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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화 〉오해(4) (60/167)



〈 60화 〉오해(4)

“…응?”

눈을 치켜뜬 채, 이도영을 가만히 노려보자, 시선을 받은 이도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그렇게 가만히 있지 말고 대답을 하라고. 내  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이도영에게 한 번 더 말했다.

“오늘 태도가 이상한 이유가 뭐냐고.”

“아….”

그제야 내가 묻고 싶은 것을 이해했다는 듯 이도영이 신음성을 흘렸다. 그래서 왜 그러는데? 설마 병원에서 삐죽댔던 것 때문에 아직도 그러고 있는 거냐?  의미를 담아 질문을 던지자 이도영이 고개를 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 때문에 그런  아냐….”

“그럼 뭔데.”

말을 해야 알지.  질문을 받은 이도영이 입을 꾹 닫았다. 고민이라도 하는 듯,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이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순간, 시선에서 느껴진 강렬한 감정에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저기.”

그리고 이내 이도영이 내게 말을 건넸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여 말을 재촉하자, 잠시 숨을 들이마신 이도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퇴…진짜  거야?”

“어.”

이 화제는 왜 자꾸 나오는 거지. 잠깐 생각에 빠졌다가 이내 입을 열어 긍정했다. 설마 자퇴 때문에 그러는 거야? 무슨 친구랑 헤어지니까 졸업하기 싫다고 하는 초등학생도 아니고. 내 말을 들은 이도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진짜냐. 헐.

감상도 잠시 가만히 이도영에게 시선을 보내자 이내 이도영이 결심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얼굴을 긴장으로 빳빳하게 굳힌 채, 이도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안 하면 안 돼?”

“왜?”

내 반문을 들은 이도영이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 답답하기 그지없는 행동에 눈을 가늘게 뜨고 이도영을 바라보았다. 아니, 설명을 해야 알지. 진짜 답답해 죽겠네. 그러던 도중 점점 쏠리는 시선에 주의가 흩어졌다. 아, 짜증나게.

“쯧.”

흥미가 가득한 시선. 슬슬 밀려오는 불쾌감에 짧게 혀를 찼다. 그러자 이도영이 다시 나와 눈을 마주했다. 불안함 섞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도영이 이내 입을 열었다.

“…니까.”

“음?”

“친구니까….”

자퇴 사실을 알게 되면 김유진도 되게 서운해 할 거다. 사관학교에 와서 처음 사귄 친구인데, 자퇴하고 나면 보기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겨우 사관학교에 입학했는데, 입학한지  달도 안 되서 자퇴하는 것은 아깝지 않느냐. 솔직히 그리 공감이 가는 이유는 아니었다.

‘그냥 쿨하게 보내주지.’

 이리 붙잡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나를 본 이도영이, 이내 내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마인 때문이야?”

뭔 소리야, 이건. 갑자기 마인이 왜 나와? 고개를 갸웃하며 방금 한 말의의미를 물으려던 순간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이내 교관이 교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 진짜 타이밍 뭔데. 자리로 돌아가라는 말에 표정을 구긴 채  자리로 향했다. 쯧, 방과 후에 물어봐야겠네.

***



며칠 전, 유시아의 병실.

여전히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유시아를바라보며, 이도영은 영웅이 자신에게 전했던 말을 떠올렸다.

몇 시간 전, 신유정이 구급차에  실렸을 때, 이도영이 가까이 다가가자 영웅은 얼굴에 지었던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긴장한 이도영을 바라보던 영웅이 이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너한테는 말해둬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꽤 친한 사이인 것 같으니.

그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뜨기도 잠시, 이내 영웅이 이도영에게 몇가지 사실을 귀띔으로 전하기 시작했다.

“내가 약한 마기 중독이라고 했었지?”

고개를 끄덕인 이도영에게 영웅은 몇 가지 사실을 간략하게 전해주었다. 마기 중독 증세는 맞지만, 원래 일반인의 경우 그 정도 마기로는 중독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체질적으로 심하게 마기에 거부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

그러면 큰 문제인 거냐고 되물은 이도영에게, 영웅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흡입한 마기가 극소량이기 때문에, 신체에 별 이상은 없을거라고. 그 말을 듣고 그러면 왜 이야기를 꺼낸 거냐며 고개를 갸웃한 이도영에게 영웅이 말을 이었다.

“보통 일반인의 경우, 마기에 이 정도로 거부반응이 심하진 않아. 알레르기랑 비슷한 거니까.”

그 말을 말한 이후, 잠시 숨을 고른 영웅이 얼굴을 굳히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가끔 어릴  강한 마기에 노출된 사람은 이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거든.”

어릴  강한 마기에 노출되었다는 말. 매우 우회적인 표현이었지만,  말의 어조와표정으로 이도영은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아챌  있었다. 표정을 딱딱히 굳힌 이도영을 본 영웅이그 생각이 맞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왜 저한테 말하시는 거죠…?”

이도영의 질문을 받은 영웅이 입을 닫았다. 그리고 얼마 후, 답답함이 밀려오기 시작한 이도영에게 영웅이 뜬금없이 다른 말을 내뱉었다.

“아까, 마인한테 공격당할 때,  아이가 너를 밀쳐서 피하게 해줬지?”

“…네? 네.”

화제와는 조금 동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질문에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이도영이 대답했다. 그런 이도영을 보며 영웅이 말을 이었다.

“그때, 잘못하면 마인의 공격이 팔에 맞을 뻔했어. 너도 궁사에게 팔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겠지만.”

“….”

 말을 들은 이도영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 반응을 본 영웅이 이내 진지한 말투로 입을열었다.

“적어도 저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행동했는지는 알아 두라는 뜻이야. 뭐, 오지랖인 것 같긴 하지만.”

말을 마친 영웅은 이내 용건이 끝났다는 듯 몸을 돌리고 구급대원에게 합류했다. 그리고 현재.

여전히 정신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유시아를 바라보던 이도영이 이내 몸을 일으켰다. 생각할 수록 답답해지는 기분에 외투를 벗어 의자에 올려두고, 이도영은 문을 열고 병원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올라오자 아무도 없는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난간에 몸을 기댄 이도영이 허공을 올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어릴 때, 마기에 노출됐다고….”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특히 예전에 들었던 대화에서 얻은 지식을 더한다면 더더욱.

“나 고아인데.”

“됐어. 별 신경 안 쓰니까.”

이도영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김유진과 대화하던 도중 무감정하게 내뱉은 말을 떠올렸다.  사실을 종합하면 그녀의 사연을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마 그녀의 사연을 고려하면, 사관학교에 들어온 목적은 마인과 관련되었을 것이다. 오늘 확인한 마인에게 치명적인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면 이제 그녀가 자퇴를 하려는 이유는 명확했다.

‘마기에 치명적으로 약하니까.’

마인이랑 맞서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저주받은 체질. 어차피 사관학교에 남아봤자, 마인과 싸울  없다면  의미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이도영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났다.

‘그러면 왜 굳이 사관학교에 들어온 거지?’

마인과 싸우는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퇴는 마인과 싸우기 전에 이미 계획하고 있었던 것 같으니까. 그러면, 한 달도 채 다니지 않을 거면서 굳이 왜 사관학교에 들어온 걸까? 사관학교에 입학한 뒤, 유시아가 보인 행적을 떠올리면 그 답 또한 바로 나왔다.

마인과 싸울  어마어마한 효과를 보이는 자신의 특성.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시아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심증이 아니라, 유시아가 했던 말에 의거해서. 그렇다면 애초에 유시아가 사관학교에 입학한 진짜 이유는.

‘나…때문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도영은 무의식적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얼토당토 않은 가설이었지만 이상하게 사실일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유시아가 자퇴하려는 이유는, 자신에 대한 확인이 끝났다는 것일까.

한참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입 안이 괜히 이상하게 씁쓸해진 것 같았다. 애초에 친해진  자체가 의도적이었다는 건가. 그 생각을 떠올리자 급격히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러면서도 배신감이나 악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아쉬울 뿐. 그러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의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방금 만들어낸 가설에 따르면 유시아는 자신의 특성을 자신보다 먼저, 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건 유시아가 했던 말을 보면 확실한 사실이었다. 한 달 안에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될 거라는, 예언과도 같은 말이 그 사실을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면.

‘대체 그걸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지….’

이도영 자신조차도 모르고 있던 그 자신의 특성. 유시아는 그걸 당연하다는 듯 알고 있었다. 한 번 피어오른 의문은 이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막막해지는 기분에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어.’

괜히 답답한 기분이 들어 표정을 찡그렸다. 한숨을 내쉰 이도영이 이내 걸음을 옮겨 병원 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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