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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세스 메이커 (241)화 (241/251)

241화

“귀엽다….”

희연은 조금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우중충한 배경이면서 작은 초도 그렇고 병아리도 그렇고. 심지어 눈앞에 있는 꼬마 요정까지 의외로 귀여운 것들이 너무 많았다.

꼬마 요정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없는 것인지 자신들은 움직이지 못한다며 그들에게 가까이 올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상당히 사람에게 호의적인 모습이었다.

“너희는 누구야?”

“여기는 왜 왔어?”

“우리 도움이 필요해?”

“정말? 정말?”

누구 하나가 말하면 덩달아 다른 꼬마 요정들까지 한 마디씩 더했기에 조금 정신없었지만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미 꼬마 요정이 넷이나 떠드는 상황이었기에 대화를 조금이라도 더 간결히 하기 위해 방패 전사 강자가 대표로 꼬마 요정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저 호수 위에서 자는 사람을 만나러 왔어.”

“호수 위?”

“자는 사람?”

“누군데?”

“만나러 왔대!”

“그런데 우리는 호수를 헤엄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조금 도와줬으면 싶은데….”

도움을 요청하는 말에 꼬마 요정들은 두 팔로 입을 막으며 화들짝 놀랐다. 넷이서 동시에 행동하는 모습이 올망졸망하니 귀여웠다.

“도와달래!”

“우리한테!”

“우리한테?”

“우리한테!”

바쁘게 대화를 나누는 꼬마 요정들을 보며 희연은 그들과 산골 꼬마 요정들은 비슷한 듯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티티를 비롯한 이들은 겁이 많았는데, 요 조그마한 꼬마 요정들은 겁이 없었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점에 놀라워하는 것을 보면 애초에 사람과의 교류 자체가 없는 환경 속에서 살아왔던 것 같았다.

그들은 한참을 저들끼리 대화하다 마침내 결론을 냈는지 가장 위의 줄기에서 피어난 꼬마 요정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좋아! 특별히 도와주도록 할게. 우리는 위대한 요정이니까!”

“꼬마 요정!”

“난초의 꼬마 요정!”

“요정은 위대하니까!”

수월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희연의 표정은 밝아졌지만 경험자들은 오히려 긴장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 모습에 희연은 아직 남은 과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대신! 그냥은 안 돼!”

“우리 부탁을 들어줘야 해!”

“안 그러면 안 도와줄 거야!”

“여기서 내쫓을 거야!”

내쫓기까지 해…?

제법 과격하게 나오는 꼬마 요정들의 말에 희연은 의외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회가 생기자마자 사냥꾼들에게 정당한 복수를 했던 산골 꼬마 요정들을 생각해 보면 원래 요정이란 종족의 성격 자체가 그런 걸지도 몰랐다.

특히나 상당히 저돌적이었던 페어리 병사와 짓궂은 장난꾸러기인 픽시들을 떠올린 희연은 조금 긴장한 채 꼬마 요정들의 말을 기다렸다.

그들은 차례차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는 이 땅에 요정들이 아주 많이 살았어! 여기는 요정 왕국이었으니까!”

“그런데 땅이 죽으면서 요정들도 떠나거나 사라지고 말았어. 특히 우리 같은 꼬마 요정들이 많이 사라지고 말았지. 우리는 꽃이라 움직이지 못해서 땅이 죽을 때 함께 사라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밖에 못 했거든.”

“우리가 이 땅에 마지막 남은 요정일 거야. 그래서 우리는 사라진 친구들의 흔적을 갖고 싶어! 이제는 완전한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한때 우리의 친구였으니까!”

“친구들을 찾아 우리의 앞으로 데려와 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우린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어!”

발랄하고 힘찬 어조와 달리 그들의 부탁은 애달팠다. 희연은 조심히 물어보았다.

“어떤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돼?”

“일단은 주목!”

“응.”

“?”

“…?”

희연과 꼬마 요정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 오리야? 나무가 한자로 뭘까?”

“아… 나무 주목….”

마리아의 도움으로 꼬마 요정들이 말하고자 한 바를 알아낸 희연은 조금 민망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검색 기능으로 주목의 이미지를 확인한 뒤 다시 흩어져 찾기 시작했다. 작은 수풀 사이사이까지 훑어보며 희연은 왜 방패 전사 강자가 오는 길 내내 이곳저곳을 살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미리 꼬마 요정들의 과제를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끝내 찾지는 못한 눈치였지만 말이다.

작다고는 하나 숲이었고, 이 많은 나무 중 콕 집어 어느 한 나무만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희연은 조금 자신이 있었다.

“악령아.”

주목 나무에서는 색 고운 빨간 열매가 자랐다. 검색한 결과는 그 열매에서 달콤한 냄새가 난다 쓰여 있었다. 악령이가 잘 찾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이 근처에서 단내 같은 거 안 나?”

“맛있는 냄새?”

“맛… 있는 냄새.”

악령이에게 있어 ‘맛있는’의 개념이 상당히 광활하다는 것을 아는 희연은 조금 머뭇거렸지만 결국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맛있는 냄새는 저쪽…!”

“나를 경배하라!”

“…!”

그러나 가장 먼저 주목을 찾아낸 것은 악령이가 아니라 흑염의 아이였다. 먹보 악령이보다 빨리 찾아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찾아낸 사람이 흑염의 아이라는 점에서 희연은 조금 충격을 받았다.

파티 퀘스트인 만큼 경쟁해야 하는 부문은 아니었지만 흑염의 아이가 주목을 먼저 찾았다는 점에 희연은 묘하게도 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혹은 여태껏 불성실한 협조성을 보여줬으면서 누가 먼저 찾나 가리는 게 가능해지자마자 성실해진 흑염의 아이에 대한 옅은 분노를 느끼는 거일 수도 있었다.

물론 꼬마 요정들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기뻐하기만 했다.

“주목이다!”

“주목이야!”

“정말 오랜만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흑염의 아이가 찾은 주목은 묘목으로, 뿌리를 포함한 몸체 전부가 한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작고 덜 자란 어린나무였다.

하지만 한때 요정이기도 했던 몸이라 그런지 묘목답지 않게 잎이 풍성했고 빨간 열매까지 맺혀 있었다. 악령이가 그 열매를 보곤 침을 꼴깍 삼켰다.

흑염의 아이는 그것을 꼬마 요정들에게 넘겨주었다. 묘목을 꼭 안아준 요정들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는 열매를 하나씩 따 먹기 시작했다.

“…?”

희연은 그 모습에 조금 당황했다. 친구라 했는데 먹어도 되는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꼬마 요정들은 넬처럼 동그란 눈만 있었지 입은 없었다. 쇽쇽 사라지는 열매를 보며 희연은 어떻게 먹는 건가 싶어 의문을 가졌다.

“정말 오랜만이야 이 맛!”

“주목은 항상 우리에게 열매를 줬어.”

“이렇게 다시 주목과 만날 수 있게 될지 몰랐어!”

“그리웠어! 그리웠어!”

한참을 재잘거린 요정들은 전과 달리 신뢰가 넘치는 눈빛으로 일행을 돌아보았다.

“너희들이 주목을 찾아줬어!”

“다른 친구들도 찾아 줄 거지?”

“찾아줄 거야 분명!”

“우리는 너희를 믿어!”

작은 묘목에 매달리다시피 한 꼬마 요정들을 보며 희연은 물었다.

“어떤 친구들인데?”

꼬마 요정들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아스포델!”

“사이프러스!”

“마리골드!”

“로즈마리!”

익숙한 이름도 있었고 모르는 이름도 있었다. 빠르게 검색을 마친 희연은 꽃의 특징을 외웠다. 찾기 쉬워 보이는 꽃은 아무래도 가장 화사한 빛깔을 자랑하는 마리골드였다.

반대로 가장 찾기 어려워 보이는 것은 로즈마리였다. 꽃이라도 피었으면 모를까 만약 꽃조차 피지 않은 상태라면 찾는데 상당히 고생하게 될 것 같았다.

“로즈마리 꽃 펴있죠?”

“음… 랜덤이라….”

“아.”

방패 전사 강자에게서 확인한 사실에 희연은 조금 실망했다. 랜덤이라 함은 강화 성공 확률처럼 꽃이 피어있을 확률도 무척이나 낮다는 뜻이었다.

일단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 결심한 희연은 옷소매 안에 있던 넬까지 불러 흩어져 찾기로 했다.

“가끔 꽝 걸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찾는 대로 바로바로 꼬마 요정들한테 보여주세요!”

“꽝…?”

꽝이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가 싶었지만 직접 경험하게 됨으로써 희연은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녀가 바로 그 꽝에 걸렸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가장 화사하고 눈에 띄는 마리골드를 첫 번째로 찾아낸 희연은 방패 전사 강자의 조언에 따라 곧바로 꼬마 요정들에게로 갔다.

그들은 희연이 조심조심 들고 온 마리골드를 보더니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

“얘는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모르는 꽃이야.”

당황한 희연은 검색한 이미지와 제 손에 들린 꽃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리골드 맞지 않아?”

“마리골드는 맞지만 우리가 찾는 친구는 아니야.”

“땡!”

“다시!”

“돌아가세요!”

터덜터덜 꼬마 요정들에게서 벗어난 희연은 다시 꽃을 땅에 심으면서도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혼란스러워했다. 이런 식이면 이 숲에 있는 모든 마리골드를 전부 다 꼬마 요정들 앞에 대령해야 할 판이었다.

“…딱 하나만 정답인 것 같긴 한데.”

문제는 그 하나를 구별하는 특징인 뭔지 알 수가 없다는 거였다.

손에 묻은 흙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난 희연은 지금이라도 방패 전사 강자를 찾아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까 고민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

그리고 때마침 그녀의 눈에는 마리골드만큼이나 화사한 머리카락 색을 가진 마리아가 보였다. 무조건 정답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정답지나 다름없는 마리아가 말이다.

희연은 곧바로 마리아에게로 갔다.

“왜?”

“마리골드요! 혹시 요정들이 찾는 마리골드는 따로 특징이 있어요?”

“이거 말해주면 너희한테 준 나 한 번 써먹을 기회를 쓰는 거라고 보면 되는 건가?”

“…….”

원래 정답지는 나중에 문제를 다 푼 다음에 답을 확인하는 용도로 있는 거였다. 아까운 기회를 꽃 찾기에 써먹을 수는 없었으므로 희연은 빠르게 마리아를 포기하고 대신 이세인을 돌아보았다.

다행히 이세인은 마리아처럼 장난을 치지도 괜히 젠체하며 시간을 끌지도 않았다.

“요정들이 찾는 마리골드는 희연이 네가 갖고 간 마리골드와 품종이 달라.”

“품종이요?”

“네가 가져간 건 만수국. 요정들이 원하는 건 천수국. 생각보다 그 둘은 많이 다르니까 다시 검색해서 잘 찾아봐 희연아.”

희연은 이세인의 말을 따랐다. 마리골드가 아닌 천수국, 만수국으로 자세히 검색하니 둘의 차이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런 정보들, 원래는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전부 정리해서 알려주기 위해 따로 정리해 놓은 기록지 같은 것도 있는데.”

“와 정말요?”

누군지 모르겠지만 만든 사람은 참 꼼꼼한 성정인가 보다 생각하며 희연은 이세인에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인사한 뒤 꽃을 찾아 나섰다.

뒤편에서 마리아가 갑자기 이세인을 비웃기 시작했지만 희연은 그쪽으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천수국… 천수국….”

조금 더 풍성하고, 꽃잎이 작고 색이 옅으며 겹겹이 쌓인 것.

희연은 천수국의 특징을 떠올리며 풀숲 사이사이를 전부 들여다보았다. 눈에 띄는 마리골드는 집중해서 찾으니 의외로 그 수가 적지 않았고 그만큼 꽝인 것도 많았다.

하지만 마침내, 희연은 꼬마 요정들의 친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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