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오해(3) (59/167)



〈 59화 〉오해(3)

며칠 후, 휴일이 끝나고 다시 등교일이 되었다. 쉬는  내내 기숙사에 처박혀서 게임만 했더니, 조금 눈이 피로한 느낌이었다. 뭐, 실제로 육체에 피로가 쌓인 건 아니고, 단순히 정신적으로 피곤한 거겠지만.

기숙사를 나서 교실로 향하는 길, 이상하게 평소보다 시선이 더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에도  몸의 외모 탓에 흘끔대는 시선이 꽤 있긴 했지만, 이건 너무 과했다. 살짝 짜증이 치밀어 눈을 조금 치켜세웠다.

“…쟤야?”

“그런 것 같은데.”

“마인이랑 싸웠다던데?”

예민한 청각 탓에 다른 이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전부 들려왔다. 왜들 이러나 했더니. 이미 소문이 쫙 퍼진 모양이었다. 하기야 뉴스까지 탔으니까. 다들 도망친 탓에 전투를 제대로 본 놈들은 없겠지만, 적어도 누가 마인이랑 싸웠는지는 전부 퍼진 모양이었다.

“아….”

주목이 쏠리는  귀찮은데. 이러면 자퇴하기도 힘들어질 거 아냐. 갑자기  생각에 한숨을 내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교실에 도착하자, 평소처럼 상쾌한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아니, 평소보다 더욱 상쾌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봉인이  헐거워진  같은데.’

마인이랑 싸우면서 마기에 자극을 받아, 권능이 조금 더 활성화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각성이 이번 주말이었지? 진짜 얼마 안 남았네.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생각에 빠진 채 내 자리로 향했다.

“아, 시아야! 이제 몸은 괜찮아?”

“어.”

내게 안부를 물어 오는 김유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제야 느껴진 이쪽을 향한 시선에 표정을 굳혔다. 아, 아까보다 더하네. 짜증나게.

길에서는 그나마 시선이 덜했다는 듯, 나를 향해 쏠리는 시선에 슬슬 불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위이잉

갑작스레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휴대폰을 꺼내서 알림을 확인하자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발신인은 이도영이었다.

[안녕.]

‘뭐냐?’

설마 지금 직접 인사하기 뻘쭘하다고 문자로 인사한 거냐? 고개를 돌려 이도영을 바라보자, 이도영이 부끄럽다는 듯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나 참, 그럴 거면 굳이  인사한 거냐?

[그래, 안녕]

그 반응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손가락을 움직여 이도영에게 짤막하게 답장을 보냈다. 잠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도영이 휴대전화를 확인하더니 이쪽을 바라보았다. 나를 향한 시선에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보냈다.

“….”

어라, 이게 아닌가. 내 인사를 받자마자 갑작스레 묘하게 바뀐 이도영의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표정을 살짝 굳힌 채, 이도영이 내게 복잡한 시선을 보냈다. 아니, 뭔데. 갑자기 이 분위기.

‘진짜 흑막 무브가 문제인가.’

시선을 마주하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흑막 무브 때문에 그런다기엔 이미 인사도 했잖아. 갑자기  저런대? 뭐지. 진짜 이해가 안 가는데.

고민도 잠시, 이내 교실 문이 열리고, 교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민을 마치고 일단 교관을 바라보았다.

*


“오랜만이구나.”

언제 다쳤냐는 듯 말끔하게 나은 몸을 이끌고 나온 신유정이 입을 열었다. 와, 며칠 만에 진짜 다 나았다고? 감탄도 잠시, 이내 신유정이 생도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가장 먼저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도록 하마.”

갑작스러운 행동에 교실 안에 당황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얼마 후, 다시 고개를 든 신유정이 말을 이었다.

“체험 학습 도중, 큰 사고가 있었지. 다행히도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지만,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다. 실제로  명은 입원까지 했지.”

신유정은  말을 마치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부상 때문에 입원한 것도 아니고, 그냥 탈진 비슷한 건데. 이렇게까지 말하면 내가 민망해지잖아.

‘그리고 니들은 그만 좀 쳐다봐.’

신유정의 시선을 따라 또다시 내게 쏠린 시선에 표정을 찌푸리자, 이내 신유정이 고개를 돌렸다. 잠시 숨을 들이마신 그녀가 이내 입을 열었다.

“세 학생에게는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구나. 내가 쓰러진 사이, 너희가 마인에게 맞선 덕분에 다른 이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 김유진, 유시아, 이도영. 이 셋에게는 조만간 공식적으로 학교에서 상을  예정이다.”

상? 원작에선 그런 거 없었잖아. 당황도 잠시, 이내 상황파악을 마치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는 마인이랑 맞서 싸운 사람이 없었구나. 그래, 뭐. 이 정도는 바뀔 수 있지. 생각을 정리한  교실을 잠시 훑어보았다.

교실 대부분의 시선은 나와 김유진을 향했지만, 일부 시선은 이도영을 향하고 있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듯, 이도영이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불편하냐? 나도 불편해. 동병상련의 기분도 잠시, 이내 다시 입을 여는 신유정에게 생도들의 시선이 옮겨갔다.

“그럼 이만 말을 줄이도록 하마. 오늘도 수업에 열중하길 바란다.”

말을 마친 신유정이 이내 교실을 나섰다. 아니, 이 몇 마디가 끝이야? 어이가 없네. 뭐, 엄밀히 따지면 사관학교 잘못이라기엔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네.

내가 괜히 트집을 잡고 있는 사이, 몇몇 이들이 쭈뼛쭈뼛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 말고, 김유진한테. 인싸 같으니.

흥미 가득한 눈빛으로 마구 질문을 던져오기 시작한 이들이 부담스러웠는지, 김유진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고개를 돌렸다.

“저…시, 시아야…?”

난 몰라. 알아서 해. 간절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유진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김에 이도영을 바라보자, 이도영도 어느새 인싸가 되었는지 몇몇 이들이 이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헐.

‘나만 아싸네.’

뭐, 불만은 없지만. 교관이 들어올 때까지, 인싸  명은 한참 동안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나? 나는 가만히 엎드려 있었고. 개꿀.

*

“너무해.”

볼을 부풀린 채, 김유진이 삐쳤다는 듯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아니, 거 참. 아까 그렇게 갈궜으면 됐지, 또 이러네. 한숨을 내쉬고 김유진에게 다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한참을 달랜 끝에, 그제야 김유진이 봐주겠다는 듯 표정을 풀었다. 아, 진짜 힘드네. 정신이 피로해져 한숨을 내쉬기도 잠시, 이내 김유진의 반응에 피식웃음을 흘렸다.

“….”

“왜?”

그 순간, 김유진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왜? 고개를 갸웃하는 나를 보며 김유진이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쯧, 모르겠다. 얘가 이상한  하루 이틀도 아니고.


*

얼마 후, 점심시간이 되었다.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진 교실 분위기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식사하러 가자는 듯, 곁으로 다가온 이도영을 흘끗 바라보았다.

“왔냐?”

“…응. 안녕.”

민망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받은 이도영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 뒤 이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복도로 나가려던 순간, 낯익은얼굴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저, 저기!”

“…왜?”

박휘성이었다. 아, 얘는 보기  껄끄러운데.  박자 느리게 입을 열자, 박휘성이 걱정이 듬뿍 섞인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했다.

“그…체험학습 갔을 때, 마인이랑 싸웠다면서…?”

“어, 맞아.”

고개를 끄덕여주자 박휘성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아니, 이미 다 퍼진 사실인데.  또 이래.

내 감상과는 상관없이,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박휘성이 이내 내게 질문을 던졌다.

“몸은…괜찮아? 입원했다고 들었는데.”

“멀쩡해.”

내 대답을 듣고도, 박휘성은 여전히 표정을 풀지 않았다. 음, 그건 됐고. 대체 언제까지 내 앞을 막고 있을 생각이지. 가만히 서서 입을 열려던 순간, 귓가에 이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아야, 왜 거기서…. 아.”

내게 말을 걸어오던 도중에, 이도영이 당황 섞인 신음성을 내뱉었다. 고개를 돌려 이도영을 바라보자, 표정을 굳힌 이도영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사람 사이에서 시선이 오가고, 이내 고개를 돌린 박휘성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무사하다니 다행이네. 그럼 식사 맛있게 해.”

그 말을 남긴 박휘성이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뭐지, 어이가 없네. 갑작스레 바뀐 상황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니…뭐냐?’

뭐임? 진짜 뭐임? 얘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박휘성이 얘를 피한다고? 의문 섞인 표정으로 이도영을 바라보자, 이도영이 머쓱한 표정으로 내 시선을 피했다. 아니, 그러지 말고 설명을 하라고.

“둘이서 뭐해?”

따져 물으려던 순간, 김유진이 다가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아, 타이밍 진짜 안 맞네. 작게 고개를 저은 뒤 발걸음을 옮겼다. 그 와중에 걷는 내내 이도영이 나를 향해 시선을 보내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진짜 뭐지.


*

점심시간 동안 이도영은 계속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처럼 행동하면서도, 내가 감사하다는 말만 꺼내면 복잡한 표정을 지었으니까. 애가 진짜 맛이 가버린 건가. 고민도 잠시, 이내 교실에도착했다. 내 자리에 앉은 뒤, 시선을 내려 가방을 보자 이내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교복 안 돌려줬네.’

이도영이 병실에 두고 갔던 교복 외투, 돌려준다고 가져왔으면서 까먹고 가방에서 안 꺼내고 있었다. 가방에서 외투를 꺼낸 뒤 이도영에게 다가갔다.

“야.”

“응?”

“이거, 고마웠다.”

“아….”

깔끔히 세탁을 마친 교복 외투를 건네주자, 이도영이 또다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 반응에 아침부터 쌓인 답답함이 순식간에 치밀어 올랐다.

‘아니, 하루 종일 진짜  이래?’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해 눈살을 찌푸렸다. 외투를 받아 든 이도영이 작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묘하게 침울한 기색을 보이는 이도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아까부터 왜 그러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