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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48)화 (148/251)

148화

“걔가 무슨 만능 프리 패스권도 아니고….”

역시 신분 앞에선 모두가 평등한 건가….

시무룩해진 희연을 보며 한숨을 내쉰 마담은 귀찮다는 기색을 싹 지우고 웃더니 왕녀에게로 걸어갔다. 작옵아 상인이라는 점에서 그 역시 희연 못지않게 연약하다면 연약한데도 말이다.

희연은 놀란 눈으로 마담을 보았다. 머뭇거리는 손이 총을 찾아 헤맸다. 여차할 때 그가 그녀를 살려준 것처럼 치료 스킬이라도 써줘야 하나 싶어서였다.

그러나 마담은 요령 있는 사람이었다. 혓바닥 하나로 상인 일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듯 그는 사근사근한 어조로 왕녀의 마음을 들쑤셨다.

“흉흉한 민심 탓에 마스커레이드도 서둘렀으면서 왕녀 되시는 분이 이렇게 대놓고 소란을 피우면 안 되죠.”

“정보 팔이 주제에 감히 내게 먼저 말을 거는구나.”

“그럼요. 왕녀 식이나 되시는 분은 으레, 저 같은 상인한테는 먼저 말을 안 거시니까요.”

“공작이 뒷배라고 눈에 뵈는 게 없구나.”

“그럴 리가요. 다만 마음 급한 당신의 마음을 아주 잘, 너무나도 많이 이해하는 거라고 치죠.”

왕녀가 마음이 급하다는 마담의 말에 희연은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제야 왕녀가 킹스메이커를 찾으려 했다는 것이 떠오른 것이다.

의뭉스러운 말로 사람을 궁금하게 만든 마담은 칼날 박힌 부채를 펼쳐 입을 가리더니 아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한다는 듯 왕녀의 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까이 있던 희연과 뉴비 없지의 귀에는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다.

“계속 이리 소란을 피우시면 황무지 건에 관해 이야기해 사람들의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미리 말하는데, 이방인도, 귀족도 모두가 이번 몬스터 웨이브를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시퍼런 불같은 눈이 마담을 노려보았다. 당장에라도 눈앞에 상인을 참수하라 외칠 것 같은 눈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분노에 흠뻑 젖어 들었던 것이 무색하게도 왕녀는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다시 고요함을 되찾은 왕녀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마담의 어깨를 잡았다.

“정말이지… 친절한 조언이야. 그대의 친절이 퍽 감동스러워 내가 따로 상을 줘야 하나 고민되는군. 그대의 머리를 예쁘게 장식할 관이 좋을까?”

“굳이 상을 주실 필요까지야 없죠.”

“아쉽군.”

왕녀는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마담은 왕녀의 손에서 벗어나자마자 희연에게 먹였던 것과 똑같은 포션을 꺼내 입에 들이부었다. 그 모습을 보며 희연은 뉴비 없지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왕녀는 힘 스텟이 몇이에요…?”

“저랑 비등비등할걸요? 장비 없는 상태로요.”

“와….”

“그런데 오리 님, 사실 왕녀는 힘캐 아니에요. 왕녀는 마법사에요. 그것도 순수 학문을 중요시하는 정석 마법사.”

“…….”

“왕족이 원래 스텟이 좀 좋아요.”

“좀?”

좀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 희연은 자신이 참 겁도 없이 굴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또한 왕녀가 상당히 그녀를 봐 주었다는 것 역시도 말이다.

다행인 점은 이 이상 왕녀 쪽에서 소란을 피울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더불어 소란을 느낀 것인지 낫을 들고 어딘가로 갔던 킹스메이커가 드디어 등장했다. 바라고 바라던 킹스메이커의 등장에 왕녀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반면 킹스메이커는 재밌다는 얼굴이었다.

“어머나! 왕녀께서 친히 행차하는 행사인 줄은 또 몰랐네요?”

“무례하군, 공작.”

“괜찮아요. 제 기분은 좋으니까요.”

뉴비 없지와 왕녀가 힘겨루기를 할 때는 내심 주변을 배회하며 구경하던 이들이 모조리 훌쩍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건 뉴비 없지에게 질질 끌려가는 희연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사람들 틈에 끼게 된 희연은 본격적인 싸움이라도 할 것 같은 두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사이 안 좋은 거죠?”

“보시다시피….”

“후계 싸움 때 같은 편이 아니었던 것 때문에 그런 거예요?”

유난히 사이 나빠 보이는 둘에게 있을 만한 사건은 연회장 입장 전 킹스메이커가 귀띔해 준 일 정도밖에 없었다. 그러나 희연의 말에 곧바로 반박이 들어왔다.

“네?”

“?”

뉴비 없지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희연을 보았다.

“킹은 후계 싸움 때 왕녀 파벌의 선두 주자였어요, 오리 님.”

“…네?”

당황스러워하는 희연을 보며 뉴비 없지는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설명해 주었다.

“킹이 왕녀를 선택해서 왕녀가 후계자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졌죠. 그래서 힘 좀 있다 싶은 애들도 죄다 왕녀 파로 들어오는 바람에 사실 싸움도 시시하게 끝났고요.”

“…….”

“그래서 공작 위까지 받았던 거죠. 후계 싸움의 최대 수혜자가 킹이에요 오리 님.”

“그… 래요?”

희연은 애매하게 웃다 고개를 바로 했다. 왕녀의 앞에서 생글생글 웃는 킹스메이커가 보였다. 분명 그녀는 왕녀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모두가 그녀는 왕녀의 편이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면 왕자 쪽은 어떻게 됐어요?”

“그쪽은 완전 박살 났죠. 왕자는 실종됐는지 죽었는지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왕자 세력 NPC들은 모두 흩어졌고, 그쪽에 소속되어 있던 유저들은 죄다 막판에 왕녀 쪽에 붙었고요.”

“그렇구나….”

킹스메이커는 도대체 뒤로 무슨 짓을 했던 걸까. 희연은 복잡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무슨 생각으로 뉴비 없지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진실을 희연에게 말해주었는지 그 속을 알 수가 없었다.

그사이 킹스메이커와 왕녀는 제대로 한번 붙어보기로 한 것인지 각자의 무기를 끄집어냈다. 검은 낫과 대조되는 새하얀 지팡이를 든 왕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희연은 구경하는 사람들을 헤치고 자리를 뜨려 했다,

“오리 님?”

“구경하다가 휩쓸려 죽을지도 모르니까 전 나가 있을게요.”

“아….”

안타깝다는 탄식을 흘리는 뉴비 없지에게 손을 흔들어 준 희연은 적당한 곳을 물색하며 조심히 걸어 다녔다. 모두가 왕녀와 킹스메이커의 싸움에 푹 빠진 덕에 그들 사이를 빠져나오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커튼으로 가려진 테라스로 나온 희연은 상쾌할 정도로 서늘한 밤바람을 맞은 뒤에야 숨을 깊게 내뱉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람….”

시드론의 후계 싸움이 단순 이벤트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이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기란 그 당시 게임을 하지 않았던 희연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어찌 됐든 간에, 이미 후계 싸움은 끝났고 왕녀는 후계자가 되었으며 왕자는 실종되었다고 하니 그 일은 모두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에도 희연이 신경 쓰는 이유는 왕녀의 얼굴이 자꾸만 어딘가에서 본 것처럼 기시감이 느껴져서였다, 특히나 거짓일지라도 상냥한 미소를 지을 때 기시감은 짙어졌다.

“그나저나 웨이브 진짜로 우리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었구나….”

마담이 왕녀에게 한 말을 보면 황무지라는 구역에서 확실히 무슨 일인가 있었던 듯했다. 확실히 정보라는 게 중요한 것 같았다.

테라스의 난간 위로 악령이를 올려주고 손장난하던 희연은 문득 든 생각에 멈칫했다.

“정보….”

헬르벨의 정보도, 웨이브의 진상 정보도 갖고 있는 마담이었다. 또한 검은 천막의 상인과 마주한 날에도 마담은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어쩌면 그는 악령이에 대한 정보 또한, 혹은 단서 같은 거라도 갖고 있을지 몰랐다. 시드론의 왕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는 게 가능한지 확실하지 않은 지금, 마담이 정보를 갖고 있는가 아닌가는 희연에게 있어 중요한 사안이었다.

희연은 서둘러 악령이를 챙겨 들었다. 혹여나 마담이 벌써 떠났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커튼이 열리며 누군가 테라스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이 연회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드레스를 입은 사람, 마담이었다. 칼날 박힌 부채를 살랑이며 테라스로 들어온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보 교환할 생각 있어요?”

서두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구는 마담의 시선은 정확히 악령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 노골적인 시선에 어찌할 줄 몰라 허둥거리던 희연은 뒤늦게나마 악령이를 제 뒤로 숨겼지만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아직 마담에게 악령에 관하여 물을지 말지도 결정짓지 못했는데 그 당사자가 먼저 선수를 쳤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희연은 고민되었다.

언뜻 보면 상대 쪽에서 먼저 이야기해 주었으므로 설명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좋다고 볼 수 있지만, 그녀는 마담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 잘 몰랐다.

그녀가 가진 정보만 홀랑 뺏기고 대화가 끝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담은 그런 희연의 걱정을 알고 있다는 듯 이번에도 먼저 입을 뗐다.

“정보만 뺏는 쓰레기 짓은 안 할 테니까 너무 걱정 마요. 정 못 믿겠으면 저쪽을 보고.”

“아….”

마담이 가리키는 방향에 있는 것은 시꺼먼 연기에 둘러싸인 킹스메이커였다. 적어도 마담이 킹스메이커까지 걸고 사기를 치지는 않을 거라 믿으며 희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사된 거래에 만족한 마담은 선뜻 희연에게 먼저 기회를 주었다.

“좋아요. 그쪽부터 먼저 물어봐요.”

“그래도 돼요?”

마담은 희연이 얼만큼의 쓸모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희연은 대부분 모르는 것투성이였기에 이 정보 교환에서 이득을 얻는 건 희연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절대 본인이 손해 볼 사람은 아니다. 그것이 희연이 내린 마담의 평가였다. 어쩌면 희연에게 질문을 먼저 요구하는 것까지도 마담의 입장에선 손해 보는 행위가 아닐지도 몰랐다.

슬금슬금 어깨 위로 기어 올라오는 인형을 희연은 힐끔 바라보았다.

마담은 손해 볼 사람이 아니고 희연은 손해 볼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망설임도 잠시, 희연은 입을 뗐다.

“묻고 싶은 게 많은데 다 물어봐도 되나요?”

“너무 많다 싶으면 중간부터는 문답식으로 정보 교환할 거예요. 그쪽이 물어보는 것 중 영 상품성 없다 싶은 정보는 그냥 알려줄 거고요.”

뭐부터 물어봐야 하지….

잠시 고민하던 희연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부터 질문하기로 하였다.

“일단은, 악령에 대한 정보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제가 알기론 악령은 서로서로 잡아먹어서 생기는 거라고 했는데, 다른 경우도 있는 것 같아서요.”

달빛 요람의 숲에서 소녀 유령은 희연에게 악령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수많은 영혼이 서로를 잡아먹어 생긴 온갖 것이 뒤섞인 ‘우리’. 그래서 악령이는 불완전했다. 여러 인격이 뒤섞인 것 같은 티가 날 때가 많았다.

그러나 넬과 그레텔은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넬은 동굴 안에서 만났을 때부터 하나의 인격, 병사로서 존재했고 그레텔 역시도 명확한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악령이가 특이한 것인지 둘의 경우가 특이한 것인지 희연은 모를 일이었다.

마담은 희연의 어깨에 매달린 인형과 그 인형의 머리 위에 앉은 넬을 찬찬히 훑더니 입을 열었다.

“보편적인 탄생 과정은 그게 맞아요. 그런데 가끔, 지나치게 원한이 깊거나 특정 조건을 달성하게 되면 혼자인데도 악령이 되는 경우가 있죠. 이 경우엔 몬스터인가 NPC인가 구별할 것도 없이 무조건 몬스터로 구별돼요.”

악령이와 달리 넬은 단 한 번도 그 색이 옅어진 적이 없었다. 희연은 이해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이어서 질문했다. 조금 더 조심스러운 어조였다.

“그러면… 악령도 죽어요?”

“당연히 죽죠. 몬스터라니까요.”

“아뇨, 그런 식이 아니라…. 그냥 죽기도 하냐는 의미였어요.”

그레텔이 그랬던 것처럼.

질문해놓고 인상을 찡그리는 희연을 보며 마담은 알만하다는 듯 답했다.

“죽어요.”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답이었다.

“악령은 쉽게 표현하자면 누더기 천이에요. 누더기 천 하나든 여러 천을 꿰맸듯 결국 누더기라는 건 변하지 않죠. 악령이 힘을 쓴다는 건 그 누더기 천을 양쪽에서 힘주어 잡아당기는 거라 보면 되고요,”

“…….”

“햇빛 아래 천을 오래 놔두면 색이 빠지죠? 악령도 그런 원리에요. 이미 낡은 누더기 천을 해 아래 놔두면 더 빨리 상하는 것처럼 악령들이 해 아래 있을수록 위험한 건 그래서예요.”

“힘을 안 쓰고 햇빛 아래에도 안 있으면요?”

“그래도 죽어요. 옷도 오랫동안 안 입고 놔두면 상하는 것처럼 악령들도 얼마나 더 오래 버티냐의 차이일 뿐 결국 모두 죽어요. 예외 없이.”

정확한 정보를 바라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확답을 듣고 싶지도 않았다. 희연은 침울함을 숨기지 못했다.

“…죽는 것 외에는 다른 건 없어요? 그러니까… 성불 같은 거….”

“지금까지 악령을 성불시켰다는 이야기는 제가 알기론 없어요.”

“…….”

“누가 시도해봤다는 얘기도, 없지만요.”

“…!”

수그러지던 고개가 다시 올라왔다. 죽는 것과 성불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희연은 망설임 없이 후자의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재가 되어 닿지 못한 설움밖에 남기지 못하던 그레텔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해서였다. 희연은 기대를 담아 물었다.

“그러면 성불시키는 방법도 있다는 거죠?”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니까요.”

어쨌든 없다는 건 아니다. 희연은 가능성을 보았다. 악령이에게 남은 것이 의미 없는 죽음만은 아니라는 점에나마 희연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탓에 그녀는 정작 악령이가 어떤 얼굴로 자신을 보는지 살피지 못했다.

그런 희연과 달리 마담은 정면에서 맹한 인형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봤음에도 부러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정보 교환이 목적이지 상담이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악령이가 성불이나마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희연은 그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질문했다.

“그러면 혹시 악령이가 누구였는지 알 방법은 없나요? 이름이라거나 가족을 찾아주면 혹시 모를 일이잖아요.”

“죽기 전에 누구였는지 알아봐달라는 거예요?”

“가능하면요.”

마담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하다는 뜻인가 싶어 실망하려던 희연은 이어지는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비싸요.”

“네?”

“내 몸값이 비싸다고요. 이제 막 게임 시작한 풋내기가 의뢰 맡길 만큼 만만한 금액이 아니라서요.”

“아….”

잠시 고민하던 희연은 자신 없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정보 교환으로 어떻게 안 되나요…?”

“내가 모르는 걸 그쪽이 알고 있다고 확신해요?”

“그건 얘기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마담은 희연의 반응에 이것 봐라, 하는 생각을 했다. 내내 소심하게 구는 것 같더니 은근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봤자 멋모르고 하는 소리. 희연의 말은 마담에게 초보자의 객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마담이 자신의 말을 어떤 취급하는지는 희연도 알고 있었다. 아예 틀린 생각은 아니라고도 여겼다. 그래서 희연은 자신이 아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정보부터 거래 대상으로 올렸다.

상대에게 있어 자신이 가진 것이 그리 하찮고 잡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걸 밝히기 위해서였다.

“저 파이퍼를 봤어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

마담은 희연과의 대화 중 처음으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가면을 썼음에도 그에게선 당황한 티가 났다. 그에 희연은 이제 됐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대로 마담은 당황한 게 맞았다. 기껏해야 뱀 집단에 관한 부스러기 같은 정보만이 그녀가 아는 전부일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희연이 내놓은 것은 상당히 값진 정보였다.

파이퍼, 그 이름만 간신히 알아낸 마담에게 파이퍼를 직접 대면했다는 희연의 정보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마담은 천천히 입을 뗐다.

“전에 뒷골목에서 만났던 거 기억나요?”

“아, 네!”

“그때 나랑 마리아가 같이 있던 이유는 걔가 저한테 정보를 사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요…?”

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마담의 이야기에 희연이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을 하고 있음이 티가 났다.

마담은 손을 들었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의 위치가 악령이라는 점에 희연은 잠시 움찔했다. 그러나 마담이 가리키는 것은 악령이가 아니었다.

“…넬?”

그의 손끝은 악령이의 머리 위에 앉은 넬에게 향했다.

“오래전에 죽은 한 병사의 악령. 마리아가 내게 요구한 정보죠. 정확한 의뢰 내용은 뱀 집단의 실마리였지만요.”

“넬이 뱀이랑 관련이 있어요?”

“모를 일이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였지 확인은 마리아 본인이 한다고 했으니까요. 레벨 때문에 직접 던전에는 못 들어가니 본인 길드 소속의 유저를 보낸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됐네요.”

이렇게 됐다, 의 의미는 넬이 희연의 손에 들어가게 된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거였다. 희연은 마리아의 얼굴과 함께 다른 한 명의 얼굴 역시도 머릿속에 떠올렸다.

마리아와 같은 길드 소속이자 상당히 유능했던 힐러 친구, 12시의 모짜렐라였다. 그 던전에서 희연을 제외하곤 유일하게 넬에게 특성 퀘스트를 받았던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짜렐라가 받은 퀘스트는 넬을 죽이는 방향이었다. 진실을 알게 된 지금, 남의 일을 방해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희연은 후회하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이 넬에게 맞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됐죠.”

그래서 희연은 덤덤히 답했다. 마담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쪽이 자꾸 뱀과 엮이는 이유를 이젠 알 것 같지 않아요?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모든 행적이 뱀이랑 엮여 있어요.”

정말 그랬나 싶어 희연은 조금 인상을 찡그렸다. 생각해 보면 우연 같은 건 없었다. 앞서 한 것이 있기에 이야기가 이어지듯 자연스럽게 뱀과 엮이게 된 거였다.

자신의 지난 행적을 생각해 보던 희연은 문득 든 생각에 마담을 묘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제 행적도 다 아세요?”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시선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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