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 중간 실기 시험(2) (83/167)

〈 83화 〉 중간 실기 시험(2)

* * *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교실에 앉아 교관을 기다리던 도중이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 교관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중간 실기 시험을 실시하는 날이다.”

그 말을 듣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일단 오늘이 시험이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가만히 신유정을 바라보던 도중이었다. 갑자기 신유정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말이 튀어나왔다.

“중간 실기 시험은 1학년 전체가 함께 실시하게 된다. 너희 1학년은 조를 나눠서 시험장 각지에 입장하게 될 거다. 시간은 2박 3일이 주어지고, 그동안 식량은 시험장 내부 지도에 표시된 보급 포인트에서 시간에 맞춰 투하될 거다.”

조는 던전 체험 실습 때 짰던 조 그대로 구성될 거라는 말과 생존 시간에 따라 점수가 부여될 거라는 설명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밀려오는 당황에 다급히 생각에 잠겼다.

‘원작에선 그런 시험 아니었었는데?’

애초에 원작에서는 중간 실기 시험은 이렇게 스케일이 큰 시험이 아니었다. 마인 습격 사태에서 신입생 다수가 다쳤던 탓에, 중간 실기 시험의 성적 반영 비중이 대폭 줄어들었으니까.

그 반대급부로 기말시험의 성적 비중이 대폭 높아져, 실력을 기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이도영이 2학기부턴 상위권에 들 수 있었던 거지만. 그 사실을 떠올린 순간, 원작이랑 달라진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인 습격에서 아무도 안 다쳤었지?’

내가 입원하긴 했지만, 그것도 금방 퇴원했고. 결국, 습격 사태로 실질적인 피해를 본 이들은 없었으니까, 중간시험의 비중이 줄어들 이유가 없었다. 즉, 굳이 중간시험을 대충 치를 필요 없이, 원래 계획대로 치르게 된다는 뜻이다.

‘아, 이것도 나 때문이야?’

어지러워진 머릿속을 최대한 정리하며 신유정을 바라보았다. 그래, 뭐. 원작대로 갈 거란 생각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애초에 원작대로 가면 배드엔딩 확정이니까. 이미 이도영은 지금 시점의 원작에 비해 한참 강해져 있기도 하고.

“그리고 시험장 각지에는 다양한 몬스터가 출몰할 예정이다. 몬스터를 쓰러뜨린 경우, 그 종류와 숫자에 따라 그 조에 추가 점수가 부여될 거다.”

여전히 설명을 이어가는 신유정을 가만히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얼마 후, 잠시 말을 멈춘 신유정이 생도들의 표정을 살피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여기까지 들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겠지. 굳이 몬스터와 싸우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생존에만 집중하겠다. 뭐 이런 생각 말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게 말한 신유정이 씨익 웃었다. 방금 내뱉은 말과는 달리, 짓궂기 짝이 없는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대다수면 성적을 매기기 힘들어질 테지. 그러므로 지금부터 말할 규칙은 그런 이들에겐 악재가 될 거다.”

그 말을 내뱉은 신유정이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시험 도중, 각 조는 다른 조를 공격할 수 있다. 그 결과, 둘 중 한 조가 전멸한다면, 승리한 조에게는 상대 조가 보유한 점수에 따라 추가 점수가 부여된다.

또한, 전멸이 아니더라도 상대 조원을 쓰러뜨린 경우, 쓰러뜨린 조는 추가 점수를 획득한다. 단, 조별 간의 전투는 입장 후 6시간 후부터 허용된다.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목을 가다듬은 신유정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규칙이다. 너희는 시험장 내부, 제한된 허용 구역 외부로는 나갈 수 없다. 만일 누군가가 허용 구역을 벗어날 경우, 그 즉시 리타이어로 처리될 거다.”

참고로 허용 구역의 면적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점점 좁아질 거라고. 리타이어를 피하기 위해서는 점점 시험장 중앙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 설명을 전부 종합한 뒤 속으로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이걸 서바이벌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배틀로얄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서바이벌에 배틀로얄이 포함된 거니까. 별 차이는 없나? 그보다 이거 어째 어디서 많이 해본 게임 같은데…. 뭐, 아무튼 시험이 목표로 하는 컨셉이 뭔지는 알겠다.

일차 목표는 생존. 보급 포인트에서 떨어지는 식량을 손에 넣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조랑 마찰이 생길 테고.

이차 목표는 사냥. 고득점을 위해서는 단순히 생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몬스터를 사냥해 추가 점수를 얻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삼차 목표는.

‘역시 조별 간 전투겠지.’

점점 좁아지는 허용 면적에 따라 다른 조와 조우하는 빈도는 점점 늘어날 거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상대 팀을 쓰러뜨림으로써 얻는 추가 점수로 역전하려는 이들도 늘어나겠지. 즉, 대규모로 전투가 벌어질 거다.

‘이거 참….’

어째 어디서 많이 본 게임 같네. 픽 웃음을 내뱉기도 잠시, 이내 생각을 마치고 신유정을 바라보았다. 마침 설명을 마쳤는지 자리에서 일어난 신유정이 입을 열었다.

“설명을 마쳤으니 이만 이동하도록 하지. 다들 나를 따라오도록.”

*

우리 조에 지정된 시험장 입구는 그리 멀지 않았다. 던전 공략 체험 당시의 조원들과 함께 시험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안녕!”

“…어. 안녕.”

목적지로 향하던 길에서 우연히 박휘성을 마주쳤다. 내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기도 잠시, 이내 내 옆에 서 있는 이도영을 흘긋 바라본 박휘성이 내게 질문했다.

“…도영이랑은 같은 조인가 보네?”

“어, 그런데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시험장으로 가는 거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자, 이내 싱글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든 박휘성이 자기 조원들과 함께 떠나갔다. 그를 보며 속으로 멍하니 중얼거렸다.

‘내일 보자는 게 이 말이었나….’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 방금 만난 건 우연 아닌가? 생각도 잠시, 이내 고개를 돌려 이도영을 바라보았다. 미묘하게 불편한 표정을 지은 이도영이 박휘성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얜 왜 이래?’

어째 과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잠시, 이내 다시 목적지를 향해 척척 걸음을 옮겼다.

*

지정된 입구에 도착하자 꽤 많은 사람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무리 지은 사람들의 얼굴을 가만히 흘려보던 순간이었다. 익숙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또 박휘성이었다.

“안녕, 또 보네.”

“그러게. 너희도 여기로 지정받았나 봐?”

인사를 건넨 박휘성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질문을 던졌다.

“…응, 우연이네.”

“그래?”

미묘하게 늦게 나온 대답에 살짝 고개를 갸웃한 순간이었다. 입장하라는 신호가 떨어지고, 이내 시험장 입구가 개방되었다.

“다들 입장하도록.”

담당자의 말에 따라 시험장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만히 내부로 향하던 도중이었다. 박휘성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하나 제안할 게 있는데.”

“제안이 있다고? 무슨 제안인데?”

고개를 갸웃하는 나를 보며 박휘성이 말을 이었다.

“우리 두 조간 동맹을 맺는 게 어때?”

“…동맹?”

예상치 못한 제안에 멍한 표정을 지은 순간이었다. 박휘성이 빠르게 설명을 이었다. 같이 다니면 다른 조의 습격을 받을 위험부담이 크게 줄어들 거라는 말. 식량 포인트에서 배급되는 식량을 손에 넣기도 수월해질 거라는 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보이는 의견에 잠시 혹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이도영이 입을 열었다.

“동맹을 맺자고 했지? 그런데 먼저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갑작스레 질문을 던진 이도영을 보며 박휘성이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박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확인한 이도영이 질문을 던졌다.

“왜 하필 우리 조랑 동맹을 맺고 싶다는 거야?”

“그, 그건….’

그 질문에 우물쭈물 말을 아끼는 박휘성을 보며 이도영이 말을 이었다.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우리 조는 너희 조에 비하면 많이 약한 편이잖아.”

궁사의 수준은 내가 더 높지만, 다른 조원들의 수준은 전체적으로 우리 쪽이 한참 모자랐다.

마법사의 경우, 이도영은 전투력 자체는 상위권에 어느 정도 비벼볼 정도지만, 아직 기초 마법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탓에 유틸성이 심각하게 낮았다.

그리고 다른 마법사, 최윤아의 경우 마법 계열 상위권 실력자이긴 하나, 박휘성의 조원들은 전부 최상위권의 실력자인 걸 고려하면 수준이 낮은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마법사가 이 정도니, 근접 계열은 말할 것도 없었다.

“동맹을 맺어봤자 우리가 너한테 얹혀가는 수준일 텐데, 굳이 동맹을 맺자는 이유가 뭐야?”

“아…. 그게….”

당황한 표정으로 더듬거리는 박휘성의 반응을 보며 조원들의 표정을 살폈다. 이도영의 말이 꽤 설득력이 있었는지, 우리 조원들이 미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그쪽에서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조장, 그만하고 포기해.”

“아니, 잠깐만…! 그, 그게 아니라…!”

박휘성의 조원 중 한 명, 기골이 장대한 남성이 박휘성을 잡아끌었다. 갑자기 자신을 끌어당기는 행동에 박휘성이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 잠시, 이내 남성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거, 우리 조장이 생각해서 제안한 건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수고하라고.”

그 말을 남긴 남성이 버둥대는 박휘성을 끌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키득거리며 구경하던 다른 이들도 이내 우리에게 인사를 남기고 그 뒤를 따랐다.

“나 참, 대장도 참 불쌍하네. 그럼 잘 있어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기도 잠시, 이내 고개를 돌려 이도영을 바라보았다. 이도영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박휘성 조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해하기 힘든 반응에 시선을 돌려 조원들을 눈에 담은 순간이었다.

‘얘들 다 왜 이래?’

어째 묘한 표정으로 나와 이도영을 바라보는 조원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금세 깔린 어색한 분위기에 속으로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아니, 진짜 얘들 전부 이상해.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