레스는 무척이나 화려하다면 화려했지만, 눈부시다는 흔한 감상은 나오지 않았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안개 가득한 검은 숲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종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킹스메이커가 쓰고 있는 왕관은 그런 감상을 더하게 만들었다.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한 것 같은 짙은 금빛의 왕관과 그 왕관에 장식되어 늘어진 천은 공방 천장에 새겨진 것들을 한데 품은 것 같이 묵직했다.

유일하게 음산하지 않은 것은 왕관에 장식된 자잘한 보석뿐이었다. 오색 빛깔로 빛나는 투명한 보석을 보며 희연은 왠지 모르게 낯익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저런 보석을 내가 어디서 봤지?

가물가물한 기억에 눈을 가늘게 뜨는 희연을 보며 옆에 있던 뉴비 없지가 먼저 킹스메이커의 차림에 대해 간결한 설명을 해주었다.

“저거 장비예요 오리 님. 디자인에 속지 마세요. 최종 장비예요 저거.”

“최종 장비면….”

합법 도박이 일러주었던 킹스메이커의 진짜 무기, 지팡이의 스펙 일부를 떠올린 희연의 얼굴에는 의문만 더해졌다.

“그래요? 근데 갑자기 왜….”

무도회 가는데 최종 장비 같은 험악한 걸 왜 입었냐는 시선에 킹스메이커가 난처한 척하며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어요. 시드론의 왕은 무도회에서 나를 토벌하라고 전체 퀘스트를 내릴지도 모르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네…?”

“우리가 썩 좋은 사이는 아니라….”

무도회 같은 자리에서 토벌 명령을 내릴지도 모르는 사이를 겨우 썩 좋지 못한 사이 정도로 얼버무리는 모습에 희연은 진실을 듣기를 포기했다.

짐작 가는 구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희연은 헬르벨에게 들었던 것을 떠올리며 물었다.

“혹시 킹 님이 리퍼 공작인 거랑 관련 있는 거예요?”

“앗 들켰네?”

별로 숨길 생각도 없었으면서….

썩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름을 내린 점에서부터가 이 나라 왕이 킹스메이커를 그리 좋아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희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마저 말을 이었다.

“리퍼 공작이라는 거 잭 더 리퍼, 뭐 그런 의미인 거예요?”

“아뇨 아뇨. 그림 리퍼란 뜻이에요.”

“둘이 비슷한 것 같은데….”

킹스메이커는 어깨를 으쓱였다.

“공작 작위를 받게 된 계기가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 시드론의 왕이 그런 이름을 붙여줬거든요.”

“계기요?”

킹스메이커는 매우 간결하게 설명해 주었다. 손을 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한 것이다. 희연은 대충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혹시나 해서 이거 입고 가는 거지 시드론의 왕이 진짜로 저를 공격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이건 그냥 성질 긁으려고 입은 거에 가까우니까요.”

“?”

“이거요. 왕관. 왕 앞에서 왕관을 쓰다니 얼마나 건방져 보이겠어요.”

“그렇죠….”

일단, 킹스메이커와 시드론의 왕은 확실히 사이가 안 좋다. 희연은 몇 분 만에 알게 된 사실에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알면서도 굳이 굳이 왕관을 착용하는 킹스메이커도 문제였지만, 유저가 장비로 왕관 좀 썼다고 기를 쓰고 싫어한다는 시드론의 왕 역시도 희연이 보기에는 이상해 보였다.

같은 왕관이라 할지라도 유저와 왕이 쓰는 것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알면서도 그러는 걸까?

일면식 한번 없었지만 희연은 시드론의 왕이 굉장히 권위적이고 신분을 따지는 사람일 거란 편견을 가졌다.

“가서 바로 죽거나 하진 않겠지…?”

부패한 귀족과 자신의 자리에 취한 왕이 이런 우매한 평민! 하면서 자신을 죽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며 희연은 난간에서 몸을 뗐다.

물론 킹스메이커가 죽게 두지는 않겠지만, 염연히 희연의 목적은 시드론의 왕과 킹스메이커의 기 싸움 구경이 아닌 악령이의 한을 풀 수 있는 종류의 단서를 얻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필요했다.

희연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는 만큼 킹스메이커 역시 최대한 협조해 줄 것이므로 시드론의 왕의 성질을 너무 긁지는 않을 것이다. 희연은 그렇게 믿으며 들고 있던 가면을 착용했다.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 종류가 그랬듯 가면 역시도 착용 이후부터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얼굴에 닿는 감촉이 없었다.

희연이 가면을 착용한 것을 확인한 킹스메이커는 가면 대신 검은 베일을 꺼내 왕관에 덧대었다. 팔랑이며 얼굴을 반절 가리는 검은 베일이 음산한 것과는 별개로 그녀는 흥겨운 어조로 외쳤다.

“그러면 이제 수도 딜라일로 우리를 버스 태워 줄 길마님을 찾아 출발!”

“출발!”

“출발….”

버스 닉을 외치는 킹스메이커와 뉴비 없지에게 희연은 호응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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