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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59)화 (159/251)

159화

물론 그 과정이 쉬웠던 것도 아니고 지금도 툭하면 희연은 백희준에게 욱할 때가 있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남매 사이는 썩 나쁘지 않았다.

킹스메이커는 질색하기는 했지만 부정은 안 했다. 희연은 그 모습에 어쩌면 두 사람이 서로를 싫어하는 이유가 일종의 동족 혐오 같은 게 아닐까 싶었다. 두 사람은 확실히 닮은 구석이 있었다.

“킹 님.”

“네?”

그리고 희연은 백희준 같은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마음에 응어리지는 감정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미움이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을 괴롭혔고 다양한 일의 계기가 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쉽게 탓하게 만들었다. 미움의 대상을 탓하는 건 당연하게까지 보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탓한 뒤에는 후회한다. 후회의 감정은 미움보다 더 괴로워서 외면하게 된다. 반복하면서 지치는 것이다.

희연은 백희준에게 여러 번 그런 감정을 느껴봤다. 그것도 백희준이 집에 없던 7년 동안 말이다. 백희준은 7년간 집 밖에서 생활한 탓에 희연이 자신을 낯설어 해 거리를 뒀다고 믿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백희준과 킹스메이커 같은 사람들은 곧잘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말이다.

이성적이고 잘났으며 스스로가 그걸 잘 아는 사람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이기적인 사람들. 그들은 한 번도 능력이나 재능이 부족해 본 적이 없어 의도치 않게 상대를 상처 입히곤 한다. 이를 못 버티면 관계는 파탄 나는 거고, 버틴다면… 그냥 좋은 것이다.

그리고 희연은 킹스메이커와 좋은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랐다. 별 이유는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 함께 보낸 시간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제대로 된 대화가 필요했다. 에흐테의 속도를 조금 늦추며 희연은 입을 열었다.

“저는 킹 님이 좋아요.”

“저도 오리 님 좋아요!”

희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렇게 장난스럽게 호감 있다 정도가 아니고요. 앞으로도 계속 친구 하고 싶다는 의미예요.”

“…….”

“그래서, 그냥 넘기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모른 척해도 상관없을 것 같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나중에 제가 킹 님을 미워할 구실이 생길 것 같거든요.”

“…난 오리 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킹스메이커는 발뺌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대화를 거부하는 건 아니구나 싶어 안도한 희연은 머뭇거리지 않고 곧바로 질문했다.

“저 선구자인 거 알고 있었죠?”

“…아.”

“이용해 먹으려고 저한테 잘해 준 거예요?”

정말 그런 거라면 조금 슬플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킹스메이커는 희연을 슬프게 만들지 않았다.

“설마요!”

희연은 킹스메이커의 얼굴에 그렇게 또렷한 감정이 떠오르는 건 처음 보았다. 유니콘 위에서 떨어지는 게 걱정도 되지 않는지 그녀는 몸까지 틀며 희연을 보려 애썼다.

“이용해 먹으려고 잘해준 거면 오리 님을 좀 더 빡세게 굴려 지금쯤 만렙 찍게 만들고 교황과 성전을 치른 다음 신권을 장악해서 이 대륙에 새로운 신흥 권력자로 만든 뒤, 메이저 종교로 다져진 기본기 탄탄한 권력의 맛 좀 보려고 했겠죠!”

“…되게 구체적이네요.”

“그만큼 내가 얼마나 진실된 마음인지 알려주는 거예요.”

조금 흥분한 것인지 킹스메이커의 볼은 살짝 붉어지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희연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웃고 말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킹 님 진짜로 저희 오빠랑 좀 닮았어요.”

“와. 진짜 기분 나빠.”

희연은 킹스메이커의 솔직한 감상이 기꺼웠다. 킹스메이커는 언제나 솔직하긴 했지만 지금의 반응은 그 궤가 달랐다.

“그래도 선구자라는 걸 알았을 때는 이용해 먹을 생각은 있었던 거죠?”

“…그렇게 물으면, 아니라고는 말 못 하죠.”

“사실 이용한다고 해도 뭘 어떻게 이용하겠단 건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전 게임 하면서 간섭 한번 없이 굉장히 자유로웠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냥을 안 해도, 태평하게 리본이나 만들고 있어도 킹스메이커는 재촉하거나 눈치 준 적이 없었다. 기껏 만들어준 좋은 장비 성능 한번 보자며 던전으로 데리고 간 적도 없었다.

그 모든 게 희연을 방심시키기 위한 과정과 계획이었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거기에 뉴비 없지를 끼면 과연 킹스메이커에게 정말로 계획이 있었을까 싶은 것이다.

뉴비 없지와 킹스메이커가 함께할 때면 두 사람이 하는 거라곤 아이구 잘한다, 아이구 잘해, 하며 외치는 게 다였다. 지금도 그랬다.

굉장히 구체적인, 실천하려다 폐기된 것으로 보이는 킹스메이커의 뉴비 힐러 성장 방향 가이드를 들은 지금은 더더욱 희연은 스스로가 무척이나 자유로웠다 생각했다.

희연은 답을 재촉하듯 킹스메이커를 보았다. 킹스메이커는 얕은 한숨을 내쉰 뒤에나 답을 들려주었다.

“오리 님이 그랬잖아요. 힐링하고 싶어서 게임 시작했고, 열정적으로 하드하게 놀 생각도 없다고요. 내가 원하는 것 좀 얻겠다고 그런 소소한 바람까지 무시할 순 없잖아요.”

“아….”

희연은 묘한 표정이 되어 킹스메이커를 내려다보았다. 이걸 배려심 있다고 봐야 할지 애매했다. 이용은 해 먹을 거지만 그 와중에 바람은 이뤄준다는 점에서 킹스메이커는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희연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마음이 좀 바뀌었어요.”

“네?”

“원래 내 계획은 오리 님을 계속 선구자로 둬서 다른 경쟁자의 퀘스트 진행 속도를 늦추는 거였어요. 그 과정에서 오리 님은 뭘 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퀘스트 단서들이 기어왔으니까요.”

“…땃쥐 미 같은 사람들 말이죠?”

“네. 나는 그것들이나 갖고 놀고 정보 얻으면서 메인 퀘스트를 꼴깍 먹으려고 했는데… 오리 님이 다 망쳤어요. 슬퍼라. 흑흑.”

대놓고 작위적인 울음소리였다. 악령이도 기겁하게 만드는 그 연기에 희연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희연의 반응에 킹스메이커는 성의 없는 우는 척을 관두고 한결 편해진 태도로 말을 이었다.

“신기한 일이죠. 난 원래 가능하다면 오리 님이랑 이렇게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어요. 뒤탈 없이 깔끔하게 말이죠.”

“이용해 먹으려고 했으면서 뒤탈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에이, 다 알면서.”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 희연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 희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킹스메이커는 잠시 뜸을 들이다, 웃음기 없는 낯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진지하게 물어보면요, 이쪽도 진지하게 맞대응할 수밖에 없어요. 보통은 다 나랑 껄끄러워지기 싫어서라도 찝찝한 건 묻고 가거나 그냥 떨어져 나가지 대화를 시도해보진 않거든요. 그래서 난 이렇게 대화하자고 청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잘 알아요.”

“그래요?”

“심지어 내 가족도 나랑 이런 얘기를 진지하게 하려 하지 않거든요.”

“…….”

“가족관계 나쁘다는 뜻은 아니니까 긴장하지 말고요. 평범한 집안에 비범하게 태어난 사람의 운명 같은 거죠.”

“아, 네….”

심각한 건 아니었나보다 생각하던 희연은 이어지는 킹스메이커의 말에 제 생각을 수정했다.

“동생이 나보고 도덕성과 양심, 사회성을 상실한 사이코패스라고 하는 것 빼고는 크게 문제없거든요.”

좀 나쁜 게 아닌 것 같은데….

혼란스러워하는 희연을 보며 재밌다는 듯 웃던 킹스메이커는 희연에게 몸을 기대며 질문했다.

“그래서, 그 어려운 일을 한 오리 님의 소감은요?”

“…솔직히 말하면 전 킹 님이 어영부영 넘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국은… 음, 게임이니까요.”

희연의 말에 킹스메이커는 바람 빠지는 것 같은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희연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말은 도리어 동의에 가까웠다.

“게임의 좋은 점이 뭔지 알아요? 마음대로 굴어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리가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보고 있어도 결국엔 상대의 진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익명으로 만나는 거잖아요.”

“…그렇죠.”

“물론 실제 얼굴로 게임하는 사람도 있고 어쩌다 본명을 알게 되는 일도 있지만요.”

백희준이 희연을 곧바로 알아본 것과 얼결에 이름으로 부른 것을 떠올린 킹스메이커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흠흠 헛기침한 다음에야 그녀는 마저 말을 이었다.

“차라리 오리 님이 나한테 뭔가 잘못해서 힐러 노예로 써먹으려고 길드에 데리고 온 거였다면 편했을 거예요. 나 좋자고 데려온 사람이 먼저 진심으로 구니까 생각보다 아주 곤란하거든요. 길마님은 납치해 왔던 거라 그런지 이런 일은 없었는데 말이죠.”

“납치요…?”

“아, 정말 곤란하다.”

곤란하다고 하긴 하지만 킹스메이커는 그렇게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희연은 그 모습을 포함해 지금까지의 이야기 전부 의외라 생각했고 제법 놀랐다. 능청스럽게 모른 체하거나 당당하게 굴 것이라 예상했던 범위 모두를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희연은 킹스메이커가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대답해 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결국은 게임에서 만난 인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용한다는 것도 결국은 게임 이야기였다.

희연은 인간관계에 뒤끝을 남기지 않는 게 좋다 여겼다. 그래서 사람 간의 문제가 생기면 솔직히 터놓고 말하는 걸 선호하는데, 이를 모든 사람이 동조해 주리라 믿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솔직함이 불편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킹스메이커는 희연이 생각하기에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백희준도 이에 해당하기에 그녀 또한 그럴 것이라 으레 생각한 것이다.

결국 몹쓸 편견을 가지고 있던 건 자신인가 싶어 희연은 조금 시무룩해질 뻔했지만 킹스메이커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사실 오리 님이 이희준한테 납치당했다는 소식 들었을 때만 해도 아싸, 길드전이다. 이참에 이희준 기둥을 뽑아먹어야지. 역시 오리 님은 나의 두근두근 이벤트 제조기, 이런 생각만 하긴 했는데요.”

“그렇구나….”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싶어져 희연은 자신도 모르게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는 표정을 필 수밖에 없었다.

“오리 님이 그랬잖아요. 내가 좋다고. 그래서 마음이 좀 바뀌었어요.”

“…….”

“이번 길드전에서 우리가 이기고 난 다음에도 그 말 꼭 지켜야 해요?”

이미 길드전에서 이기리란 확신에 찬 말이었다. 희연은 뭐라고 답할까 잠시 고민해보다 적절한 답을 돌려주었다.

“지금까지처럼이면, 그 정도는 저 이용해 먹어도 돼요.”

“아, 진짜… 이러면 곤란하다니까.”

곤란한 사람치곤 킹스메이커는 웃고 있었다.

***

마할라틴 성이 숲과 연계된 하나의 마법진이자, 공방이라던 킹스메이커의 말은 사실이었다.

숲의 외곽에 도착하자마자 에흐테를 돌려보내고 발소리를 죽인 희연은 킹스메이커의 뒤를 졸졸 쫓아가면서도 연신 성을 공격하는 윈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정확히는 성에 발동된 마법에 눈길을 빼앗겼다.

거대한 드래곤이 성의 꼭대기에 매달려 있고, 가시덩굴이 끝없이 자라나 공격을 막아내며 덩굴의 꽃에서 태어난 정체를 알 수 없는 몬스터가 길드 윈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정말이지… 저주받은 흑마법사의 성 같았다.

보기에 썩 좋지는 않았지만 마치 이 숲 전체가 성을 보호하는 것 같은 모습은 일종의 요새처럼 보이기도 했다.

“저건 무슨 몬스터예요?”

“쟤들은 키메라라고 유전 혼합의 결과물이죠. 연금술의 산물이랄까….”

“쟤네도 마할라틴 성의 마법이에요?”

“마할라틴 성은 명망 있던 고대의 마법사가 남긴 유산으로 대대로 시드론 왕실에서 지켜온 성이었어요. 시드론이 지식과 기록을 최고로 여기긴 하지만 세월 앞에서는 장사 있나요. 마할라틴 성에 대한 기록이 손실되면서 시드론의 왕은 이 성이 이렇게나 훌륭하단 걸 잊고 말았죠.”

“아뇨, 키메라….”

“그리고 그 손실된 기록을 찾아낸 것이 바로 나! 그때의 고생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눈물이 날 것 같다니까요.”

킹스메이커가 만들었구나.

희연은 키메라의 탄생 과정에 대해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고, 킹스메이커도 그저 웃었다. 알아서 찾아낸 진실을 대신해 희연은 다른 것을 물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오빠 뒤통수를 치려는 거예요?”

“간단해요. 난 땅 주인이고 땅 주인은 땅에서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죠. 가령 폭탄을 터트린다거나, 땅을 매몰한다거나 하는 것도.”

킹스메이커는 몸을 낮추더니 맨손으로 땅을 팠다. 그곳에 나온 건 붉은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마폭탄 여러 개였다.

“폭탄을 심어도 되죠!”

“…….”

“이거 묻고 다니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원하는 지점마다 터트리는 방법 찾는 것도 힘들었고.”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마할라틴 숲 땅에는 전부 다….”

“에이. 어떻게 숲 전체에다가 마폭탄을 묻어요. 그냥… 적당히 묻었죠.”

이건 아무리 백희준이라 해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딛고 선 땅 아래 폭탄이 있을 거라고 말이다. 일단 길드 성의 거주자 중 한 명인 희연도 몰랐으므로 확신할 수 있었다.

킹스메이커는 마할라틴의 마법을 들키게 생겨 아쉽네, 꼭꼭 숨겨두었던 마폭탄을 쓰게 되어 아쉽네 등 볼멘소리를 연발했지만 희연은 그녀가 신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단 눈부터가 전례 없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백희준에게 한 방 먹이는 게 좋은가 싶을 정도였다. 희연은 두 사람 사이에 지난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진실을 아는 것이 무서워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먼저 길드 성 안으로 들어가 있어요 오리 님. 그리고 루로가 매달려 있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요. 길 안내는 지나가는 인형 아무나 붙잡고 데려다 달라고 하면 돼요. 이제부터 오리 님은 우리 길드 저격수예요.”

“저는 힐러인데….”

“어차피 힐 주는 것도 저격해야 하는 건 같잖아요?”

“그건 그렇죠.”

수긍하는 희연을 보며 킹스메이커는 이후의 계획을 알려주었다. 킹스메이커의 말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외운 희연은 내내 마음에 걸리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이길 수 있을까요? 수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도 하고….”

“윈이 괜히 1위인 게 아닐 테니까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희연을 보며 킹스메이커는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이희준이 정말 진심이라면 이기는 건 물론 불가능해요. 아무리 여기가 내 홈그라운드이고 이희준이 타렌으로 머릿속이 찌들었다고는 해도, 그 나이 먹고도 피지컬이랑 반사 신경 그 정도로 유지하는 인간은 드물거든요. 나도 가능하면 순수 1 : 1 싸움은 피하는 편이고요.”

“…….”

“하지만 내가 보기엔 걘 지금 진심으로 길드전에서 이기는 게 목적이 아녜요. 진심이었다면 이렇게 준비라고 할 것도 없이 맨몸으로 들이박지 않았을 거고요. 고로 이 싸움은 일종의 보여주기라 볼 수 있는 거죠.”

“보여주기요?”

“네. 오리 님한테 보여주려는 거죠. 나랑 놀지 말라고. 나랑 계속 놀면 이렇게 공격하고 괴롭힐 거야, 라고 경고하는 거예요.”

“왜 그런데요, 진짜…?”

질색하는 희연의 얼굴을 보며 킹스메이커는 소리 죽여 웃었다.

“유치하게 정말, 이라고 말하고 싶긴 하지만…. 일곱 살 차이면 나이 차가 제법 난다고 볼 수 있죠. 손수 업어 키운 동생이 못된 친구 사귀는 걸 저지하고픈 그 마음을 이해 못 해줄 것도 없고요.”

킹스메이커는 이해가 된다고 했지만, 그 장본인인 희연은 조금도 이해되지 않았다. 또한 의문인 것이 있었는데, 킹스메이커가 어떻게 백희준과 그녀의 나이 차가 일곱이라는 걸 아는가였다.

마스커레이드 당시 백희준이 나이에 관하여 말한 건 딱 한 번이었다. 료한과 희연은 동갑이다. 백희준의 나이야 검색해 보면 나온다 쳐도 희연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오는 결론은 킹스메이커가 료한의 나이도 알고 있다는 뜻이 된다.

둘이 전에도 만난 사이인가 싶었던 희연은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그런 희연의 모습을 통해 제 말실수를 눈치챈 킹스메이커는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나 오해할까 말하는데 료한은 내 동생 아니에요. 내 동생은 걔보다는 더 나이 많거든요.”

“아….”

“걔는 누나 따로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오해를 정정한 킹스메이커는 그 뒤로 희연에게 자신의 계획을 차분히 알려주었다. 희연은 그게 정말 통할까 싶었지만, 그녀를 믿기로 했다.

“잊지 마요, 오리 님. 숲이 죽을 때 꽃을 피우는 거예요.”

“네!”

희연은 예술적인 폭발을 준비하는 킹스메이커를 뒤로하고 길드 귀환 스킬을 사용해 온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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