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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71)화 (171/251)

171화

“뭐… 사실 난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보다는 다른 게 더 궁금하지만요.”

“다른 거요?”

“네, 오리 님한테는 조금 껄끄러울 주제일지도 모르지만 너무 궁금하거든요.”

희연에게 껄끄러울 주제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이어지는 킹스메이커의 말에 희연의 표정은 자연스레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이세인 말이에요. 이희준 성격에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텐데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는 모르거든요. 혹시 오리 님은 아는 거 있나 싶어서 말이죠.”

“아, 그거….”

이세인에 관해서 백희준이 희연에게 따로 언질한 내용이 있기는 했다. 이걸 말할까 말까 고민하던 희연은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보는 킹스메이커와 뉴비 없지의 시선에 못 이겨 결국 입을 열었다.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자리?”

“네…. 그 사람이 저한테 제대로 사과하게 만드는 자리라고 하는데….”

얼굴에 떠오른 기색만 보아도 희연이 그 자리를 원치 않는다는 것은 티가 났다. 킹스메이커는 조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사과받고 싶지 않아요?”

“사과야 받고 싶죠….”

“받아야 하는 거고요.”

“네에…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사과받겠다고 자리까지 만들어서 다시 얼굴 보고 싶은 건 아니라서요.”

그래서 희연은 당장이라도 그 자리라는 것을 마련할 기세였던 백희준을 말렸다. 이세인과 다시 만나기까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희연의 말에 백희준은 인상을 찡그렸지만 그녀가 바라는 대로 해주었다.

희연의 이야기에 킹스메이커 역시 동의하며 이세인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날 이세인이 꼴불견이기는 했죠. 보기 싫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돼요. 만약에 내가 나중에 걔랑 만나게 된다면 꼭 끝을 봐 줄게요!”

“…끝이요?”

“네, 끝.”

그 끝이라는 게 뭘까 궁금하긴 했지만 희연은 스스로를 위해 물어보는 것을 자중했다. 대신 꼴불견이었다는 말에는 동의했다.

희연은 자연스럽게 그날 일을 떠올렸다. 싸우던 도중 백희준이 앞으로 나섰다지만 이세인 역시 아주 당연하다는 듯 희연을 배제하고 백희준과 이야기를 나누려 했다.

희연이 이세인과 만나기 꺼리는 이유는 다시 만나기 싫어서도 있지만 이러한 점 역시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과연 이세인의 사과가 희연에게 하는 사과라 할 수 있을까?

자리 마련 백희준. 사과시키는 사람 백희준. 사과받는 사람 역시도 실질적으로 백희준으로 처리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게 희연의 생각이었다.

억지로 하는 진정성 없는 사과보다 그게 더 나빴다.

끝장, 끝장을 외치는 킹스메이커와 뉴비 없지의 모습에 곤란하다는 듯 웃으면서도 희연은 이세인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일단락 짓기로 했다.

이세인 때문에 이 이상 기분 상하고 싶지도 않았을뿐더러 결국엔 안 만나면 그만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이세인과 희연의 일에 관하여 아주 의외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었다. 싸움과 관련된 일이라면 첫사랑에 빠진 것 같은 설레는 표정을 짓는 청산가리였다.

“끝장은 눈오리 님이 직접 봐야 조금 더 확실하지 않나요?”

“네…?”

당황하는 희연의 모습에도 청산가리는 아무렇지 않게 이어 툭툭 말을 뱉었다.

“솔직히 말해서 사과? 말로만 하는 건지 진심인지 알게 뭐예요. 하지만 확실하게 눈앞에 못 나타나게 하는 법은 있죠.”

“…뭔데요?”

“PK. 그 레벨 먹고 한 길드의 대표 힐러면서 이제 게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뉴비한테 깨졌다? 저라면 쪽팔려서라도 바로 계정 삭제할 거예요. 그러면 짠. 눈앞에 다시 나타날 일이 없어지는 거죠?”

“…….”

희연은 곤란하다는 듯 웃으며 고개만 저었다. 이세인은 벼락을 날리는 아주아주 강한 힐러였다. 그리고 희연은 그런 이세인이 직접 말로 인증한 약하디약한 쪼렙 초짜 힐러였다.

가능성 없는 꿈을 꾸게 만드는 발언을 하는 청산가리에게 희연은 단호히 말했다.

“그런 말 하면 없지 님만 헛된 꿈을 꿔요.”

“아하….”

그녀 본인은 결코 그런 달콤한 말에 넘어가지 않음을 증명하는 말이기도 했다. 여러 사람을 만날수록 희연은 자기 객관화만 잘하게 되었다.

희연이 이세인을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확신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일단 레벨. 이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경험이라던가 스킬을 사용하는 센스 같은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희연은 아직도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는 다시 한번 스킬 설명을 읽고 확인했다. 시간이 지난다면 나아지겠지만 그게 당장은 아니었다.

또한 희연은 그나마 이세인과 비슷하다고 할 법한 사람과 이미 한번 싸워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정석 힐러 모짜렐라였다.

그는 희연보다 레벨이 조금 더 높고, 공격력은 낮으며 힐량은 좋은 힐러로 레벨을 제외하면 이세인과 비슷한 면모가 아주 많았다.

비록 제대로 싸운 거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싸움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희연이 이세인을 이기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 가능했다. 설령 레벨이 같은 상태라고 해도 희연은 이세인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희연은 공격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대신 공격력도 힐량도 조금 애매한 편이었다.

정석 힐러보다야 공격력이 높지만, 그렇다고 해서 힐러라는 특성을 깨고 딜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건 아니었다. 공격력과 속도를 잡느라 그런 것인지 희연이 보기엔 힐량 역시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온실에서 모짜렐라와 한바탕 붙었을 때 두 사람이 싸움의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희연은 빠른 공격으로 모짜렐라의 피를 쭉쭉 깎았지만 한 방이라고 할 법한 게 없었다. 그래서 모짜렐라는 희연이 깎은 피를 스킬 한 번으로 모두 원상복구 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만약 희연과 모짜렐라의 레벨이 같은 상태에서 만났다면 또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비슷한 조건이었던 모짜렐라와의 싸움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이세인과의 싸움은 어떨지 해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청산가리의 말은 뉴비 없지나 킹스메이커에게나 달콤하게 들릴 법한 사안이었다. 그것을 알았기에 희연은 뉴비 없지가 있는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다만 킹스메이커는 살펴볼 수밖에 없었는데, 이쪽은 전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뉴비 없지는 그나마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하니 이러이러하게 하지 않겠어요? 하며 말이라도 먼저 했다. 그래서 방어가 가능했다.

그러나 킹스메이커는 행동 다음 설명, 이 순서를 어기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한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이세인과 한판 제대로 붙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그것을 알았기에 킹스메이커를 바라보는 희연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정작 킹스메이커는 잔잔히 웃으며 어느새 다시 인형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전조 없는 사람이 얌전하게 있으니 더 불안할 따름이었다. 희연은 킹스메이커의 신경을 다른 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손과 눈은 인형 제작에 집중하고 있을지언정 저 머릿속에서는 희연과는 상의되지 않은 어떠한 계획이 줄줄 써 내려지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던 희연은 오래 걸리지 않아 상대의 시선을 돌릴 만한 것을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킹 님!”

“네?”

희연은 이전에 깜박 잊고 킹스메이커에게 돌려주지 못했던 물건을 인벤토리에서 하나둘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앞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다양한 탄환 상자를 보며 킹스메이커는 만들던 인형도 뒤로하고 애매하게 웃었다.

“이거 돌려드려야 했는데 깜박 잊고 있었어요.”

“그래요? 이걸 아쉽다고 해야 하나, 곤란하다고 해야 하나….”

“네?”

“계속 까먹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소리죠. 그거 오리 님 거니까요.”

“…네?”

희연은 이게 왜 자신의 것인가 싶었다. 물론 길드전 당시 때마침 딱딱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혹시? 하는 의심이 든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탑이자 망루였던 곳으로 갔을 때 희연이 발견한 이 총탄 상자는 위에 먼지가 살포시 앉아있었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킹스메이커가 예지 능력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먼지 쌓일 정도로 옛날에 이 물건들을 미리 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킹스메이커가 마할라틴 성을 차지하기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옳은 답이었다.

상대의 반응을 보아 그도 아니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답을 재촉하는 희연의 눈빛에 킹스메이커는 에휴, 한숨을 내쉬더니 진실을 알려주었다.

“합법 도박이랑 만났을 때 몰래 제작 의뢰를 넣었어요.”

“그거, 얼마 전이잖아요….”

그 정도 시간이면 상자 위에 먼지가 쌓일 틈도 없는 게 맞았다. 의아해하는 희연의 모습에 킹스메이커는 정말 정말 곤란하다는 듯 굴며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죠, 사실 나중에 오리 님이 성에서 방을 정하면 미리 갖다 놓고 어라, 여기에 왜 골동품이 있지? 어라라? 이건 총탄 상자잖아? 마침 이 방을 고른 오리 님이 쓰면 정말 딱이겠다, 이러려고 했거든요.”

“…….”

이젠 정말 온갖 치사한 방법을 다 쓰는구나 싶어 희연의 표정은 떨떠름해졌다. 문제는 만약 킹스메이커가 저 계획을 실천했다면 그녀는 속았을 거라는 점이었다.

“제가 어느 방을 고를 줄 알고…, 아니, 그전에 방을 안 골랐으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때는 뭐….”

킹스메이커는 말을 흐리며 조용히 웃기만 했다. 그 모습에 희연은 알 수 없는 공포를 조금 느꼈다.

“안 물어볼게요….”

“좋은 선택이에요.”

희연을 적당히 놀렸다 싶을 때쯤 킹스메이커는 겁먹지 말라며 예시 한 가지를 들려주었다.

“정 기회가 안 난다 싶으면 어디 적당한 곳에 묻어 둔 뒤에 오리 님한테, 앗, 오리 님! 숨겨져 있던 히든 퀘스트를 찾았어요. 보물찾기하러 가요. 이런 식으로 할 계획이었죠.”

“아, 보물찾기….”

생각했던 것들 중 가장 온건한 예시를 알려 준 킹스메이커가 보람이 있게도 희연은 안도한 기색을 보였다. 킹스메이커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면 먼지도 일부러 그런 거예요?”

“먼지 좀 쌓이라고 일부러 볕 쪽은 망루 위에 갖다 놨죠. 물론 약간의 장난질도 살짝 있었지만요.”

희연은 킹스메이커가 억지로 그녀의 인벤토리를 열어 물건을 쑤셔 넣는 것까지 상상했었다. 소매 넣기 같은 것도 있으니 남의 인벤토리를 여는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상대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고 말이다.

그러니 킹스메이커의 말을 일부만 들은 지금 희연은 자신이 너무 의심이 많았나 싶어 조금 미안한 감정마저 생겼고, 킹스메이커는 그 점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받아줄 거죠 오리 님? 의뢰 맡겨서 만든 거라 환불도 안 되고, 우리 중에 총 쓰는 사람은 오리 님밖에 없잖아요. 오리 님 거에요 이거 다. 그치 없지 없지?”

“그럼 그럼. 그렇고 말고요.”

뉴비 없지는 마치 언제나 준비된 사람처럼 킹스메이커가 말을 끝내자마자 냅다 동의했다. 양쪽에서 쇼호스트처럼 구는 통에 희연은 조금 정신없기까지 했다.

이대로는 어영부영 분위기에 휩쓸려 또다시 거액의 선물을 받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된 희연은 급한 대로 손을 뻗었다. 희연이 붙잡은 것은 길드전에서 가장 큰 맹활약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알이었다.

그것을 킹스메이커에게 내밀며 희연은 다급하게 물었다.

“일단 이게 뭔지는 설명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아. 플라월 쉘이요?”

양록색에, 몽우리 진 꽃을 닮은 총알. 과연 이것을 총알이라고 봐도 되나 싶은 특이한 모양의 생김새였다. 사용법도 일반적인 총알과는 달랐다.

상대를 맞추는 것이 목적이 아닌 안에 든 씨앗을 흩뿌려 자라게 만드는 것이 이 총알의 역할이었다. 킹스메이커가 몰고 온 죽음에 물든 땅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 결과물은 썩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킹스메이커는 플라워 쉘을 손안에서 빙글빙글 돌리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정확히는 잘 몰라요. 난 도박이가 신상품이라고 살살 꼬드기길래 구매하게 된 선량한 피해자거든요.”

“그렇구나….”

“진짜예요. 실용성도 없고 보기에만 예쁜 이걸 어디에다가 쓰려고 샀겠어요.”

진심이라는 듯 킹스메이커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희연은 결코 그 모습에 속지 않았다. 그런 것치고 킹스메이커는 이번 길드전에서 플라월 쉘을 잘만 써먹었다.

희연은 의심의 눈초리로 킹스메이커를 보았지만 그 정도 눈빛에 흔들릴 사람이었다면 진즉 흔들렸을 것이다. 킹스메이커는 굳건했다.

알려줄 생각이 없는 킹스메이커의 모습에 결국 희연은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했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 같긴 했는데….”

평범한 게 자라지 않고 죽음의 땅에 어울리는 작물이 쑥쑥 자라났던 것을 보면 그런 쪽과 관련된 물건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플라월 쉘을 마치 원수라도 되는 듯 바라보며 고뇌하는 희연의 모습에 킹스메이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스스로 연구하는 것이 게임에서 헤어나갈 수 없는 첫걸음이라고 믿어서였다.

오늘도 뉴비를 게임 정착의 길로 한 걸음 더 인도시켰다. 뉴비 없지와 킹스메이커는 서로를 바라보며 뿌듯하게 웃었다.

“음… 모르겠다.”

그들이 뿌듯해 한 희연의 고뇌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어쨌든 고뇌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한 거였다. 게임 초반이었다면 모르겠군, 그럼 말자! 하던 희연이 아쉬움을 느낀다는 점에서 확실히 의의는 있다고 봐도 좋았다.

희연은 들고 있던 플라월 쉘을 상자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본 킹스메이커는 혹여나 희연이 그것들을 안 챙길까 싶어 냉큼 희연의 옆으로 이동했다.

“자, 오리 님. 이건 수면. 이건 맹독. 그리고 이건 시야 교란….”

“시야 교란 같은 건 원래 없었는데요?”

“네? 그럴 리가요. 전부 다 같이 있던 거예요. 세트 구성 아이템으로 같이 샀는걸요?”

“…….”

희연이 준비한 것들을 차곡차곡 챙기는 것을 만족스럽게 지켜본 킹스메이커는 한 건 끝냈다는 점에 뿌듯해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그러면 이제 할 일이… 일단 길드 성부터 복구해야겠네요.”

“길드전 때 부서진 거요?”

“네네, 가능한 빨리빨리 고치는 게 좋거든요. 보기 안 좋기도 하고요. 그런데 초코 님은 왜 도망가려고 해요?”

킹스메이커의 말에 희연은 뒤늦게 청산가리가 도망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희연에게 이세인 PK라는 불가능한 것을 이야기할 때 빼고는 내내 늘어져 있던 사람이 갑자기 왜 저러나 싶어 희연은 고개만 갸웃거렸다.

희연의 시선에 그저 웃기만 하며 청산가리는 손을 살래살래 흔들었다.

“저는 퀘스트 하러 가볼게요. 그럼 이만.”

“초코 님 퀘스트 없는 거 내가 다 아는데 왜 거짓말을 하지?”

“…쳇.”

청산가리는 혀를 차더니 다시 자리에 눕듯이 앉았다. 불만 가득한 얼굴로 말하는 건 덤이었다.

“좀 봐주세요, 킹. 전 연약하디연약한 암살자라 돌 지고 옮기고 이런 거 잘 못 한다고요.”

“돌이요…?”

청산가리의 말에 덩달아 지레 놀란 것은 희연이었다. 그녀의 말 덕분에 길드 성 수리를 위해서는 직접적인 노동력을 제공해야 함을 눈치챈 것이다.

희연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제 힘 스텟으로 과연 성벽의 돌을 질 수나 있나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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