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정말로 벌 같은 거 주려는 거 아니야. 한 번만 들어가 보자 악령아. 응? 넬도 한 번만 다시 들어가 보자. 확인해 볼 게 있어서 그래.”
그러나 아직은 희연의 바람일 뿐인 가정이었다. 섣불리 제 생각을 말했다가 두 악령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게 될까 싶어 걱정된 희연은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하지 못했고, 어르고 달래는 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넬은 그러한 희연의 정성에 져주었다. 못마땅해 보이기는 했지만 얌전히 희연의 손 위에 앉아주었다. 악령이는 넬과 반대였는데, 자신을 어르는 희연의 말 따위 들리지 않는다는 것처럼 상자 안에 들어가는 것을 격렬히 거부했다.
카펫 위를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고 희연에게 푹신한 쿠션을 마구 던지기도 했으며 나중에 가서는 카펫에 찰싹 달라붙어 훌쩍이기만 했다.
너무나도 싫어하는 모습에 희연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희연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상자 안에 들어가는 게 싫은 거야?”
[이름 없는 악령 : …….]
악령이의 비화 중엔 이런 내용도 있었다.
‘뜨내기들도 방랑자들도 마을을 떠나요. 수레를 끌고 온 상인들은 소리를 질러요. 그들의 짐이 바닥을 구르네요.
엄마, 아빠. 우리는 거기에 없어요. 우리는 숨바꼭질을 하지 않았어요. 거기가 아니에요.’
상인들의 짐 속에 아이들이 있지는 않았겠지만, 비슷한 곳에는 있었을 수도 있다.
“미안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말했어야 했는데 섣부르게 굴었다. 희연의 사과에 분하고 서러워 어쩔 줄 몰라 하던 악령이는 그제야 고개를 조금 들어 미숙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름 없는 악령 : 상자 싫어, 어둡고, 춥고… 무섭단 말이야…. 상자 안 들어갈 거야….]
“…그래. 상자 안 들어가도 돼. 이리 와. ”
숨을 고르듯 작은 머리를 움찔거리던 악령이는 난리를 피우던 것이 무색하게도 금세 희연의 품에 안겼다. 품에 안겨서도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악령이가 진정할 때쯤 인형을 가지러 갔던 킹스메이커와 뉴비 없지도 돌아왔다. 희연은 조심스레 열리는 방의 입구를 보며 손을 들어 올렸다.
“쉿.”
“…….”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하는 희연의 눈빛에 뉴비 없지는 상황을 모르면서도 제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킹스메이커는 조용히 하긴 했지만 눈을 굴리며 상황을 읽어내리려 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아이템과 쿠션, 눈물 자국 난 희연의 옷자락. 불안한 듯 이리저리 서성이는 넬. 차례로 훑는 시선은 노골적인 관찰이었다.
대놓고 관찰하는 시선에 희연은 조금 곤란하다는 듯 웃을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킹스메이커의 품에 안긴 메리 인형이 보이지 않았다면 그 시선에 못 이겨 눈을 돌렸을 것이다.
“킹 님. 그 인형 지금 써도 되나요?”
“물론이죠.”
킹스메이커는 희연에게 인형을 건네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면서도 상황을 계속 관찰했고, 희연은 그러려니 하며 인형을 받아 악령이의 앞으로 가져갔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아까 본 사탕보다 더 맛있는 거 사줄 게 악령아.”
비교적 지금까지 봤던 것 중 가장 외관이 멀쩡해 보이는 부두 인형을 보며 악령이가 물었다. 악령이의 시선은 낡은 보닛 모자를 쓴 인형의 머리로 향해 있었다.
[이름 없는 악령 : 새로 리본 달아줄 거야?]
“리본도 달아주고, 새 옷도 만들어 줄게.”
[이름 없는 악령 : 거짓말! 옷 못 만들잖아!]
“…만들 거야.”
스킬 숙련도를 높여 꼭 인형 옷을 만들겠노라 다짐하는 희연을 보며 악령이는 그제야 배시시 웃었다. 희연의 말을 썩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악령이는 새로운 메리 인형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덜컥거리는 입을 벌려 그 안에 머리를 집어넣는 악령이에게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희연의 머릿속 한편에는 <즐거운 나의 집>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달그락거리는 인형을 멀찍이 들며 희연은 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 작은 병사 악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마 넬은 말이 통했으며 정신 연령 또한 성인에 가까웠다. 설명하고 설득한다면 그것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상대라는 거였다.
더불어 악령이는 모르지만 넬의 경우 이미 <즐거운 나의 집>에 본인의 방이 만들어졌으므로 다시 한번 그 안에 들어간다 해서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나중에 기회를 봐서 악령이가 없을 때 넬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선택이었다.
희연이 생각에 빠진 사이 악령이는 부두 인형의 몸을 차지하는 것을 끝마쳤다.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는 기괴한 외양에서 익숙한 말랑말랑한 인상으로 탈피한 인형을 보며 희연은 그제야 웃음을 지었다.
인형의 몸속이 답답하긴 해도 제 발로 걷는 느낌을 싫어하지는 않는 악령이가 방 안을 넬과 함께 돌아다니자 그제야 킹스메이커와 뉴비 없지는 희연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 두 사람의 품 안에는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졌던 희연의 아이템이 가득 안겨 있었다. 뒤늦게 자신이 방을 잔뜩 어질러놨다는 게 떠오른 희연은 다급하게 그것을 받아들여 인벤토리에 욱여넣었다.
“천천히 해요 천천히. 급할 거 없어요 오리 님. 정리하는 거 도와줄 테니까 나중에 고생하지 말고 지금 제대로 분류해놔요.”
“고맙습니다….”
“이런 거로 뭘요. 그나저나… 우리가 나가 있던 그 잠깐 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이거랑 관련 있어 보이기는 하던데.”
언제, 어떻게 눈치를 챈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문제가 되었던 <즐거운 나의 집>을 손안에 들고 살랑살랑 흔드는 킹스메이커를 보며 희연은 숨겨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얕은 한숨을 한번 내쉬기는 했지만 희연은 솔직하게 전부 털어놓았다.
“그게….”
물론 악령이가 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이다.
희연이 킹스메이커에게 불확실한 정보를 전하는 이유는 숨겨봤자 소용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도 있었지만, 그녀가 아는 사람 중 킹스메이커만큼 악령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도 있었다.
어쩌면 킹스메이커라면 굳이 실험을 해보지 않아도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달빛 요람과 <즐거운 나의 집>이 제공하는 환경. 그리고 악령이와의 상관관계에 킹스메이커는 흥미롭다는 얼굴을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답을 아는 눈치는 아니었기에 희연의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어쩔 수 없는 실망의 기색이 스쳤다.
“역시 터무니없는 얘기죠…?”
건네받은 아이템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 희연의 모습에 뉴비 없지의 얼굴에는 절로 안타까운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도움을 주고 싶으나 제 전문 분야가 아니라는 점에 한탄했다.
대신에 그는 관련 지식이 차고 넘치게 있을 상대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뭐라도 말해 봐! 우리 오리 님이 실망하잖아!”
뉴비 없지의 손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킹스메이커는 곰곰이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킹스메이커의 입이 열린 것은 제법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아뇨. 내가 보기엔 영 가능성 없는 이야기 같지는 않은데요.”
“!”
답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긍정의 답을 들을 확률이 지극히 낮아진다고 생각해 어둑해졌던 희연의 얼굴이 그제야 밝아졌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희연의 모습에 킹스메이커는 말할까 말까, 고민된다는 듯 말을 잇는 것을 머뭇거렸다. 그러나 뉴비 없지의 재촉하는 손길과 희연의 희망찬 눈빛에 결국 그녀도 입을 열었다.
“일단, 넬의 경우는 즐거운 나의 집이 달빛 요람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맞는 거로 보여요. 효과가 그렇게 좋은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요.”
“그러면…!”
“대신에, 악령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단언할 수가 없지만요. 안 된다… 쪽에 가깝기는 해요.”
“…….”
희연의 손에서 <즐거운 나의 집>을 받아간 킹스메이커가 차례로 설명해 주었다.
“넬의 경우, 인격이 확실하게 하나라 정의할 수 있지만 악령이는 그게 아니니까요. 악령이도 본인 입으로 가끔 말하잖아요. ‘우리’라고. 그 우리에 몇 명이 포함되어있는지 모를 일이죠. 그 부분부터가 문제인 거고요.”
“…….”
“에흐테의 방과 넬의 방은 그 둘에 맞춰져 있죠? 에흐테흐 숲으로 만들어져 있고 넬 쪽은 제비꽃 방이고요. 만약에 악령이가 이 아이템 안에 본인의 방을 만들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적절한 환경이라는 게 제대로 구성될지도 문제예요. 여럿이 섞였는데, 그 모두에게 맞는 환경을 구성해 줄 정도로 이 아이템은 섬세하지도 대단하지도 못하니까요.”
“…….”
희연에게 들고 있던 것을 돌려주며 킹스메이커는 말을 덧붙였다.
“그날 이세인은 굉장히 꼴불견이었고, 재수 없었으며, 지가 뭔데 참견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굴긴 했지만요. 만약에 오리 님이 악령과 관련된 일을 나한테 물어본다면 나도 이세인과 비슷한 답을 들려줄 수밖에 없어요.”
“…….”
“악령이와 영원히 함께하는 건 불가능해요, 오리 님.”
“…저도 알아요.”
“맞아요. 오리 님도 알고 있죠.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면 난 위로 같은 거 할 줄 몰라 뭐라 말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인 거니까 너무 마음 쓰지 않기만을 바라요.”
“…네.”
마음 쓰지 않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희연은 마담에게 악령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부터, 아니 그 이전, 그레텔의 죽음을 봤을 때부터 마음이 급했다.
성불 같은 그나마 있는 희망에 도달하기도 전에 악령이가 죽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희연이 <즐거운 나의 집>에서 발견한 희망에 흥분했던 건 혹시나 하는 그 걱정을 그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희망은 다시 좌절되고 말았다.
악령이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 남은 시간 안에 악령이는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희연은 <길을 잃은 아이들>의 선구자였다.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누구보다 먼저 그 길의 끝에 도달할 수 있는 조건이었으며 약속된 보상과 명예를 누릴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희연은 그 자리가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나 좋으니 어서 빨리 악령이가 행복해지는 길의 끝에 도달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만일 가장 빠르게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사람이 그녀라면 희연은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뭘 해야 할까요? 뭘 해야 퀘스트를 빨리 진행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마음이 너무 급해요 오리 님.”
“…급해도 모자랄 지경인걸요.”
고개를 숙이는 희연의 어깨를 잡아 바로 세우며 킹스메이커는 말했다.
“욕심 좀 있는 사람 중에 메인 퀘스트를 뒷전으로 미루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메인 퀘스트라는 건 확실한 가닥을 잡고 진행하기 전까지는 단서 모으기 외에 가능한 게 없는 콘텐츠이기도 하죠.”
“…….”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 같은 거, 별로 좋은 말 같지는 않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이보다 적절한 말이 없기는 해요.”
킹스메이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건가 싶어 희연은 조용히 귀 기울였다. 그런 희연을 보며 킹스메이커는 잔잔한 어조로 말했다.
“설령 오리 님이 전부 다 포기하고 퀘스트를 내팽개친다고 해도 누군가는 그 퀘스트를 완료할 거예요.”
“…킹 님이요?”
“내가 될 수도 있고, 이희준일 수도 있고. 결국은 결론은 날 거라는 거죠.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마음 쓰지 말고, 급하게 굴지도 말아요. 초반에 힘 다 빼면 나중 가선 나가떨어지는 것밖에 못 하게 되거든요.”
위로라고 보기엔 조금 애매한 말이었다. 비단 희연만 그리 생각한 건 아니었다. 뉴비 없지 역시도 묘한 표정으로 킹스메이커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위로야…?”
“아니? 난 위로한 게 아니라 사실만 말한 건데?”
“…지금은 위로를 할 때 아니야?”
“아니지. 말뿐인 위로보다는 긍정적으로 끝날 거라는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게 낫지.”
“…….”
“봐. 오리 님도 아까 악령이한테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꼭 성공해서 새 옷을 입혀주고 마리란 의지를 전달했잖아. 과정도 좋지만 어쨌든 결말이 더 중요한 거야.”
제 이야기에 희연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걸 같은 맥락으로 봐도 될지 궁금한 건 둘째치고, 킹스메이커도 내심 희연의 인형 옷 제작 과정에 수많은 실패가 예정되어 있다 여기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옷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방 안을 넬과 함께 빙글빙글 돌아다니고 있던 악령이가 희연에게로 와 그녀의 무릎 위로 올라섰다. 순하디순한 인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옷? 내 옷?”
“…응. 옷. 꼭 예쁘게 만들어 줄게.”
어쨌든 잘 될 거다. 킹스메이커는 본인의 말은 위로가 아니라 말했지만 희연에게는 위로가 맞았다. 희연은 어쨌든 잘 될 거란 말을 되뇌며 악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위로가 중요하다와 어쨌든 결말이 중요하다로 시작된 킹스메이커와 뉴비 없지의 작은 투닥임은 뉴비 없지가 항복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중간부터는 사실 위로 주의 대 결말 주의의 싸움에서 벗어났기에 희연은 두 사람의 투닥임에 관심을 껐다.
그 탓에 어쩌다 결말이 훌쩍이며 항복하는 뉴비 없지로 끝났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희연은 쿠션에 얼굴을 묻은 뉴비 없지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그런 희연을 넬과 악령이가 따라 했다.
사이좋게 어울리는 그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보던 킹스메이커는 희연의 기분이 썩 나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본인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인형 갖고 오느라 늦게 온 건 아니었어요.”
“그런 것 같긴 했어요.”
희연은 가볍게 수긍했다. 사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온실에서 첨탑의 방까지 오가는 시간치고는 킹스메이커와 뉴비 없지가 너무 늦게 온 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HP 1 상태에서 벗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무슨 일을 했던 건가 싶어 희연은 뉴비 없지의 등을 기계적으로 토닥이면서도 킹스메이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희연의 시선에 흠흠, 헛기침한 킹스메이커는 품 안에서 푸른빛의 편지 봉투 하나를 끄집어냈다. 편지를 봉한 실링에 장식된 깃털 모양 장식품은 희연에게 낯설지만은 않은 종류의 것이었다.
“아….”
당연했다. 그건 길드 윈의 배지와 같은 디자인의 장식이었기 때문이다. 희연은 약간은 성의 없어 보이는 호응을 보냈다. 킹스메이커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이희준에게서 본인의 패배를 인정하는 전리품을 이렇듯 받아내기까지 정말로 오랜 시간을 기다렸죠.”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아니었는데….”
“이 영광을 오리 님께 바쳐야겠죠?”
별로 받고 싶지 않은 영광이긴 했지만 희연은 그저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킹스메이커가 편지를 봉하고 있던 실링을 뜯어내자 인벤토리와 비슷한 종류의 창이 나타났다. 특이한 점이라 함은 편지를 연 킹스메이커뿐만 아니라 희연과 뉴비 없지의 눈에도 창과 그 안을 채운 아이템이 보였다는 것이다.
킹스메이커는 다른 건 다 필요 없다는 듯 단 하나에만 집중했다. 바로, 그녀가 그리도 오랜 시간 고대하고 기다렸던 대주교 냐드엘의 목걸이였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금박 입힌 하얀 상자를 킹스메이커가 살피는 사이 아이템 창에서 또 다른 편지 봉투가 떨어져 희연의 앞으로 날아왔다.
희연은 이게 뭔가 싶었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목걸이를 살피느라 킹스메이커는 여념이 없었다. 그런 킹스메이커 대신 뉴비 없지가 힘없는 목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그건 오리 님 거예요. 따로 지정된 선물이면 그런 식으로 전달된답니다….”
“아….”
백희준이 따로 보냈다는 말에 희연은 이전에 말했던 그건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중에 확인하자 생각한 희연이 뉴비 없지의 등에서 폴짝이는 악령이를 붙잡는 순간, 킹스메이커의 입에서 예상 못 한 말이 튀어나왔다.
“이게 진짜, 이 삐약삐약 이딴 식으로 삐로롱….”
…욕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희연은 일단 침착하게 두 손을 들어 악령이의 귀를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