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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화 〉부활동(4) (50/167)



〈 50화 〉부활동(4)

고아원으로 돌아간 뒤 짐을 챙겼다. 자고 가는 예정은 없으니까. 슬슬 사관학교로 돌아가야지. 도착하면 완전 밤이겠네. 한창 생각에 빠진 상태로 가방을 들었다. 아, 그나저나 옷 갈아입어야 하나.

‘귀찮은데.’

어차피 빨아서 줄 텐데 그냥 입고 가는 게 낫지않나. 솔직히 입고 있는 게 숨쉬기에  편안하기도 하고. 애초에 지금 갈아입기엔 타이밍이 애매하잖아. 대충 합리화를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탔다. 얼마 후  옆자리에 딱 붙어 앉은 박휘성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돌아가면 뭐 할 거야?”

“기숙사에서 자야지. 뭘 하긴 뭘 해.”

그나저나 얘, 아까 얘기 한 번 했다고 되게 친한 척하네. 귀찮게. 퉁명스러운 내 대답에도 불구하고 박휘성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나 원 참, 어이가 없네.

“훈련 같은 건  해?”

“해야지.”

그러고 보니 개인 훈련도 해야 하긴 하는데. 스킬 체화가 가능하다는 걸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걸, 마나를 아낀다는 핑계로  하고 있었다.

‘요즘은 마나 회복도 쉬운데.’

그래도 일단 시스템 완전 복구까지만기다리는 게 나으려나. 그러고 보니 요즘 시스템을 거의 확인 안 한 것 같은데. 뭐, 마나를 쓸 일이 적긴 했지만. 시선을 살짝 돌려 상태창을 확인했다.


[보유 마나 1000을 이용해서 스킬 탭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


342/1000

[보유 마나 3000을 이용해서 포인트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


1026/3000



‘아직 한참 남았네.’

젠장. 그렇게 붙어 다녀도 이게 한계라고? 아니,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엄청나게 많이회복한 건가. 그래도 봉인 해제가 가까워졌으니까 슬슬 권능이 더 새어 나올 만도 한데. 아, 모르겠다. 머리가 슬슬 아파지기 시작했다.

“혹시 괜찮으면 나랑 같이 훈련하지 않을래?”

“아니.”

너랑 해서 뭐하냐. 너한테서는 마나 회복도  하는데. 그래도 마나 아까워서 당분간은 훈련 못 해. 고개를 저어서 거절하자 박휘성이 머쓱한 듯 웃음을 흘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후로는 별다른 말은 없었다.  마디 대화가 오가긴 했는데. 솔직히 피곤해서 딱히 기억에 남진 않았거든. 대충 대화에 어울려 주기도 잠시, 어느새 차량이 사관학교에 도착했다.

*

“아, 시아야. 이제 왔어?”

“어.”

차량에서 내린  집합 장소로 향하자 이설화와 같이 있던 이도영이 말을 걸어왔다. 보아하니 우리 조가 가장 늦은 모양이네. 이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이도영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이래?

고개를 갸웃하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이 옆에서 걸어오던 박휘성을 응시했다. 어째 경계도가 더 올라간 것 같은데. 이도영의 시선을 웃으며 흘려낸 박휘성이 갑작스럽게 내게 질문을 건넸다.

“혹시 오늘 해산하고 나서 잠시 시간 내줄  있어?”

웬 시간, 귀찮은데. 고개를 저으려는 찰나 박휘성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잠깐이면 되니까.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지금 말해도 되잖아?”

아까 말했어도 됐을 테고. 왜 굳이 지금? 이해가 안 가네. 그 말을 들은 내가 질문을 던지자 곤란하다는 듯 박휘성이 볼을 긁적였다. 뭐, 잠깐이면된다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박휘성이 급격히 표정을 밝혔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런대.

“고마워.”

내게 인사를 남기고 박휘성이 자리를 피했다. 굳이 또 어딜 가는 거래. 고개를 갸웃하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봉사활동 시간 동안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어라, 이거 오히려 내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얘, 백소월한테 제대로 플래그는 꽂았는지 모르겠네. 생각도 잠시, 이내 이도영이 말을 이었다.

“그런 것치곤 조금 친해진  같은데.”

“딱히?”

고개를 저어 부정을 표한 뒤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보다  박휘성을 왜 이리 싫어하냐? 뭔가 나는 느끼지 못하는 게 느껴지나?  참 신기하네. 감상도 잠시, 이내 이도영이 내게 다시 질문을 물었다.

“너희는 봉사활동 어디서 했어?”

“고아원. 니들은?”

“우리는 길거리에서 쓰레기 주웠는데.”

환경미화? 듣기만 해도 귀찮네. 대답을 들은 내가 살짝 표정을 구기자 이도영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뭘 쪼개. 속으로 툭 쏘아붙인 뒤 입을 열었다.

“그보다 너야말로 봉사활동 하는 동안 무슨 일 없었냐?”

“무슨 일?”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음, 잠시 침묵했다가 이내 할 말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그…너희 조 인솔하던 선배 되게 예쁘시던데. 뭐, 얘기라도 나눠 봤나 해서.”

“으응…?”

내 말을 들은 이도영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의문 섞인 신음을 내뱉었다. 뭐, 왜? 연애사 물어봤다고 이런 반응인 건가? 아니, 그렇다고 보기엔 뭔가 애매한 반응인데.  시선을 받아내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이 이상할 정도로 단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무 일도 없었어.”

엥, 진짜 아무 일도 없었다고? 그럴 리 없는데.  혹시 봉사활동 제대로 안 했냐?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이도영에게 시선을 주었다가, 뺨에서 느껴진 시선에 이설화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설화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쳐다봐?”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

내 질문에 이설화가 이도영을 변호하듯 대답을 내뱉었다. 어, 그래. 왜 그걸 네가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백소월 플래그 대신 이설화 플래그라도 대신 꽂은 건가. 허, 참. 어쩐지 박휘성한테 지나치게 날카롭더라.

‘그러면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아니, 애초에 왜 백소월 플래그가  꽂힌 거야? 가서 열심히 일하기만 했어도 오는 길에 몇 마디 걸어올 텐데. 진짜 무슨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었나?

고민에 빠진 채로 이설화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이내 내 의문에 대답하듯 이설화가 말을 이었다.

“오늘 되게 안절부절못하면서 집중을 못 하던데.”

누가, 얘가? 고개를 갸웃하며 손가락으로 이도영을 가리키자 이설화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헐, 다른 놈도 아니고 이도영이 봉사활동에서 제대로 참여를 안 했다고? 이게 무슨 일이래.

‘아니, 그런데 이러면 백소월 플래그는  건너간 거 아냐?’

이거 아무래도 망한 거 같은데. 속으로 한숨을 내뱉기도 잠시, 이도영에게 시선을 다시 돌리자 갑작스럽게 이도영이 얼굴을 붉혔다. 얜 또 왜 이래. 고개를 갸웃하자 이도영이 내게 당황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저…시, 시아야…?”

“응?”

뭐야,  갑자기 이래.  반응에 나까지 당황하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이 시선이 내 상의에 닿아 있는 걸 알아차렸다. 아, 이거 때문인가.

“혹시 지금 입고 있는 거…내 옷이야?”

“어, 맞는데.”

내 태연스러운 대답을 들은 이도영이 화가 난 듯 확 얼굴을 붉혔다. 아, 옷 빌려주는  빌려주는 거고 입는 건  다른 일이라는 건가? 뭐지, 보통 체육복 같은 건 없을 때 빌려 입고 그러지 않나? 엄밀히 따지면 체육복은 아니고 교복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갑자기 왜 이리 과민반응이래.’

이해가 가지 않는 반응에 의문이 피어올랐지만 일단 고개를 숙였다. 에휴, 틀어지면 나만 손해지. 얘가 무조건 갑이니까. 내가 참는다, 참아.

“그…혹시 화났냐?”

“…응?”

어라, 화난 건 아니야? 아,그럼 그냥 다른 사람이랑 옷을 돌려 입는  불편한 타입인가. 그럴 수 있지. 예상과는 조금 다른 이도영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뭐…멋대로 입어서 미안하다. 깨끗이 빨아서 돌려줄게.”

“어…? 그, 그래….”

아니, 그런데 좀 입을 수도 있지. 너무하네. 속으로 투덜거리기도 잠시, 이내 나한테  닿는 시선에 이설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마치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설화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쟤는 또 왜 저러는데.

‘아, 모르겠다.’

 시선을 무시하고 앞에서 열심히 설교를 늘어놓고 있는 백소월에게 시선을 향했다. 아니, 그런데 진짜 플래그 안 꽂은 거야? 그럼 이제 검은 누구한테 배워? 망했네….

*

설교가 끝나고, 이내 부원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부실을 빠져나가는 부원들을 바라보기도 잠시, 여전히 내 옆에 붙어있는 이도영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얜 왜  가냐? 나는 박휘성이 불러서 잠시 있는 건데.

“왜?   있어?’

“….”

여전히 대답하지 않는 이도영을 바라보던 순간이었다. 귓가에 박휘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려줬구나.”

“어. 할  있다며.”

빨리하고 가라. 귀찮으니까. 팔짱을 끼고 박휘성을 바라보자 박휘성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이도영을 바라보았다.

“그…조금사적인 얘기라서. 단둘이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잠시 자리 비켜줄 수 있을까?”

“…그래.”

그 말을 들은 이도영이 한참을 침묵하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서 뭐하냐? 어이가 없네, 진짜.

이내 이도영이 자리를 비우고, 부실 안에 단둘이 남은 상황에서 박휘성이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아, 진짜. 빨리 말하던가. 귀찮게.

“할 말이 뭔데?”

내 말을 들은 박휘성이 잠시 침묵에 빠졌다.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올 무렵, 드디어 박휘성의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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