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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화 〉 중간 실기 시험(6) (87/167)

〈 87화 〉 중간 실기 시험(6)

* * *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다 잠시 뒤를 흘깃 바라보았다. 조금 전, 전격 마법에 맞서 쏘아낸 공격에 당황한 모양인지, 김유진 조에서 추격의 움직임이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달려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한참 거리를 벌린 뒤, 이만 땅에 이도영을 내려놓았다. 몸이 떨어진 순간 끊긴 마나 회복에 조금 아쉬워하던 순간이었다.

“읏….”

갑작스레 전신에서 느껴진 열기에 이를 악물었다. 예상치 못한 이상에 당황한 눈을 뜬 순간이었다.

[너무 과한 힘에 몸이 과부하를 일으킨 게다.]

방금 전 쏘아낸 공격. 그건 온전한 내 힘만은 아니었다. 마나 화살에는 꽤 많은 양의 마나가 소모되므로, 한 번에 수십 발을 쏘아내는 건 이도영을 등에 업은 상태에서도 무리였으니까.

그래서 그 공격을 위해, 이도영에게서 권능 일부를 받아들였다. 저번에 마법 전투에서 사용했던 것처럼 마나를 끌어 모으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뭐,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너무 과한 양을 흡수했다는 거겠지.

그리고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흡수한 힘을 그대로 쏟아 부은 탓에, 순간 막대한 부하를 경험한 몸이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설명한 헤르메스가 말을 마쳤다.

“괜찮아?”

“됐어, 가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상태를 묻는 이도영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점점 올라가는 체온에 표정을 찡그리기도 잠시, 갑작스럽게 내 손을 잡은 이도영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시아야, 너 열이….”

“괜찮으니까, 손 떼.”

잡은 손을 뿌리친 뒤 입을 열었다. 너무 과한 힘을 사용한 부작용이니, 거기서 힘을 더 흡수하는 건 더한 과부하를 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그러기도 잠시, 이내 격한 반응에 당황한 듯 떨리는 시선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지금 닿으면 악화될 수도 있어서 그래. 진짜 괜찮으니까.”

“그래….”

그 말을 듣고서야 안심한 듯 표정을 푼 이도영을 보며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 걸음을 걷던 순간이었다. 귓가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곡인 것 같은데.”

“응. 가보려고?”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 답하자 이내 이도영이 알겠다는 시선을 보냈다. 다시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소리의 진원지를 향했다.

*

그리 멀리 가지 않아, 이내 계곡에 다다를 수 있었다. 계곡에서는 맑은 시냇물이 졸졸 길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가만히 휴대폰을 들어 위치를 확인했다.

‘그나마 외곽은 아니네.’

중앙에서는 조금 멀어졌지만, 허용 면적이 줄어드는 속도를 고려하면 안정권은 되는 수준이었다. 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잠시, 이내 확 밀려온 열기에 살짝 표정을 굳혔다.

“….

가만히 투명한 계곡물을 바라보기도 잠시, 이내 결정을 내리고 신발을 벗었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이도영이 당황한 눈길을 보냈다.

“뭐, 뭐해?”

“몸 좀 식히려고.”

그 말을 내뱉은 뒤, 한쪽 발을 가만히 시내에 담갔다. 시원한 물이 몸을 차게 식히는 청량감이 느껴졌다. 그에 탄성을 내뱉기도 잠시, 이내 계곡 안으로 완전히 몸을 들였다.

뭐, 사관학교의 전투복은 완전 방수였으니까, 옷이 젖을 염려는 없었다. 머리카락 정도는 젖겠지만.

마음만 같아서는 전투복도 벗고 들어오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일단은 시험장 안이라서.

가만히 물에 몸을 맡긴 채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전신을 감싸는 차가운 계곡물에 달아올랐던 몸이 점점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숨을 내쉬었다. 청량감에 몸을 맡긴 채, 가만히 긴장으로 굳었던 몸에서 천천히 힘을 뺐다. 점점 이완되는 몸을 물살에 맡긴 뒤 주위를 가볍게 훑어보았다.

그리고 한참 후, 완전히 식은 몸을 이끌고 천천히 계곡에서 나왔다. 시간이 지난 덕인지, 아니면 열을 식힌 덕인지, 더 이상 몸에서 이상이 느껴지진 않았다. 헤르메스도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했으니, 확실하겠지.

내가 몸을 일으키자,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던 이도영이 질문을 던졌다.

“…끝났어?”

“어.”

계곡 위로 올라와, 발을 탁탁 털고서 그 위에 쪼그려 앉으며 이도영의 질문에 대답했다. 자리에 앉아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에서 물을 짜내던 도중, 문뜩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생활 마법 정도는 이도영도 쓸 수 있지 않나?’

다른 마법은 모르겠지만, 생활 마법 정도는 익히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마력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익히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원작에서도 사용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고.

가물가물한 기억에 고민하기도 잠시, 이내 이도영에게 질문을 던졌다.

“야.”

“응?”

“생활 마법, 쓸 줄 알아?”

“아, 응. 그건 쓸 수 있어.”

“흐응.”

그 대답에 가볍게 콧소리를 낸 뒤, 이내 몸을 일으켰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자리에 앉아 있는 이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등을 보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머리 좀 말려주라.”

“…응.”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는 듯 작게 침음성을 흘린 이도영이 이내 손을 들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물을 잔뜩 먹은 머리카락이 아주 천천히 마르기 시작했다.

그에 감탄하기도 잠시, 이내 느려터진 건조 속도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하는 거야?”

“응? 아….”

한참 멀리서 마법을 시전한 탓에, 제대로 효과가 미치지 않고 있었다.

뭐, 계곡물에 젖은 거라 더럽다, 이건가? 어째 불쾌해진 기분에 눈을 가늘게 뜨고 이도영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신체 접촉하면 악화될 수도 있다며? 그래서….”

당황한 표정으로 그렇게 변명하는 모습에 아차 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러고 보니 아까 그렇게 말했었지. 멋쩍어진 기분에 침묵하기도 잠시, 이내 엉덩이를 끌어 이도영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젠 괜찮으니까, 가까이에서 해도 돼.”

“그, 그래….”

대답이 흐르고, 이내 목덜미 근처에서 느껴지는 손길에 눈을 감았다. 축축하던 머리카락이 점점 보송보송해지는 것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

‘그나저나 시험은 망한 것 같은데.’

아까 펼쳤던 추격전에서 김민우가 탈락한 건 꽤 큰 타격이었다. 결국, 나랑 이도영, 둘밖에 안 남았으니까.

물론 저격으로 몬스터를 처리하거나 하는 식으로 상대하면 점수 자체야 어느 정도 획득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이었다.

보급품을 운반하던 건 마진철이었는데, 마진철은 첫 공격에 바로 탈락해버렸으니까.

지금이 점심녘인 걸 고려하면, 점심은 거르더라도 적어도 저녁을 먹기 위해서는 슬슬 보급품을 챙기러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 조금 큰 문제였다.

‘만전의 상태라면 보급품 챙기는 것 정도야 쉽겠지만, 아직 회복이 덜 됐어.’

이제 이도영한테서 굳이 떨어질 필요까진 없지만, 아직 과한 마나 운용은 힘든 상황이었다. 실제로 방금 시험삼아 마나를 운용해봤을 때도 꽤 무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이도영은 아직 대부분의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상위권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둘만으로 보급품을 손에 넣는 건 힘든 일이었다.

하위권 조는 대부분 탈락하고, 중상위권 이상의 조만 살아남았을 걸 고려하면 더더욱.

“시아야, 다 됐어."

“아, 그래."

때마침 마법 시전을 끝낸 이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순간이었다. 시야 한쪽 구석에 위치한 수풀이 작게 흔들렸다.

그에 눈을 가늘게 뜬 순간, 이내 누군가가 숲 속에서 걸어나왔다. 낯선 얼굴은 아니었다.

“…어?"

이내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이도영의 입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백발의 머리카락을 지닌 무표정한 소녀. 이설화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설화야?"

“안녕, 도영아."

조원들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홀로 모습을 드러낸 이설화가 이도영을 향해 담담하게 인사를 건넸다. 경계심을 담아 가만히 이설화를 응시하자, 이내 이설화가 내 시선을 마주보았다.

잠시 시선이 오가고, 긴장으로 무거워진 분위기 속, 이설화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했다. 그에 의문 섞인 시선을 보내자, 여전히 감정이 전혀 비치지 않은 얼굴을 한 이설화가 입을 열었다.

“혹시 데이트 중이었어?"

“뭐, 뭐?"

갑작스러운 헛소리에 내 표정이 멍하게 변하고, 이도영이 황당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 반응을 가만히 관찰하던 이설화가 이내 말을 이었다.

“아니었나 보네. 미안."

“하아…."

“그럼 단둘이 뭐하는 중이었어?"

“그, 그러니까…."

이상하게 말문이 막힌 듯 버벅거리는 이도영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 조원이 둘밖에 안 남았다고?"

그래. 그러는 너는 왜 혼자 있냐?"

습격을 받아 나랑 이도영, 두 명 빼고 전부 탈락했다는 설명. 그 설명을 들은 이설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을 들은 이설화가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나 빼고 전부 탈락했어."

"뭐...?"

이설화의 덤덤한 말투에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이도영이 침음성을 흘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학년 1위가 꾸린 조가 벌써 탈락했다. 솔직히 믿기 어려운 말일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 말을 한 대상은 뭐가 문제냐는 듯 침착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에 빠지기도 잠시, 갑작스럽게 이설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도 너희 둘밖에 없다고 했지?"

"어."

그 말의 진위 여부를 가리려 이설화를 빤히 바라보던 순간이었다. 이설화의 입에서 솔깃한 제안이 튀어나왔다.

"그럼 나랑 같이 다니면 안 돼?"

"…응?"

탈락한 조원 세 명을 훌쩍 뛰어넘는 전력. 학년 1위의 마법사이자 미래의 히로인에게서 동행 제안이 들어온 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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