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이로써 희연이 사슬로 하는 편술의 마스터 되기라는 킹스메이커의 계획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더 늘었다.
악마 자미엘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강해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간에 해야 한다는 건 사실이었다. 희연은 어째서 자미엘을 잊고 있었던 걸까 후회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희연을 킹스메이커는 독려했다. 희연의 눈에는 뉴비를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 신이 난 것처럼만 보였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킹스메이커는 나름 변명했다.
“메인 퀘스트 문제도 있지만, 이제 곧 명절 이벤트도 있을 예정이거든요. 그때 레벨 부족으로 이벤트 참여 못 하면 너무 속상하잖아요 오리 님.”
“명절 이벤트면… 설날이요?”
“네네! 아마 이대로면 본격적으로 메인 퀘스트 진행하기 전에 명절 이벤트가 먼저일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메인 퀘스트에 영향 갈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고요. 애초에 모든 메인 퀘는 장기적으로 하는 게 기본이고 아까 마담이 겁준 건 그냥 재촉의 의미에 더 가까웠으니까요. 그렇지?”
마담은 입 꾹 다물고 모르쇠로 나왔다. 그에 킹스메이커는 낫 위로 손을 올렸다.
“그렇지?”
“…물론이야.”
“그것 봐요, 오리 님! 오리 님이 레벨 좀 높이고 명절 이벤트를 하고 자미엘의 퀘스트를 한 뒤에 본격적으로 진행해도 메인 퀘스트는 어디 도망가지 않아요.”
생글생글 웃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는 킹스메이커를 보며 희연은 의외라 생각했다. 희연은 킹스메이커가 메인 퀘스트에 집착한 만큼 본격적으로 자신을 굴릴 거라고 여겼다.
다소 구체적이었던 뉴비를 메이저 종교의 신규 권력자로 만들어 권력의 맛을 보기 계획을 폐기한 만큼 메인 퀘스트에 있어서는 양보가 없으리라 믿었다.
심지어 희연이 계속 선구자로 있겠다 함으로서 자진해 구르겠다고 말한 이후였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킹스메이커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것은….
“너, 이번 명절 보상 노리는 거지.”
“훗. 당연한 소릴 하는구나?”
명절 보상이 어지간히 좋다는 의미였다. 희연은 마담과 킹스메이커의 대화를 들으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반응했다.
“명절 보상으로 우리 오리 님 스펙 업 시켜줄 거야!”
이것 또한 희연은 예상했다. 대주교 냐드엘의 소유였던 거룩한 빛의 목걸이를 지금 당장 희연의 목에 걸어주지는 못하니 이렇게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랠 방법을 찾을 거라고 말이다.
어쩌면 킹스메이커가 희연이 어서 빨리 자미엘의 저주를 해결하고 마음껏 레벨 업 하기 바라는 이유는 목걸이의 레벨 제한 때문일지도 모른다.
희연이 생각하기에도 자미엘의 일은 어서 빨리 해치워 버려야 하는 일이었고, 명절 보상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얌전히 킹스메이커의 말에 수긍했다.
어떤 계획이든 간에 따르겠다 눈을 빛내는 희연의 모습에 킹스메이커는 기꺼이 뉴비 성장 방향 가이드를 제시했다.
“오리 님 레벨 대에는 무작정 사냥이나 던전 돌거나 하는 것보다는 퀘스트를 하는 게 더 나아요. 오리 님이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경험치를 줘봤자 퀘스트 보상 경험치보다는 못할 테니까요.”
“그러면 에빌론으로 가서 퀘스트를 찾아보는 거죠?”
“그보다는, 신전에 가서 퀘스트를 받는 게 나을 거예요. 직업 퀘스트라는 것도 있거든요.”
“아… 신전이요….”
신전이란 말에 희연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신전에서 희연에게 퀘스트를 줄 NPC가 누구일지 뻔했기 때문이다. 어딘가 수상쩍은 신관 루시페라제일 것이다.
꺼림직한 신관 루시페라제와 다시 만나는 것을 희연은 최대한 지양하고 싶었지만 킹스메이커는 그런 희연의 마음도 몰라주고 너무나 달콤한 미끼를 꺼내 마음을 흔들었다.
“신전 퀘 중에 힘 스텟을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것도 있어요.”
희연은 여전히 힘 스텟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낯을 찌푸리며 루시페라제와의 만남을 고민하는 희연을 두고 킹스메이커는 뉴비 없지와 어떤 퀘스트를 받는 게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뉴비 없지는 신전의 아이돌, 신전에서 주는 퀘스트 중 무엇이 좋고 어느 순서대로 해야 효율이 좋은지 아주 잘 알았다. 그리고 문제점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직업 퀘스트는 레벨 45부터 할 수 있을걸? 오리 님 레벨은 42….”
“그 정도는 우기면 어떻게 될 거야!”
에빌론에 있었다면 범법자라며 경비대가 체포해 갈 발언이었다. 뭐든 따르겠다 눈을 빛내던 희연이지만 그 발언에는 어서 빨리 킹스메이커가 포기하기를 바라며 조금 거리를 두었다.
그런 희연에게 마담이 접근했다.
“물어볼 게 있는데요.”
“아, 저도 할 말 있어요!”
원래 희연은 오늘 마담을 만나 뉴비 없지의 조언대로 그녀의 개인정보 보호를 요구하려 했다. 마담의 빠른 의뢰 완수에 놀라 잊고 있었다. 희연은 기억난 김에 서둘러 인벤토리를 불러내며 마담에게 말했다.
“저 개인정보 보호요! 제 정보 남한테 안 팔리게 하고 싶어요!”
“그거라면 이미 계약됐는데….”
“네?”
희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뉴비 없지와 격렬한 토론을 하고 있는 킹스메이커를 돌아보았다. 킹스메이커가 먼저 선수 쳐 희연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던 걸까?
그런 희연의 예상과 달리 마담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킹스메이커가 아니었다.
“길드 윈의 이희준이 그쪽 개인정보 보호세 대신 납부했어요. 그것도 길드전이 끝난 바로 다음에요. 물어보려고 한 것도 그거고요. 이희준이랑 무슨 사이길래 그쪽에서 돈을 대신 내줘요?”
혈연관계라 그렇다. 간단한 대답이었지만 희연은 말을 아꼈다.
마담은 입이 가벼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킹스메이커의 말마따나 이번 메인 퀘스트가 끝나기 전까지만 그녀를 도와주는 조력자에 가까웠다.
필요한 정보 그 이상의 것을 말할 이유는 없었다. 괜한 사실을 알려주었다가 이후 이상한 사람들에게 발목 잡힐 일도 만들기 싫었고 말이다.
희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을 회피했다. 킹스메이커가 그랬듯 마담 또한 희연과 백희준이 남매 관계일 것이라 짐작하지 못했다. 대신 이상한 오해는 했다.
“사귀는 사이?”
“와 어떻게 그런….”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해서 사람을 모욕할 수 있냐 화내려던 희연은 마담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을 다시 상기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불유쾌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아 투덜거리는 것까지는 참지 못했다.
“그렇게 성격 나쁜 인간이랑 사귈 정도로 제 눈이 장식은 아닌데요. 또 그런 말 하면 다음에는 머리에 종이비행기 꽂혀도 안 도와줄 거예요.”
“그런 것치고는….”
마담은 노골적으로 킹스메이커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백희준이나 킹스메이커나 둘 다 성격 나쁜 건 똑같지 않냐는 암묵적인 뜻이 담긴 눈빛이었다. 희연은 부정하지 못했다.
“그러면 킹도 안 좋아하겠네요? 성격 나쁘니까.”
“아뇨… 킹 님은 좋은데요. 그리고 백…, 이희준이 싫다는 건 아니고 그냥 연애 대상으로 보면 소름 끼친다는 뜻인데….”
“그게 싫다는 뜻인데요.”
“…그러면 그냥 대충 싫은 거라고 해요.”
남매라는 말을 못 하니 마땅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희연은 대충 이 상황을 무마하고 넘어가려 했으나 마담은 녹록하지 않았다.
그는 백희준을 싫어하는 희연의 모습에 묻고 싶은 것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러면 어쨌든 잘 해주고, 좋은 거 주니까 킹 옆에 붙은 건가?”
“?”
미묘한 어조였다. 그에 조금 불쾌해진 희연은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제가 킹 님을 이용해 먹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요. 종종 있었거든요. 맞다 해도 비난하는 건 아니에요. 애초에 먼저 그러고 놀자 접근한 건 쟤일 테니까.”
“굳이 따지면, 애초에 이용은 제가 아니라 킹 님이 먼저 하려고 했죠. 지금은 폐기한 계획이긴 하지만….”
“…….”
마담은 잠시간 침묵을 지켰다.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해보는 모습에 희연은 불쾌함을 뒤로하고 상대가 왜 그런 걸 물어본 것일지 생각해보았다.
사실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이런 상황에서 나올 답은 하나밖에 없긴 했다. 마담은 킹스메이커가 희연에게 이용당할까 봐 걱정한 듯했다.
킹스메이커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한다는 것은 조금 웃긴 말이기는 하지만 조금 전만 해도 백희준의 인간관계를 걱정했던 희연은 그 점을 비웃지 않았고 이상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친분 있는 사이라면 그 정도 걱정쯤은 할 수 있다고 여겨서였다. 격의 없이 굴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희연은 물었다.
“혹시 킹 님이랑 원래부터 알던 사이셨어요? 그러니까, 게임 하기 전부터요. 두 분 친하신 거죠?”
비록 킹스메이커는 여러 차례 마담의 목숨을 위협하긴 했지만 마담은 킹스메이커를 걱정했다. 희연은 그런 둘의 관계를 최소 친구는 되는 관계라 생각했다. 그런 희연의 생각을 마담을 저버리지 않았다.
“…일단은 친구요. 동창이기도 하고요.”
“친구라서 제가 킹 님 이용해 먹는지 걱정되는 거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애초에 전 킹 님을 이용할 정도로 담이 크지 않아요!”
그렇게 겁 없이 구는 일은 없을 거라 단호히 주장하는 희연을 보며 마담은 인상을 찡그렸다. 무언가가 불쾌해 짓는 종류의 표정은 아니었다.
킹스메이커를 걱정한 게 부끄러워서 그런 걸까? 희연의 그런 생각은 얼굴에서도 티가 났기에 마담은 손을 들어 얼굴을 문질렀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언제 킹스메이커가 날아올지 몰랐기에 마담은 말을 아꼈다. 대신, 그는 다른 것을 물었다.
“킹, 어떻게 생각해요?”
“아까도 말했지만 전 킹 님 좋아요. 거짓말 아니에요.”
“취향 이상하네….”
말과는 달리 마담은 그제야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희연을 보았다.
희연은 마담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당장에 그녀만 해도 백희준의 빈약한 인간관계를 걱정했다. 백희준에게 갖는 이세인의 감정이 그리 건강한 감정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나마 있는 친구니까 그대로 두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감히 희연이 킹스메이커를 이용해 먹으려고 한다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할 뻔하고 걱정한 마담을 정말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마담은 아직까지도 본인이 킹스메이커를 걱정했다는 게 쑥스러운 것인지 희연에게 이것저것 말하며 변명했다.
“쟤가 어릴 때부터 좀 범상했어요. 그래서 좀 그랬고요…. 부모님끼리도 친분이 있는 관계라 그냥 두고 보기에 좀 그래서 참견한 거뿐이에요.”
“그렇구나…. 그래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킹 님은 가끔… 좀 자주 과하다 싶을 때 외에는 대체로 점잖으시거든요.”
예를 들어 희연의 무기를 제작할 때라거나 희연에게 아이템을 뿌릴 때라거나 하는 순간들만 제외하면 말이다. 희연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기민하게 눈치챈 마담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불만 많은 얼굴이었다.
“좋겠네요. 아직 점잖은 사고가 더 무섭다는 걸 몰라서.”
“…?”
“전조가 없거든요.”
“그건 지금도 좀….”
마담은 전조 없는 킹스메이커에게 지금껏 많은 불만이 있었던 것 같았다. 나름 동의하는 듯한 희연을 보며 그는 그간의 서러움을 토로하고 싶었는지 몇 가지 사건을 더 이야기했다.
“곧 죽어도 자기가 지는 건 안 돼서 항상 이기는 역할만 하려 했죠.”
“…….”
그건 백희준도 그랬다. 그래서 희연은 어릴 때 백희준과 소꿉놀이는 안 했다. 어떻게 하든 간에 무조건 결말은 파멸이어서였다.
“문제지 하나 검사할 때도 자기가 틀려놓고 답지에다가 틀렸다 표시하고.”
그것도 백희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희연은 그걸 보고 자라 고대로 똑같이 했다가 혼났다.
희연은 마담에게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낌과 동시에 백희준과 킹스메이커는 정말 닮은 인종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마담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러했다. 킹스메이커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그러니 혼자 기대하고 혼자 망상하다 훗날 예상과는 다른 모습에 실망하지 말아라.
킹스메이커에 대한 불만이 한가득했던 대화가 주를 이루긴 했지만 결국은 친구에 대한 걱정이었다.
“내 욕했니?”
“어.”
“죽어라 이정보…!”
끌려가는 마담을 보며 희연은 걱정 없이 손을 흔들어 줄 수 있었다.
***
마담의 방문 서비스가 있던 그날, 마담이 돌아가고 얼마 안 되어 그들은 자유 도시 에빌론의 신전으로 향하게 되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킹스메이커와 뉴비 없지가 함께 기획한 가장 효율적인 신전 퀘스트 목록을 실행하기 위해서였다.
청산가리는 이번에도 빠졌는데, 그녀는 노예 시절로 돌아가면 돌아갔지 킹스메이커의 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건 못 하겠다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어지간히 적성에 안 맞는구나 싶어 희연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제 볼일을 보러 떠나는 청산가리를 배웅하면서도 킹스메이커는 다음번엔 기필코 꼬시고 말겠다 다짐했기에 희연은 대충 구색 맞추기 응원이나마 해주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신전 앞을 빗자루질하던 신관은 킹스메이커의 등장에 질색하긴 했지만 황금 앞에서는 순종적으로 돌변했다. 신관은 공작님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깨끗하라며 입구 앞까지 앞질러 가 비질을 해주었다.
킹스메이커가 뉴비 없지에게 주장한 데로 42의 레벨에도 불구하고 우겨서 퀘스트 받아내기를 성공했냐 묻는다면, 당연하지만 실패했다.
루시페라제는 심신이 굳건한 신관이었다. 그는 돈에 회유되지 않았다. 협박도 통하지 않았다. 협상 거부, 원칙주의란 무엇인지 보여주듯 결코 희연에게 퀘스트 하나를 쥐여주지 않았다.
“내가 이 신전에 기부한 돈이 얼마인데….”
“보통 우리는 그것을 기부금이 아닌 벌금이라고 한답니다 공작님.”
“이 신전 지붕이며 벽이며 바닥까지, 하다못해 촛불 하나까지도 내 돈 안 보태진 게 없는데 이렇게 나오시겠다?”
킹스메이커의 발언에 놀란 건 희연이었다. 그 정도로 벌금을 많이 내다니, 과연 에빌론의 경비대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로 찍힐 법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희연의 시선을 눈치챘음에도 킹스메이커는 끝까지 외면하며 루시페라제의 입에서 원하는 답이 나오게끔 만들려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린 신관님. 예외는 없답니다. 규칙을 지켜 다시 이곳을 방문해 주기를 바랍니다.”
“네….”
순순히 수긍하는 희연과 달리 킹스메이커는 신전을 나서기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오리 님. 니체 하면 떠오르는 말이 뭔지 알아요? 신은 죽었다.”
“저는 이제 법정에 그만 서고 싶어요.”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레벨 업을 빨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도록 할까요?”
희연은 그쯤에서 일이 잘 풀린 것이라 여겼지만 이어지는 킹스메이커의 말은 그런 희연의 생각을 짓밟았다.
“아,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편술부터 마스터하죠. 마리아를 부를게요!”
“네?”
당황하는 희연의 모습에 킹스메이커는 겁먹지 말라며 설명을 덧붙였다.
“마리아만큼 채찍질을 잘하는 애가 없거든요. 나보다도 마리아한테 제대로 배우는 게 더 좋아요. 마리아는 오리 님께 있어 최고의 스승이 되어 줄 거예요!”
“…그래도, 그렇게 갑자기 정하면 친구분께서도 많이 곤란하지 않을까요?”
“아, 그거. 이미 얘기 다 끝났어요. 이희준 선물 구경한 다음에 바로 마리아한테 연락을 넣었거든요.”
“…….”
하하 웃는 킹스메이커를 보며 어색하게나마 따라 웃으면서도 희연은 머릿속으로 마담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킹스메이커는 전조가 없었다. 정말로.
“…?”
그러고 보니까….
마리아란 이름에 무언가 떠오를 듯 말 듯 해 희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중요한 걸 깜박 잊고 있는 것 같았다.
“아….”
모짜렐라….
존성대명에게 납치당한 것을 마지막으로 희연은 모짜렐라에게 아무 연락도 취하지 않았음을 그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