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던전 공략 체험(5) (36/167)



〈 36화 〉던전 공략 체험(5)

-까앙!

순식간에 날아간 화살이 데스나이트의 투구에 직격했다. 깡통 찌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투구가 찌그러졌다.

“허…진짜 엄청나네.”

앞에서 경계태세를 갖추던 마진철이 감탄한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에 분위기가 느슨해진 순간, 이도영이 선두를향해 다그치듯 외쳤다.

“집중해! 온다!”

쿵! 쿵! 쿵!

찌그러진 투구도 아랑곳하지 않고 데스 나이트가 육중한 전신갑주를 두른 채 빠르게 이 쪽을 향해 달려들었다.일렁거리듯 피어오른 검은 마력이 몸을 뒤덮었다. 방금  화살을 맞아손상된 부위에 마력이 몰리고, 이내 찌그러졌던 투구가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크워어어어!”

-쐐애애애액!

단숨에 시위에 화살을 걸어 데스 나이트를 향해 빠르게 쏘아냈다. 마나가 가득 깃든 화살이 자유자재로 궤도를 휘며 데스 나이트에게 날아들었다.

-파아앙!

“워어억!”

괴성을 지르며 이 쪽을 향해 달려오던 데스 나이트가 체중을 가득 실어 대검을 휘둘렀다.그 압도적인 참격에 강렬한 풍압이 몰아치고, 날아들던 화살이 급격히 힘을 잃었다. 카앙, 카앙, 첫 일격에 비하면 형편 없이 초라한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생채기로 끝인가….’

이거 참, 괴물이네 진짜. 시선을 잠깐 돌려 허공에 떠오른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궁술(D+). 역시, C단계 이하로는 무리인 모양이네.

“온다!”

생각도 잠시, 이도영의 외침과 동시에 마진철의 지척까지 도달한 데스 나이트가 검을 휘둘렀다. 달려오던 관성과 체중이 그대로 실린 대검이 마진철을 반으로 쪼갤 듯 휘둘러졌다.

-카아아아앙!

“크윽…!”

간신히 흘려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검. 그것도 무게가 한껏 실린 내려치기를 검으로 막아낸 탓에 손목에 무리가 간 듯, 마진철이 고통 섞인 신음을 내뱉었다. 그 빈틈을 향해 다시  번 데스 나이트의 대검이 날아들었다.  순간이었다.

-까아앙!

우측에 위치했던 김민우가 검을 휘둘러 대검의 옆 면을 후려쳤다.  덕의 궤도가 바뀐 대검이 바닥에 내리찍혔다. 귀청이 쩌렁쩌렁할 정도로 거대한 소리가 울려퍼진 순간, 캐스팅을 마친 최윤아의 마법이 데스 나이트를 덮쳤다.

-화르르르륵!

언데드에게 상성이 좋은 속성은 빛(光)과 불(火). 그에 걸맞게 맹렬한 화염이 데스 나이트를 뒤덮었다.

아, 이런. 망했네.

일렁거리는 불길에서 여전히 건재한 데스 나이트의 형체가 보였다.

“전부 뒤로 빠져!”

큰 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이도영이 내 화살에 마법을 걸었다. 마법의 종류는 석화. 빠르게 화살에 마법 부여를 마친 이도영이 내게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갑옷의 관절 부분을 노려줘.”

“그래.”

-후우웅!

이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순간, 태울 것이 없어 서서히 사그라들던 화염이 반으로 갈라졌다. 대검을 휘두른 데스 나이트가 오연히 이 쪽을 바라보았다. 일렁이는 흑색의 마력이 마치 갑옷을  겹 더 입은 듯 데스 나이트의 몸을 빈틈 없이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잔불마저 완전히 꺼진 순간, 데스 나이트가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이 쪽을 향해 돌격했다.

"그워어어어어어!"

“쏴!”

-쐐애액!

황급히 몸을 빼는 검사들에게 달려드는 데스 나이트에게 화살을 날렸다. 날아드는 화살을 향해 데스 나이트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화살에 실린 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물리 공격이 목적이 아니거든.'

“크워어어어!”

화살이 명중한 부위부터 데스 나이트의 갑옷이순식간에 굳기 시작했다. 갑옷의 접합부가 굳은 탓에 갑옷이 제대로 움직이지않았다. 그 자리에 굳어 서 있는 채로 데스 나이트가 괴성을 내질렀다.

“빨리 피해! 얼마  버티니까!”

그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마진철을 향해 이도영이 다시 소리쳤다. 그리고  초 후, 데스 나이트의 발밑에서 다시 검은 마력이 솟구쳐올랐다. 일렁이는 마력이 석화된 부위를 향하고, 이내 완벽히 회복한 데스 나이트가 다시 이 쪽으로 달려들었다.

“젠장!”

“후우….”

마진철의 욕설과 동시에 나직히 한숨을 뱉은 김민우가 다시 검을 곧추세웠다. 이 쪽을 향해 몸을 날리는 데스 나이트를 향해 화살을 쏘아냈다.

[이거 참, 꽤나 오래 걸리겠구나.]

그러게. 헤르메스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타격을 입혀봐야 회복하니까, 결국 소모전인가. 진짜 한참 걸릴  같네.


*


한참이 지나,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흐으으….”

“허억, 허억.”

조원들은 전부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특히 선봉에  마진철과 김민우는 흐트러진 옷과 여기저기 난 생채기가 처연하기 짝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데스 나이트의 사정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끊임 없이 솟구쳐 오르던 검은 마력의 연기는 희미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고, 더 이상 수복이 불가능한  말끔하던 갑옷도 여러 부분이 패이고 찌그러져 있었다.

“후읍…!”

“그워어어!”

-까아앙!

처음에 비해 확연히 느려진 데스 나이트의 움직임. 휘둘러지는 대검을 피한 마진철이 검을 휘둘러 데스 나이트의 손목을 후려쳤다. 그 충격으로 놓쳐버린 대검을 잡기 위해 데스 나이트가 손을 뻗었고, 그 순간 생겨난 빈틈에 최윤아가 쏘아낸 화염의 창이 내리꽂혔다.

“그워어….”

마지막 단말마를 내지르고, 데스 나이트가 바닥에 쓰러졌다.

“후아아….”

“겨, 겨우 이겼다….”

긴장이 풀리자마자 마치 실 끊어진 인형처럼 주저앉은 조원들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피로에 찌든 얼굴로 이도영이 웃음을 흘렸다.

“이기긴 이겼네.”

“어.”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옮겨 조원들에게 다가갔다. 환한 얼굴로 승리의 쾌감을 느끼고 있는 건 좋지만. 차라리 빨리 나가서 쉬는 게 낫지 않을까. 나가는 순간 입은 부상도 전부 회복될 텐데.

내 의견을 들은 조원들이 전부 동의를 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조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뭐하는 거야?”

핵을 향하는 조원들과는 달리 여전히 데스 나이트 근처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이도영이 빨리 안 가냐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대답하기 귀찮아 손에 들고 있는 활을 고쳐잡았다.

“…?”

의문에 찬 이도영의 표정을 무시하고 한 순간에 마나를 끌어올렸다. 역시나, 어마어마한 마나 소모량에 살짝 표정을 찌푸렸다.

[궁술(D+)가 궁술(B-)로 상향됩니다.]

순식간에 모여든 마나가 화살의 형태를 이루었다. 불꽃처럼 일렁이는 화살을 본 이도영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힐끗 시선을  뒤, 활시위를 놓았다.

-퍼억!

마력 화살이데스 나이트의 투구에 직격하고, 기묘한 파열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처참하게 널부러진 데스 나이트의 잔해를 보고 눈을 찌푸렸다.

‘좀 더럽네.’

시선을 돌려 이도영을 바라보자 어째서인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것도 잠시, 이내 움직이자는 내 눈짓을 받은 이도영이 입술을 꿈틀거렸다.

“무슨  말이라도 있어?”

뭔가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영을 바라보며 그렇게 묻자, 이도영이 힘 없이 고개를 저었다. 뭐, 그래. 말하기 싫으면 말아라.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조원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던전 체험이 끝나고, 조원들과 함께 모인 교무실 안에서 활동에 대한 평가를 기다렸다. 긴장한 모양인지 얼굴을 굳힌 조원들을 가볍게 훑어보았다. 아니, 그런데.

‘얘, 아까부터 왜 이래?’

마치 실망한 듯,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영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아니, 실망할  어딨어.

‘지휘도 깔끔했고, 클리어까지 했는데 뭐가 불만이래?’

모르겠다. 뭐, 알아서 풀리겠지. 솔직히 해줄 건 다 해줬잖아. 생각도 잠시,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점점 가까워지는 신유정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꽤나 흥미로운 결과더군?”

가까이 다가온 신유정이 내게 시선을 향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조장의 전투 능력을 활용하기위해 지휘관을 다른 사람이 맡는다. 그래, 꽤나 마음에 드는 전략이었다.”

“….”

“누구 하나한테 전면적으로 의존하는 일 없이 클리어 해냈으니 협동 점수 만점. 개개인의 전투 기여도도 고른 편이고. 지휘관의 경우, 직접 전투 기여는 마지막 보스 레이드 외에 없었지만, 대신 깔끔한 지휘를 펼쳤으니 가산점.”

차분한 목소리로 하나하나 평가 기준을 읊던 신유정이 이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훌륭했다. 오늘 평가에서 요구하던 걸 전부 충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 말을 들은 조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이도영은 여전히 기쁜 기색을 보이지않았다. 그 반응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기도 잠시, 다시신유정이 말을 이었다.

“상세한 점수는 나중에 나오겠지만, 매우 훌륭한 진행이었다. 이만 물러가도 좋아.”

그래, 고맙다. 적당히 감사 인사를 전하고 물러가려던 찰나 신유정이 다시 내게 시선을 향했다.

“아, 유시아 생도는 잠깐 남도록.”

나? 왜?

눈치를 보던 조원들이 이내 자리를 뜨고, 교무실에는 나와 신유정만이 남았다.  오래 흐르는 침묵에 용건을 물으려던 순간 마침내 신유정이 입을 열었다.

“그래.  남으라고 했는지 궁금한 모양이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신유정이 마우스를 조작해 한 영상을 틀었다. 아, 이거구나.

화면에는 내가 데스 나이트에게 마지막 일격을 꽂아넣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활시위에 걸린 마력 화살이 데스 나이트의 머리를 한 발로 박살내는 모습이 똑똑히 찍혀 있었다.

뭐, 걸릴 거라 생각은 했지만. 아까 아무 말도 안 하길래 안 들킨 줄 알았는데. 그냥 다른 애들한텐 안 보여주려던 거였나 보네.

“이 영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유정이 짙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질문을 건넸다. 어떻게 대답할 지 궁금하다는 듯,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선에 살짝 눈을 꿈틀했다. 어떻게 생각하긴 뭘 어떻게 생각해. 배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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