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각성(5)
“이 개 같은 놈이!”
욕설을 내뱉기도 잠시, 이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을 피해 마인이 황급히 땅을 박찼다. 직선으로 날아온 매직 미사일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마인이 그 추진력을 통해 그대로 이도영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인을 지나쳤던 매직 미사일의 방향이 순식간에 꺾여 다시 마인을 향했다.
“…!”
기초 중 기초 마법, 평생 볼 일 없었던 마법이기에 순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매직 미사일의 특징. 유도 기능. 방향을 전환한 매직 미사일이 마인을 다시 향해 날아들었다.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한 마인이 손을 들어 매직 미사일을 쳐냈다. 그 순간이었다.
-치이이익!
“크아아아악!”
매직 미사일이 마인의 손에 닿은 순간, 불에 타는 듯한 작열음과 함께 마인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마치 황산에 닿은 듯, 순식간에 일그러져 부스러진 손을 내려다본 마인이 급히 몸을 피했다. 회피한 궤적을 따라, 매직 미사일이 끈질기게 뒤를 쫓았다.
“젠장, 더럽게 끈질기네.”
이내 망가진 손을 재생한 마인이 사나운 눈으로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을 바라보았다. 피하는 건 한도가 있다. 그렇다고 손으로 쳐낼 수도 없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공격.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다리를 뒤쪽으로 들어 올린 마인이 이내 체중을 가득 실어 바닥에 발차기를 날렸다.
-콰아앙!
폭탄이 터진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그 충격으로 인해 마치 해일처럼 솟아오른 흙더미가 매직 미사일을 덮쳤다. 막대한 질량에 깔린 매직 미사일이 하나둘 형태를 잃고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 광경을 본 마인이 씨익 조소를 흘렸다.
“이 개자식이, 잘도….”
자신만만하게 읊조리기도 잠시, 고개를 든 마인이 다시 말끝을 흐렸다. 조금 전, 무수히 솟아올랐던 매직 미사일이 한계가 아니었다는 듯, 또다시 생겨난 매직 미사일이 허공을 가득 채웠다. 하늘에서 유유히 유영하던 매직 미사일이 이내 이도영의 손짓에따라 마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 이런 미친.”
그 말을 끝으로, 마인의 몸이 마법으로 이루어진 해일에 휩쓸렸다.
*
매직 미사일이 휩쓸고 지나간 장소. 무수한 포화를 얻어맞은 땅에서 흙먼지가 일었다.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에 이도영이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허공에 모여든 마력 덩어리가 부채꼴을 띄었다. 그 상태로 이도영이 손을 휘두르자, 그에 맞춰 마력 덩어리가 움직여 바람을 만들어냈다.
-휘이잉
바람이 흙먼지를 날려버리자, 이내 매직 미사일이 휩쓸고 지나간, 처참한 폐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을 멍한 눈으로 훑어본 이도영이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이, 빌어처먹을 새끼가 감히…!”
짐승이 그르렁대는 듯한 목소리가 이도영의 귓가에 들려왔다. 시선을 진원지로 향하자, 인간의 형체를 닮은 무언가가 폐허의 중심지에서 몸을 일으켰다.
머리, 아마도 입으로 추정되는 부위에 뚫린 구멍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폭발하듯 뿜어진 마기가 몸을 감싸자, 이내 마인의 몸이 급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재생을 끝내 완연한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마인이 사나운 눈길로 이도영을 노려보았다.
“흐, 진짜 뒈질 뻔했잖아.”
가볍게 어깨를 돌린 마인이 경박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신교에서 배운 능력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뒈질 뻔했네.
그 말을 들은 이도영이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손을 들어 올렸다. 다시 하늘에 마법진이 그려지고, 마인을 향해 마법이 쏟아지려던 순간이었다.
“아, 이건 배운지 얼마 안 됐는데.”
교에 들어가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말이야. 껄렁스러운 말투로 그렇게 말한 마인이, 기묘한 방식으로 호흡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던 마기가 순식간에 마인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그 기묘한 현상을 목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놀람 하나 없이, 무표정하게 마법을 장전하는 이도영을 보며 마인이 이제야 눈치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너, 이 새끼.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그 말을 내뱉은 마인을 향해 이도영이 매직 미사일을 쏘아냈다. 자신을 향해 다시 쇄도하는 매직 미사일을 본 마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방금 전과 같이, 마인이 매직 미사일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마인의 손에 옆면이 후려쳐진 매직 미사일이 그대로 박살이 난 채 허공에 흩뿌려졌다.
“이제 이건, 안 통한다고!”
그렇게 외친 마인이 손을 휘둘러 매직 미사일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분명 매직 미사일에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인의 손은 손상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도영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들어 올린 이도영이, 작게 중얼거렸다.
“죽어….”
이도영이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방법을 바꾸겠다는 듯 마인의 머리 위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마력 덩어리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형태를 갖춘 마력 덩어리가 이내 마인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깔아뭉개겠다는 듯 시시각각 가까워지는 마력 덩어리를 본 마인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까아아아앙!
자신을 향해 추락하는 마력 덩어리를 향해 마인이 주먹을 휘둘렀다. 체중이 완벽히 실린 스트레이트 펀치. 그 주먹이 마력 덩어리와 충돌한 순간, 철판을 망치로 후려친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푸화악!
잠시 후, 마력 덩어리와 충돌한 마인의 손이 완전히 으스러져 피를 튀겼다. 산산이 박살난 손을 내려다보기도 잠시, 이내 다시 재생하기 시작한 손에서 시선을 뗀 마인이 마력 덩어리를 올려다보았다. 펀치에 의한 충격으로, 마력 덩어리가 두 동강이 난 채 흩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후, 완전히 소멸한 마력 덩어리에서 시선을 뗀 마인이 이도영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 감정을 거세당한 듯한 그 얼굴을 본 마인이 이제야 알아차렸다는 듯 광소를 터뜨렸다.
“하, 하하핫! 멍청한 새끼! 마인이랑 다를 바가 없구나!”
이도영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낸 마인이 이내 이도영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조금 전보다 확연히 빠른 움직임. 더욱 빨라진 마인의 몸이 이도영을 향해 쇄도했다.
“아….”
매직 미사일이 더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 작게 신음성을 내뱉은 이도영이 손을 들었다. 방금 전의 그것에 비하면 왜소하기 그지없지만, 인체를 박살내기에는 충분한 질량의 마력 덩어리가 마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까앙! 까앙! 까앙! 팔을 들어 날아오는 마력 덩어리를 튕겨낸 마인이 계속해서 이도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종을 울리는 것처럼, 맑은 소리를 내며 튕겨 날아간 마력 덩어리가 다른 마력 덩어리와 충돌해 동시에 붕괴한다.
그리고 반복 작업을 하듯, 아니면 슈팅 게임을 하듯, 계속해서 마력 덩어리를 쳐낸 마인이 이내 이도영의 코앞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아…아아!”
마치 비명을 지르듯 이도영이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 순간, 이도영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한순간에 마인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무방비하게 뿜어져 나온 마나에 노출된 마인의 몸이 마치 종잇조각처럼 허공에서 나부꼈다.
그리고 마인은 알 수 없었으나, 만약 마인이 기묘한 호흡으로 마기를 몸에 흡수하지 않았다면, 육신에서 마(魔)의 성질을 지우지 않았다면, 권능이 듬뿍 깃든 마나에 노출된 마인의 몸은 순식간에 녹아내렸을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른 채, 사뿐하게 바닥에 내려앉은 마인이 이도영을 노려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하, 제힘에 잡아먹힌 머저리 따위가 감히…!”
그 말을 들은 이도영이 비명을 그치고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마인을 바라보았다. 그러기도 잠시, 이도영이 또 손을 들어 올렸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허공에 떠오른 무수한 마력 덩어리를 본 마인이 광기 어린 웃음을 흘렸다.
“그래, 이거 참 재미있네. 내가 너한테 뒈지는 게 빠를지, 아니면 네가 제힘을 못 버티고 미쳐버리는 게 빠를지. 한 번 해보자고.”
그렇게 말한 마인이 다시 땅을 박찼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마인의 몸이이도영을 향해 쇄도했다. 그 경로를 따라 수많은 마력 덩어리가 마인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다시 전투가 재개되고, 전장이 소음으로 가득 찬 순간이었다.
“이건 또 뭔 상황이야, 시발.”
쓰러져있던 유시아가 정신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