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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95)화 (195/251)

195화

그러나 마리아의 누구 하나 채찍으로 때려잡을 것 같은 기세와 모짜렐라, 료한의 두려움에 비해 수업의 시작은 무난했다.

“이거 들어 봐.”

마리아는 채찍 휘두르는 기본적인 요령도 모르는 희연이 사슬로 편술을 펼치는 건 아예 불가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초보자 시절에 쓰던 것을 연습용으로 넘겼다.

“던진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휘두른다는 생각도 같이하면서 해봐. 팔이 아니라 손목으로. 다리에 힘주고, 허리는 장식이 아니야.”

희연은 나름 열심히 채찍을 휘두르며 마리아의 기준에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마리아는 희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희연의 훈련은 그녀가 팔을 덜덜 떨며 채찍을 떨어뜨릴 때까지 계속됐다.

마리아의 강도 체크 과정에서 맞지도 않았는데 기절한 것을 계기로 곧바로 통각 수치를 내려버렸기에 희연은 고통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고통만 못 느낀다 뿐이지 숨이 차는 등의 신체적인 변화는 그대로였기에 팔에 힘이 빠지는 것까지는 그녀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마리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희연에게 잠깐의 휴식 시간을 주었다.

덜덜 떨리는 팔을 주무르는 희연에게 모짜렐라는 지금이라도 도망가라는 유혹적인 소리를 하다 마리아에게 끌려갔다. 료한은 무어라 말하려다 그러지 말라는 백희준의 말에 시무룩해졌다.

희연은 여기까지 온 이상 반드시 마리아의 시험을 통과하겠다는 오기로 킹스메이커가 넘기는 근육통 완화 포션을 삼켰다.

희연이 다시 팔을 휘적거릴 수 있을 때쯤 마리아는 그녀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지금 우리 친구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해?”

희연은 조금 고민하다 조심히 대답했다.

“…힘 스텟?”

“물론 이제 막 간신히 100 찍은 우리 친구의 힘 스텟은 많은 문제가 있긴 하지. 하지만 그것보다 문제인 건 따로 있어. 네가 채찍 다루는 법을 전혀 모른다는 거야.”

“…?”

마리아는 희연이 들고 있던 채찍을 가져가더니 바닥에 강하게 내리치며 돌돌 말려 있던 것을 풀어냈다. 마리아는 그것을 제 손에 빙빙 감으며 물었다.

“너 총 쓰지? 총 쓸 때 어떻게 쓰니?”

“…….”

패시브 스킬빨로 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으므로 희연은 헬르벨이 가르쳐주었던 수업 내용을 읊었다. 정석과도 같은 그 대답에 다행히 마리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총은 어느 정도 예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채찍이랑 비슷해. 네 상대가 허수아비 인형이 아닌 이상 계속 움직이잖아. 넌 상대가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면서 사격을 하고, 난 채찍이 반동으로 돌아올 때 상대를 맞출 수 있느냐를 생각하며 움직이지.”

마리아는 손끝을 까닥이며 뉴비 없지를 불러냈다.

“봐, 이렇게 내가 채찍을 앞으로 휘두르면….”

급작스러운 공격이었음에도 뉴비 없지는 잽싸게 마리아의 채찍을 피했다. 그러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반동으로 되돌아오는 채찍 끝에 뒤통수를 맞은 뉴비 없지가 머리를 긁적였다.

“돌아올 때의 반동으로 후속 딜을 맞출 수 있지. 물론 우리 친구한테 이 정도의 고난이도 기술을 바라지는 않아. 이건 일종의 시간차 공격이거든. 네 최소한의 목표는 이거야.”

말함과 동시에 마리아는 몸을 낮추며 채찍을 휘둘렀다. 땅을 스칠 듯 낮게 펼쳐진 채찍이 뉴비 없지의 발목에 묶였다.

채찍을 잡아당겨 뉴비 없지를 넘어트린 마리아가 마치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획득하듯 뉴비 없지를 끌어당기며 마저 말을 이었다.

“공격 수단이 아닌 보조용으로 편술을 숙달하기. 어차피 공격은 총으로 할 거잖아? 상대의 발을 묶는 용도로만 배우는 게 목적이지?”

“네….”

“그래. 그리고 난 많이 보는 것도 훈련이라 생각해 친구야. 그리고 가장 집중하기 좋을 때는 당하는 입장일 때라고도 생각하고.”

“…네?”

“맞기 싫으면 집중해서 볼 거 아니야.”

뉴비 없지의 발목에서 채찍을 풀어낸 마리아는 상냥한 미소를 짓더니 희연의 등을 툭 밀었다.

“그러니까 잘 피해 보렴. 그리고 피하면서 제대로 봐. 내가 채찍을 어떻게 다루는지. 직접 보고 느껴서 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

“…….”

“죽을까 봐 그래? 괜찮아, 괜찮아. 여기 너 힐 셔틀 해줄 사람만 셋이야. 물론 우리 꼬마 치즈는 부활 스킬이 아직 없긴 하지만 나랑 이세인한테만 부활 스킬 최소 세 개는 있는걸.”

마리아는 어서 가보라며 희연을 앞으로 내밀었다. 희연은 갑작스레 바뀌는 상황이 당혹스러워 제대로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죽으면 페널티….”

부활은 해도 페널티는 있지 않냐 물으려던 희연은 예고도 없이 날아온 채찍에 맞아 그대로 쓰러졌다.

[치명적인 공격으로 인해 사망하였습니다. 별님을 만나러 떠납니다.]

“…….”

희연은 깜깜해진 풍경에 멍하니 눈만 깜박였다. 혼란스러워하던 것도 잠시, 깜깜한 공간에 유일한 빛처럼 반짝이는 꼬마별이 희연에게로 서둘러 날아왔다.

“이방인 님! 놀라지 마시고 저를…!”

[<등불의 속삭임>!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죽음으로부터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속삭입니다. 부활 이후 3초 동안 무적 상태가 됩니다.]

[사망 페널티가 감소합니다.]

[6시간 동안 경험치 획득량이 80%로 제한됩니다. 습득한 경험치 중 일정량이 감소합니다.]

희연의 머리 위로 눈부신 빛을 내뿜는 등불이 떠오르더니 그녀를 부활시켰다.

“…?”

그렇게 마리아와의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과격한 훈련이 시작되었다.

***

회상을 끝낸 희연은 킹스메이커가 건네는 페널티 감소 물약을 눈물과 함께 꾸역꾸역 삼켰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것인지 킹스메이커는 희연의 귓가에 대고 마리아 공략법을 속닥거렸다.

“오른쪽, 왼쪽, 왼쪽, 위, 아래, 오른쪽….”

“…….”

희연은 킹스메이커가 조금 미워졌다.

절로 뚱한 표정이 된 희연에게 채찍을 정리한 마리아가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그나저나 이쯤 하면 감은 좀 잡히니? 어떻게 채찍 휘둘러야 하는지 알겠어?”

“안다고 하면 우리 이 훈련 끝나나요?”

마리아는 무척이나 재밌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처럼 소리 내어 웃었다. 모짜렐라가 그 모습을 보며 소름 끼친다는 소리를 하다 한 대 맞았다.

“아직 본격적인 실전은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친구야. 자, 이번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어서 일어나렴. 이번에는 피하지만 말고 우리 친구 나름 최선을 다해 봐.”

“최선이면….”

“도망 다니지만 말고 반격도 좀 해보고 그러라고.”

도망 다니기도 바쁜데 이젠 반격까지 하라고 한다. 희연은 우는소리도 못 내고 터덜터덜 자리에서 일어났다.

채찍으로 인해 땅 이곳저곳이 패인 자국이 가득한 공터로 나가는 희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리아는 킹스메이커에게 말했다.

“그래도 제법 끈기가 있네? 못한다고 울면서 도망갈 줄 알았는데.”

웃으며 희연을 배웅하던 킹스메이커는 곧바로 웃음기를 지우며 속삭였다.

“알면 적당히 괴롭히고 제대로 가르쳐. 이번 메인 퀘 선구자는 포기하고.”

“그렇게 순순히 물러나 줄 정도로 네 뉴비가 마음에 든다는 소리는 아닌데. 그래도 이번에는 안 죽이도록 해볼게. 렙따는 좀 그렇잖아. 마침 슬슬 네 요정님이 올 때가 됐으니 제대로 실전도 할 수 있을 거고….”

어깨를 으쓱인 마리아는 희연에게 준비됐냐며 소리쳤다. 죽상을 하면서도 희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깊게 심호흡한 희연은 눈을 부릅뜨며 마리아의 손에 집중했다. 비록 마리아의 훈련 방식은 포악스러운 면모가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만큼 집중력을 강제로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효과는 있었다.

희연은 헬르벨에게 총을 배울 때보다도 더 빠르게 마리아의 채찍 강습을 이해하고 있었다.

손목이 꺾이는 방향, 마리아의 발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상체를 뒤로 트는 모습에서 채찍이 어디까지 날아올지 슬슬 눈으로 보고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희연이 이 점을 이해한 지는 제법 되었다. 다만 눈으로도 보고 머리도 이해하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바람에 자꾸 채찍에 맞아 별님을 만나러 떠났을 뿐이었다.

정신적으로도 지치고 고단해 자꾸만 발이 무거워졌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에 희연은 힘을 냈다. 최선을 다해 보라던 마리아의 말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총도 들어 올렸다.

후웅-

마리아가 사용 중인 채찍은 두꺼운 가죽 여러 갈래가 빽빽하게 꼬인 채찍이었다. 무게가 제법 되는 물건이었기에 길게 휘두를 때면 공기를 가르는 아주 묵직한 소리가 났다.

바람보다도 이르게 소리가 먼저 희연의 감각을 깨웠다. 희연은 곧바로 고개를 틀었다. 두꺼운 채찍을 눈에 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탕…!

파동처럼 울렁이던 채찍의 방향이 비틀어졌다. 마리아는 제법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희연에게 채찍을 더 강하게 내리쳤다.

탕, 탕…!

같은 곳을 연달아 맞췄지만 이번에는 채찍의 움직임에 미동이 없었다. 마리아가 힘을 더했기 때문이었다. 희연은 서둘러 발을 움직이며 공격을 피했다.

방금까지 희연이 서 있던 자리에 내리쳐진 채찍이 땅에 홈을 낸 뒤 다시 되돌아갔다.

채찍이 아닌 손을 맞추면….

반동으로 돌아가는 채찍을 바라보다 희연은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건 희연이었다. 상대는 총격도 거뜬히 버티는 힘 스텟의 소유자였다. 채찍을 맞추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면 채찍이 아닌 그 채찍을 다루는 대상을 노려야 했다. 몸을 맞추는 건 별 의미가 없었다. 희연의 공격이 마리아에게 치명적인 유효타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채찍을 떨어트리게는 할 수 있었다. 희연은 채찍을 잡은 마리아의 손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무리 마리아라 하더라도 린치가 긴 채찍으로는 제 손을 노리는 직접적인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거라는 게 희연의 생각이었다.

결심을 끝낸 희연은 왼손에 든 총으로는 채찍을 경계하며 동시에 오른손에 든 총은 마리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

채찍과 마리아 이 둘에 신경 쓰느라 희연이 놓친 것은 마리아의 채찍질로 인해 온갖 패인 자국이 생긴 바닥이었다. 조금만 발을 잘못 디뎌도 넘어지기 쉬운 홈이 많은 곳에서 신경이 다른 곳에 모두 쏠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희연의 발은 그 틈에 걸리고 말았다. 자세가 흐트러진 희연은 중심도 못 잡고 넘어지려 했고 희연의 시선에 저를 노린다는 것을 깨달은 마리아는 채찍을 휘두르던 방식을 바꿨다.

그래도 희연이 요리조리 피할 수는 있게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방식만 고수하던 그녀가 가로로 횡을 긋는 것만으로도 희연은 그 공격을 피할 수가 없었다.

제대로 마리아를 겨냥했다면 총알과 채찍이 맞부딪히며 다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희연은 넘어지며 공격을 못 하게 되었고 뒤늦게 그 점을 발견한 마리아도 이미 휘두른 채찍을 회수하는 재주는 없었다.

“어라?”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마리아는 당황스러운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희연이 넘어지는 것을 보자마자 킹스메이커는 마리아의 팔을 붙잡았지만 채찍의 반동까지 멈추지는 못했다.

희연은 제게로 날아오는 채찍을 바라보며 레벨 다운은 못 피하겠구나 싶어져 마음이 아파 왔다. 레벨 다운이 될 경우 랜덤으로 스텟이 깎이기 때문이었다.

희연은 눈물을 머금고 힘 스텟이 깎이기를 바랐다. 장비로 올린 힘 스텟이 아닌 영구적인 힘 스텟은 2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잃을 거라면 없느니만 못한 힘 스텟을 잃는 게 나았다.

힘 스텟….

희연은 정말로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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