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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64)화 (164/251)

164화

“기대해요 오리 님. 오늘 기필코 내가, 경매장에서 빼앗겼던 목걸이를 되찾아 올 테니까요!”

“아, 네에….”

킹스메이커가 일찍이 악기를 가져와 연주 준비를 하던 이유가 있었다. 오늘이 바로, 시스템이 정한 협상일의 마지막 날이자 백희준을 길드 윈의 대표로서 만나는 날이었다.

오늘이 오기까지 킹스메이커는 많은 것을 준비했다. 백희준의 개인 자산 목록 조사를 필두로 무엇을 얼마만큼 요구할 것인지 리스트를 정리하느라 바빠 마지막 협상 일이 되어서야 백희준에게 연락을 넣을 정도였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리스트를 본 희연은 그것을 보자마자 백희준이 속 좀 쓰리겠구나 싶어 혀를 찼었다.

이제 희연이 백희준과 혈연관계라는 것 정도는 모른 척하기로 한 킹스메이커는 협상을 앞두고 희연에게 다짐까지 하고 있었다. 백희준 주머니를 열심히 털어보겠다고 말이다.

희연은 그저 떨떠름할 뿐이었다. 킹스메이커가 그 목걸이를 아직도 포기 못 했나 싶어서이기도 했고, 그 이유가 자신이라는 점도 문제였기 때문이다.

희연이 어렴풋이 짐작하기론, 킹스메이커는 그녀의 장비를 맞춰줄 때도 목걸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때도 목걸이에 대해서 봐둔 것이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희연은 백희준이 가져간 목걸이가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가 싶어 궁금해졌다. 킹스메이커가 포기 못 하고 희연의 목에 걸어주려고 하는 것을 보면 힐러에게 적합한 물건이라건 확실했다.

“힐러 목걸이면….”

문제는 백희준 역시 그 목걸이를 줄 만한 사람이 있다는 거였다. 벼락을 날렸던 윈의 힐러.

백희준이 정말로 그 힐러에게 목걸이를 줬을지는 알 수 없지만 희연이 보기엔 가능성 높은 이야기였다. 만일 희연의 생각이 맞을 경우 백희준은 킹스메이커의 요구에 맞춰주기 위해 줬던 것을 다시 뺏어오는 기이한 일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희연의 몫이었지 킹스메이커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킹스메이커는 다짐할 뿐이었다. 기필코 협상으로 얻어낸다, 하고 말이다.

그런 킹스메이커의 다짐도 희연의 걱정도 의미 없었다는 걸 알게 된 건 그날 오후, 백희준이 제 길드의 부길마 둘을 데리고 협상을 하러 왔을 때였다.

***

백희준이 일행으로 윈의 부길마 둘을 데리고 올 것이라며 킹스메이커는 희연을 비롯한 길드원들에게 사전에 공지했다.

다만 희연은 부길마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기에 이전에 봤던 존성대명, 그리고 윈의 힐러가 백희준을 따라 온실 안으로 들어섰을 때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후자는 그럴듯했지만 전자가 부길마일 거란 생각은 일절 하지 못했기에 희연은 존성대명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놀란 표정을 짓고 말았다.

총에 얻어맞은 기억이 아직도 선명할 텐데도 존성대명은 희연과 눈이 마주치자 반갑다며 손을 흔들었다. 희연도 얼결에 손을 마주 흔들어 주었다.

그 모습에 뉴비 없지는 충격받은 듯 입을 틀어막으며 희연에게 물었다.

“오리 님… 지존이랑 아는 사이에요?”

“네? 지존…? 아, 저 사람이요?”

“네! zi존성대명!”

“아….”

묘하게 듣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이름이었다. 희연은 그리 생각하며 존성대명을 힐끔 바라보았다. 역시 눈오리 정도는 무난한 이름이구나 생각하는 건 덤이었다.

희연이 제 닉네임 선정에 제법 만족해하고 뉴비 없지는 존성대명을 경계했다. 그사이 백희준은 킹스메이커와 무어라 대화를 나누더니 자리를 찾아 이동했다. 킹스메이커가 협상이라는 취지에 맞추겠다며 마할라틴 성의 온실에 갖다 놓은 테이블이 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자리에 앉는 것은 킹스메이커와 백희준뿐이었다. 윈의 두 부길마는 테이블에서 멀찍이 떨어졌고 희연도 뉴비 없지에게 붙잡혀 뒤로 물러나느라 제법 거리를 두었다.

마침 접속해 있던 닉과 청산가리는 애초에 테이블 근처에는 갈 생각도 없다는 듯 백희준과 그 일행이 오기도 전부터 먼 곳에 자리 잡은 뒤였다.

그 확실한 거리감에 희연은 협상이 평화로이 진행될 거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되리라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희연이 얌전히 뉴비 없지의 뒤로 숨어 제 몸의 안전을 챙기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킹스메이커는 제 요구 사안을 밝혔다.

“이희준! 대주교 냐드엘의 목걸이를 내놔라!”

“내일 줄게.”

“…?”

마치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백희준의 입에서 긍정의 답이 나왔다. 온갖 대거리질을 예상하며 이야기를 꺼낸 킹스메이커는 일이 좋게 풀려 좋긴 했으나 동시에 왠지 모르게 아니꼬운 기분이 들었다.

알 수 없는 찝찝함에 잠시 표정을 굳힌 킹스메이커는 괜스레 잡지 않아도 될 꼬투리를 물고 늘어졌다.

“줄 거면 당장 줄 것이지 왜 내일 줘?”

“누가 길드 하우스를 박살 내는 바람에 찾아야 하니까.”

백희준의 말에 희연은 찔리는 표정을 지었다. 그 박살 낸 사람이 바로 킹스메이커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때 희연은 킹스메이커가 자신을 구하러 왔다는 사실에 나름 감동하느라 조금 응원도 했다.

하지만 킹스메이커는 희연과 같은 장소에 있던 사람답지 않게도 다른 감상을 내놨다.

“저런, 그러게 평소에 정리 정돈을 잘해놨어야지.”

희연은 그 모습을 보며 참 그녀답다 생각했다. 킹스메이커는 쉽게 사과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윈의 길드 하우스를 부순 것을 자신이 사과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백희준 역시 희연과 같은 생각을 했기에 킹스메이커의 반응 정도는 그렇게 새롭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다른 점은 당시 희연은 공범자 비슷한 거였고 백희준은 그 박살 난 집의 주인이라는 점이었다.

유난히 킹스메이커의 앞에선 발화점이 낮아지는 백희준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넌 진짜 저런 애랑 계속 같이 놀고 싶어?”

“어…?”

멀뚱멀뚱 서 있던 희연은 제게로 돌아온 질문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킹스메이커는 가증스러울 정도로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희연의 대답을 기다렸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말을 고르던 희연은 이 상황을 얼버무리고자 했다.

“나는 뭐… 별로 상관없기는 한데….”

“너 이따 집에서 얘기 좀 해.”

물론 백희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저번과 똑같은 결말이었다. 또 잔소리하겠구나 싶어 희연은 조금 삐쭉거렸다.

“좀생이….”

킹스메이커는 백희준 때문에 짜증 난다고 그로 인해 희연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그에 비해 백희준은 바로 면담의 시간을 갖는다.

둘이 닮았다곤 해도 이런 면에서 백희준이 참 속이 좁다 욕하며 꿍얼거리던 희연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 작게 웃는 소리를 들었다.

“?”

누군가하고 고개를 든 희연이 보게 된 것은 손으로 입을 가린 윈의 힐러였다. 희연과 눈이 마주친 윈의 힐러는 존성대명이 그랬듯 상냥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에 희연이 주춤거리며 뉴비 없지의 뒤로 숨자 엉뚱하게도 존성대명의 기색이 시무룩해졌다. 그런 그의 모습에 희연은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윈의 힐러를 살펴보았다.

곱슬기 있는 짧은 단발은 색이 옅었고 녹색 눈동자 역시 그 색이 흐렸다. 달빛 요람의 숲을 떠올리게 하는 유약해 보이는 색 조합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입가에 난 점과 항상 웃는 것 같은 인상이라는 점 정도였다. 존성대명처럼 기억에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관찰하면서도 영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희연의 모습에 윈의 힐러는 존성대명에게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희연이는 우리 기억 못 하나 보다.”

이름이 거론되자 상대가 누구일지 추측해 보는 게 더 쉬워졌다. 희연은 조심히 물어보았다.

“오빠 친구세요…?”

“응. 옛날에 방학 숙제 표어 포스터 그리기도 내가 대신해 줬었는데. 기억 안 나?”

“…….”

이쯤 되니 희연은 제 어린 시절에 의문이 생겼다. 뭐 하느라 식탁 위에 올라가고 남한테 제 방학 숙제를 떠넘겼나 싶었다. 혼란스러워하는 희연을 보며 윈의 힐러는 사근사근한 말투로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했다.

“세인이라고 부르면 돼.”

“어….”

“본명이야. 이세인. 난 닉네임을 본명으로 했거든.”

희연은 어색하게 고개만 끄덕거렸다. 비록 희연의 기준에서 첫 만남은 벼락부터 던지고 보는 사람이었지만, 이세인은 지금까지 희연이 본 사람 중에 가장 힐러라는 직업이 잘 어울리는 성격이었다.

그의 성격이 상냥한 편이라는 건 말투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좋은 사람 같았지만 희연은 어느 정도의 선을 그어 너무 가까이 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악령이와 넬 때문이었다. 가까이 가는 순간 둘 다 최소 기절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이세인은 가까이 오기는커녕 슬금슬금 뒷걸음치는 희연의 모습에 조금 섭섭하다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티 내지는 않았다. 아니, 티 낼 수가 없었다.

“싸우지 마…! 싸우지 마세요!”

협상의 자리라는 이름으로 간신히 유지되던 평화가 깨졌기 때문이다.

“아….”

희연은 알 수 없는 감탄사를 뱉으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바라보았다.

백희준은 검을 뽑았고 킹스메이커는 낫을 들었다. 그 옆에서 청산가리는 두근거린다는 얼굴로 그 광경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어느새 존성대명도 그런 청산가리의 옆에 자리를 잡더니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나마 희연에게 다행인 것은 뉴비 없지는 말릴 의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간절하게 싸우지 말라 외치던 뉴비 없지와 눈이 마주친 희연은 누구 하나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싸움에 끼어들었다.

“놔라.”

“하지 마! 유치하게 싸우지 좀 마! 내일모레 서른인 사람이 왜 이래!”

“없지 없지. 이거 안 놓으면 이따가 네가 없지 없지.”

“협박하지 마…!”

희연은 백희준에게 매달렸고 뉴비 없지는 킹스메이커의 낫에 매달렸다. 협상이란 말에 나름 구색을 갖춰 갖다 놓았던 테이블은 이미 박살 난 지 오래였다.

닉은 두 괴물의 존재에 벌벌 떠는 연약한 온실 속 동물들을 돌보느라 바빴다. 이세인은 그런 닉의 옆에서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동물들을 달래는 것을 거들었다. 참으로 영리한 선택이었다.

반면, 차마 제 오빠가 HP 1 킹스메이커를 실수로라도 죽이는 꼴은 못 보겠어 나선 희연은 도리어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저리 가 백희연.”

백희준은 떨어지라며 팔을 휘적거렸고 희연은 맥없이 그 몸짓에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상당히 익숙한 상황이었으므로 희연은 좀 날아다녔다고 해서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것을 넘어 피까지 닳는 것은 그녀도 예상 못 한 상황이었다.

“…?”

피가 왜 닳지?

누가 치면 죽는구나 싶을 정도가 되어서야 희연은 경고 메시지를 받고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위협을 당했다고 피가 닳았나 싶어 희연은 황당했다.

그런 희연의 상황을 모르는 백희준은 코알라처럼 고집 있게 매달리는 그녀의 모습에 혀를 차더니 손을 들어 희연의 어깨를 툭 밀었다. 힘 차이가 있으니 이렇게 하면 억지로라도 떼놓을 수 있겠거니 한 것이다.

“아….”

다만, 백희준은 놓으라며 살살 밀친 거였지만 희연에게는 치명타였다. 그것도 경고 메시지가 뜬 상태에서 받은 치명타.

빈사 상태에 빠져 힘이 빠진 희연을 백희준은 눈치채지 못했다. 말리느라 붙잡는 것과 온몸의 체중을 실어 매달리는 것이 그의 입장에선 비슷했기 때문이다.

희연이 죽어간다는 것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싸움을 구경하던 청산가리였다. 싸움을 말리는 희연과 뉴비 없지를 아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기에 빠른 발견이 가능했다.

“눈오리 님 죽어가는데요?”

그 태연스러운 어조와 어울리지 않는 말에 백희준도 킹스메이커도 들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았다. 백희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희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약해…?”

백희준은 희연이 그거 한 번 밀쳤다고 죽어간다 오해했다. 그러나 진실을 알았다고 해도 매달린 상태로 피가 닳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에게서 나올 반응은 비슷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희연은 빈사 상태라 할 수도 없는 상태였지만, 이후에도 굳이 변명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 백희준이 새삼스레 참 섬세하지 못한 인간이라며 속으로 욕했다. 물론 그 불만은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희연의 얼굴에 빤히 드러났다.

자신을 노려보는 희연의 눈빛에서 불만을 읽어낸 백희준은 일단 뚝 떨어진 희연의 피부터 해결을 보기로 했다. 지금 해결해 주지 않으면 집에서 고달파질 것이라는 걸 알아서였다.

불만이 가득 쌓인 희연이 얼마나 집요하고 치졸하게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지 백희준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세인! 얘 치료 좀 해줘.”

은근슬쩍 닉의 옆으로 도망갔던 이세인은 백희준의 부름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돌아왔다. 비실비실거리며 제 다리로 서 있지도 못하는 희연을 퍽 안쓰럽다는 듯 바라본 그는 순순히 그녀를 치료해 주었다.

“<치유의 빛>.”

치료받는 과정에서도 희연은 백희준을 계속 노려보았는데, 노려볼 때만큼은 희연은 백희준과 인상이 비슷해서 지켜보던 킹스메이커가 새삼스레 둘이 남매구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또한 두 사람이 만난 이후 희연은 가장 투지가 불타오르는 눈빛을 보여주었다. 그 불길이 얼마나 거세던지 만약 희연이 딱 레벨이 250 정도만 더 높았다면 백희준에게 진짜로 덤비지 않았을까 싶어 킹스메이커는 아쉬움을 느꼈다.

킹스메이커는 그 아쉬움을 아쉬움으로만 남기지 않고 슬쩍 수작을 부려보았다.

“네? 오리 님, 뭐라고요? 범인은 이희준? 피의 복수를 해달라고요?”

킹스메이커는 답을 듣지도 않고 곧바로 낫을 들어 올리려 했다.

“아뇨…!”

그런 킹스메이커에겐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세인은 훌륭한 힐러였다. 치유의 손길 같은 쿨타임 30분짜리 고급 힐이 아니었음에도 희연의 HP는 쭉쭉 차올랐고, 덕분에 킹스메이커를 무사히 저지할 수 있었다.

두근두근 이벤트 제조기의 만류에 킹스메이커는 아쉬운 소리를 냈다.

“에이.”

다행인 점은 킹스메이커는 희연이 싫어한다 싶으면 빠르게 발을 빼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긴 했지만 평화를 주장하는 희연의 의견을 킹스메이커는 받아주었다. 희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얼결에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되었다는 점에서 희연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고래가 백희준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니꼬웠다.

그러나 이곳에는 그들만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있다, 심지어 그 새우는 그냥 새우도 아니고 1cm도 안 되는 연약한 새우젓용 새우 한 마리라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제법 뜻깊은 희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 역시 하고 있었다.

실제로 백희준이 희연의 빈약한 피통과 무른 방어력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거리를 벌렸기 때문이다. 들고 있던 검도 다시 검집에 꽂아 넣었다. 실수로 죽일 수 있는 대상이라는 걸 확실히 인지한 모습이었다.

이런 식으로 평화의 상징이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희연은 기꺼이 온실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지금 이 순간부터 그 상징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협상은 진행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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