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를 죽여도 되나요-30화 (30/40)

30화

“착한 고양이는 그래야 하니까.”

남주인공이 내 허락 없이 뒤로 느껴서는 안 된다.

“그런 믿음 갖지 마……!”

원래는 허락이고 뭐고 그냥 아예 느끼면 안 되겠지만! 작가가 리버스를 끔찍하게 경계하는 바람에 오히려 여남박의 위상이 너무 커져서 어쩔 수가 없다. 미카가 슬프게 눈을 내리깔았다.

“정말 청소만 하게 해줘.”

천사의 성수가 아직도 우리 집 거실 바닥에 고여 있다……. 그리고 어느새 싸지른 정액도.

이 천사는 물이 너무 많아서 정액도 빨리 싸고 오줌도 빨리 싸고 눈물도 빨리 흘렸다. 아니꼽다. 흑막이 되기로 결심했으면 평소의 그 다정한 모습은 위장이고 실제 모습은 피도 눈물도 없는 메마른 남자가 되어야 할 텐데 말이다. 마르기는커녕 미카는 너무 젖었다. 지금도.

“으, 으, 은하 양. 제발, 어, 나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아.”

“그것도 참아.”

“참을 게 따로 있지! 위생 관념도 없어?”

실은 나도 미카가 굳이 청소를 하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저지른 수치스러운 증거물을 이렇게나 부끄러워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좋겠다, 부끄러워해서……. 이렇게 사소한 일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뇌가 탐난다.

역시 미카는 여러모로 인내심이 부족하다. 더 이상 미카의 말이 듣기가 싫어 그의 입에 진동기를 처박았다. 미카가 얼결에 조그만 진동기와 내 손가락을 같이 삼켰다.

“빨아.”

“…….”

일단, 우리 소설 등장인물들은 뭐가 됐든 빨라는 말에 거역할 수 없다.

미카는 머뭇거렸지만 내가 입술을 쓸자 곧 순순히 눈을 감고 혀를 내밀었다. 동그랗고 매끈한 진동기를 천사의 타액으로 구석구석 적실 때까지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다. 뜨거운 혀가 손가락을 쓸고 감았다. 혀를 얽는 폼에서 걸레의 기술이 느껴졌는데 표정만큼은 총각이었다. 예민한 손끝에 부드러운 혀가 스치자 허리가 오싹 떨렸다.

“은하 양의 예쁨받는 것도 쉽지 않네.”

미카가 진동기를 문 채 우물거렸다. 아무래도 진동기를 적시려는 것보다는 내 손을 빠는 것에 더 집중한 것 같은 혀 놀림이었다. 나는 그의 혓바닥에 진동기를 비비며 말했다.

“좋은 것만 해주고 있는데 뭐가 불만이야?”

그의 입에서 침으로 푹 젖은 진동기를 빼내고, 그의 다리 사이에 문질렀다. 사실은 이 모든 일을 겪고도 여성기가 아닌 곳에 뭔가를 집어넣는다는 게 아직도 어색해서 기분이 묘했다.

“으, 으, 은하 양. 난 아직 준비가……!”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좁은 구멍에 진동기를 쑤셔 넣었다.

“끄윽…….”

그 사이에 구멍이 줄어들었다. 온몸이 유연하고 나긋한 천사는 뒷구멍만큼은 자꾸 수축하고 뻑뻑하게 조여들어서, 아까 구슬로 길들여 놨어도 이렇게 금세 총각처럼 뻣뻣해졌다. 비좁은 살벽 안으로 진동기를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힘을 주자마자 진동기가 미카의 전립선을 콱 누른 모양이었다.

“흑.”

미카가 비명을 눌러 참는 걸 보고 손가락을 빼냈다. 그 손가락을 미카의 입 안에 집어넣었다.

“깨끗하게 해.”

천사의 아름다운 얼굴이 사색이 됐다만 내 알 바는 아니다. 미카는 머뭇거리다가 눈을 질끈 감으며 다시 내 손가락에 혀를 얽었다. 더러울 게 뭐가 있지. 여기는 야설 세상이고 심지어 본인은 천사인데.

“……진동기 빼면 화낼 거지?”

“뺄 줄은 알아?”

“선이 달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빼? 남이 빼줘야 해. 아예 작정하고 넣었잖아……!”

미카가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고양이를 너무 험하게 다뤄.”

“옷 입어.”

“왜? 또 뭐 시키려고 옷을 입으라 해?”

옷을 입어도 된다고 하는데 더 불안해한다. 미카는 야설 세계 주민으로서의 판단력이 뛰어났다.

미카는 옷을 입다가 걸레를 발견하고는, 내가 뺏어 갈까 봐 경계하며 냉큼 선언했다.

“이젠 은하 양이 뭐라 해도 청소는 할 거야. 이건 허락 안 맡아.”

그는 재빠르게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후다닥 걸레를 가져와 엎드려서 바닥을 닦았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시뻘겠다. 물웅덩이고 뭐고 그대로 둬도 나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다음 편’이 시작되면 사람도 배경도 다 리셋될 텐데 헛수고다. 그래도 이상한 고양이 귀를 단 천사가 우리 집 가정부라도 된 것처럼 집안일을 하는 모습은 보기 나쁘지 않았다. 그것도 무릎 꿇고 네 발로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말이다.

담배나 한 대 피우면서 청소하는 천사를 구경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엉덩이를 보고 있으니 뿌듯하다거나, 우월감이 들거나, 아니면 하다못해 황송하지도 않았다.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왠지 내가 받아 마땅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 든다. 그걸 자각하니까 이제야 위화감이 들었다. 나의 본성은 천박한 암캐인데 이상하다…….

미카는 걸레질을 하면서 부지런히 불평했다.

“고양이 첫날부터 너무 하드한 걸 시켜. 내가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였다고 해도 이랬을 거야?”

“뭔 개소리야…….”

“냥소리라고 해줘.”

어지간히도 컨셉이 마음에 드나 보네.

“미카, 그럼 고양이 귀 달고 외출할까?”

미카가 걸레질하다 말고 경악했다.

“진동기 넣고……?”

“나와.”

나는 개도 고양이도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 고양이를 끌고 산책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 타락천사스핑크스아기고양이는 또 어떤지 모르고.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안다. 진동기 산책을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건 미카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싫어, 바깥은 싫어……!”

“내 고양이가 되려면 이 정돈 감수해야지. 꼬리도 달고 나갈까?”

“안 나갈래. 예뻐해 준다며.”

“예뻐해 주고 있다니까? 몇 번을 말해.”

창피해서 반발하는 미카를 강제로 끌고 바깥으로 나갔다.

아직도 바깥은 새벽이었다. ‘다음 편’이 시작되기 전까지 저 해가 뜨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다음 해를 못 보고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을 거다.

“내가 무슨 알몸 산책을 나가자고 한 것도 아니고, 고작 진동기 하나 넣은 건데 왜 이렇게 싫어해?”

참고로 나는 알몸 산책 경험자다.

…….

좋았지…….

“은하 양, 나는 벨 군처럼 수퇘지가 되지 않을 거야.”

현관문 앞에서 미카가 비장하게 결심했다. 반가운 각오다.

“그래. 그 결심 잊지 마.”

“은하 양 하는 행동을 보면 진짜로 남주들을 마조히스트로 만들기 싫은 건지 의심스러워.”

미카가 앞서 걸으며 꿍얼거렸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억울한 게 많다.

“너희가 매를 버는 거야.”

“그 점 말이야!”

“걷기나 해.”

“창피해.”

“사람 없으니까 상관없잖아.”

그래…… 야외에서 하는 의미가 없다. 사람이 없으니까.

우리 소설에는 4명밖에 없으니까 야외 플레이니 뭐니 그런 건 상관없다. 필요하다면 광장 한가운데서도 스트립쇼를 할 수 있다. 물론 이건 내 의견이고, 남주들의 의견은 좀 다른 모양이지만은, 왜 쓸데없이 부끄러워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이 정도로 부끄러워할 수 있다니 이제 앞으로 그의 앞에는 무궁무진한 수치와 굴욕의 길이 펼쳐져 있을 거라 질투가 나기도 한다.

좋겠다. 좋겠다……. 내가 하고픈 일을 미카에게 양보하고 있으니 스스로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게 바로 나의 잔혹한 운명, 험난한 피폐물 여주의 길. 미카를 이용해 자해하며 나는 진정한 여주인공으로 거듭난다.

난 스스로에게 더욱 혹독하게 굴기 위해 더 잔인한 말을 했다.

“미카. 내가 허락할 때까지 사정하면 안 돼.”

“…….”

미카가 떨리는 동공으로 나를 돌아봤다. 그에게 오늘 훈련 목표를 확실히 말해 주었다.

“전립선 자극을 잘 버티는 멋진 남주로 거듭나자.”

“……그게 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약한 소리 하지 마. 경험이 있어야 강해지지.”

“경험이 많을수록 약해지는 거 아니야? 그냥 괴롭히려는 구실 같은데.”

“네가 총각이면 또 몰라. 걷기나 해.”

자꾸 미적거리는 미카를 재촉했다. 목적지는 엑스트라들이 가득한 공원이다. 그곳에선 정확히 적당할 때 엑스트라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 준다. 야외 플레이를 위해 만들어진 엑스트라들이다. 나도 ‘본편’ 어딘가에서 덕을 좀 봤다.

공원은…… 망가져 있었다.

야외 플레이고 엑스트라고 뭐고 폭탄 터진 것처럼 무너져서 야한 일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굴러다니는 쓰레기통을 툭 치며 말했다.

“이래 가지곤 야외 플레이는 못 하겠네.”

미카가 눈에 띄게 안심한다.

“돌아갈까?”

“미카. 넌 안 귀여워.”

“!”

충격받은 미카의 어깨를 잡았다.

“미카, 여기 꼬라지 좀 봐. 야외 플레이 못 한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야. 우리가 슬슬 ‘다음 편’을 쓰지 않으면 다 뒈지겠지?”

“어, 어어…….”

“이 사태의 원인에는 네 탓도 있겠지? 네가 69편을 망친 거.”

“……용서해 주는 거 아니었어?”

“당연히 용서하지. 근데 네가 #흑막남으로서 할 일은 해야겠지?”

이만하면 훈련은 끝났다. 나는 이제 피폐하다는 게 무엇인지 배웠다. 실전으로 넘어갈 때가 되었다.

“미카, 독자들 다시 모으자. 끝나면 귀여워해 줄게.”

<악마의 비바체> 70편

70편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69편과의 연결성도 챙기지 않았다. 유은하는 대뜸 천국제 침대로 내던져지며, 여주인공답게 가련한 낙법을 써서 가련하게 착지했다. 미카엘이 조금 헐떡거리며 그녀 위로 올라타 넥타이를 풀어 젖혔다.

「은하 양은 오늘 밤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오늘 밤은…… 참지 못할 것 같거든.」

그럴싸한 사디스트 흑막남의 대사였다.

미카엘의 손이 유은하의 가슴 한쪽을 우악스럽게 잡았다. 항상 그녀에게 담요를 둘러 주고 따듯한 커피를 가져다주던 그 손이 그대로 그녀를 배신했다. 유은하는 아직도 다정했던 대천사의 변화를 믿고 싶지 않아 그저 그에게 몸을 맡기고 조용히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미카엘이 유은하의 옷을 마구 뒤적여 진동기 리모컨을…….

무언가를 꺼내 슬쩍 침대 근처에 뒀다. 미카엘의 표정이 굳더니, 갑자기 등허리를 더듬었다. ‘빼는 걸 깜빡했다’하는 표정이었다.

유은하가 냉큼 대사를 쳤다.

「저를 어쩔 셈이죠?」

「그…… 그런 표정도 좋네, 은하 양.」

미카엘은 호달달 떨면서, 그녀의 손목에 넥타이를 감았다. 비단으로 만들어진 부드러운 넥타이는 이번에도 역시 매듭이 엮이자마자 수갑 같은 구속력을 발휘했다. 아무리 힘을 줘도 절대 풀 수 없다. 운신에 제약이 생겼다는 걸 깨닫자마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미카엘이 뭔가 빌드 업을 시도했다.

「은하 양이 오늘 하룻밤 동안 내가 시키는 걸 다 하면 놓아줄 수도 있고.」

「시키는 대로 뭐든지 다 할게요. 그러니 감금만은…….」

「은하 양. 내 앞에서 오줌 싸볼래?」

「!」

그녀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기쁨이 차올랐다. 이렇게 <악마의 비바체>는 100% 유은하의 취향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간 고생하고 피폐한 보상을 돌려받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 피폐물인데 행복하다. 하지만 그런 의문을 갖기에는 유은하는 지금까지 많이 참았고, 이 순간을 너무 기다려왔다.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나왔다.

미카엘은 그런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이행했다.

「은하 양에게 거부권은 없어.」

미카엘은 유은하를 번쩍 들어 욕실에 집어넣었다. 침실 바닥에다 그냥 싸게 하던 누구보다는 상당히 인도적인 처사였다. 그래도 그거라도 유은하는 좋았다. 그녀는 대리석 바닥에 엎드려서 거친 숨을 내쉬며 옷을 벗었다.

어쩐지 독자들이 자꾸 #다정남이 본색을 드러내 #흑막남이 되기를 바라더라니, 이런 재미가 있었구나. 주인님이 2명으로 늘어난다는 건 그녀가 당할 학대가 2배로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유은하가 토로했다.

「미카엘 님, 믿었는데. 당신만큼은 끝까지 제 편이 될 거라고 믿었어요.」

피폐하다……! 즐거웠다.

그렇게 유은하는 그녀의 피폐한 심정과 자기연민, 그리고 그녀를 봐주지 않는 금발 미남의 미소에 시달리며 약 4,000자 정도 번민했다. 그러다 미카엘이 더없이 다정한 손길로 배를 살살 쓸어 주자 참지 못했다.

---다음 편에 계속---

<악마의 비바체> 71편

유은하는 결국 수치스러워하며 남자의 눈앞에서 소변을 보았다. 얼굴이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이런 인간 이하의 모욕을 당할 바에야 자결하고 싶을 정도였다.

「차라리 벨제뷔트가 낫겠어요!」

피폐는 계속된다.

유은하는 뽕을 뽑을 생각이었다. 그녀가 미카엘에게 신호를 주자, 미카엘은 주저하면서도 그녀의 목에 개 목걸이를 채웠다.

「은하 양은 이제 내 강아지야. 산책할까?」

완전 좋았다. 이렇게 씬은 계속된다.

---다음 편에 계속---

<악마의 비바체> 72편

천사의 신비한 힘을 빌려 야외에서 네발로 기어 다녔다. 그 후 비참해하는 유은하를 다시 천국의 침실로 집어 던지고 미카엘이 잔뜩 성난 남근을 들이밀었다. 이하 뭐 뻔한 거…… 다음 편으로.

---다음 편에 계속---

<악마의 비바체> 73편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옥이라니, 엄연히 천국이야, 은하 양. 계속해 볼까?」

---다음 편에 계속---

<악마의 비바체> 74편

「대체 언제 놓아줄……까, 그게 궁금하겠지? 안 놓아줘. 은하 양은 영원히 내 거야.」

---다음 편에 계속---

<악마의 비바체> 75편

「죽겠다……. 미치겠어, 은하 양. 나를 언제까지…….」

슬슬 묘하게 대사가 성의 없어지고 본심도 섞여 갔다. 천사가 체력이 달리는 듯했다. 유은하는 그의 밑에 깔려서 목이 쉬도록 신음을 질렀다.

「아아, 저는 끝없는 지옥에 갇힌 거군요.」

「놓아줄 생각 따위 없…… 없어.」

마음이 메말라가는 것과는 다르게 유은하의 몸은 흠뻑 젖어서, 남자를 미치게 하는 향기가 났다. 미카엘은 채찍 손잡이를 잡고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미카엘의 입장에서, 유은하가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우며 매력적인지, 그리고 또 얼마나 그의 정신을 돌아 버리게 하는지에 대한 기나긴 서술이 나왔다.

야설 주인공들의 정력은 끝이 없다.

---다음 편에 계속---

<악마의 비바체> 76편

주인공이 신난 걸로 보이면 그건 착각이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작가를 다시 불러오기 위해 ‘자극적인 전개’라는 것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여주인공이 맞고 구르고 네발로 기고 묶이고 짖고 감금당해 사정없이 섹스하는데 이만큼 흥미로운 전개가 또 있을까? 게다가 보통 피폐도 아니다. 요즘의 전개는 무려, ‘진정성’이라는 게 있는 피폐다.

주인공에겐 구를 의무가 있다. 그리고 유은하는 그 의무가 기쁘다. 작가의 의도대로 움직일 때 그녀는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구르는 것. 태어난 대로 사는 것. 자신의 욕망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걸 넘어, 욕망을 탐욕스럽게 쟁취하는 것. 그게 주인공에게 주어진 길이다. 등장인물의 삶은 충만한 의미와 보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카엘은 기절하듯 잠든 유은하의 몸을 탐한다…….

---다음 편에 계속---

<악마의 비바체> 77편

잠든 채로 겁탈당하던 유은하가 깼는데, 그대로 정신을 조종당했다. 최면이라고 해도 좋다. 유은하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미카엘의 말을 잘 듣는 애교 있는 여자가 되어 그에게 거짓된 사랑을 나눠 줬다. 이것만으로도 미카엘은 더없는 행복감에 빠져서 복상사로 죽기 직전이었다. 아니면 과로사라 보아도 좋았다. 그는 눈을 감고 빌었다. 제발 누군가 나타나서 나를 구해 줘……!

「은하. 그대의 신분을 망각했군.」

그리고 갑자기 전개를 틀어 버리는, 소름 끼칠 만큼 낮은 벨제뷔트의 분노한 음성과 함께, <악마의 비바체>는 새로운 챕터로 나아간다.

……사실 챕터랄 것도 없긴 하지만.

바닥이 갈라졌다.

「꺄악……!」

유은하가 비명을 질렀다. 벨제뷔트가 천국을 베어 버렸다. 알고 보니 유은하가 갇힌 곳은 천국이 아니었다. 타천사가 된 미카엘이 어떤 뭐, 사악한, 마법이라던가, 아무튼 별로 중요하지 않은 방법으로 만들어 낸 공간이었다. 벨제뷔트는 잠도 못 자고 미친 사람처럼 세상을 헤집다가 결국 유은하가 갇힌 곳을 찾아낸 것이다.

가짜 천국이 산산이 부서졌다. 유은하는 미카엘과 함께 지상으로 떨어졌다. 여기, 대낮, 유은하가 다니는 회사 앞으로.

과감한 장소 선택이다.

미카엘은 지상에 발을 딛자마자 휘청이며 쓰러졌고, 그대로 까무룩 기절했다.

「…….」

벨제뷔트는 당황한 듯 천사와 주인공을 번갈아 봤다. 얘가 왜 쓰러져 있느냐는 눈빛이다. 유은하는 됐으니까 진행이나 하라는 사인을 보냈고, 벨은 일단 다음 대사를 쳤다.

「내 노예를 데리러 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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