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비세스 메이커 (190)화 (190/251)

190화

“이것 참… 별꼴을 다 보네….”

희연으로부터 대략 사정을 들은 마담은 작금의 상황을 그렇게 평가했다. 그만큼 황당하다는 의미였다.

“악령 모으는 게 취미라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말이죠.”

“취미 아니에요….”

“퍽이나 그 꼴로.”

마담은 혀를 끌끌 차며 주위를 살폈다. 워낙에 이상한 차림새를 하고 다니는 유저가 많아 등 뒤에 까만 안개 덩어리를 달고 다니는 희연 정도는 별로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니었다.

마침 이 주위에 흑마법사나 부두 술사, 네크로맨서 같은 희귀종 직업들이 없어서 다행인 줄 알라며 그는 한참 동안 희연에게 잔소리했다.

“애초에 악령을 데리고 도시로 들어온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은 누가 한 거예요?”

“…저욥.”

“너는 킹스메이커랑 같이 돌아다닌 세월이 얼만큼인데 악령에 대한 기본적인 것도 몰라!”

잔소리의 대상은 순식간에 희연에서 뉴비 없지로 바뀌었다. 성기사가 왜 악령까지 공부해야 하냐며 뉴비 없지는 나름 반항하긴 했지만 마담을 말로 이기지는 못했다.

뉴비 없지는 다들 자기한테만 뭐라 그런다며 잉잉거렸지만 마담은 그런 종류의 연기에 무척이나 매정하게 대하는 사람이었다.

“꼴사나운 연기 당장 집어치우지 않으면….”

“누가 그러죠? 제가 울었다고. 눈물은커녕 안구 건조증이 올까 걱정되는군요!”

마담은 잠시, 들고 있던 부채와 뉴비 없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무언가 고민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희연은 차마 연약한 상인 마담에게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애써 말로만 그를 말려야 했다.

“여기서 싸우면 잡혀가요!”

“법망 벗어나는 법 따위 쉬워요.”

“그, 그래도….”

“뇌물 좀 쥐여주면 나올 수 있는 게 에빌론의 감옥인데 뭘 걱정해요?”

일단 에빌론의 미래가 걱정되는 발언이었다. 희연은 뭐라도 말해야 하나 싶어 입을 달싹이다 그냥 포션만 다시 입에 물었다. 뉴비 없지에게는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오리 님…!”

뉴비 없지는 희연이 최선을 다해줬다는 점에 충분히 만족했다.

“너 내가 전부터 말했지. 머리에 다른 것도 채우라고. 네가 백날 창 휘두르는 것보다 머리 쓰는 게 더 효율 좋다는 걸 아직도 몰라?”

“슬픈 없지 없지….”

슬픈 뉴비 없지가 마담에게 잔소리를 듣는 사이 모짜렐라는 목숨을 걸고 희연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희연이 모짜렐라를 만류했다.

“가까이 오면 죽어!”

“…야, 내가 너보다 레벨 더 높거든?”

“힘 스텟이랑 방어력….”

“조용히 해.”

자기 듣기 싫은 소리는 하지도 못하게 하는 다소 독선적인 면모를 보여 준 모짜렐라는 마담 쪽을 몇 번 힐끔거리다 희연에게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

“저 사람 믿어도 되는 거야? 여기로 불러도 되는 거냐고.”

“내 정보 팔까 봐?”

“이미 전적도 있으시지.”

희연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어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일단은 도와주기로 한 사이라고 하면 될 것 같긴 한데….”

“일단?”

“지금 진행되는 메인 퀘스트 끝나기 전까지는 믿어도 된다고 했어, 킹 님이!”

킹스메이커의 이름값은 대단했다. 내내 의심된다는 기색을 지우지 못하던 모짜렐라가 조금 누그러졌다. 하지만 마담이 마리아한테 희연의 정보를 팔던 것을 직접 봐서 그런지 그의 경계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너무 저 사람 믿지 마.”

“그렇게 믿지는 않지.”

유능하다는 게 신뢰를 준다는 건 아니었다. 희연은 여전히 마담을 킹스메이커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채워진 위험인물 정도로 여겼다.

친구를 아끼던 모습이 의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제 이득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도리 따위는 내다 버릴 수 있는 냉정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모짜렐라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웃어 준 희연은 거짓으로 훌쩍이는 뉴비 없지 앞에 엄하게 서 있는 마담을 불렀다.

“없지 님 괴롭히는 거 그만하고 그레텔의 흔적에 대해 얘기 나누면 안 될까요?”

희연은 슬슬 힘들다는 뜻으로 빈 포션 병을 손에 쥐고 흔들거렸다. 나름 신중히 선택한 선구자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죽기를 바라지 않을 거라는 희연의 예상대로 마담은 공들인 잔소리가 무색하게도 뉴비 없지에게서 미련 없다는 듯 몸을 틀었다.

모노클 너머의 눈은 집요하리만치 희연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녀의 어깨를 짚은 연기 덩어리 쪽을 보았다. 다른 이들에게는 안 보이는 무언가를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마담은 마스커레이드 당시에도 가면 위에 모노클을 착용했었다. 상당히 불편할 텐데도 그랬다는 것은 역시 모노클이 특별한 아이템이라는 것을 뜻하는 걸지도 몰랐다.

무슨 스킬이라도 쓸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인가 하는 생각을 하던 희연은 마담이 슬쩍 시선을 돌린 뒤에야 자신이 상대를 너무 빤히 바라봤다는 걸 깨달았다.

어차피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으므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조금 머쓱할 뿐이었다.

모노클을 벗어 앞섬에 끼운 마담은 인벤토리라도 여는지 허공에서 손을 휘적거렸다. 얼마 안 있어 그의 손에는 희연에게도 익숙한 바꿔치기 스크롤이 쥐어졌다.

“여기서 말고 다른 데서 얘기하죠. 남들 다 들으라며 떠들 일도 아니니까요. 일단 파티 걸어요. 바로 이동하게. 그리고 그쪽은….”

마담은 모짜렐라 쪽을 바라보았다.

“제 친구예요! 같이 갈 거예요!”

파티와 바꿔치기 스크롤이라는 최근에도 있었던 조합의 등장에 희연은 서둘러 말했다. 희연과 같은 것을 생각했는지 마담이 든 바꿔치기 스크롤을 바라보는 모짜렐라의 표정도 조금 오묘했다.

마담은 모짜렐라를 훑어보더니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희연은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희연의 의문은 금세 풀렸다.

“마리아 귀에 정보 안 들어가게 조심해도 모자랄 판에….”

마담은 이미 모짜렐라가 누구인지, 누가 키우는 인재인지 전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모짜렐라는 마리아의 옆에 있다 대화 내용을 들었다곤 하지만 조금 전의 반응으로 봤을 때 마담과 모짜렐라, 이 두 사람은 직접적으로 만난 건 아닌 듯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마담이 모짜렐라의 정보를 가지고 있으리란 건 희연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희연이 놀란 점은 마담의 놀라운 정보력을 뒷받침하는 기억력이었다.

하늘색 머리와 눈도 별로 튀는 조건이 아닌 세상에서 대화 한 번 안 나눠보고 누군지 알아내다니….

희연은 속으로 탄식을 뱉었다. 다만 지금은 마냥 감탄만 할 때가 아니었다. 겉으로만 보이는 관계에 치중한 나머지 모짜렐라를 일종의 첩자로 의심할 수 있는 마담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게 먼저였다.

“진짜 저랑 친구 사이예요. 킹 님 친구분이 시켜서 여기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면 왜 같이 있는데요.”

“아…, 그게… 여기 이 친구는 그냥 끌려다니다 여기까지 같이 오게 된 거예요!”

“야.”

곧바로 모짜렐라의 타박이 돌아오긴 했지만 희연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희연이 외로우면 안 된다고 킹스메이커가 마리아한테 모짜렐라를 요청해 끌려왔다.

마리아와 이세인의 치열한 논쟁에 휘말릴까 싶어 뉴비 없지가 끌고 나왔다. 그리고 지금도, 얼결에 모짜렐라는 끌려온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모짜렐라 또한 울컥해서 희연을 부른 것도 잠시 끌려왔다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반박은 하지 못했다. 마담의 표정에 이채가 돈 건 그때였다.

“마리아에 대한 충성심은 없다는 거네요?”

“충성심이요?”

“마리아의 길드인 양떼목장은 마리아가 제 추종자들을 데리고 만든 길드라… 그래서 좀 다들 미쳤죠.”

예상 못 한 새로운 정보에 희연은 포션을 홀짝이며 모짜렐라 쪽을 바라보았다. 희연의 시선에는 정말로 마리아한테 충성을 다 하냐는 의문이 담겨 있었다.

물론 모짜렐라는 그 시선에 코웃음도 안 쳤다.

“너 같으면 충성하겠냐? 애초에 내가 그 길드 들어간 건…!”

“뉴비가 필요하다는 마리아의 말에 친구가 바친 거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굳이 말 안 해도 되고. 아무튼 마리아 귀에 정보가 흘러 들어갈 위험은 없다는 거 맞죠?”

제 말을 툭 끊어먹는 마담이 고까웠던지 모짜렐라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굳이 말할 생각 없거든요. 난 누구처럼 남의 정보 돈 받고 파는 짓 안 한다고요.”

희연은 괜히 으르렁거리는 모짜렐라의 모습에 그러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상대가 상인이라 해도 레벨 차는 무시할 게 못 됐다. 연약한 힐러 모짜렐라에게는 특히나 말이다.

혹여나 별님을 만나러 떠날까 걱정하는 희연의 기색에 모짜렐라도 조금 수그러들긴 했지만 마담이 마음에 안 든다는 기색은 감추지 않았다.

마담 또한 그런 모짜렐라를 보며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일단 고개는 끄덕였다.

일단락돼가는 분위기에 희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희연은 이제는 언제라도 뇌물을 낼 자신이 생기긴 했지만 역시 법정에 서는 것은 달가운 일이 아닌지라 최대한 그런 상황은 지양하고 싶었다.

무사히 모두가 파티를 맺자마자 마담은 더 이상 지체할 필요 없다는 듯 곧바로 바꿔치기 스크롤을 찢었다. 익숙한 이펙트를 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뜬 희연은 주위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여기는….”

마담이 이동한 곳은 뒷골목에 위치한 정보 길드의 꼭대기 층인 그의 방이었다. 여전히 책상 하나 빼고는 텅 비어 삭막한 방의 모습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희연에게 마담은 말했다.

“여기서는 스킬 써도 안 걸리니까 포션 그만 먹어요.”

“아, 네…!”

희연은 살았다는 심정으로 총을 들어 머리에 쐈다. 날개를 팔락이는 등불이 머리 위에 떠다닌다는 게 이렇게 마음 편한 적이 없었다.

조금씩이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HP를 확인하며 안도한 희연은 그제야 제대로 대화에 집중할 준비가 되어 마담을 돌아보았다.

앞섶에 꽂아놓은 모노클에 장식된 끈을 만지작거리던 마담이 그 시선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제일 궁금할 거에 대한 답을 알려주자면….”

“…….”

“지금 그쪽한테 달라붙은 그건 그레텔도, 악령도 아니에요.”

나름 긴장한 상태로 마담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희연은 예상 못 한 이야기에 멍하니 되물어보았다.

“아니에요…?”

“굳이 따지자면 찌꺼기에 가깝죠.”

마담의 말은 이러했다. 그레텔의 흔적이란, 말 그대로 일종에 잔해물로 결코 그레텔이라 정의할 수 없는 존재라 했다. 굳이 따지면 0.03% 그레텔이라고 말이다.

“유전자 정보를 채취할 수 없을 정도로 조금 자른 머리카락 한 가닥 들고서 이것도 내 자신이라 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돼요.”

“아….”

“무덤에 그레텔의 물건을 묻었다고 했죠? 그건 그냥 생전에 사용하던 자신의 물건에 반응해 잠시 나타난 것뿐이에요. 뭘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사라질 거고, 조금 더 빨리 보내고 싶으면 원하는 걸 대충 들어주면 되는 거고요.”

생각보다 별거 아닌 문제였다. 혹여나 그레텔이 제 억울함 때문에 다시 나타난 게 아닐까 싶었던 희연은 조금 허무해지기까지 했다.

물끄러미 그레텔의 흔적을 바라보는 희연에게 마담은 다른 관점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런 찌꺼기가 생겼다는 건 그 악령이 그만큼 강해서라는 건데….”

“그레텔이 강하기는 했죠.”

“아뇨. 이건 그쪽이 강했네 마네 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어요.”

“?”

“최소 평균 레벨 280 이상에 격수를 낀 레이드 파티 전용 보스급 수준이라는 뜻이죠.”

심각한 표정을 짓는 마담의 모습에 희연은 조금 뜸을 들이며 머뭇거리다 질문했다.

“…격수가 뭐예요?”

“…….”

마담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격수도 모르는 애를 정말 선구자로 삼아도 되나 하는 고뇌가 엿보이는 얼굴이었다.

희연은 괜히 물어보았나 잠깐 후회하긴 했지만, 메인 퀘가 끝나기 전까지는 마담의 정보와 지식을 쪽쪽 빨아먹으라는 킹스메이커의 충고가 있었기에 당당해지기로 했다.

희연에게는 다행히 마담은 그녀를 힐난하는 대신 차분히 그 뜻을 알려주었다.

“…공격수. 파티의 메인 딜러. 보스한테 극딜 넣는 역할.”

“아… 킹 님 같은 거….”

어렵지 않게 격수에 대한 정의를 내린 희연은 고개를 끄덕이다 그레텔과 싸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마담의 말마따나 그레텔은 강했다. 희연이 평가하고 말고 할 존재가 아니라는 마담의 말도, 희연은 영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든 비화를 본 끝에 시작된 과자 집의 미궁. 그 과정에서 희연이 뉴비 없지와 함께 상대하게 되었던 미궁의 몬스터는 무엇 하나 만만하지 않았다.

만약 희연이 뉴비 없지 없이 그레텔의 악몽에 입장했다면 그레텔을 보기는커녕 디저트 괴물들에게 당해 그대로 퀘스트를 실패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디저트 괴물을 만들어낸 것도 스위니티 숲을 과자 숲으로 만든 것도 모두 그레텔의 힘이었다. 만약에 그레텔이 스위니티 숲을 과자 숲으로 유지하던 힘을 회수해서 싸웠다면 희연과 뉴비 없지는 패배했을 것이다.

조합이 나쁘지 않았고 뉴비 없지가 아무리 노련한들 딜러의 부재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들이 승리할 수 있던 이유는 뉴비 없지가 희연을 지키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완전히 딜러의 역할에만 집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운에 가까웠다.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희연은 동시에 다른 생각도 했다.

“그래서였나….”

킹스메이커는 희연이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마리아를 스승이랍시고 데리고 온 것일까? 희연은 그 질문의 답을 마담과의 대화를 통해 찾을 수 있었다.

공격 모드가 가능한 뉴비 없지가 특이한 것이지 보통 탱커가 공격까지 전담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걸 희연도 알고 있었다. 여차할 때는 희연이 힐러의 역할을 버리고 딜러의 역할을 맡아야 했다.

당시 그레텔과의 싸움 때처럼 딜러가 부재할 시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건 원래라면 탱커가 아닌 힐러인 희연이었다는 뜻이다. 비록 그때는 레벨과 경험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뉴비 없지가 고생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닐 때, 그리고 상대가 성직 관련 종사자에게 유리해지는 악이나 그런 종류의 몬스터일 경우 희연의 총은 아군이 아닌 적에게 향하는 게 우선이 되는 게 맞았다.

정석 힐러 이세인마저 강력한 공격 스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 자체에서 그걸 바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킹스메이커는 희연의 무기를 만들 때도 공격력에 공을 들였다. 어쩌면 처음부터 킹스메이커는 희연을 언젠가 격수로 내세워야 하는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미엘과의 내기를 염두에 뒀던 걸 수도 있고 말이다.

생각 끝에 희연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결론은 채찍질이었다. 이런 것까지 알게 된 이상 마리아와의 수업을 피하는 건 불가했다.

포기했다 하더라도 마음 한편에는 도망갈까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던 희연으로선 어쩔 수 없이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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