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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87)화 (187/251)

187화

대놓고 장난질 친 게 보이는 총으로 완벽한 사격이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다. 도박꾼들에게 패해 땅을 기어다니던 유저들마저 어느새 도박을 뒤로하고 구경하도록 만들게 하는 솜씨였다. 물론 유저들 입에서는 스킬빨 아니냐는 말도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도박꾼 같은 NPC들에게 있어 패시브 스킬은 스킬빨이 아닌 기술의 집합체라는 점이었다. NPC인 이상 도박꾼은 이에 대해 희연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희연은 총을 다시 테이블 위에 내려두었다. 넋 나간 1골드의 도박꾼을 대신해 다른 도박꾼이 희연에게 상품을 고르라며 안내했다.

“저기 있는 저 나무 장난감 세트로 주세요.”

“넵, 여기 있습….”

“잠깐…!”

“?”

1골드 도박꾼이 이제 막 희연의 손에 들어가려고 한 나무 장난감을 가로채더니 제 뒤로 감추었다. 희연은 이게 무슨 짓이냐는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 상품은 특별 상품이라 추가 진행이 필요합니다!”

“…….”

1골드에 대한 복수인가?

마치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1골드만 걸고 게임을 끝내버렸으니 조금 약이 오를 수도 있는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희연은 도박꾼이 저 좋을 대로 규칙을 바꾸는 걸 너그럽게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양심 없어….”

희연은 바로 상대를 비난했다.

“밑장 빼기 하지 마라!”

“장난질 치지 마라 진짜.”

뉴비 없지와 모짜렐라도 함께 1골드 도박꾼을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도박꾼. 온갖 유저들의 눈물 섞인 협박과 무기가 함께하는 애원에도 언제나 굳건했다. 그만큼 뻔뻔하다는 뜻이었다.

말뿐인 비난에 흔들릴 정도로 그의 양심은 말랑말랑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과녁을 총으로 전부 맞힌다면 그 나무 조각은 물론이고 여기 있는 상품 전부를 드리죠!”

“아뇨, 나머지는 필요 없는데요.”

“이보게들, 그 과녁을 가져오게나!”

멋대로 일을 진행 시키는 모습에 희연은 지금이라도 총구를 과녁에서 도박꾼 쪽으로 돌려야 하나 고민했다. 조잡한 장난감 총이나마 바라보는 희연의 눈길에 1골드 도박꾼은 동료들을 재촉했다.

“자, 여기에는 여섯 개의 과녁이 있습니다! 손님의 훌륭한 솜씨를 다시 보여주십쇼!”

“과녁이 없는데요?”

“아뇨! 있습니다!”

1골드 도박꾼은 잘 보라 말하더니 물 한 컵을 가져와 허공에 흩뿌렸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아롱아롱 맺히는 물기를 본 희연은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최후의 수단이랍시고 내놓은 것은 투명 과녁이었다.

알고 그런 것일 리가 없지만 1골드 도박꾼은 희연의 약점을 아주 잘 파악해냈다.

보송보송한 천으로 과녁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며 마탑으로부터 받은 역작이니 뭐니 떠드는 1골드 도박꾼을 뒤로하고 희연은 걱정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안 보이면 못 쏘는 걸 어떻게 알았지….”

“?”

가까이 있느라 희연의 말을 들은 모짜렐라는 말의 이상함을 감지했다.

“안 보이면 원래 못 쏘는 게 맞지 않냐…?”

“그건 그렇지….”

말을 흐린 희연은 일단 스킬을 사용해봤다.

“<사냥꾼의 직감>.”

대상이 무생물이라 그런지 스낼리개스터 때와 다르게 약점이 표기되지 않았다.

고민하는 희연의 모습을 보며 1골드 도박꾼은 남모르게 웃음 지었다. 애초에 그는 희연의 1골드가 조금 괘씸해서 장난을 친 거지 처음부터 상품을 줄 생각이었다. 몇 개 없는 귀한 마탑의 물건을 흠집 내게 할 생각도 없었고 말이다.

다만 1골드 도박꾼이 몰랐던 것은 그가 도발을 건 시점에서 희연은 이미 투명 과녁을 깨부술 생각밖에 없다는 거였다.

“저거 강도가 많이 강해요?”

“아, 유리 정도 됩니다.”

“그럼… 총이라도 원래 제 것 써도 돼요?”

“아이고 예예, 그 정도야 쓰게 해드려야죠.”

확답을 들은 희연은 곧바로 원래의 제 총을 꺼냈다. 총 끝에 장식된 사슬이 짤랑거리며 맑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1골드 도박꾼 역시 들었고 희연이 사슬을 잡고 총을 던지는 식으로 안 보이는 과녁을 맞히려 하는구나 하고 예상할 수 있었다.

“아이고, 원래 이건 사격 게임이긴 합니다만… 아이쿠야! 제가 그만 총만 쓰면 된다는 식으로 말을 해버렸네요!”

완전 무시하고 만만하게 보는구나….

상당히 노골적인 도박꾼의 모습에 희연은 기필코 저 과녁을 다 박살 내버리겠다 다시 한번 다짐했다. 조용히 게임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 희연을 보며 도박꾼은 가볍디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던져도 되긴 하지만 적어도 한쪽 손에는 총이나 사슬은 들고 있어야 합니다?”

“네, 알겠어요.”

“아이구 이것 참, 하하핫…!”

도박꾼이 웃으며 기고만장해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사슬의 길이가 짧았기 때문이다. 백날 휘둘러도 과녁에 닿지 않으리라 본 것이다.

거기에 희연이 한 손에는 총이나 사슬을 꼭 쥐고 있겠다 했으니 도박꾼은 속으로 뭣 모르는 어린애를 너무 놀렸다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희연에게 바닥의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경고도 한 도박꾼은 실실거리며 웃는 여유도 보여주었다.

“그나저나 사슬 장식이 참 예쁩니다? 그러나 이를 어쩌나 너무 짧….”

“<탄환 변경>.”

[탄환이 변경됩니다. 일반 탄환 >> (마법)화염 탄환]

[탄환이 변경됩니다. 일반 탄환 >> (마법)빙결 탄환]

준비를 끝마친 희연은 총을 들어 올렸다. 도박꾼의 크나큰 착각은 희연은 아직 사슬을 이용해 편술을 펼치는 법을 몰랐으며 이 위치에서 과녁이 있을 만한 거리로 총을 던질 만한 힘도 없었다는 것이다.

희연은 애초에 총을 던질 생각이 없었다.

탕, 탕, 탕, 탕, 탕…!

눈에 보이기만 한다면 희연은 무엇이건 맞출 수 있었다. 그건 본인이 쏜 총알도 맞출 수 있다는 뜻이었다. 빙결 탄환은 무언가를 얼리기도 전에 화염 탄화에 맞아 녹았다. 반복되는 행위에 수증기가 자욱이 만들어졌다.

1골드 도박꾼은 과녁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물을 뿌려서는 안 됐다. 그 정도는 희연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라…?”

수증기에 의해 투명 과녁판에 물기가 어렸다. 더 볼 것도 없는 희연의 승리였다.

쨍그랑…!

“안 돼!”

쨍! 쨍그랑…!

“그만! 잠깐!”

1골드 도박꾼의 절규를 희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 냉혹한 희연의 모습에 뉴비 없지는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에 우리 오리 님…!”

뉴비 없지는 감동했다. 진심으로 말이다. 릴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희연의 모습에 괜한 걱정을 했구나, 참으로 명사수야 라고 말했으리라고 그는 확신했다.

“후우….”

과녁 하나 안 남기는 깔끔한 마무리로 희연의 사격은 끝났다.

주저앉아 흐느끼는 1골드 도박꾼만큼이나 다른 도박꾼들 역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희연에게 이것은 무효라 외치지 못했다.

빈정 상한 희연의 총이 제 쪽으로 향할까 모두가 걱정했던 것이다. 희연의 사격 실력은 앞서 이미 증명되었다. 그들이 보기에 희연은 그 대상이 과녁에서 사람으로 바뀐다고 해서 딱히 그 실력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물론 희연은 이 이상 소란을 피울 생각도, 그들에게 총을 겨눌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알아서 몸을 사리는 게 조금 기껍긴 했다.

다만 희연에게 투명 사격을 시킨 범인 1골드 도박꾼은 아주 잠깐 침울해했을 뿐 금세 살아나서는 이건 반칙이고 사기라며 울부짖었다.

“선량하고 정의로운 르센 신의 종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누가 그럽니까! 르센 신의 종이 선량하고 정의롭다고!”

“…성기사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죠!”

그러나 아무리 그가 읍소한다 한들 이곳에 정의로운 르센 신의 이름을 빌려 희연을 벌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희연은 솔직히 도박꾼이 선량함과 정의로움을 거론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자, 친구 진정하게나. 저 과녁 값도 지불해야 하는데 화까지 내면 더 억울해져.”

“아이구야. 번 돈을 이런 식으로도 날릴 수 있다는 걸 몰랐네.”

“조용히들 못 해!”

다른 도박꾼들에게 1골드 도박꾼이 놀림당하는 동안 희연은 그레텔의 물건을 다른 도박꾼을 통해 전달받았다.

손때 묻은 어설픈 나무 장난감은 사포질만큼은 전문가가 한 것처럼 겉의 감촉이 매끄러웠다. 만든 이가 이것을 가지고 놀 아이의 손가락에 나무 가시가 박히지 않도록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졌다.

그런 장난감과 달리 희연의 속은 조금 까슬까슬했다.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희연은 나무 장난감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누군가 희연의 상념을 깨트렸다.

“자, 자. 이것도 챙기셔야죠!”

“…?”

도박꾼들이 그녀에게 사격 게임의 상품이 든 상자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희연은 별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 가득 든 상자를 한 번 힐끔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것만 있으면 돼요.”

“예? 하지만 전부 고객님의 상품인걸요. 저기 저놈이 걸었잖아요.”

“그건 저쪽에서 멋대로… 그리고 진짜로 필요 없어요.”

거듭되는 희연의 거절에 도박꾼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야, 이것 참. 이미 내기에 걸린 상품은 꼭 줘야 하는 게 저희들의 원칙인데…. 그러지 마시고 가져가시죠. 안 가지고 가면 저기 저놈만 좋은 일 시키시는 겁니다.”

“왜요?”

“그야 없어진 상품만큼 원래는 저놈이 구해와야 하는 거니까요. 이거 안 가져가시면 저놈 수고로운 일 덜어주시는 것밖에 안 됩니다?”

구해 온다는 것은 라느의 거리에서 빈집을 다시 털어온다는 뜻이었다. 어렵지 않게 그 뜻을 알아챈 희연은 조금 인상을 찡그렸다.

영 마뜩잖아하는 희연의 반응에 도박꾼은 들고 있던 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정 그러시면야 여기서 필요해 보이는 물건만 가지고 가세요. 말했지만, 우리도 나름 원칙대로 굴러가는 사람들이라 그냥 가면은 좀 곤란하거든요. 꼭 가져가요! 꼭!”

도박꾼은 희연에게 신신당부하더니 하던 일을 마저 하기 위해 유저들 사이로 다시 돌아갔다. 희연은 조금 곤란하다는 얼굴로 상자 안을 들여다보다 일다 그 위에 악령이를 올려주었다.

“여기서 갖고 싶은 거 있으면 하나만 골라 봐 악령아.”

“아무거나?”

“아무거나.”

잡다한 것들 중엔 그레텔의 물건처럼 장난감으로 보이는 것들도 많았다. 희연은 굳이 골라야 한다면 자신이 고르는 것보다는 어린아이에 가까운 악령이가 고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삣…!

“…전쟁이랑 관련된 장난감은 빼고.”

낑낑거리는 넬 대신 상자 안에 있던 검 모양 장난감을 밖으로 빼내면서 희연은 조건을 걸었다. 악령이는 어렵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어떤 건데?”

“넬이 싫어하는 거.”

“움….”

악령이가 넬과 함께 상자 안을 돌아다니며 고심하는 사이 희연은 뉴비 없지에게로 가 다음 일을 의논했다. 그레텔의 무덤에 들리고 다시 수도 딜라일로 가는 사이에 다른 필요한 건 없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겁도 많네.”

그런 희연의 신중한 태도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모짜렐라는 걱정도 팔자라는 생각을 했다. 용케도 저 성격으로 메인 퀘스트의 선구자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덤이었다.

멀뚱히 희연을 구경하던 모짜렐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양가 없는 대화에 질려 악령이의 보물찾기나 구경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희연과 비슷한 구석이 많아서인지 악령이는 모짜렐라에게 제법 친근함을 느끼곤 했다. 같은 신전 직업이나 악령이의 격렬한 거부를 받는 뉴비 없지가 조금 부러워할 정도였다.

모짜렐라가 보기엔 맹한 인형이 자신을 만만하게 보는구나 싶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이거 어때?”

악령이는 서슴없이 저가 고른 물건을 들이밀며 모짜렐라의 의견을 물었다.

“별론데.”

“이거는?”

“와, 진짜 별론데.”

“…나빠!”

모짜렐라의 다소 무심한 반응에 삐진 악령이는 그 뒤로 마음에 안 드는 물건을 집으면 상자 밖으로 던져버리는 심술을 부렸다.

그런 악령이의 심술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던져진 물건을 주워 다시 상자 안에 넣던 모짜렐라의 손이 멈춘 것은 유난히 반짝이는 것이 땅에 떨어졌을 때였다.

“이것도 필요 없어!”

“…….”

“?”

다시 상자 안으로 돌아와야 할 물건이 돌아오지 않음에 이상함을 느낀 악령이는 상자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뭐해?”

“…야, 이거 진짜로 필요 없어?”

“응! 그런 반짝이는 거 우리 방에 엄청 많으니까 필요 없어!”

악령이는 방긋방긋 웃으며 마할라틴 성에 있을 방을 떠올렸다. 해맑은 악령이와 달리 모짜렐라의 얼굴은 더욱 어둑해졌다.

그런 모짜렐라의 반응에 악령이는 재미없다 칭얼거리며 입을 삐죽거렸지만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는 언짢은 부두 인형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후….”

모짜렐라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양심 조금 아프다고 포기하기엔 악령이가 뭣 모르고 내다 버린 물건은 정말로 귀한, 아주 귀한 보물이었다.

버린 물건의 가치를 알아본 것은 자신이니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그래도 원래 주인으로 봐야 하는 희연에게 먼저 말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 사이에서 헤매던 모짜렐라는 자신에게 이런 시련을 준 악령이를 원망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

그러나 모짜렐라가 노려보는 것 정도는 무섭지 않은 악령이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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