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굵고 단단한 물건이 내 안을 비집어 침입하는 게 느껴졌다. 맨날 구박하기는 해도 벨은 꽤 쓸 만한 성기를 갖고 있다. 한 번 사정했다고 바로 죽지 않는 물건. 10번 연속도 가능하다. 심지어 이미 한계까지 발기했건만 여주인공의 질 안에서 더 커지는 진기명기까지 보일 수 있다. 그만큼 벨의 남근이란 나에게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나 다름없어서, 생전 처음 당해 보는 기승위에 벨은 말을 잃고 저항을 멈췄다.
미끄럽고 간지러운 질벽이 귀두에 긁혔다. 핏줄이 돋아난, 맥박이 뛰는 거대한 성기가 내 질 안을 뿌듯하게 채우고 넓히고 자극해 왔다.
안에 꽉 찼다. 저절로 더운 한숨이 나왔다.
“하…….”
“은하.”
“다물어.”
벨이 입을 다물었다. 혼란스러운 눈치였다. 순식간에 그의 표정이 흐물흐물 녹는 걸 보니 뭐, 또, 정신이 천국으로 날아간 것 같긴 한데.
음, 내가 너무 잘났다.
나는 잠시 나 자신의 우월함에 심취했다. 소소한 직업적 보람이다. 뭐, 지금은 초과 업무이긴 하지만.
벨의 눈빛이 변했다. 채찍으로 때리거나 밧줄로 묶을 땐 보이지 않던, 진짜 남주로서의 눈빛이었다. 그의 눈 안쪽에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
벨이 이를 악물고 내 허리를 잡았다.
그래도 여전히 창피한 자세였다. 비록 그의 음경이 내 안에 들어와 있긴 하지만, 내가 내려다보며, 결정적으로, 여전히 내 어깨에 그의 종아리가 얹혀 있다. ‘올바른’ 자세는 아니었다. 작가가 보았다면 남주인공의 남성성과 여주인공의 여성성을 동시에 모욕했다며 화를 낼 법했다.
그러나 연재가 중단됐다. 신은 떠났다. 내가 마음대로 순리를 거역해도 천벌은 없다.
“하…….”
이 배덕감. 세계의 근간이 되는 도덕 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진짜 배덕감.
살면서 처음으로 나쁜 아이가 됐다. 이래서 흥분되는 건가? 심지어 지금껏 63편을 겪으며 ‘유은하’로서 감금당하고 협박당하던 그 모든 쾌감들이 가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그것들도 가짜일 리는 없다. 나는 모든 순간에 진실되게 임했다. 그렇지마는.
“아쉽다. 벨은 내 처녀를 가져갔는데 나는 벨의 동정을 못 가졌어, 괘씸하게…….”
나는 나른하게 허리를 저으며 말했다. 삽입을 당한달까, 흡입하는 일은 황홀하고 만족스러웠다. 정확히 벨에게 가르쳐 주려 한 그대로다. 매번 내가 침대에선 상당히 만족한다는 걸 벨이 마음으로 이해하기만 한다면, 그가 죄책감 때문에 채찍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할 일도 사라질 텐데.
그렇지만 지금의 벨은 조금 다른 종류의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다.
“걸레처럼 굴었단 설정이라 미안하다……. 흑, 하앗…… 정말 면, 면목이 없어. 그대 이전에 여자 경험이 있어서…….”
벨이 나를 노려보며 헐떡였다. 쾌감이 지나칠수록 그는 인상이 험악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당연히 그는, ‘실제’로는 그 어떤 ‘여자 경험’도 없다. 벨제뷔트는 ‘유은하’와 마찬가지로 1편과 함께 태어났다. 1편 이전의 과거는 지식으로만 알고 있을 뿐 <악마의 비바체> 본편 어딘가에서 본격적인 회상이 나오기 전까지는 겪지 않은 것과 같았다.
그러나 <악마의 비바체> 안에서 악마왕은 동정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을 살면서 여러 여자들을 안아 왔다. 그러다 ‘유은하’를 만난 이후로는 그 어떤 여자에게도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전통적이고도 유서 깊은 절차를 밟았기에, 그는 나에게 동정혈을 보여 줄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문란한 싸구려 남자라서……!”
분명 쾌감에 절어 있을 텐데 그의 자기 비하가 박차를 가했다. 벨은 울면서 사과하고, 내 손을 찾아 깍지끼어 맞잡았다. 물론 질 안에서 성기 크기를 더 키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그의 2단 진화에 기분이 좋아져 그의 손을 맞잡아 줬다.
“아마 원래는 벨의 자지에서도 피가 나왔겠지?”
이 소설엔 동정이 아무도 없어서 동정혈이란 게 있는지 없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일단 있다고 믿는다. 처녀혈이랑 뒷동정혈은 있으니까 분명 동정혈도 있을 것이다. 합당하고도 타당한 추론에 벨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에게 피를 선물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재활 수술이라도 안 될까.”
멋쟁이 수술이라든가…….
“후에 방법을 찾아보겠다. 지금은…….”
벨은 내 손을 끌어당겨 뜨거운 입술로 손가락에 입을 맞췄다.
“계속 손을 잡아 다오. 그러면 버틸 수 있다.”
지금도 그의 안에서 요동치고 있는 징그럽고 소름 끼치는 촉수. 뭐어, 적응하고 나면 그다지 징그럽지도 소름 끼치지도 않지만, 벨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으니 대충 존중해 주도록 하겠다.
벨이 힘겹게 물었다.
“이게, 그대가 알려 주고 싶어 하던, 당하는 즐거움인가.”
조금 다른 것 같다. 고통을 쾌감으로 상쇄하는 게 아니다. 고통과 쾌감이 같이 있는 거다. 하지만 그런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기에는 벨은 아직 초보 주인님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말해두는데 나는 기떡물 소설에서 나올 법한 대사밖에 모른다.
“허, 리가, 녹……는 거, 같다.”
벨이 내 손을 세게 쥐며 간신히 대답했다.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자세는 구속이나 다름없다. 벨은 구속된 채로 내가 주는 쾌감만 받아먹으며 진땀을 흘렸다.
“움직이게 해다오…… 아니, 그대 마음대로 해.”
벨이 말을 하다 말고 황급히 내 눈치를 봤다. 이런 말 ‘본편’이었다면 절대 할 수 없었겠지. 새삼, 지금이 우리 둘만의 내밀하고도 비밀스러운 시간임을 자각한다. 지금은 독자가 없다. 누구도 우리를 보고 있지 않다.
“윽…….”
나는 잇새로 신음을 흘리며 그의 것을 더욱 깊숙이 받아들였다. 쓸데없는 생각은 스스로 지우자. 난 정말 오랜만에…… 기분이 좋단 말이다.
“미, 미안하다.”
내가 허리를 내리자 거의 조건 반사처럼 벨이 사과를 했다. 도대체 무엇이 미안하다는 걸까. 숨 쉬는 거? 역시 숨 쉬는 걸 미안해하는 것 같다. 물론 벨이 숨을 쉬는 건 잘못된 일이긴 하다. 나는 벨의 뜨거운 뺨을 쓸어내렸다.
“뭐가 미안해.”
“내가 돼먹지 못한 남자라서…….”
역시 숨 쉬는 거랑 비슷한 이유였다.
“그대가, 원하는 대로 못 해서 미안하다. 백 번 사죄해도 모자라. 흐윽…….”
“너 남주인공이잖아. 우는소리 그만 못 해?”
“울음이 멈추지 않아…….”
“입 좀 다물어. 응? 촉수 좀 처박은 걸로 엄살이야. 내 손가락 순결을 잃은 게 더 심각한 일이거든.”
“응, 응……. 그대 손가락을 더럽히지 않도록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걸 아는 사람이. 내가 어디 가서 남자 친구 후장 뚫어 줘야 했다고 말을 해봐. 다 나를 동정할걸. 여자가 남자룰 뚫다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그대 말이 맞아. 응, 맞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짓을 그대에게 시켜서 미안하다.”
몸 안이 자꾸 간지러웠다. 머릿속 어느 이성이, 나는 매도하고, 벨은 사과하면서, 이렇게 흥분하는 건 이상하고 잘못된 일이라 경고를 울리고 있었다. 응당 제대로 된 여주와 남주라면 이래서는 안 됐다. 그러나 이 나쁜 짓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살짝 뒤를 돌아보니, 벨은 꼬리로 촉수가 빠지지 않게 지그시 잘 누르고 있었다. 말을 안 듣는 듯하면서도 잘 듣는 남주인공이다. 물론 눈치를 보아하니 촉수를 즐기는 건 아니었다. 나는 능욕의 프로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알아볼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해. 남주인공한테 촉수를 박아 두고 따먹는 이 행위 자체가 너무 이상하다.
이상한데, 쾌락이 멈추지 않았다.
“난 벌을 받아 마땅해. 그대가 때려 줘야 해. 이게 맞는데, 맞아야, 맞아야 하는데, 흑. 은하.”
“닥쳐…….”
“응, 응.”
고해 성사도 한두 번이지 끝도 없이 이어지니까 시끄러웠다. 나는 눈을 감고 섹스의 쾌감을 느끼는 데 집중했다. 맥박치는 남근이 몸 안을 묵직하게 오갔다. 몸이 뜨거웠다. 질 벽을 문지르는 야릇하고도 짜릿한 감각에 몸이 녹는 것 같았다.
나는 항상 명령하는 위치이긴 했지만 실은 섹스할 때 주도적으로 움직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늘 벨제뷔트를 움직이는 자위 기구 정도로 취급해, 그의 등을 긁어 재촉하거나 밀어 내거나 하는 정도는 해왔으나, 이것도, 꽤…….
아니, 상당히 좋다. 본래의 목적이 흐려질 정도로 좋다.
본래의 목적…… 뭐였더라? 지금 왜 벨을 따먹고 있는 거지?
“은하, 그대는 이것만 견디면 다른 훈련들도 쉬워질 거라 했지만…….”
아, 맞다.
“그래서, 촉수 넣어서 기분 좋아?”
“그것보단 그대가 날 취해서 기분이 좋다.”
“훈련 취지에 좀 어긋나는데…….”
“흑, 모자란 학생이라 미안하다. 그래도 촉, 촉수도 아마…… 썩, 나쁘진 않을지도, 몰라. 일단은…… 성감대를 건드리는 거니까.”
“그래. 낙제는 아니네.”
조금 칭찬해 줬다고 벨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의 전통적 의무감이랄까, 여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악마왕도 되고 채찍질도 하고 작가 험담도 했다가 이젠 항문에 촉수 가닥까지 넣어 버리는 헌신이 반가웠다. 피폐물 남주인공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다.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니까.
물론 아직은 부족해서, 나에게 계속 욕을 먹고 야단맞고 밟혀야겠지만. 벨은 피폐물 남주라는 원죄를 지고 영원히 나에게 사과해야 하겠지만.
“근데 합격도 아니거든. 앞으로 벨이 할 일이 많은데 큰일 났네. 응?”
벨이 엉망으로 울면서도 날 혼란스럽게 올려다봤다.
“또 무, 무엇을 해야 하나.”
그가 받아야 할 ‘주인님 훈련’ 목록이 한참 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지금은 애욕에 몸을 맡기자. 몸을 낮춰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뜨거운 두 입술이 맞물리고 자연스레 혀가 오고 갔다. 우리는 이 음란한 아비규환 속에서 63편이나 버틴 프로 캐릭터들. 키스 정도는 눈 뜨고도 할 수 있다.
나는 벨의 연약한 붉은색 눈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벨이 내 몸을 다시 한번 와락 끌어안았다.
“흑…….”
벨은 늘 오르가슴에 다다를 때마다 나를 끌어안는 버릇이 있었다. 혼자서 저 쾌락의 끝까지 가기에는 무서운 건가? 내 보호를 찾는 이 시건방진 남주인공 같으니. 하지만 나는 벨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다. 물리적으로…… 몸으로도 벨의 중심을 내 중심으로 결합시켜 잡고 있다.
나는 사정없이 그를 따먹다가, 몸 안에 불의 악마의 씨앗이 퍼지는 것을 느끼고 그의 어깨에 손톱을 세웠다. 주변 모든 것이 폭발할 것 같은 아찔한 쾌락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하여간에 속궁합만큼은 죽을 만큼 좋았다. 이래서 벨을 완전히 버릴 수가 없다. 야설 여주의 음란한 신체와 끝 모를 정력을 감당할 수 있는 건 야설 남주 정도밖에 없으니까.
그렇지만 매번 이렇게 기력을 소모해서야 정말 큰일이었다. 촉수 말고도 앞으로 할 일이 아주 많은데……. 그런 걱정이 희미하게 들었지만, 나는 벨의 너른 품 안에 쓰러지고 말았다.
***
<악마의 비바체> 64편
벨제뷔트가 착해지다니?
그 사악한 남자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건지 알 수 없어 유은하는 불안했다. 그리도 잔인한 악마가 새삼 유은하에게 반해서 잘해 주기로 마음먹었을 리는 없다.
분명 변덕일 거야. 먹잇감이 반항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는 게 틀림없어. 그래, 확실해.
유은하는 분명 벨제뷔트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었다. 그에게 사랑하는 즐거움을 가르쳐 주고자 했었지만, 벨제뷔트가 채찍을 꺼내 들자 그녀는 포기하고 말았다. 마음이 메말라 버린 그녀는 악마성에서 탈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은하는 악마성 뒷문에서 문지기처럼 서 있던 촉수 마물에게 납치되고 말았다.
「꺄악!」
촉수 마물이 유은하의 옷을 갈기갈기 찢고 그녀의 몸에 끈적한 가닥들을 휘감았다. 또, 이 괴물에게 능욕당하다니. 분명 벨제뷔트가 태웠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유은하는 문득 자신이 벨제뷔트에게 의지하고 있었단 걸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싫어. 내 힘으로…… 벗어날 거야. 아앗……!」
그러나 촉수 마물은 집요하게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 들어갔다. 미끄럽고 우둘투둘한 촉수 가닥의 표면이 가장 민감한 살을 잔혹하게 문질렀다. 아랫배가 저릿해지며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녀는 몸을 움츠리며 다리를 오므리고자 했지만 끔찍한 음마는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발버둥을 더욱 관능적으로 보이게 할 뿐이었다. 유은하는 약 3,000자 정도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 그녀에게 집착하는 남자, 불의 악마이자 끔찍하고 아름다운 군주, 벨제뷔트가 굉장히 심란한 표정으로…….
…….
아니, 다시 보니 아주 잔혹한 표정이었다. 벨제뷔트가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나타났다.
「설마 그대가 먼저 이런 징그러운 마물에게 달려들 줄이야.」
「벨제뷔트. 거짓말을 했군요. 촉수는 쓰지 않는다더니.」
유은하의 마음은 이미 차갑게 얼어붙었으나 그녀의 목소리는 불같은 분노로 떨렸다. 이제는 벨제뷔트에 대한 증오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악마왕이 마음만 먹으면 그녀는 개미처럼 짓밟힐 수 있는 연약한 존재. 벨제뷔트는 그녀의 분노가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이런. 난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그대가 나에게서 벗어나겠다고 뛰쳐나가지만 않았어도 그 괴물을 만나진 않았겠지.」
놀랍게도 벨제뷔트는 유은하의 탈출 시도에 조금 상처받은 것처럼 보였다.
「자, 그럼 그대가 마련한 즐거운 쇼를 감상해 볼까.」
「하…… 아앗, 싫어.」
촉수들이 꾸물꾸물 유은하의 몸을 뒤덮었다. 벨제뷔트는 또 심란한 표정으로…….
아니, 여전히 잔혹한 표정이었다. 벨제뷔트가 유은하를 보고 웃었다.
「그래서, 기분이 어떻지?」
「좋을 리가 없잖아요!」
「그대가 앙칼지게 쏘아붙일 때마다 내가 흥분한다는 걸 알아주길 바라. 아니면 일부러 그걸 노렸나?」
벨제뷔트는 구둣발로 성큼성큼 유은하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내 좆보다 이 징그러운 마물이 쑤셔 주는 게 더 좋은가?」
「뭐든 당신보단 나아요.」
「호오, 오늘 그대에 대해 많이 알아 가는군. 그대는 이런 끈적끈적하고…… 우둘투둘하고 돌기가 가득한…….」
벨제뷔트가 말끝을 흐리면서 촉수 한 가닥을 매만졌다.
「이런…… 이런 걸……. 몸에 넣고…….」
「…….」
「이런 거…….」
「벨제뷔트.」
「이런 걸…… 여러 개나 한꺼번에……. 몸 안에서 마구 꿈틀거려서…… 묘하게 중독되는…….」
「벨제뷔트?」
「징그럽지만 기, 기분 좋은…….」
「벨!」
유은하가 얼음처럼 차갑게 벨제뷔트를 쏘아붙였다. 설마 유은하에게서 이런 기백을 볼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악마왕이 드물게도 놀라 얼른 촉수 가닥에서 손을 뗐다. 유은하는 징그러운 촉수에 몸을 유린당하면서도 그 고고한 정신만은 꼿꼿하게 꺾이지 않고 두 눈에 의지를 불태웠다.
「당신이 잔혹한 악마왕인 이상, 무슨 짓을 해도 내 마음을 뺏어갈 순 없을 거예요. 전 굴복하지 않아요.」
「그, 호오, 그래. 계속 내 먹잇감이 되고 싶은 게로군. 아무리 봐도 그대는 음탕한 여자야. 이리도 험한 일을 좋아하니.」
벨제뷔트는 사악하고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유은하에게 접근했다.
「그럼 어디 그대가 원하는 대로, 이 마물과 함께 그대를 즐겁게 해볼까.」
「!」
유은하는 흠칫 어깨를 떨고,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또 저에게 그런 짓을 할 생각이죠.」
벨제뷔트가 그녀의 턱을 잡고 여유롭게 웃었다.
「호오. 흥미롭군. 그런 짓이란 게 뭐지?」
「다시 채찍을 꺼낼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나? 안 꺼내겠다고 했을 텐데, 그대는 내 말을 믿지 않는군.」
믿을 수 없지만, 분명 벨제뷔트의 동공이 미미하게 떨렸다. 어째서지? 벨제뷔트가 요즘 자꾸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설마 나 때문인 건……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 차갑고 잔인한 악마의 왕이 설마 한낱 인간 여자, 그것도 먹잇감 때문에 동요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벨제뷔트는 갑자기 소년처럼 심통 난 얼굴로 촉수 마물을 사납게 떼어 냈다.
「정말 나보다 이 마물이 더 좋은가?」
「……벨제뷔트?」
설마, 설마……. 유은하가 얼떨떨하게 물었다.
「설마 지금 질투해요?」
---다음 편에 계속---
[중복된닉네임입니다] 작가님 돌아오셨군요ㅠㅠㅠㅠㅠ 믿고있었다구요ㅠㅠㅠ 벨제뷔트 질투하는거 넘좋아요ㅠㅠ더 질투해 더 굴러라!!!!
[관리자인공지능] 연중한다더니 갑자기? ㅋ ㅋ 그리고 벨제뷔트 캐붕같아요 이랬다저랬다
[슈크림도어가열립니다] 돌아오셨군요 꺄아아악 촉수 넘 맛있어요 굿
[중복된닉네임입니다] 캐붕이라니?? 벨제뷔트가 사랑에눈을떠서 이제 은하없이못살게 되는거잖아요 님 로맨스왜보세요??
[해피아기돼지] 잘 보고 갑니다.
[관리자인공지능] 캐붕이니까 캐붕이라하지 ㅋㄷ
[나의라임지리는나무] 미카엘 보러 왔는데 아직도 벨ㅋㅋ 벨 빨리 치우고 미카엘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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