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Love & Peace』
길드전은 결국 유저끼리의 싸움이다. 승리자와 패배자 간의 승패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길드전에 걸리게 되는 것은 전체 순위에 영향을 주게 되는 길드 점수로, 각 길드 순위에 따라 돌아가는 보상이 좋은 만큼 길드는 가능하다면 이 점수의 손실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이에 길드전이 끝나면 3일의 협상 기간이라는 이벤트가 자동으로 발동하게 되는데, 길드의 대표들은 이 3일 동안 좋든 싫든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패배자는 길드의 점수 대신 내놓을 것을 정하고 승리자는 원하는 것을 요구한다.
협상이 결렬되면 자동으로 패배한 길드는 점수가 차감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어도, 성립되어도 똑같이 이루어지는 결과가 있다. 일주일 동안 양측 길드는 길드전이 금지된다는 것이다.
싸움을 걸 수도 없고 다른 길드의 싸움을 받아 줄 수도 없게 된다. 연속적인 길드전을 막기 위한 정책이며, 이미 한 번 길드전을 치르고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한 길드에 동맹을 맺은 다른 길드가 싸움을 거는 것을 막기 위한 규칙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꼼수가 있는데, 공식적으로 길드전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다시 싸우는 게 가능하기는 하다는 점이에요. 이런 경우엔 이겨도 길드 점수를 깎는다거나 협상을 못 하지만요.”
“진 쪽에 너무 불리한 거 아니에요?”
“맞아요. 그래서 이거에 대한 방비도 마련되어 있죠.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나라의 도움을 받는 거예요. 그러면 더 이상 유저와 유저 간의 싸움이 아니게 되거든요. 재수 없으면 왕의 기사를 공격하다니 너 반역, 이렇게 되는 거죠.”
“아하….”
다 끝난 뒤에야 길드전을 제대로 배운 희연은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요양 같은 거 모른다는 듯 구는 킹스메이커 때문이었다.
하루가 지나 중첩 8 약화라는 대단한 디버프에서 벗어난 킹스메이커는 HP 1임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훨훨 날아다녔다. 성 밖, 예를 들어 평화롭지만 마귀 굴 같은 에빌론에 있었다면 진즉 싸움을 벌였을 것 같은 평소의 모습이었다는 뜻이다.
몸 사리는 법 따위 모르는 킹스메이커를 성에 붙잡은 방법은 바로 길드전의 승패에 따른 협상으로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 하는 토론이었다.
“그거 달라고 하자. 발리스타. 나 전부터 우리 길드 성에도 그거 달고 싶었어!”
“미관상 별로잖아. 다음.”
뉴비 없지는 시무룩해져서는 다른 것을 생각해 보겠다며 한 발자국 물러났다. 다음 타자는 청산가리였다. 그녀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원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부활 템 달라고 해 봐요.”
“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보류! 길마님이랑 오리 님도 얼른 정해봐요!”
킹스메이커의 재촉에 희연은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이번 기회를 통해 킹스메이커가 백희준에게 받아내고 싶은 게 많다는 것 정도는 희연도 알고 있었다. 길드전이 끝난 그날 밤 집에서 백희준 역시 그에 관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는 혀를 쯧쯧 차긴 했지만 의외로 웬만한 건 다 내주려는 성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백희준의 개인 자산 목록에서 내줄 수 있는 걸 말이다.
이 싸움은 윈이 아닌 백희준 혼자 원해서 시작된 싸움이었으므로 그 혼자 책임지는 게 옳다 생각해서 나온 결론인 듯했다. 그러한 생각의 흐름에는 길드, 나아가 다른 이들에게 피해는 안 끼치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싸움을 건 건 백희준이 맞았지만 그 과정과 원인에 자신도 포함된다는 것을 아는 희연은 백희준만큼 혼자 책임지지는 못해도 이번 길드전에 대하여 흐지부지 넘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채근의 눈빛을 마주 바라보던 희연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저… 할 말이 있는데요.”
제게로 집중되는 시선에 조금 긴장하며 희연은 내내 마음에 걸리던 것을 이야기했다.
“일단…, 저 때문에 싸움 난 거 사과드리려고요. 저랑 오빠 문제로….”
희연은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킹스메이커가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오리 님. 사과할 필요 없어요. 애초에 다들 즐겼거든요.”
“네?”
당황하는 희연을 보며 킹스메이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동의를 표하듯 다른 이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장 먼저 킹스메이커에게 동의한 건 뉴비 없지였다.
“솔직히, 즐겼죠…. 한 번 길드전 할 때마다 누구누구가 엄청 털어 먹는다는 게 밝혀진 뒤로 쭉 길드전이 없었거든요. 길드전을 못 하면 길드의 의의가 없는 건데…!”
뉴비 없지는 그렇다 치고, 희연은 거의 죽을 뻔했던 청산가리의 눈치를 살폈다. 뉴비 없지의 뉴비를 향한 하해와 같은 아량도, 넓은 마음도 없는 그녀는 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청산가리는 선뜻 웃음 지으며 자신의 감상을 알렸다.
“오랜만에 죽을 뻔해서 설렜죠. 맨날 빌빌거리던 것들만 상대하다 죽을 뻔하니까 재밌던데요?”
“아, 네에….”
“이런 반응일 것 같아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어찌 됐든 이쪽도 이번 길드전을 즐겼다는 뜻이다. 불쾌함을 느낀 것보다는 낫다 싶어 희연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건 있어요.”
“?”
“이희준이 끝까지 검 하나로만 싸웠다는 거.”
“그게 왜요?”
청산가리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헤매는 희연에게 설명을 해준 것은 킹스메이커였다.
“이희준 검 기억하죠 오리 님? 그거 원래 두 자루가 세트예요. 오리 님 총처럼요.”
“그러면….”
“이희준 걔는 끝까지 진심으로 싸운 적이 없다는 소리죠. 징그러울 정도로 실력 좋다니까 참.”
그게 진심으로 싸운 게 아니라고?
희연의 충격받은 얼굴을 보며 킹스메이커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나도 진심으로 싸운 거 아니니까 이희준만 너무 대단한 취급하지 마요, 그러면 좀 섭섭해요.”
“그게요…?”
“그럼요. 내가 이번 길드전에서 마할라틴의 마법을 사용한 건 마침 엄청난 위협만 하고 죽이면 안 되는 상대가 생겼고, 기회가 생긴다면 한 번은 써먹어 보고 싶었던 마법을 실천해 본 것일 뿐인걸요. 좀처럼 쓸 기회가 없었거든요.”
“…….”
“심심풀이치고는 대가가 좀 세긴 하지만요. 두 번은 못 해 먹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장난스레 웃는 킹스메이커와 달리 희연은 차마 웃지는 못했다. 다음에는 꼭 백희준의 멱을 따보자며 정답게 이야기하는 킹스메이커와 청산가리에게서 눈을 돌린 희연은 유일한 평화주의자인 닉의 말을 기다렸다.
갑자기 준비도 없이 시작된 길드전이 괜찮았냐에 대한 질문에 그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부터 그랬는걸요.”
“…?”
“원래 적이 많아서….”
“아….”
닉의 말은 이런 일이 잦았음을 뜻했다. 뉴비 없지가 한 말이 그냥 한 빈말이 아니었구나 싶어 그제야 희연은 어떻게 급작스러운 백희준의 침입에도 놀란 사람 하나 없이 버티고 역으로 공격하는 것이 가능했는지 깨달았다.
“아이참, 길마님도. 그런 거 말해주면 내가 너무 쑥스럽잖아요.”
어디서나 쉽고 간단하게 적을 만드는 사회성이 쑥스럽다는 걸까? 희연은 정말로 의미 없는 고민을 했구나 싶었다. 두근두근 이벤트 제조기가 가져온 새 이벤트에 신나면 신났지 길드 사람들이 싫어할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 희연의 생각에 무게를 실어주듯 킹스메이커는 확고한 제 의견을 피력했다.
“애초에 생각해 봐요, 오리 님. 내가 누굴 위해 이 정도 페널티 먹는 스킬을 선뜻 쓸 사람 같아요?”
“아니죠.”
“그렇죠, 아니죠. 근데 대답이 너무 빠르다.”
빠른 대답을 내놓은 희연은 허허실실 웃었다. 킹스메이커는 언제나 희연의 양심이 아플 틈을 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걸릴 것 없는 편안한 상태가 된 희연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그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킹 님. 어제 제가 윈 길드 하우스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던 거예요?”
“…오늘따라 바람도 완벽한 날씨네요.”
“킹 님?”
“이런 좋은 날에 어울리는 대화를 해 볼까요, 우리?”
모르는 척, 못 들은 척 딴 얘길 시작하며 좋은 날 타령하는 킹스메이커가 대화하고자 하는 주제는 당연하게도 백희준의 곳간이었다. 그러나 희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여전히 킹스메이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내 마음에 걸리던 것이 무엇인지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킹스메이커는 어떻게 희연이 윈의 길드 하우스에 있다는 걸 알았으며 백희준은 어떻게 정확한 위치로 제 친구를 보냈을까. 우연이라고 하기엔 킹스메이커도 존성대명도 정확한 위치를 딱딱 잡아내서 찾아왔다.
만약 누군가 그들에게 희연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면 그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은….
“…마담?”
정보상 이정보, 마담 크레이치아(2세).
희연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나오자마자 킹스메이커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이어 킹스메이커는 어울리지 않는 가련한 척을 하며 제 억울함을 토로했다.
“오리 님, 난 정말 억울해요. 이희준의 간악한 손길에 납치당한 오리 님을 되찾기 위해서는….”
“제가 납치된 건 어떻게 아셨어요?”
“…….”
마할라틴 성이야 길드 성이니 침공당하면 알람이 간다 쳐도 길드원이 납치된다고 해서 알람이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가 킹스메이커가 실질적인 길드의 권력자라고 해도 일단 길드 마스터는 닉이었다.
닉도 모르던 납치를 킹스메이커가 알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이쯤 되니 소용없다는 걸 빠르게 파악한 킹스메이커는 무어라 말할까 고민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일단, 이희준은 마담한테서 정보 산 거 맞아요. 그리고 난… 마담이 팔러 온 정보를 사게 된 거죠.”
“둘이 비슷….”
“하지 않아요!”
킹스메이커는 테이블을 소리 나게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자신과 백희준의 차이점에 관하여 열렬히 설명했다.
“자, 이희준은 목적을 갖고 마담을 찾아가서 정보를 샀죠. 하지만! 나는! 마담이 찾아와 이희준이 오리 님 정보를 사 갔는데 왜 그랬을까 하는 낚시성 미끼에 속아 정보를 사게 된 선량한 피해자라는 점이 달라요!”
“어….”
선량한 피해자는 아닌 것 같은데….
차마 머릿속에 떠올리는 생각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어 희연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어찌 됐든 이로써 마담이 유저의 정보를 수집하고 팔기도 한다는 게 확실시되었다.
어떻게 수집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했지만 희연은 이쯤 하기로 했다. 애초에 희연이 킹스메이커에게 질문을 던진 이유는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또한 만일 땃쥐 미 같은 뱀 측 인사에게 공격당하거나 납치당하거나 한다면 그때도 이렇게 찾아올 수 있겠구나 싶어 조금 안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개인 정보는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약관 동의를 잘 읽었어야 했나 걱정하는 희연을 두고 시간을 평화롭게 흘러갔다.
***
빠바바밤- 빠바바밤-!
“…뭐 하고 있는 건지 물어봐도 돼요?”
“그럼요. 이따 이희준 외 두 명 오면 환영해 주려고 연습하는 중이에요.”
놀리기 위한 연습이 아니고…?
희연은 조금 떨떠름한 얼굴로 3단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킹스메이커를 보았다. 조금 생소한 악기를 멋지게 연주하는 모습은 그 사용의 목적이 놀림이 아니라면 무척이나 멋있게 보일 정도로 노련하고 근사했다.
저것도 스킬 덕분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희연은 연주를 멈춘 킹스메이커의 옆으로 슬쩍 다가갔다. 킹스메이커는 기꺼이 조금 물러나며 희연이 악기를 만져 볼 기회를 주었다.
“스킬이 뜨지는 않네요. 승마 스킬은 그냥 줬는데….”
건반 위로 손을 올려 본 희연은 에흐테 때처럼 거저 주는 스킬은 없구나 싶어 조금 아쉬워했다.
“이 넓은 맵을 뚜벅이로 다니게 할 수도 없거니와 탈것 얻는 과정도 고생이니 그쪽으로는 스킬이 조금 후한 편이죠. 악기는 음유 시인 같은 직업도 있다 보니 스킬 얻는 과정이 조금 까다롭고요.”
“원래 악기 연주를 할 줄 아는 사람이면요?”
“그런 경우엔 공증된 NPC 앞에서 노련한 연주를 보여주면 정식으로 악기 연주 스킬을 줘요.”
희연은 신기해하며 건반을 몇 번 더 눌러보다 손을 뗐다. 그런 희연에게 킹스메이커가 물었다.
“혹시 할 줄 아는 악기 있어요 오리 님? 악기 연주 스킬은 하나 정도 가지고 있으면 좋아요. 버프 효과 걸 수 있거든요. 물론 가지고 다니기 쉬운 악기여야겠지만요.”
“그러면 당장에 얻는 건 안 될 것 같아요. 할 줄 아는 게 피아노라서요. 사실 그것도 안 쳐본 지 너무 오래돼서 손이 다 굳었지만요.”
“피아노?”
피아노라는 말에 킹스메이커는 고개를 기울였다. 무언가 곰곰이 생각해 보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까… 이희준도 피아노를 잘 치죠? 옛날에 팬서비스로 피아노 연주하는 영상 올린 적 있잖아요.”
“그런 것도 올렸어요?”
“본인이 원해서 한 건 아닌 것 같았지만요. 표정 볼 만했거든요.”
희연은 어색하게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런 영상을 다 챙겨 볼 정도로 킹스메이커가 백희준을 견제하는구나 싶었다.
“오빠도 피아노를 친 지 좀 오래되긴 했어요. 몇 년 동안은 피아노 대신 바이올린만 했으니까요.”
“왜요?”
“제가 어릴 때 실수… 는 아니고 장난치다가 피아노를 못 쓰게 만들어서….”
“어린애가 장난친다고 피아노가 그렇게 쉽게 망가지지는 않을 텐데….”
“그러게요….”
희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옛날 일을 잠시 떠올렸다. 지금에 와선 왜 피아노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는 기억도 안 나고 혼나기는 무척이나 많이 혼났다는 것만 기억나긴 했지만, 그 후의 일은 조금 더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백희준은 피아노를 못쓰게 되자 대신 바이올린에 관심을 기울였다. 혹여나 희연이 장난치다 또 악기를 망가트릴까 싶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악기를 올려두는 것도 잊지 않곤 했다.
그리고, 문구점에서 멜로디언 하나를 사와 희연을 앉혀두고 피아노 치는 법을 가르쳤다.
“…….”
나쁘지 않던 시절이었다. 생각에 잠기려 하던 희연을 깨운 것은 건반 위를 뛰어다니는 악령이로 인한 엉망진창 연주였다. 희연은 악기가 망가질까 싶어 서둘러 악령이를 붙잡았다.
“건반 위에서 뛰어다니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나는 건반을 칠 손가락이 없는걸!”
“어….”
당황하는 희연을 두고 악령이를 대신 받아 든 킹스메이커가 웃으며 인형을 다시 건반 위에 올려두었다.
“안 망가지니까 뛰어도 괜찮아요. 아… 이런. 내가 만져서 삐졌네.”
사악한 흑마법사의 손길에서 구해달라며 손을 뻗는 악령이의 모습에 희연은 한숨을 내쉬곤 결국 다시 손을 내밀었다. 품 안에 안긴 인형에게 악기는 밟는 게 아니라 단단히 가르친 뒤에야 희연은 킹스메이커에게 조심히 물어보았다.
“그런데 진짜 오빠 앞에서 아까 연주할 거예요?”
“하지 말까요?”
“음….”
희연은 섣불리 말하지 않고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그런 희연의 모습에 킹스메이커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좋아요. 중요한 건 이희준을 놀리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다. 킹스메이커에게 중요한 건 백희준의 곳간을 털어먹는 거였다. 희연은 안 그래도 곳간 털리는데 놀림 받지 않는 게 어딘가 생각하기로 했다.
백희준이 봤다면 그게 그거라고 했을 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