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4화 〉각성(3) (64/167)



〈 64화 〉각성(3)

“시아가 곧 자퇴한다고?”

유시아와 대화를 나눈 후, 이도영은 김유진에게 시아의 자퇴 사실을 알렸다. 전혀 이야기를 듣지 못한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김유진이 반문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이도영을  김유진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난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나도 어쩌다 보니 알게 된 거야.”

“….”

이도영의 말에도 불구하고 김유진은 여전히 우울한 기색이었다. 착잡한 표정으로 바닥을 바라보기도 잠시, 이내김유진이 무거운 목소리로 이도영에게 질문을 던졌다.

“…말할 건 그거 하나뿐이야?”

“아니.”

할 말이 그거 하나뿐이었다면 굳이 김유진을 부르지는 않았을 거다. 이런 사실은 시아가 말하는  기다리는  옳으니까. 그런데도 김유진을 불러서 사실을 밝힌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시아가 자퇴하는  막고 싶어.”

그 말을 들은 김유진의 얼굴이 순간 묘하게 변했다. 게슴츠레한 시선도 잠시, 시선을 되돌린 김유진이 이도영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시아가 왜 자퇴하는지 알아?”

“어.”

고개를 끄덕인 이도영을 보고 김유진이 다시 소외감이 들었는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후, 감정을 정리한 김유진에게 이도영이 설명을 시작했다. 체질적으로 유시아는 마기에 거부반응이 심하다는 것.  탓에 사관학교를 자퇴하려고 한다는 것.  말을 들은 김유진이 질문을 던졌다.

“마기에 거부반응이 심해서 자퇴를 한다고?”

“어.”

시아가 가진 가정사까지 밝히는 건 아무리 그래도 예의가 아니기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정보만 제공한 이도영의 말에 김유진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마 후, 김유진이 다시 질문했다.

“…시아가  자퇴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러면 그걸 해결할 방법은 있어?”

그 질문에 이도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김유진이 의문 섞인 시선을 보냈다.

“저번에 마인이랑 싸웠을 때, 내 마법이 마인한테 이상할 정도로 효과가 좋았던 건 기억하지?”

“…아. 그게 네 특성이구나. 마기에 극상성인 마력 성질.”

그 말을 들은 김유진이 이제야 알아차렸다는 듯 탄성을 뱉었다. 그러기도 잠시, 다시 고개를 갸웃한 김유진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네 특성을 시아한테 적용할방법이 있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있어.”

고개를 끄덕인 이도영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마기에 노출됐을 때 자신에게 달라붙었던 유시아의 행동, 그리고 자신의 근처에 있으면 마나를 회복할 수 있다던 말. 그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거라는 가설이 성립된다는 말.

설명을 마치고 얼마 후, 고개를 주억거린 김유진이 묘한 시선으로 이도영을 바라보았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그 반응에 이도영이 당황한표정을 지었다. 그런 이도영을 빤히 바라보며 은근한 미소를 지은 김유진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말은, 시아랑 계속 붙어 다니겠다는 말이네?”

“그, 그건….”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에 당황하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이 얼굴을 붉혔다. 한동안 그 반응을 웃음기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김유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건 조금 비약 아니야? 결국, 저번에 시아는 입원까지 했잖아.”

“그래.”

 짚었다는 듯 이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내 능력이 부족한 게 맞아. 그래서 너를 부른 거야.”

그 말을 들은 김유진이 고개를 갸웃하기도 잠시, 이내 무슨 말인지 알아차린 듯 진지한 시선으로 이도영을 응시했다. 그 시선을 마주한이도영이 입을 열었다.

“네 아버지, 김시우 님을 만나 뵙고 싶어.”

*


[4시까지 약속했던 곳으로 와!]

토요일. 김유진에게서 전송된 메시지를 확인한 이도영이 기숙사를 나섰다. 약속 장소는 그리 멀지 않았다. 김유진이 보내준 장소로 향한 이도영이 이내 작게 탄성을 흘렸다.

“와….”

한식으로 지어진 가옥. 지붕 위의 얹어진 고급스러운 기와가 이도영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감탄도 잠시, 이내 이도영이 한옥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전통 한복을 입은 남성이 이도영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왔다.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기도 잠시, 이내 남성이 질문을 던졌다.

“예약하셨습니까?”

“아, 예.”

“혹시 성함을 여쭤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도영이요. 예약자 이름은 김시우 님으로 되어 있을 거에요.”

이름을 들은 남성이 고개를 끄덕인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남성이다시 입을 열었다.

“확인했습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한 남성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르자 이내 고급스러운 양식의 문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문 앞에 멈춰  직원이 정중하게 노크를 했다.

“일행분께서 오셨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직원은 이도영에게 한  더 고개를 숙인 뒤 자리를 떠났다. 문 앞에서 잠시 침을 삼킨 이도영은 이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고급스러운 양식의 가구들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멍하니 시선을 향하기도 잠시, 이내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앉게나.”

그 말을 들은 이도영이 고개를 돌리자, 냉막한 인상의 남성이 의자에 앉아 이도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급하게 고개를 숙인 이도영이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십니까!”

“그래.”

남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은 뒤, 손가락을 들어 건너편 의자를 가리켰다. 부리나케 의자에 앉은 이도영을 바라보던 남성이 이내 입을열었다.

“유진이 친구라고 했던가? 분명 이도영이라고 했지?”

“아, 네. 그렇습니다.”

“팔 좀 줘보겠나?”

“…네?”

갑작스러운 말에 고개를 갸웃한 이도영을 남성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묵직한 분위기에 당황하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이 남성을 향해 팔을 내밀었다.

“흠….”

이도영의 손목을 짚고 잠시간 눈을 감은 남성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도영의 의문에  표정을 본 남성이 입을 열었다.

“유진이한테 이미 이야기는 들었다. 특성을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네! 맞습니다.”

 말을 들은 이도영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묵묵히 이도영을 바라본 남성이 이내 입을 열었다.

“유감이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네?”


*


고아원으로 향하는 길.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이도영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는 듯,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석양을 바라보던 이도영이 방금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네 특성이 마기의 정화인 건 맞다. 그 특성을 이용하면 마기를 정화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네 특성의 힘이 너무 강해. 몸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하려고 한다면  수는 있겠지만, 얼마 가지 않아 몸이 망가져 버리겠지. 나는 그런 일은  생각이 없다.”

막막해지는 감정에 한숨을 내쉰 이도영이 고개를 숙여 물끄러미 손을 내려다보았다.

“결국, 안되는 건가….”

온몸을 잠식한 무력감에 이도영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이도영이 한참 실의에 빠져 있던 순간이었다.

-띠링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에서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자, 몇 통의 메시지가 수신되어 있었다. 상대는 유시아였다.

[야, 어디냐]

[보육원으로 튀어와]

[빨리]

문자에 쓰인 보육원이라는 단어를  이도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자란 곳을 말하는 건가? 시아가 거길 알 리가 없는데? 그러기도 잠시, 이내 자신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잘 알고 있던 시아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보육원? 저번에 네가 봉사활동 갔던 곳?]

 메시지를 보내자, 얼마  시아에게서 다시 답신이 날아왔다.

[네가 지내던 곳]

“맞구나.”

어떻게 알았던 거지? 고개를 갸웃하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이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이유를 묻기 위해 시아에게 전화를 건 순간이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휴대폰에서 통신이 되지 않았다는 안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황한 이도영이 이번에는 문자를 보냈다.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들기 시작한 불길한 예감에 이도영이 얼굴을 굳힌 순간이었다.

-콰앙!

“꺄아악!”

버스 밖에서 폭음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급히 진원지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이내 익숙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인?”

얼마 전, 체험학습 도중 마주친 마인. 정도는 조금 약하지만, 그와 비슷한 감각, 마기를 풀풀 내뿜는 마인의 모습이 창문 너머로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한 번 폭음이 울려 퍼졌다.

이번 폭음의 원인은 마인에 의한 공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마인을 향한 공격이었으니까. 버스 밖으로 나간 이도영이 급히 하늘을 바라보자 허공에 떠오른 두 인형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인 새끼들이 미쳤나. 어디서 대낮부터 지랄이야?”

“선배, 근데 솔직히 지금이 대낮은 아니지 않습니까?”

“시끄러, 새끼야.”

등에 활을 매고 있는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리자, 옆의 남자가 웃으며 그 말에 태클을 걸었다. 그러기도 잠시, 연기 속에서 마인이 온전한 형체를 드러내자 두 사람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이도영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급하게 고아원으로 오라던 문자. 그리고 지금 마인에 의한 테러.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시민 여러분은 빨리 대피하십쇼. 이놈은 저희가 맡을 테니까.”

“선배, 말투  주의하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꼰대질 작작해, 인마.”

장난스러운 말투와는 다르게 진지한 표정을 지은 영웅들이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이도영이 고개를돌렸다. 영웅들이 있으니, 여기는 자신까지 끼어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고아원까지 남은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뛰면 금방 도착할 만큼. 생각을 정리한 이도영이 고아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