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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화 〉의문(5) (41/167)



〈 41화 〉의문(5)

던전에 입장한 직후 저지른 몇 번의 실수도 잠시, 이내 능숙해진 지휘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내부로 향했다. 계속해서 전진하며 들어가다보니, 어느새 보스 룸에 도달했다. 조원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표정도 잠시, 하나 둘 입장하자는 편으로 의견이 모였다. 마지막까지 입을 닫고 있는 시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시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보스를 잡아야 점수를 더 받잖아.:”

당연하다는  대답한 말. 역시 점수에 신경을 쓰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시아가 말을 이었다.

“너, 보스랑 싸울 때에는 마법도 조금 써 둬.”

“응…?”

굳이?

당황스러운 감정에 잠시 표정이 흐트러졌다. 내가 마법을 쓸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지휘에 집중하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 말을 하려던 순간, 시아가먼저 말을 이었다.

“보조 마법은  수 있잖아. 쟤가 보조 마법까지 맡으면 부담이  테니까”

그래. 그렇긴 하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여태까지 지원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있다.

“…나는 지속 시간이….”

보조 마법의 경우, 지속 시간은 사용자의 마력 양에 따라 결정된다. 즉, 자신의 버프는 매우 짧은 순간만 유지된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생각에 무심코 우울한 표정을 짓자마자, 내 생각에 대답하듯 시아가 말을 이었다.

“괜찮아.”

뭐가? 의문이 깃든 시선으로 시아를 바라본 순간, 시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버프는 나한테만 걸어 주면 돼. 다른 사람한테는걸지 마.”

어…?

순간 당황스러운 감정이 밀려들었다. 자신 뿐만 아니라, 조원들도 비슷한 감상을 느꼈는지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에서, 시아가 태연하게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을열었다.

“그리고, 전투 기여도도 좀 올려야 할 거 아냐. 마지막이니까.”

전투 기여도. 그래, 그러고 보니 그것도 중요하지. 지휘에만 신경 쓰느라 평가 기준조차 잊고 있었다. 사심 하나 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아의 얼굴을 보고 새빨개진 얼굴을 필사적으로 가다듬었다.

“아, 그…고마워.”

“감사는 됐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듯, 태연한 태도로 대답하는 시아의 반응에 볼을 긁적였다.

*

긴 전투가 끝나고, 던전 보스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척추를 짜릿하게 치고 올라가는 충족감에 짙은 미소를 지었다. 사관학교에 들어온 이후처음으로 느낀 뿌듯한 감정이었다.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에 환하게 웃기도 잠시, 이내 시아가 나가서 쉬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꺼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몸을 일으킨 뒤 슬슬 나갈 준비를 하는 조원들을 바라보다 시아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가만히 서서 쓰러진 데스 나이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시아의 모습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뭐하는 거지?’

시아에게 가까이 다가가 질문을 던지자, 시아가 갑자기 데스 나이트를 향해 활을 겨누었다. 그리고.

-퍼억!

순식간에 빈 활 시위에 걸린 마력 화살이 데스 나이트의 머리에 쏘아졌다. 방금 전까지, 죽을 힘을 다해 겨우겨우 쓰러뜨렸던 몬스터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허무한 최후였다. 머리통이 부서진 순간, 데스 나이트의 시체에서 피어올랐다가 흩어진 검은 연기에 그제서야 깨달았다.

‘안 죽었었구나.’

확인 사살을 확실하게 마친 시아가 살짝 찌푸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받자마자 한 가지 의혹이 차올랐다. 방금 전, 마력 화살은 데스 나이트의 투구를 가볍게 관통했다. 그렇다는 건.

‘혼자서도 쓰러뜨릴  있었던 건가.’

방금 전까지 느끼던 충족감은 순식간에 꺼지고, 그 자리에 탈력감만이 남았다. 할 말이 있냐고 내게 질문을 던진 시아에게 힘 없이 고개를 저어 대답을 보냈다.

*

던전 체험이 끝나고 교무실에서 교관을 기다리며 상념에 잠겼다. 훌륭한 진행이었다는 평가에도 그리 기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조원들과 함께 자리를 피하려는 순간, 교관이 입을 열었다.

“아, 유시아 생도는 잠시 남도록.”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하는 시아를 바라보다 발을 떼었다. 교무실에서 나와, 각자 목적지로 향하는 조원들에게 작별을 고한 후, 평소처럼 훈련장으로 향하려다 떼어지지 않는 발바닥에 고개를 숙였다.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언젠간 성장할 수 있다. 라….’

얼마 전, 보충 수업을 통해 기진맥진한 자신에게 교관이 했던 말을 되뇌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노력, 노력을 하면 성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태까지 내가 했던 노력은 노력이 아니었던 걸까? 아니, 그럴  없다. 그러면 왜? 답은 간단했다.

‘재능이 부족하니까.’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타인과 자신이 가진 재능의 차이에 격차를 느낀다. 마치 손으로 물을 퍼올리는 느낌이었다. 손틈 사이로 질질 새어나가는 물을 필사적으로 주워담아봤자, 남는 물은 몇 방울밖에 되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자괴감에 빠져 있기도 잠시, 이내 집중이 풀리자 그제서야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교관의 목소리였다.

“이도영 생도를 그렇게 성심성의껏 돕는 이유가 뭐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의문이 차올랐다. 가치? 나한테? 나와 마찬가지로 의문이 생긴 듯, 질문을 던진 교관에게 시아가 까칠한 목소리로 역으로 질문했다. 그 후 몇 마디 대화가 지나가고, 이내 교관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도영 생도는 재능이 없어. 더 이상 성장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리 충격적인 말은 아니었다. 자신도 충분히 실감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다며 자신을 격려했던 이의 입에서 나온 부정의 말은 조금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였을까? 이어진 교관의 말은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도영 생도의 제적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게 열정 넘치는 생도가, 무의미한 가능성을 좇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 결국 꺾이지 않는 나무는 부러질 뿐이지. 차라리 다른 길을 향하는 게 이도영 생도에겐 나은 길이다.”

한 마디 한 마디, 자신을 향한 진득한 선의가 느껴지는 말.그렇기에  말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결국 자신은 영웅이 될 수 없다. 다른 이들을 도울  없다. 선의라는 밧줄이 목을 조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말에 납득해버린 순간이었다.

“아뇨. 그 말은 틀렸어요.”

자신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말을, 소녀가 정면으로 부정했다. 귓가로 들려온 소녀의 목소리에 처졌던 고개를들자마자, 소녀가 말을 이었다.

“교관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도영은 약하지 않아요.”

확신이 가득찬 말.  말을 듣자마자 무의식적으로 크게 숨을 삼켰다.

“그리고 이도영이 재능이 없다는 말도 틀렸어요.”

“지금은 재능이 없어 보이겠죠. 하지만 나중에는 누구도 걔한테 못 비빌걸요.”

‘…내가?’

언젠가 성장할 수 있을 거라던 교관의 말과 큰 차이 없는 말. 하지만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 말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감정. 자신을 향한 신뢰.

‘…왜?’

소녀가 보이는 자신을 향한 진득한 신뢰감에 의문이 들었다. 왜, 어떻게 저렇게 자신할 수가 있지? 나조차 나를 못 믿겠는데.

“…그걸 어떻게 믿지?”

“이도영을 믿지 못하겠으면 믿지 마세요.”

이해할  없는 말이었다. 그 말에 의문이 치밀어 오른 순간, 소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도영이 아니라 이도영을 믿는 저를 믿어보세요.”

그  안에 담긴 강한 신뢰가 내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절대적인 신뢰. 어째서 나를 저렇게 믿어주는 걸까. 나를 왜. 피어오르는 의문과 동시에, 가슴 속에서 어떠한 간질거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저벅저벅

점점 문에 가까워지는 시아의 발걸음 소리에 황급히 몸을 피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놀리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도움이 되고 싶다.’

처음 영웅을 지망하게 된 계기,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었다.하지만 거기에  가지 다른 감정이 추가되었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자신을 향한 기대에 걸맞는 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 새로운 동기가 가슴 속에 뿌리를 내렸다. 처음으로 소녀가 이도영에게 진정으로 특별한 존재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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