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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198)화 (198/251)

198화

***

이후 마할라틴 숲에서의 서바이벌 실전 시 평균 레벨 71 파티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이세인과의 수업 전, 마리아는 잠시 격리를 당했다.

마리아는 자기가 자리 좀 비워준다고 결과가 달라지겠냐면서 비웃었지만 어디 한 번 해보는 데까지 해보라며 순순히 자리를 비워주었다.

과연 탱커로 진로를 잡았다면 대성했을 법한 도발이었다. 모짜렐라는 확실히 분개하며 이번 승부에서 반드시 승리해 보이겠다며 소리를 질렀다. 마리아는 끝까지 비웃으면서 퇴장했다.

“역시 명절에 집 가는 건 걸면 안 됐나….”

그런 마리아의 모습을 보며 킹스메이커는 너무 큰 조건을 내기에 걸어버린 것 같다며 조금 후회했다.

남의 집 사정이니 누구든 무어라 말을 얹을 사안이 아니긴 했지만 마리아도 그렇고 료한도 그렇고, 두 사람 다 그 문제에 상당히 진지하게 임했다.

마리아는 안 봐줄 거라며 미리 으름장을 놓고 갔고 힐러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는 료한은 쉬는 게 아닌 백희준에게로 가 그새 보스 잡는 요령을 듣는 등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백희준이 좋아서 저러는 것인지 명절에 마리아를 끌고 가겠다는 의지인지 알 수 없었지만 참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야, 집중해. 수업하신다잖아.”

“…그래.”

그리고 여기 열정이 넘치는 사람은 하나 더 있었다. 모짜렐라는 비록 마리아의 실전에 뛰어들게 되었다는 점에서 잠시 절망하긴 했지만 이세인의 힐러 강좌 소식에 다시 살아났다.

바른 학생의 정석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모짜렐라를 이세인도 좋게 보았다.

“좋은 친구를 뒀네, 희연아.”

“네에….”

솔직히 말해 희연이 보기에 이세인이 모짜렐라를 좋게 본 건 마리아에게 반항하면서까지 정석 힐러의 정도를 걷는 모습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기분 좋아진 이세인이 수업을 쉽게 진행함으로써 어쩌면 수업이 조금 편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희연은 조금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도 이세인은 아직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감을 못 잡은 상태였다.

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희연은 자유분방했고 모짜렐라는 나름 공부 좀 해본 것처럼 보였다. 중간 지점 잡기 힘든 둘이 모였기에 그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그 모습에 희연은 솔직하게 말했다.

“저 힐러는 힐 해야 한다는 수준밖에 몰라요.”

속성으로 배워야 하는 상황에 지식의 부족을 부끄러워할 틈은 없었다. 솔직하게 제 부족함을 드러내는 희연을 이세인은 비웃지 않았다.

“그러면 힐 종류부터 가르쳐 주는 게 낫겠네. 희연이 친구도 기초부터 배우는 거 괜찮지?”

“상관없어요.”

고개를 끄덕인 이세인은 지팡이를 꺼내며 희연에게 악령들을 멀리 보내라고 미리 고지했다. 악령이는 넬의 손을 꼭 잡고 닉에게로 걸어갔다. 적절한 보호자 선택에 희연은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한결 표정이 풀어진 희연을 확인한 이세인은 뜸을 들인 것이 무색하게도 상당히 전문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희연에겐 어렴풋이 알지언정 확실히 개념으로 정립되지 않은 지식이었다.

“먼저, 힐 스킬의 종류는 단일, 광역, 도트로 나뉘어. 단일이나 광역은 어떤 개념인지 알고 있지?”

“한 명만 치료해 주는 거랑 여럿 치료해 주는 거요?”

“맞아. 도트는 일정 시간 동안 정해진 힐을 계속해 주는 개념이라고 보면 돼. 그 반대는 도트 대미지고. 주로 화상이나 독이 여기에 해당해.”

희연은 자신을 12초 뒤에 죽게 만드는 화상 디버프를 걸었던 자미엘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거였다.

“그리고 도트의 경우엔 일정 시간 동안 똑같은 대미지 혹은 힐량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 효과가 더해지는 경우도 있어. 도트 대미지를 도트 힐로 상쇄했다고 방심하거나 하면 안 되는 이유야.”

내심 다음번에 자미엘의 화상에 당할 경우 등불의 천사를 쓸 생각으로 자신만만해하던 희연은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조금 움찔거렸다. 희연의 속내를 훤히 안다는 듯 이세인은 조금 웃었다.

“그리고 콤보 힐이라는 것도 있어.”

“콤보…?”

이번 것은 들은 적도 해본 적도 없는 개념이었다. 희연은 의아해했고 모짜렐라는 눈을 빛냈다. 누가 보아도 모짜렐라가 가장 배우고 싶어 하던 게 이거였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건 해보면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거라 원래들 서로 안 알려주는 경향이 있어. 있다는 것만 알려지고 어떻게 해야 쓸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다수지.”

이세인은 그렇게 말하며 모짜렐라를 힐끔 바라보았다. 웃고는 있었지만 이걸 굳이 연고도 없는 모짜렐라에게까지 알려줘야 하는지 고민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모범생이라 마음에 드는 것과 제 비전을 알려주는 건 별개라는 태도였다.

그러나, 이세인을 존경할지언정 뜯어먹을 구석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을 독기 있는 모짜렐라는 자신을 배제하고 싶어 하듯 구는 존경 대상의 태도에도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서 이세인의 입을 열게 만들라는 것처럼 희연의 팔을 툭툭 치기까지 했다. 자신은 요구 못 해도 희연은 이세인에게 배움을 요구할 수 있다는 걸 눈치로 알아차린 것이다.

희연은 그 모습에 역시 모짜렐라도 약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희연은 이세인은 싫었고 모짜렐라는 좋았다. 모짜렐라가 조금 약게 군다고 해서 죄 없는 사람과 악령에게 화풀이하는 사람보단 낫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콤보 힐이라는 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러니 당연하게도 희연은 후자의 편을 들어주었다. 이세인은 말을 피하려 했다.

“…정해진 스킬을 시간에 맞춰 사용해야겠지?”

“어떤 식으로요?”

“…나중에 문서 정리해서 희준이 편으로 보내줄까?”

“저는 실전으로 배우는 게 좋아요!”

“…….”

이세인은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져야겠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희연은 꿋꿋하게 굴었다.

희연이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지는 데에도 이유는 있었는데, 물론 친구 모짜렐라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이후 마리아에게서 살아남으려면 모짜렐라가 더더욱 훌륭한 힐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희연이 아닌 모짜렐라가 이후 있을 파티의 메인 힐러를 맡아야 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니 모짜렐라는 이세인 만큼이나 훌륭한 힐러가 되어야만 했다.

“음….”

이세인에게 있어 저렙 힐러 둘의 집요한 눈빛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시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스스로 알아가는 즐거움을 내가 빼앗을 수는 없단 말이나 하며 이 일을 넘기려 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뒤편에서 저를 지그시 바라보는 눈빛은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고, 기어이 그가 비전을 털어놓게 만들었다.

“그래, 알려줄게….”

“와!”

신나라 하는 둘을 보며 이세인은 웃었지만 영 심사가 꼬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희연에게 뒤 좀 보라 말했다.

그를 압박의 눈빛으로 보던 것을 들킬 마음은 없다는 듯 희연이 뒤를 돌자마자 킹스메이커와 백희준은 다른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의아해하며 다시 그를 보는 희연에게 이세인은 잘못 본 것 같다며 얼버무렸다. 그나마 압박의 시선을 치워버린 것으로 그는 만족하기로 했다.

“하아….”

자신이 이런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점에 이세인은 조금 씁쓸해졌다. 아직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진이 다 빠졌다.

마음 같아선 한 건 없지만 이제 좀 쉬자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희연이 마리아에게 무자비하게 패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건 사실이었기에 이세인은 피로감을 참고 애써 수업을 이어 나갔다.

“콤보 힐은 연계 스킬 성공 시 보너스를 받는 개념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해. 너희가 갖고 있는 스킬만 가지고 예를 들자면….”

이세인은 희연과 모짜렐라의 레벨에 갖게 되는 스킬을 가늠하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 다시 입을 열었다.

“치유의 빛을 사용하고 바로 등불의 빛, 그리고 치유의 빛을 연속으로 두 번 쓰면 돼. 각 스킬의 연계는 2초 내외로 이어져야 하고 만약에 성공하면 앞서 사용한 스킬의 힐량이 한 번 더 들어가.”

“…….”

“당연히 장비에 스킬 쿨타임 감소가 갖춰져 있어야겠지?”

최소 쿨타임이 10초인 치유의 빛을 2초 안으로 사용할 정도로 장비가 준비되어야 쓸 수 있는 기술이란 뜻이었다.

희연은 묘한 표정을 지었고 모짜렐라는 분해하였다.

“쿨감 안 했는데…!”

“그 레벨 땐 다 그렇지.”

조금 웃으며 나름 모짜렐라를 위로해준 이세인은 그 이상 고인물의 팁을 알려줄 생각은 없다는 것처럼 다음 강좌 파트로 넘어갔다.

“던전이나 레이드를 돌 때 파티의 힐러에게 요구되는 사안이 있어. 하지만 이 얘기를 하기 전에 이것부터 물어볼까. 너희는 힐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뭐라고 생각해?”

“덕목이요?”

“파티 내에서 힐러가 최우선 사안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을 말하는 거야.”

곰곰이 생각해보던 희연은 정석 힐러 이세인의 입맛에 맞을 법한 답을 내놓았다.

“힐…?”

“힐 중요하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니야.”

“시야?”

“희연이 친구가 내놓은 답도 좋은 답이야. 힐러는 시야가 좋아야 하거든. 하지만 그것도 가장 중요한 건 아니야.”

희연과 모짜렐라는 서로를 힐끔힐끔 바라보며 답을 궁리했다.

“인성…?”

“마리아를 봐. 인성 그거 생각보다 중요한 거 아니야. 그것보다는 힐 가짓수인 거 아니야?”

“그러면 그냥 레벨이 중요한 거잖아.”

“레벨 중요한 건 맞잖아.”

“…그런가?”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는 두 사람을 재밌다는 듯 구경하던 이세인은 한참이 지나도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아 결국 답을 직접 알려주었다.

“힐러한테 제일 중요한 건 생존력이야.”

“생존력이요?”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아야 할 미래가 기다리는 희연에게 이세인의 말은 절로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총 힐량, 힐 속도, 광역 힐이 가능한가, 파티원에게 걸어줄 수 있는 버프의 수, 몬스터에게 걸린 버프를 해제할 수 있는가. 모두 공팟에서 보는 조건들이야. 아, 공팟은 공식 파티라는 뜻이고.”

“많네요…?”

“그런 편이지. 특히 레이드를 돌거나 할 때는 더 꼼꼼하게 확인해. 딜러는 딜량만 보면서. 하지만 그건 전부 다른 입장에서 중요한 거지 힐러에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니야.”

“…….”

“생각해 봐. 내가 죽었는데 힐량 좋은 게 무슨 상관이겠어. 힐을 쓸 당사자인 힐러 본인의 생존력이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야.”

“탱커가….”

“걔네 레이드 할 때 보면 자기가 딜러인 줄 착각하고 보스한테 달려드느라 힐러 안 지켜 희연아.”

“…….”

정석 힐러의 길로 희연을 이끌겠답시고 힐러를 지키는 건 탱커야, 라고 말했던 이세인은 정작 제대로 된 수업에 들어가자 냉혹한 생태계의 진실을 알려주듯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힐러는 흔히 귀족 직업이란 말이 많아. 실력 있는 힐러는 구하기 힘들기도 하고, 힐러라는 직종 자체가 별로 없거든. 그래서 귀한 취급을 받지. 하지만 희연아, 특정 직업이 각광받으면서도 막상 그 직업 종사자의 수가 적을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

그렇게 말하는 이세인은 언뜻 환멸 난다는 표정을 지었기에 희연은 조금 궁금해졌다.

“오빠도 그래요…?”

백희준도 힐러를 괴롭게 하는 인물이냔 소리였다. 그 질문에 이세인은 생긋생긋 웃던 것도 잊고 입을 뗐다.

“희준이는 자기 속도 못 따라잡는구나 싶으면 애초에 파티에 안 넣어.”

“아….”

이건 일말의 여지없이 백희준이 나쁜 게 맞았으므로 희연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지. 걔는 그냥….”

“…….”

“…이런 얘기는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네.”

희연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세인의 말에 동의했다. 이 와중에 모짜렐라는 놀라울 정도로 이세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역시 실력만 존경하는 게 분명한 모습이었다.

잠깐 소강되었던 분위기는 이세인이 다시 웃으며 수업을 시작하자 모짜렐라의 학구열로 불타올랐다.

희연은 그 분위기에 편승해 수업을 듣는 것으로 조금 전에 들었던 이세인의 속내를 잊기로 하였다.

“힐러로서 주의해야 할 점은 힐러에게만 통하는 디버프가 있다는 점이야. 치유 효과 감소, 치유 무효, 심지어 치유를 피해로 바꾸는 디버프도 있어. 마지막 디버프에 걸리면 아군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가 될 수 있으니까 주의해야 해.”

“네에….”

“그리고 마리아는 마지막에 말한 디버프를 걸 줄 알아.”

“네?”

진짜 보스 몬스터도 아니면서 그걸 왜…?

희연은 혼란스러웠다. 이세인은 그런 반응에 개의치 않고 그 외에 보스 몬스터를 겨냥한 것인지 마리아를 겨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충고를 이것저것 들려주었다.

앞서 배운 내용도 새로운 게 많았고 이후에 배운 것도 희연은 대부분 몰랐던 지식이었다. 모르는 것을 넘어 완전히 새로 배우는 개념에 가까웠다.

곧바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라 애써 외우기라도 하던 희연은 배움의 끝이 보이지 않아 결국 우는소리를 하고 말았다.

“알아야 하는 거 아직도 많이 남았어요…?”

“혹시 많이 어려워?”

“어려운 것도 있는데… 너무 한 번에 많이 알려주니까 외우는 것도 힘들어서요….”

이세인은 희연의 고생을 다 이해한다는 듯 웃었지만 이어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희연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많이 힘들지? 괜찮아 원래 그런 거야. 머릿속에 쑤셔 넣다 보면 결국 다 외우더라고.”

“…….”

그건 그냥 뇌를 학대하는 거 아닌가…?

이세인은 상냥한 말투로 상냥하지 않은 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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